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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세] AI가 앗아간 일자리, 커지는 부의 불평등, ‘억만장자 세금 논의’ 다시 테이블로

[부유세] AI가 앗아간 일자리, 커지는 부의 불평등, ‘억만장자 세금 논의’ 다시 테이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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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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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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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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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 확산 속 자산 격차 확대 및 재분배 요구 증대
샌더스, ‘억만장자 공정 과세법’ 통해 주정부 증세 압력
프랑스·영국, 재정 압박 속 초고액 자산가 과세 논의 확산

인공지능(AI) 확산이 노동시장 구조를 빠르게 재편하는 가운데, 초부유층 과세 논의가 정계의 핵심 의제로 다시 부상했다. 기술 혁신이 창출한 막대한 부가 소수 자산가에게 집중되는 흐름이 강화되면서 조세 체계를 통한 재분배 장치 재설계를 요구하는 압력도 커지는 양상이다. 미국에서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이 부유세 논의를 정책 의제로 끌어올렸고, 프랑스와 영국에서도 재정 압박과 사회적 불만이 맞물리며 초부유층 과세 논쟁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부유세 추진 논의, 캘리포니아·뉴욕주 중심으로 확산

4일(이하 현지시간) 가디언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샌더스 의원은 2일 로 칸나 하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과 함께 초고액 자산가에게 대규모 부유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억만장자 공정 과세법(Make Billionaires Pay Their Fair Share Act)’을 공식 발의했다. 이 법안은 미국 억만장자들의 순자산에 매년 5%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확보된 4조4,000억 달러(약 6,450조원) 규모의 재원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위한 사회 안전망 강화에 집중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인 부유세 활용 방안을 보면 다소 파격적이다. 법안 시행 첫해에는 연 소득 15만 달러(약 2억2,000만원) 이하 가구의 모든 구성원에게 1인당 3,000달러(약 440만원)를 현금으로 지급한다. 4인 가구 기준으로 1만2,000달러(약 1,760만원)에 달하는 지원이다. 또한 미국 전역 공립학교 교사의 최저 연봉을 6만 달러(약 8,790만원) 수준으로 보장하고, 700만 채 이상의 저렴한 주택을 건설하거나 보존하는 사업에도 재정을 투입한다. 이와 함께 치과·안과 등이 제외돼 있던 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 보장 범위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샌더스 의원실이 공개한 추정치에 따르면, 법안이 시행될 경우 세계 최고 부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자산은 8,330억 달러(약 1,220조원)에서 7,920억 달러(약 1,160조원) 수준으로 줄어들며, 420억 달러(약 61조원)의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샌더스 의원은 “지난 50년 동안 하위 90%에서 상위 1%로 79조 달러(약 11경5,830조원)의 부가 이동했다”며 “억만장자 계층은 더 이상 자신을 미국 공동체의 일부로 여기지 않고 18세기 전제 군주처럼 군림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미국 정치권에서 부유세 논의를 가장 먼저 공론화한 인물은 맘다니 시장이다. 그는 지난달 17일 2027회계연도 예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부유한 기업과 개인에 대한 증세가 여전히 최우선 과제”라면서도 “그 방안이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 재산세를 9.5% 인상하는 대안을 추진하겠다”고 역설했다. 현재 뉴욕시는 향후 2년 동안 54억 달러(약 7조8,300억원)의 재정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세입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시 당국의 판단이다.

맘다니 시장은 시장 후보 시절부터 연 소득 100만 달러(약 14억6,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로부터 2%의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방안을 주장해 왔다. 다만 해당 조치는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와 주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 정치 지형상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맘다니 시장이 재산세 인상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재산세는 뉴욕시장이 주정부 승인 없이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세금이다. 재산세가 인상될 경우 300만 가구 이상의 뉴욕 주택과 아파트, 10만 채가 넘는 상업용 부동산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시 당국은 세율 조정이 이뤄지면 향후 4년 동안 148억 달러(약 21조4,000억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佛 슈퍼리치 부유세에 여론 ‘대동단결’

대규모 재정 위기에 직면한 프랑스에서도 부유세 도입 논의가 뜨겁다. 프랑스의 국가 부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빠르게 불어났다. 프랑스 정부는 팬데믹 당시 경기 부양과 실업 지원을 위해 대규모 재정 지출을 이어갔고, 그 결과 2020년 재정 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9%까지 확대되며 유럽연합(EU) 안정·성장 협약이 권고하는 기준(GDP 대비 3% 이내)을 크게 넘어섰다.

