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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행 화물이 인도에" 중동 전쟁 속 혼잡해진 해운 질서, 운임 급등에도 해운사 수익성은 의문

"중동행 화물이 인도에" 중동 전쟁 속 혼잡해진 해운 질서, 운임 급등에도 해운사 수익성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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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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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분쟁에 해운업계 혼란 확대, 선적 물량 마구잡이로 하역
전쟁 전 전망 뒤엎고 치솟는 해상 운임, 정치 변수가 업계 판도 좌우
"운임 올라도 남는 게 없다" 해운사 비용 부담 가중 

해운업계가 중동 분쟁 속 '무법천지'로 전락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걸프 국가 인근 해역의 통행이 사실상 제한된 가운데, 해상 운임이 치솟고 선적 물량이 목적지 외 항구에 하역되는 등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막대한 비용 압박에 짓눌리는 해운사들은 운임 급등 흐름에도 좀처럼 미소 짓지 못하고 있다.

해운업계, 중동 리스크 속 '대혼란'

18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동 전쟁으로 인해 해운업계에서 '와일드 웨스트(미 서부 개척시대)'와 같은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가운데, 홍해에서도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 공포가 커지면서 걸프 국가 인근 해역 통행에는 제동이 걸렸다. 이에 더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주요 항구 제벨알리에 공습 잔해가 떨어져 화재가 발생하는 등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항구에서도 빈번히 잡음이 발생하는 실정이다.

이에 MSC, 머스크, CMA CGM, 하파크로이트 등 글로벌 주요 해운사들은 최근 고객사들에 19세기에 쓰이던 규정을 근거로 "해운사에는 가장 가까운 항구에 컨테이너를 하역할 권리가 있으며, 그 비용은 고객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와 관련해 이사업체 존 메이슨 인터내셔널의 데이비드 오자드는 “중동행 컨테이너가 인도에 하역되고, 사우디아라비아행 화물은 UAE에 방치돼 회사가 추가 보관료와 수입 비용을 떠안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해운업계 상황은) 완전한 와일드 웨스트"라며 "추가 요금을 내지 않으면 해운사들이 계정을 정지하고 화물을 볼모로 잡는다”고 호소했다.

장기 계약을 맺은 화주들도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사실상 과점 체제인 해운업계가 국제 공급망 교란을 빌미로 무역 네트워크를 좌지우지하면서다. 특히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중동 수출 성수기를 맞이한 유럽산 신선 농산물 화주들이다. 현재 신선 농산물을 보관하는 냉장 컨테이너는 해상으로 중동 인근까지 운송된 뒤 육로를 거쳐 걸프 국가에 반입되고 있다. 유럽 신선 농산물 업계 단체 프레시펠의 필리프 비나르 사무총장은 “(화물이) 사우디아라비아 제다항에 도착해도 육상 운송을 구해야 하는데 경쟁이 치열하고, 불안정한 시기라 국경 통관도 쉽지 않다”며 “특수 서류가 필요한 과일의 특성상 변경 절차까지 거치면 막대한 추가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해상 운임·중고 선박 가격 급등

걸프행 해상 운임도 급등하고 있다. 현시점 유럽~중동 노선의 컨테이너(TEU)당 운임은 6,000달러(약 850만원) 수준으로, 기존 1,500달러(약 210만원) 대비 4배가량 비싸졌다. 여기에 추가 육상 운송비, 보관료, 항만 이용료, 수입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1,000달러(약 148만9,400원)에 육박하는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더해 벙커유 가격이 뛰며 긴급 연료 할증료 부담도 커졌고, 선박 수요 급증으로 컨테이너선 용선료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고치를 새로 썼다.

중고 유조선의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추세다. 인도까지 3년 이상이 걸리는 신규 선박 대신 당장 투입할 수 있는 선박에 웃돈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 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30만 톤(t)급 5년 차 중고 초대형 유조선(VLCC) 가격은 1억4,000만 달러(약 2,080억원)로 지난해 2월(1억1,200만 달러) 대비 25% 올랐다. 동일 규모 신조 VLCC 계약 가격은 1억2,850만 달러(약 1,910억원)였다. 같은 날 5년 차 중고 수에즈막스 원유 운반선(수에즈 운하를 지날 수 있는 최대 크기의 유조선, SCC) 가격도 8,800만 달러(약 1,310억원)로 신조선가(8,750만 달러)를 웃돌았다.

이런 가운데 시장은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해 해운업계의 판도가 완전히 뒤집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각종 분석 기관은 해운 시장이 일시적 조정을 넘어 근본적인 하락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의 해운 시황 분석 전문 기관인 MSI(Maritime Strategies International)는 미국의 관세 부과 여파로 북미와 유럽 항로 운임이 2028년까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리라고 예측한 바 있다. 한국의 수출입 물류 플랫폼 트레드링스는 올해 해상 스폿 운임이 전년 대비 최대 25% 하락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기존 시장 예상을 뒤엎은 해운 운임 상승세는 정치 변수에 민감한 해운업계의 특성을 뚜렷이 보여주는 사례"라며 "해운업계 업황의 향방은 중동 사태 장기화 여부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

해운사 "유의미한 수익성 개선 어렵다"

문제는 현재의 운임 상승세가 해운업계에 온전한 호재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쟁으로 인해 선박 운용 비용 부담이 함께 가중됐기 때문이다. 중동 사태 이전 1톤당 511달러(약 76만원) 수준이었던 싱가포르 선박유(초저유황유·VLSFO) 가격은 지난 13일 기준 1,049달러(약 156만원)로 2배 이상 급등했다. 싱가포르 선박유는 중동산 원유를 싱가포르에서 정제해 생산·공급하는 것으로, 국적 선사들이 실제 급유를 받는 기준 유가다. 반면 같은 기간 해상 운임의 핵심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319에서 1,710.35로 30% 오르는 데 그쳤다.

선박 보험료 상승 흐름도 악재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운항 선박 및 인근 수역에서 대기 중인 선박에 부과되는 보험료는 나날이 치솟고 있다. 글로벌 전쟁 위험 보험사들이 지난달 말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기존 약관을 무효화하고, 전시 상황에 준하는 새로운 조건으로 재계약을 요구한 탓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현시점 글로벌 선박 보험료는 선박 가치의 약 5%에 달한다. 이는 이란 전쟁 초기 대비 5배, 분쟁이 없던 평시와 비교하면 수십 배에 달하는 수치다.

운항 불확실성도 해운사의 비용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쟁 리스크가 확산하면서 각국 해운사들은 속속 우회 운항에 나서고 있다. 중국원양해운(COSCO)은 UAE,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등 걸프 국가 항만을 오가는 항로 신규 예약을 중단했으며, CMA CGM과 머스크 등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 운항을 멈추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경유하는 우회 항로로 선회했다. 이처럼 운항 기간이 길어지면 연료 사용이 늘고 선박 회전율이 저하하며 수익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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