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방산] 전장에 침투한 인공지능, 군사 경쟁의 축이 달라졌다
[AI 방산] 전장에 침투한 인공지능, 군사 경쟁의 축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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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분석·지휘 체계로 이란 방공망 뚫어
방산 시장 확대→민간 AI 기업 참여 증가
기술 선택, 정보 분석 및 작전 효율에 영향

미국이 대이란 군사 작전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정황이 알려지면서 AI 기술을 둘러싼 경쟁 또한 새로운 국면으로 이동했다. 앤스로픽의 AI 모델 ‘클로드’ 활용과 정부와의 갈등, 오픈AI로의 기술 전환 논의가 이어지면서 전쟁 수행 과정에서 어떤 AI 모델을 선택하느냐가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동시에 민간 AI 기업이 국방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례가 증가하며 기술 경쟁과 정책 갈등이 동시에 심화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자율 드론과 AI 분석 시스템 등 실제 전장에서 활용되는 기술 사례도 속속 보고되는 등 AI를 둘러싼 군사 경쟁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표적 선정 등 핵심 단계에 활용
4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최근 이란 공습 작전에서 클로드를 △정보 평가 △표적 식별 △전투 시나리오 시뮬레이션에 활용했다. 앞서 앤스로픽은 지난해 11월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와 협력해 클로드를 군사 의사결정 플랫폼의 추론 엔진에 통합한 바 있다. 이어 올해 1월에는 지휘관의 전술 명령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방식으로 수백 대의 드론 군집을 자율 조종하는 시스템 구축 계약을 제안했다. 이러한 앤스로픽의 행보는 기술이 전쟁 속으로 파고든 속도를 여실히 보여준 전형으로 평가됐다.
이번 공습에서 AI가 수행한 역할은 단순한 보조 분석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미군은 위성 영상과 드론 정찰 영상, 통신 감청 기록 등 방대한 정보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전장 환경에서 AI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고가치 목표물을 식별하고, 이를 토대로 공격 순서를 설계했다. 이 과정에서 AI는 적 방공망의 취약 구간을 분석해 공격 집중 지점을 도출했는데, 이는 작전 계획 수립 속도를 기존보다 크게 단축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인간 지휘관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데이터 분석과 작전 설계 단계의 상당 부분을 알고리즘이 담당하는 분석 체계가 현실화한 것이다.
AI가 전장에서 활용되는 범위는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미군은 공습 개시 이후 24시간 동안 1,000곳이 넘는 이란 목표물을 타격했는데, 여기서도 AI 기반 데이터 분석 체계가 핵심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AI는 미군이 확보한 위성 영상과 드론 정찰 자료, 전자정보 등을 통합 분석해 표적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공격 가능성을 평가했다. 이 같은 방식은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표적을 선별하고 공격 계획을 구성하는 ‘데이터 중심 전쟁’의 특징을 지닌다. 전통적인 화력 중심 전쟁에서 정보 분석과 알고리즘 처리 능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전쟁 방식으로 이동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미국은 이에 앞서 다른 군사 작전에서도 이미 AI 기술을 활용한 경험이 있다. 올해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에서도 클로드 기반 분석 시스템이 대상 인물의 이동 패턴을 추적하고 작전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다만 이런 흐름은 기술 기업과 정부 사이의 갈등도 동시에 야기했다. 앤스로픽은 미 국방부가 자사 AI를 군사 작전에 일방적으로 활용했다고 주장하며 거듭 반대 의사를 밝혔고,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4일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협 기업’으로 지정하고 연방 정부와 기관의 클로드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군사 프로젝트 수주 경쟁 본격화
