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발 긴장 속 미 국채 수익률 연일 급등, 수요 약화 신호가 시장 흔든다
전쟁발 긴장 속 미 국채 수익률 연일 급등, 수요 약화 신호가 시장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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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수요 붕괴 우려에 시장 긴장 고조
유가→물가 상승 압력, 금리인상 가능성도
美 전쟁 예산 확대 흐름 속 재정 부담 급증

글로벌 국채 시장에서 금리 상승과 수요 변화가 맞물리며 긴장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유럽과 중국, 일본 등 주요 보유국의 매입 축소 움직임이 시장 불안을 자극한 가운데, 중동 전쟁의 여파로 에너지 가격 급등과 주요국 통화 정책 변화까지 겹치면서 미 국채 수익률은 연일 가파른 상승세를 거듭 중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미국의 전쟁 예산 확대 움직임까지 본격화하며 재정 부담과 금융시장 간 연결성이 함께 부각되는 상황이다.
수요 불안 심리 자극 움직임
19일(이하 현지시각) 미 경제매체 CNBC는 애버딘인베스트먼트의 매튜 애미스 이사의 말을 인용해 “최근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주요국들의 중앙은행 금리 인상 시사까지 겹치면서 국채 시장에 ‘퍼펙트 스톰’이 예고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매체는 미 국채 수익률이 지속 상승세인 점을 근거로 이 같은 진단을 내놨다. 이날 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일 대비 0.024%p 상승한 4.281%까지 치솟았으며, 금리 전망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수익률은 0.092%p 급등한 3.835%를 기록했다.
국채 시장의 긴장감은 지난 1월부터 본격화할 조짐을 보였다. 미국과 외교적 갈등을 빚은 유럽이 미국 국채 등 자산 매각을 검토하고, 중국과 일본 역시 자국 중심 재정 정책을 강화하며 미 국채 비중 축소에 나선 흐름이 겹치면서다. 당시 블룸버그통신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재정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일본 장기 국채 금리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까지 뛰었다”며 “이는 미국부터 영국, 독일의 금리 상승을 연쇄 촉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국 금리가 연쇄적으로 상승하는 흐름이 형성되며 국채 시장 전반의 금리 부담도 확대됐다.
이 같은 흐름은 실제 자금 이동에서도 확인된다. 덴마크 최대 연기금 ‘아카데미커펜션’은 1억 달러(약 1,490억원) 규모의 미국 국채를 전량 매각하기로 결정하며 매각 사유로 ‘미국 재정 건전성 악화’를 거론했다. 900억 달러(약 134조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스웨덴 국영 연기금 AP7 역시 미국 부채 증가와 정치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포트폴리오 조정을 검토하며 미 국채 비중 축소 방침을 밝혔다. 또 중국의 경우, 지난해 11월 기준 미 국채 보유 규모가 6,826억 달러(약 1,020조원)로 감소하며 2008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미국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요구를 받은 국가들의 이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일본·중국·영국·프랑스 등 5개국을 지목해 대이란 군사작전을 지원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 국가가 보유한 미 국채는 지난해 12월 기준 총 3조2,445억 달러(약 4,850조원)로 전체 발행량(9조2,709억 달러·약 1경3,860조원)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 국가가 군사 협력 압박에 대응해 미 국채 매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은 시장 주변부에서 제기된 가정에 가깝지만, 주요 보유국의 태도 변화 가능성 자체가 수요 불안 심리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긴장은 더 팽팽해지는 분위기다.