하지만 보조금에 익숙해진 국민의 반발을 우려해 이미 늘려버린 지출을 좀처럼 다시 줄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국가와 국민이 단체로 재정 중독에 빠져 있는 사이, 나라 경제는 급속히 나빠졌다. 2000년대 초반 GDP 대비 50%대에 머물던 국가 부채 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114.1%로 2배 넘게 상승했다. 재정 적자 비율 역시 GDP 대비 5.8%로, EU가 권장한 GDP 대비 3% 이내를 넘어섰다.

뒤늦게 심각성을 인식한 프랑수아 바이루 당시 총리는 연금 삭감과 공휴일 축소 등을 포함한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추진하며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지만, 국민의 거센 반발 속 의회 신임투표에서 패배하며 지난해 9월 취임 9개월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후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신임 총리가 민심 수습을 위해 바이루 전 총리가 추진했던 공휴일 이틀 축소 방안을 전격 철회했으나, 긴축정책에 대한 반발이 이미 전국으로 확산된 뒤였다. 프랑스 곳곳에서 긴축 반대 시위가 이어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병원과 학교 등 공공 인프라 운영이 중단되는 등 사실상 국가 기능이 마비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근무 시간을 연장할 수도, 그렇다고 복지를 축소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이자, 좌파 정당들은 프랑스 경제학자 가브리엘 주크만(Gabriel Zucman)의 이름을 딴 '주크만세'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주크만세는 자산 1억 유로(약 1,700억원) 이상을 보유한 초부유층을 대상으로 기업 지분과 미실현 이익을 포함한 모든 자산에 대해 매년 최소 2%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좌파 정치인들은 "긴축 재정안은 노동자들을 착취해 부자를 살찌우려는 신자유주의 음모"라며 부유세 도입을 정당화했고, 대중도 이에 화답하듯 "부자들에게 세금을(Taxer Les Riches)"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로 몰려나왔다. 그러나 주크만세는 결국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대안으로 연소득 25만 유로(약 4억2,50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적용되는 '차등 기여금'을 통해 세수 확보에 나선 상태다. 이와 함께 대기업에 대한 세금 인상도 단행했다. 당초 1년 한시 조치로 도입된 대기업 증세는 올해 추가 연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英도 부유세 카드 ‘솔솔’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영국도 부유세 도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지난해 영국 총리실은 부유세 검토설과 관련해 “향후 예산안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총리는 어깨가 넓은 사람들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고 밝혔다. 이 발언을 두고 현지 언론은 키어 스타머 내각이 부유세 도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영국에서 부유세 논쟁이 본격적으로 촉발된 계기는 닐 키넉 전 노동당 대표의 발언이었다. 그는 지난해 한 방송 인터뷰에서 자산 1,000만 파운드(약 195억원) 이상을 보유한 초고액 자산가에게 2% 세율을 적용할 경우 연간 110억 파운드(약 21조5,000억원) 규모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키넉 전 대표는 “이 조치는 안정적인 재정 수입을 창출하는 동시에 정부가 형평성을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전국에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노동계에서도 부유세 도입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관련 논쟁은 정치권과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

그동안 스타머 총리와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은 여러 차례 부유세 도입 계획이 없다고 밝혀 왔다. 그러나 최근 복지 개편안이 철회되는 등 재정 운용 여력이 줄어들면서 고소득층을 겨냥한 추가 증세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는 분위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재무부는 새로운 형태의 부유세 도입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기존 세율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서는 검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이러한 조치는 고소득층의 세 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현재 유럽에서 부유세를 실제로 부과하는 국가는 스위스와 스페인, 노르웨이 세 곳에 그친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과거 부유세를 도입했다가 조세 저항과 자본 유출 문제에 직면하면서 폐지한 뒤 다시 입법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위스의 경우 부동산과 요트, 미술품, 비트코인, 주식, 해외 자산 등 모든 순자산을 과세 대상에 포함하며 매년 1% 안팎의 부유세를 부과한다. 이는 스위스 세금 수입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스위스 GDP의 대략 1.16%에 해당하며, 전체 세금 수입의 무려 4.26%를 차지한다.

최근 부유세 논의가 다시 강하게 부상하는 배경에는 AI 기술 확산이 자리한다. AI 기반 자동화가 노동시장 구조를 빠르게 재편하면서 고용 불안과 소득 격차 문제가 동시에 확대되는 흐름이다. 특히 기술 혁신의 경제적 이익이 일부 기업과 투자자에게 집중되는 현상은 이 논의를 가속하고 있다. AI 산업은 막대한 자본 투입과 데이터 축적을 기반으로 성장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술기업 창업자와 주요 투자자의 자산 규모는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반면, 자동화 기술 도입으로 노동 수요는 감소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기존 사회 계약 체계를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 기업이 창출한 부의 일부를 재정 시스템을 통해 사회 전체로 환류시키는 정책 필요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기본소득, 데이터 배당, AI 생산성세 등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 역시 같은 맥락에서 논의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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