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無고용, 성장] 자동화 가속에 노동시장 재편, 기본소득 필요성 부상
[AI, 無고용, 성장] 자동화 가속에 노동시장 재편, 기본소득 필요성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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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자동화 확산, 직무군 단위 대체 현실로 생산성 집중 및 자산·소득 격차 확대 재정 여력 기반 기본소득 도입 논의 본격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피지컬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빠르게 대체되면서 노동시장 구조가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술 충격이 본격화하기 전에 보편적 기본소득(UBI·Universal Basic Income)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특히 AI가 끌어올린 생산성이 자산과 소득 격차를 크게 확대하면서 기존 제도로는 노동자를 보호하기에 한계가 뚜렷해졌다는 인식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현실로 다가온 자동화의 공습
수치로 보면 변화 속도는 분명하다. 지난해 미국 물류 기업들이 도입한 자동 팔레트 운반 장비는 21만 대에 이른다. 피킹·패킹 노동자 42만 명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규모로, 2019년보다 8배 증가했다. 이는 경기 요인보다 기술 효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서 나타난 결과로 해석된다. 현장에서는 변화 양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영향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고, 일부 직무를 점진적으로 줄이던 단계에서 벗어나 특정 직무군 전체가 단기간에 사라지는 사례가 이어지는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일자리 감소보다 직무 변화에 무게를 둔 전망을 제시해 왔다. 그러나 최근 통계는 변화 속도가 훨씬 가파르게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매킨지(McKinsey)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1,200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는데, 지난해에만 제조업에서 이미 해당 전망치의 23%가 현실화됐다. 로봇 도입 속도를 보수적으로 가정해도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업계 최저 수준의 보급 속도를 적용하더라도 2034년까지 수백만 개의 육체노동 일자리가 자동화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시된다.
중국의 사례는 변화를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광둥성의 가전 제조 산업 밀집 지역에서는 첨단 자동화 라인이 도입된 지 31개월 만에 노동자 11만 명이 기계로 대체됐다. 같은 기간 생산량은 270% 급증했다. AI 확산이 이어질 경우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2049년까지 중국 노동력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억7,800만 명이 대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역시 서비스업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자동화가 확산될 경우, 단기간에 대규모 실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본소득 논의 및 재원 마련
AI로 사라진 일자리만큼 새로운 직무가 창출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지만, 현장 데이터는 다른 흐름을 가리킨다. 2022년부터 2025년 사이 창고업에서 기존 일자리가 줄어든 속도에 비해 AI 시스템 관리 등 신규 일자리 증가는 7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보편적 기본소득이 거론된다. 일정 수준의 소득을 안정적으로 지급해 기술 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득 공백을 흡수하고, 급격한 구조 전환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자는 취지다.
재정적 실현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일자리 상실이 예상되는 1,800만 명에게 중위 처분가능소득의 60%를 지급할 경우 필요한 재원은 국내총생산(GDP)의 2.3%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미국 연방정부가 주택담보대출 이자에 대한 세제 혜택에 투입한 2.7%보다 작은 규모다. 재원 조달 방안 역시 구체화되고 있다. 소득 대비 혜택이 큰 일부 보조금을 조정하고, AI로 확대된 생산성에서 발생한 초과 이익에 1.5% 안팎의 번영세를 적용하면 연간 1,900억 달러(약 283조원)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사회적 인식 전환 필요
일각에서는 보편적 기본소득 도입이 노동 의욕을 떨어뜨리고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핀란드 등에서 진행된 실험에서는 구직 활동이 유의미하게 줄어드는 현상은 확인되지 않았다. 자동화로 생산 능력이 확대된 환경에서는 소득 지원이 곧바로 물가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또한 실험 참가자들은 유급 노동에서 벗어난 시간을 돌봄과 교육, 지역사회 활동 등에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며, 소득 지원이 사회적 활동 위축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됐다.
현재 기술 전환 속도는 1990년대 인터넷 보급 속도를 넘어섰다. 로봇의 활용 범위도 조립 공정을 넘어 의류 정리와 식품 가공, 의약품 조제 등으로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는 상황에서 대응을 늦출 경우 정책 효과를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사회적 기준의 문제다. AI로 인한 실업은 개인의 적응 실패가 아니라 기술 발전이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에 가깝다. 따라서 입법부는 보편적 기본소득을 재정 체계 안에 포함하고, AI로 발생한 이익이 사회로 환류되도록 하는 세제 개편에 나서야 한다. 기술 전환이 본격화된 지금이 경제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의 결정적 시점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Unemployed Growth] When Work Vanishes: AI-Driven Labour Redundancy and the Case for a Universal Basic Adjustment Benefit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