[미국-이란 전쟁] ‘레드라인’ 넘은 이란에 걸프국 기류 급변, 미국 결단 압박 확대
[미국-이란 전쟁] ‘레드라인’ 넘은 이란에 걸프국 기류 급변, 미국 결단 압박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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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군사 행동 국제 기준 이탈” 평가 권력 공백 현실화→지휘체계 붕괴 조짐 美 장기전 부담 속 군사 옵션 확장 논의

이란이 중동 내 주변 국가들을 향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이어가면서 역내 긴장이 급격히 고조됐다. 민간 인프라까지 타격 범위가 확대되자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국가들은 기존의 외교적 관리 기조에서 벗어나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이에 전쟁의 양상은 단순 지역 내 충돌을 넘어 이란 체제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로 번지는 추세다. 한편, 미국 역시 하르그섬 점령과 같은 군사 옵션을 검토하는 등 개입 수준을 둘러싼 판단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민간 인프라 피해에 격분
18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걸프 국가들은 이란 신정 체제의 존재 자체를 위협으로 보기 시작했다”며 “이들은 전쟁이 끝난 뒤 다시는 같은 고통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란 정권이 무력화되거나, 가능하다면 완전히 해체되기를 바란다”고 보도했다. UAE를 비롯한 걸프 국가들의 피해가 커지면서 그간 이란과의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 온 이들 국가마저 강경 대응으로 선회할 조짐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술탄 알 자베르 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은 인터뷰에서 “이란의 행위는 전 세계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를 초래해 모든 가정을 위협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란은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직후 사우디, UAE,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등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난사했다. 이란은 걸프 국가들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니라 역내 미군 기지 등을 공격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공격의 80% 이상은 석유 시설, 정유소, 공항, 항만, 호텔, 데이터센터 등 민간 인프라를 겨냥한 것이었다. UAE는 전쟁 이후 2,000기 이상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받으며 가장 큰 피해를 입었고, 두바이국제공항 운영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전투 대상과 무관한 공격 방식이 반복되면서 이란의 행동이 기존 군사 충돌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한층 커졌다.
이에 이슬람권 12개국 외무장관은 19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회의를 열고 이란 전쟁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주거지역과 석유 시설, 공항, 담수화 설비 등 민간 인프라를 표적으로 삼은 행위는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이란은) 즉각적으로 공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 외교장관 역시 “우리는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군사적 조처에 나설 권리를 갖고 있다”며 “확전에는 확전으로 맞서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내놨다.
그러나 이날 외교장관 회의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리야드에는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이 날아들며 주변국의 분노를 키웠다. 사우디 당국은 해당 탄도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했다고 밝혔으나, 파이살 장관은 “많은 외교관이 회의 중인 리야드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이란이 외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신호”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카타르 도하대학원의 무하나드 셀룸 교수 또한 “이란 정권은 모든 레드라인을 넘어섰다”고 짚으며 “이제 미국이 전쟁을 마무리 짓는 것이 걸프 국가들을 포함한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핵심 인사 다수 제거로 지휘 계통 약화
다만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모두 숨지면서 지휘 계통이 정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은 이란 내부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기존 통수권자였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지난달 28일 테헤란 집무실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고, 그의 딸과 사위, 손자 등 가족도 함께 숨졌다.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당시 함께 있었으나 정원에 나간 사이 공습이 가해지며 생존했고, 열흘 뒤 후임 최고지도자로 선출됐다. 최고지도자 공백은 비교적 단시간 내 해소됐지만, 기존 권력 구조를 그대로 이어받기 어려운 상태에서 의사결정 공백을 채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모하마드 파크푸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과 압돌라힘 무사비 이란군 참모총장도 알리 하메네이와 동시에 사망했고, 국방장관 아지즈 나시르자데, 최고지도자 군사실장 모하마드 시라지, 정보국장 살라 아사디도 숨을 거뒀다. 여기에 IRGC 항공우주군 사령관 아미랄리 하지자데, 통합지휘부 하탐 알안비야 사령관 골말리 라시드 역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알리 라리자니가 전열을 정비하려고 나서기도 했지만, 이 인물까지 공습으로 사망하면서 개전 시점을 기준으로 한 이란의 안보 최고위 인물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이처럼 군과 정보 조직의 통합 운용이 불가능에 가까운 상태에서 남아 있는 주요 인사들에게도 신변의 위협이 가해지는 상황이다. WSJ에 의하면 이란 정보기관 모사드는 이란 보안군 지휘관들에게 개별 연락을 취해 “우리는 당신의 동선은 물론 가족의 이름까지 모두 알고 있다”며 “우리의 편에 서지 않으면 지도자와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국무부 역시 ‘정의를 위한 보상’ 프로그램을 내걸고 모즈타바를 비롯한 이란 지도부 10명에 대해 최대 1,000만 달러(약 149억원)의 현상금을 걸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나아가 이스라엘의 작전 범위도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바시즈 본부와 지휘 시설을 타격해 조직원을 외부로 이동시키고, 이후 이동 경로를 추적해 제거하는 공격이 이뤄졌다. 바시즈 수장 골람레자 솔레이마니는 본부 폭파 이후 숲으로 이동했다가 시민 제보를 기반으로 사살됐다. 이후 이스라엘은 아자디 스타디움 등 대형 집결지까지 공격해 수백 명 단위 인력을 동시에 제거했다. 이란 내 최고위 지도부부터 하위 조직까지 이스라엘의 사정권에 들어오면서 통제 체계 또한 더 크게 흔들리는 형국이다.

충돌 수위 상승 압력↑
그럼에도 이란이 결사 항전의 의지를 꺾지 않으면서 미국은 지상군 투입 및 전쟁 장기화를 두고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18일 로이터통신은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 국방부가 이란 핵심 유전 지대인 하르그섬 점령과 호르무즈 해협 안전 항로 확보를 위한 지상군 배치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미군은 지난달 28일 작전 개시 이후 7,800회 이상의 공습을 감행했지만, 이란의 핵심 인프라 통제와 해협 안정 확보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공습 중심 작전만으로는 전쟁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지상군 투입 논의로 이어졌다.
하르그섬은 이란 원유 수출량의 90%가 통과하는 핵심 거점으로, 미군은 지난 13일에도 이 섬의 기뢰 저장소와 미사일 벙커 등 군사 시설 90여 곳을 타격했다. 일본에서 중동으로 이동 중인 미군 강습상륙함 ‘트리폴리’의 목적지 역시 하르그섬이다. F-35B 전투기와 오스프리 수송기를 탑재한 트리폴리는 군인 2,500명에 달하는 상륙 작전 수행 능력을 갖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미국의 움직임은 이란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전략 거점을 온전히 점령하려는 군사 배치로 해석된다.
전선 확대 가능성도 동시에 부각된다.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란이 무모하게도 카타르를 공격한다면, 우리는 그들이 목격한 적 없을 정도의 강력한 힘으로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전체를 대대적으로 폭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이란은 카타르 라스라판 지역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을 공격했는데, 유사한 공격이 반복될 경우 에너지 시장 전반에 충격이 확산할 것이란 우려에서 비롯된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폭력과 파괴가 미래에 미칠 장기적 영향을 고려해 이란 공격을 승인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필요하다면 주저 없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