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하르그섬 겨냥한 美 지상군 카드, 이란 원유 ‘심장’ 노리나
[미국-이란 전쟁] 하르그섬 겨냥한 美 지상군 카드, 이란 원유 ‘심장’ 노리나
입력
수정
군사 타격 넘어선 ‘점령’ 시나리오
하르그섬 전략적 가치에 이목 집중
지상군 투입 시 전면전 전환 여지

미국이 대이란 군사 작전에서 기존 공습 단계를 넘어 하르그섬 지상군 투입까지 검토하고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핵물질 확보와 호르무즈 해협 통제라는 군사적 목표가 결합되면서 특정 거점을 직접 장악하려는 구상이 본격화한 모양새다.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를 담당하는 하르그섬을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며 에너지 흐름에도 일부 영향이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 지상 작전에 착수하며 전쟁 장기화 및 연쇄적인 전선 확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핵심 인프라 장악 목적
18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미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최근 미 국방부는 이란의 핵심 유전 지대인 하르그섬 점령과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항로 확보를 위해 지상군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미군은 지난달 28일 대이란 군사 작전을 개시한 이후 7,800회 이상의 공습을 감행하며 이란의 전력을 무력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핵물질 확보와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통제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이를 위한 수단으로 지상군 투입 카드가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하르그섬을 둘러싼 논의는 군사적 파괴보다 점유를 전제로 한 접근으로 읽힌다. 미국 내 군사 전문가들은 섬을 파괴하기보다 직접 통제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는 원유 정제 시설과 저장 시설을 중심으로 구성된 지역 특성을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거주 인구가 8,000명 남짓에 불과해 제한된 생활 기반을 가진 공간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저항 속에 핵심 인프라를 장악하는 그림이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이 때문에 이번 지상군 투입 논의는 단순 군사 타격을 넘어 특정 경제·군사 거점을 확보하려는 성격에 가깝다.
문제는 이러한 시나리오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이번 전쟁으로 미군에서만 사망자 13명, 부상자 200여 명이 발생한 상황에서 지상전 확대는 추가 피해를 수반할 가능성이 농후한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서 “우리가 이란 테러 국가를 끝장낸 뒤, 호르무즈 해협은 그곳을 이용하는 국가들이 스스로 책임지게 하면 어떨까”라고 언급하며 전략적 후퇴 가능성을 내비쳤다. 백악관 역시 “대통령은 모든 옵션을 가용한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지상군 투입에 대해 결정된 바는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원유 정제·저장·선적 시설 집중
하르그섬은 페르시아만 북부에 위치한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 거점으로 이란 본토와는 약 28㎞ 떨어져 있다. 길이 8㎞, 폭 4~5㎞ 규모의 산호초 섬으로 절대 면적은 크지 않지만, 해역 수심이 깊어 초대형 유조선이 접안하기에 매우 유리한 조건이다. 이란 전체 원유 수출의 약 90%가 이 섬을 거쳐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주요 수입국으로 향하는 만큼 원유 관련 인프라가 집중된 것도 특징이다. 이처럼 지리적 조건과 물류 구조가 맞물린 결과 하르그섬은 이란 수출 체계의 핵심 축으로 기능하게 됐다.
제한된 면적 안에는 원유 정제·저장·선적 기능이 결합된 대형 터미널이 구축돼 있다. 연간 처리 가능한 원유 규모는 9억5,000만 배럴에 달하며, 실제 수출은 하루 150만~160만 배럴 수준으로 운영된다. 해저에도 복잡한 파이프라인이 구축돼 페르시아만 해상 유전에서 생산된 원유가 이곳으로 집결한 뒤 저장·처리 과정을 거쳐 해외로 수출된다. 단일 지점에서 생산과 저장, 수출을 동시에 수행하는 형태다. 이는 곧 섬의 기능이 저하되면 이란의 경제 전반에도 타격이 불가피함을 의미한다.
군사적 관점에서도 하르그섬은 매우 중요한 거점으로 평가된다. 이란 해군과 혁명수비대가 사용하는 군사 시설을 비롯해 복수의 미사일 저장 벙커가 위치한 까닭이다. 지리적 위치 또한 페르시아만에서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어지는 해상 교통로와 가까워 유사시 해협 봉쇄 작전의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전략적 가치를 가진다. 군사지리 전문가 프랜시스 갈가노 빌라노바대 부교수는 “하르그섬을 실제로 점령하거나 완전히 파괴하려면 대규모 지상군 투입이 필요하며, 5,000명에 가까운 병력이 요구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군은 지난 13일에도 하르그섬에 한 차례의 공습을 감행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오늘 내 지시에 따라 미 중부사령부는 중동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폭격 중 하나를 감행했다”며 “이란 하르그 섬의 모든 군사 목표물을 완전히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나는 품위를 지키기 위해 이 섬의 석유 인프라는 파괴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군사 시설과 에너지 인프라를 구분해 접근하는 전략으로, 해당 거점이 갖는 경제적·군사적 가치가 동시에 고려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장기전 리스크 확대 흐름
지상군 투입 검토가 현실적 선택지인지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서도 실제 전력 구성과 작전 준비 수준을 고려하면 즉각적인 지상전 확대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동시에 나온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의하면 현재 이란 인근에는 항공모함 2척과 16척의 수상전투함이 전개돼 있다. 이는 2003년 이라크 전쟁 개전 당시 5개 항모전단이 투입된 이후 최대 수준의 해상 전력이지만, 상륙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해병대 전력과 병참 체계는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로 평가된다.
CSIS의 마크 캔시언 선임고문과 크리스 박 연구원은 “현재 중동에 배치된 미군 전력은 ‘징벌적 공습’을 하기엔 충분하지만, 1991년 걸프전과 같은 대규모 지상전을 수행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고 짚었다. 여기에 이란의 절대적 규모 역시 부담 요인이다. 인구 9,300만 명, 면적 164만㎢ 규모의 이란은 이라크와 비교해 면적은 3배, 인구는 2배 이상으로, 점령과 통제에 필요한 병력과 보급 부담 또한 급격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에 미 합참 내부에서도 지상군 투입 시 대규모 사상자 발생과 장기전 전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는 전언이다.
군수 측면에서도 장기전에 따르는 부담은 상당하다. 찰스 왈드 전 미 유럽사령부 부사령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공격용 재래식 탄약은 보충이 가능하지만, 패트리엇, SM-3, 이스라엘의 애로우 시스템 같은 방어용 무기는 언제나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지난해 이스라엘과 이란 간 ‘12일 전쟁’ 당시 미군은 고고도방어체계(THAAD·사드) 요격미사일 150발 이상을 단기간에 소모했는데, 이는 미군이 전 세계에 비축한 물량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16일 레바논 남부에서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상대로 지상 작전을 개시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번 작전이 “가자지구에서 진행된 군사작전과 유사한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혀 특정 지역을 장기간 점유하는 시나리오를 암시했다. 이에 헤즈볼라 역시 매일 수십 발의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하며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여기서 헤즈볼라를 포함한 이른바 ‘저항의 축’ 전반이 동시 대응에 나설 경우, 전선은 연쇄 확장될 공산이 크다. 미국의 지상군 투입 여부가 ‘전쟁 범위를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느냐’에 대한 판단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