물가 전망 상향 조정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인상도 조금씩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중동 전쟁이 촉발한 ‘트럼프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하면서 에너지 가격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확대된 것이다. 이에 기존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을 유력하게 검토하던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정책 경로를 다시 손보는 국면에 들어섰고, 물가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대부분 국가가 전쟁 충격이 단기에 완화될 경우 기존 완화 경로로 복귀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공급 충격이 이어질 경우 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이날 기준금리를 3.75%로 동결했다. 시장에서는 당초 0.25%p 인하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페르시아만 지역 석유·가스 시설 공격 이후 정책 판단이 급선회했다. BOE 통화정책위원회(MPC) 위원 9명 가운데 5명이 금리 인하를 준비했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최종적으로는 전원 동결에 표를 던졌다. 여기에 BOE는 향후 물가 압력이 이어질 경우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둔 상태다. 이에 시장의 정책 기대 역시 빠르게 수정되며 기존 ‘연내 인하’ 전망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유럽중앙은행(ECB)도 기준금리를 2%로 동결하며 물가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올해 유로존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1.9%에서 2.6%로 높아졌고, 성장률 전망은 1.2%에서 0.9%로 낮아졌다. 중동 전쟁 여파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한때 35% 급등하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119달러(약 17만7,000원)까지 상승한 데 따른 결과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에너지 가격은 단기 물가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하며 물가 상방 압력을 강조했다. 아울러 ECB 내부에서는 금리 인상 가능성도 공개 거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역시 같은 흐름 속에서 정책 판단을 조정했다. 연준은 17~18일 이틀 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기준금리를 3.5~3.75%로 동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둔화를 지연시키는 흐름”이라고 짚으며 “다음 조치가 금리 인상이 될 가능성도 이번 회의에서 논의됐다”고 언급했다. 이에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4~6% 수준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가스전 공격이 이어지며 18일 국제유가는 배럴당 110달러(약 16만 4,000원) 선을 오갔다.

재정·통화 정책 간 긴장 심화
설상가상으로 미국은 전쟁 예산 부담까지 확대되는 처지에 놓였다. 워싱턴포스트(WP)에 의하면 최근 미 국방부는 이란과의 전쟁 수행을 위해 2,000억 달러(약 300조원)가 넘는 추가 예산을 백악관에 요청했다. 해당 자금은 지난 3주간 미국과 이스라엘이 소진한 핵심 정밀 무기 생산 확대 등에 투입될 것이란 설명이다. WP는 “지난달 28일 시작된 전쟁으로 첫 주에만 110억 달러(약 16조5,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기존 공습 비용을 훨씬 상회하는 규모의 예산 요구가 제시되며 정부의 재정 부담도 급격히 확대되는 흐름”이라고 짚었다.
문제는 미국의 국방 지출이 이미 확대된 상태라는 점이다. 미 국방수권법(NDAA)에 따른 2026회계연도 국방예산은 9,010억 달러(약 1,350조원) 규모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대이란 군사작전에 나서기 전인 지난 1월 “내년도 국방예산을 1조5,000억달러(약 2,250조원)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추가 전쟁 예산까지 반영되면, 재정 지출 규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미 정부는 전쟁 개시 직후부터 비용 충당을 위한 추가예산 편성에 착수하며 “전 세계 군사 대응 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절차”라는 입장을 내놨다.
미 국방부의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 미국 내 전쟁 여론은 미온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민주당은 이란 분쟁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갈수록 높여 가는 추세다. 공화당은 추가 예산 지지 의사를 밝혔으나, 상원 통과에 필요한 60표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은 마련되지 않았다. 심지어 백악관 내부에서도 국방부의 예산 요구가 비현실적이라는 평가가 제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추가 예산 논의 자체가 정치적 갈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실정이다.
이 과정에서 전쟁 자금 조달과 채권시장 간 연결성이 재차 부각되는 등 논쟁은 한층 격화하는 흐름이다. 대규모 추가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국채 발행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이 지적되면서다. 예산 확대에 반대하는 이들은 재정 확대와 금리 경로 간 긴장이 커질 것이란 우려를 내놨다. 이미 주요 보유국의 매입 축소 흐름이 나타난 상황에서 신규 국채 공급이 늘어나면, 수요 측면 부담이 커지면서 금리 상승 압력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전쟁 비용을 둘러싼 재정 정책이 국채 시장에 추가 악재가 될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