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로비 유효했나" 이란 합의안 외면하고 공습 단행한 트럼프, 미숙한 안보·외교 판단 도마 위에
"이스라엘 로비 유효했나" 이란 합의안 외면하고 공습 단행한 트럼프, 미숙한 안보·외교 판단 도마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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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 외교 해법 남아 있음에도 이란 공습 강행 "이스라엘이 대통령 속였다" 트럼프 충성파 대테러 수장 사임 상황 모면에 급급한 트럼프, 국제 사회 의구심 커져

미국이 전쟁 발발 직전 이란의 합의안을 외면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추가 비축 포기 등 외교적 해결 방안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스라엘이 공습을 강행하며 전쟁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의 로비가 전쟁의 실질적인 시발점이 됐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흡한 안보 판단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란, 전쟁 전 합의 의사 표명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각) 가디언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제네바에서 열린 3차 핵 협상에 동석했던 조너선 파월 영국 국가안보보좌관은 당시 이란이 내놓은 합의안을 “놀랍고 유의미한 진전”으로 평가했다.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하에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 440㎏을 희석하고, 추가 비축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일몰 조항’ 없이 영구적인 합의를 수용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이다.
경제적인 유인책도 제시됐다. 이란은 경제 제재의 80%를 해제하는 조건으로 미국 기업들에 민간 원자력 프로그램 참여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중재자들은 이를 매우 가치 있는 제안으로 판단했으며, 영국 역시 미국 협상단의 전문성 부족을 우려해 별도의 자문팀까지 꾸리는 등 외교적 해결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은 회담 이틀 뒤인 지난달 28일 전격 공습을 단행했고, 영국의 이러한 노력은 빛을 보지 못했다.
이후 영국 정부는 외교적 경로가 유효한 상황에 강행된 미국의 공격이 '불법적이고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전쟁 초기에는 미국이 자국 디에고 가르시아 공군 기지를 이용하는 것을 거부하고, 이란이 걸프 지역에서 영국의 동맹국들을 공격하기 시작한 뒤에야 방어 목적으로 사용을 허락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도 영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군사 작전 지원 요청에 미온적인 태도를 고수하는 등 사태 개입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美 내부 인사, 이스라엘의 로비 행위 지적
일각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제안을 외면하고 강경책을 택한 배경에 이스라엘의 로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17일 공개된 조 켄트 미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의 서한을 기반으로 하는 견해로 풀이된다. 켄트 국장은 서한에서 “이란은 미국에 대해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이 아니었다”며 “양심상 현재 진행 중인 이란 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상원 인준을 통과해 대테러·대마약 정책을 총괄해 왔으며, 2016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비개입주의 외교 정책을 꾸준히 지지해 공화당 내부에서도 ‘트럼프 충성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켄트 국장은 이번 전쟁이 이스라엘 측의 로비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고위 인사들과 일부 미국 언론이 허위 정보 캠페인을 통해 전쟁 여론을 조성하고 미국 우선주의 노선을 훼손했으며, 이란이 ‘임박한 위협’이라고 대통령을 속였다는 것이다. 그는 “단기간 승리를 약속했던 논리는 거짓이었고, 이는 이라크 전쟁에 미국을 끌어들일 때 이스라엘이 사용한 것과 동일한 전술”이라며 “미국에 아무런 이익도 없고, 희생을 정당화할 수도 없는 전쟁에 젊은 군인들을 보내는 것을 지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켄트 국장의 주장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켄트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나는 항상 그가 안보 문제에 대해 매우 취약하다고 생각했다”며 “그의 성명을 읽고 나서야 그가 물러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켄트의 서한은 허위 주장으로 가득 차 있다”며 “이란이 미국을 먼저 공격할 것이라는 강력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란은 해군력과 결합해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공격적으로 증강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핵무기를 획득하려 한다”며 “협상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상황에서 트럼프가 외국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켄트의 주장은 모욕적이고 우스꽝스럽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예측 불가' 행보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이고 허술한 외교·안보 판단 역시 사태를 악화시킨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14일 CNN은 사안에 정통한 여러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 국방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심각하게 과소평가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안보팀이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는 데 실패해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CNN은 같은 날 다른 보도에서 백악관이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전쟁 준비 과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지난 일 년 동안 NSC 규모가 대폭 축소됐으며, 이란 공습 결정에 정부 전체의 의견이나 우려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이 예상치 못한 상황 전개에 당황하고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섣부른 러시아산 원유 관련 규제 완화는 이 같은 견해를 뒷받침하는 대표적 사례다. 지난 12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 제재를 일시적으로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급등한 국제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미국의 원칙적 입장과 모순되며, 유럽권 국가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충분한 분석과 준비 없이 단기적 상황 모면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미국의 급작스러운 군사 작전 지원 요청 역시 전 세계적인 혼란을 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한국·중국·일본·영국·프랑스에 호르무즈 해협 방어를 위해 군함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15일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향해 "회원국이 여기(호르무즈 해협 군사 작전)에 협력하지 않을 경우 매우 암울한 미래(very bad future)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군사 충돌이 격화하며 걸프 국가 곳곳에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 명확하게 '군함'을 언급하는 등 전쟁 확산을 개의치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에 국제 사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의 궁극적인 목표 및 전쟁 확산의 위험을 인지하고 있는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