일부 갈등에도 불구하고 생성형 AI 기술이 실제 군사 작전에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방위 산업과 AI 산업의 결합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이다. 특히 미 국방부와 정보기관을 중심으로 AI 기반 정보 분석과 작전 지원 체계 구축이 확대됨에 따라 민간 기술 기업들이 군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례도 잇따르는 추세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산업으로 떠오르며 글로벌 AI 기업과 각국 정부 사이의 협력 관계도 빠르게 확대되는 흐름”이라고 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픈AI와 미국 국방부의 협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의하면 오픈AI는 최근 미 국방부와 기밀 계약을 체결하고, 자사 AI 모델을 군 네트워크에 도입하는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이 계약에 따라 오픈AI의 모델은 정보 분석과 의사결정 지원을 위한 시스템에 활용된다.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임직원회의에서 “이란 공습에 대해서는 개개인의 찬반 의견이 엇갈릴 수 있지만, 회사로서는 그런 문제를 판단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우리는 기술적 조언과 안전 체계 구축 역할에 집중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오픈AI는 국방 협력 범위를 더욱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올트먼 CEO는 직원들에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기밀 네트워크에도 AI 모델을 배치하는 계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오픈AI 내부의 논쟁으로 이어졌다. 일부 직원은 국방부 계약을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AI 안전 연구자들도 군사 활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는 전언이다. 그럼에도 위성 영상과 통신 감청 자료, 드론 정찰 데이터 등 방대한 정보를 통합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 구축은 차질 없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이는 곧 서방 군사 동맹 전체에 AI 기술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데이터 처리 능력 중요도↑
앤스로픽 역시 최근 정부와의 갈등 직전까지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로 군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갈등의 발단은 클로드의 군사 활용 범위를 둘러싼 협상 과정에서 드러났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는 성명을 통해 “펜타곤이 협상 과정에서 제시된 두 가지 핵심 예외 조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회사 측이 요구한 예외는 ‘대규모 국내 감시’와 ‘완전 자율 살상 무기’에의 활용 금지였다. 아모데이 CEO는 “대규모 국내 감시는 민주적 가치와 양립하기 어렵고, 인간 개입 없이 표적을 식별하고 공격하는 자율 무기 체계에 AI 모델을 투입하기에는 기술적 신뢰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 국방부는 이러한 요구가 군사 작전 수행에 불필요한 제약을 만든다고 반박했다. 국방부 대변인 숀 파넬은 “미군은 불법적인 국내 감시나 인간의 개입 없는 자율 무기 개발에 관심이 없다”고 일축하며 “앤스로픽이 군의 작전 권한을 제한하려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에밀 마이클 국방부 차관보 역시 “미국인을 죽이려는 적의 드론 떼를 격추하기 위해 아모데이 CEO의 허락을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일갈하며 앤스로픽의 요구를 문제 삼았다. 작전 환경에서 기술 공급자가 정책적 조건을 제시하는 구도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군 당국의 입장이다.
갈등은 결국 행정 조치로 이어졌고, 앤스로픽의 공백은 경쟁사인 오픈AI가 빠르게 꿰찼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기존 앤스로픽이 수행하던 역할은 약 6개월의 전환 기간을 거쳐 ‘더 애국적인 공급자’가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의회 일각에선 “안전장치 없는 AI 무기 배치를 강요하는 정부의 태도가 진정 무서운 일”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앤스로픽이 헌법 대신 자신들의 서비스 약관을 강요하려 하는 파괴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며 이를 묵살했다.
이 같은 일련의 흐름은 전쟁 수행 방식의 핵심 경쟁 영역이 전통적인 무기 체계에서 알고리즘과 데이터 처리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자율형 드론의 파괴력을 입증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드론에는 전자전 상황에서도 신호가 두절되면 AI가 표적을 스스로 탐지해 공격하는 ‘세이커 스카우트’ 기술이 적용됐으며, 러시아가 운용하는 ‘란셋-3’ 드론 역시 종말 단계에서 AI 기반 표적 추적 기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AI가 전쟁을 수행하는 미래전쟁이 얼마나 큰 피해를 유발할지 예상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케네스 페인 교수팀은 최근 챗GPT-5.2와 클로드 소네트4, 제미나이3 플래시 등 AI 모델을 사용해 전쟁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핵무기 선택 비율은 95%에 달했다. 연구를 진행한 페인 교수는 “핵무기 사용은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이뤄졌다”며 “상황에 따른 위험 판단 같은 결정에서 AI를 활용할 수는 있지만, 아직 핵 발사 코드 같은 걸 맡기는 단계는 오지 않았다”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