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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美 IRA 투자 열풍 속 유럽의 선택, 보조금 경쟁 대신 시스템 혁신에 주력해야

[딥테크] 美 IRA 투자 열풍 속 유럽의 선택, 보조금 경쟁 대신 시스템 혁신에 주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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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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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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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산업 전략, 전략적 산업 기반 강화 필요
재생에너지·첨단 제조·자동차, 유럽 핵심 경쟁력
자본시장 통합·산업 구조 개혁이 우선 과제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3년 미국 산업계는 수십 년 만에 이례적인 투자 확대 국면에 들어섰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이후 청정에너지와 제조업 분야에 발표된 투자 규모만 3,600억 달러(약 530조9,640억원)에 이른다. 배터리와 전기차,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이 미국 전역에서 잇따르며 산업 투자 지형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미국의 대규모 산업 투자 정책은 유럽에도 강한 파장을 일으켰다. 유럽연합(EU) 내부에서는 미국식 산업 정책을 신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보조금을 앞세워 생산 시설을 유치하는 미국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IRA 성과의 구조적 배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성급한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Le Monde)는 IRA 성과의 배경으로 미국의 거대한 내수 시장과 깊이 있는 자본시장, 강력한 기술 기반을 지목했다. 보조금 정책은 이미 성장 기반이 마련된 산업의 투자 확대를 가속하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유럽이 직면한 과제는 보조금 규모 경쟁이 아니다. 오히려 세계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한 산업을 선별하고 그 강점을 확대할 정책 로드맵을 마련하는 일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산업 기반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 지원부터 확대할 경우 산업 성장 촉진 대신 재정 비효율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유럽의 구조적 투자 격차

EU 산업 전략을 논하기에 앞서 유럽의 투자 환경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년 동안 유로존 기업 투자는 미국에 비해 낮은 수준을 이어왔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10년대 초 이후 주택을 제외한 실질 투자가 미국 대비 뚜렷하게 낮은 흐름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투자 역량과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유럽이 미국에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문제는 이러한 격차가 단일 요인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벤처캐피털(VC)의 자금 공급 규모, 금융시장 통합 수준, 기업 성장 속도 등 여러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첨단 제조업과 청정기술 같은 전략 산업에서 투자 격차는 더 두드러진다. 유럽 금융시장은 여전히 국가 단위로 나뉘어 있어 기업의 자본 조달 비용을 높이고 사업 확장을 어렵게 만든다. 여기에 회원국마다 다른 규제와 행정 절차도 대규모 산업 프로젝트 추진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에너지 가격 변동성 역시 기업 부담을 키우는 요소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비용의 변동 폭이 커지자 유럽 기업들은 안정적인 생산 환경을 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의 보조금 경쟁은 재정 부담만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유럽의회는 자칫 유럽 전체의 산업 역량이 확대되기보다, 역내 국가 간 투자 유치 경쟁만 격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 미국 기업 투자는 유로존 대비 훨씬 빠르게 증가하며 기업의 신규 산업 설비 입지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격차를 보여준다.

IRA가 주는 진짜 교훈은 기초 체력

IRA는 겉으로는 기후 대응 정책을 표방하지만 실제 내용은 산업 정책 성격이 강하다. 대표적으로 전기차 세액 공제는 배터리 생산지뿐 아니라 배터리에 사용되는 핵심 광물의 조달 국가까지 조건으로 설정했다. 미국 또는 동맹국에서 공급망을 구축해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 같은 구조는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의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정책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실제로 기업들이 잇따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IRA의 예상 지출 규모는 당초 추산됐던 3,690억 달러(약 544조2,380억원)를 크게 넘어섰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청정에너지 투자 규모는 1조7,000억 달러(약 2,507조3,300억원)를 넘어섰고, 이 가운데 상당한 자금이 미국 시장으로 유입됐다. 이는 투자자와 기업에 강력한 정책 신호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IRA 성과를 보조금 효과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이미 강력한 벤처캐피털 네트워크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신산업에 대한 막대한 시장 수요를 갖춘 상태였다. 보조금은 성장 궤도에 오른 산업의 투자를 더 가속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유럽의 경쟁력 산업

유럽의 산업 정책은 미국 모델을 모방하는 대신 자국이 강점을 지닌 분야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 대표적인 분야가 재생에너지 엔지니어링이다. 유럽 기업들은 해상 풍력 산업의 초기 단계부터 기술 개발과 프로젝트 추진을 주도해 왔다. 터빈 설계와 프로젝트 관리, 해상 물류 체계에서도 여전히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축적된 현장 경험과 공급망 기반은 단기간의 재정 투입만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산업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자동차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배터리 생산 전 공정을 유럽 내부에 무리하게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공학과 충전 인프라, 첨단 제조 시스템 등 기존 경쟁력이 축적된 분야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더 현실적이라는 평가다. 모든 공정을 직접 수행하는 대신 글로벌 가치사슬(GVC)에서 고부가가치 구간을 확보하는 방식이 산업 경쟁력은 물론 경제 안보 측면에서도 유리한 접근으로 꼽힌다. 동아시아 주요 경제국의 산업 정책 사례를 보더라도 정부 지원은 이미 성장 가능성이 확인된 산업을 뒷받침할 때 가장 큰 효과를 냈다.

주: 유럽의 산업 경쟁력은 첨단 제조, 재생에너지 엔지니어링, 자동차 생산 분야에 집중돼 있다.

보조금 경쟁에서 전략 중심 산업 정책 전환

EU 산업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는 자본시장 통합이 꼽힌다. 유럽의 유망 혁신 기업들이 자금 조달의 한계로 성장을 멈추거나 해외로 이전하지 않도록 단일 금융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회원국 간 과도한 투자 유치 경쟁을 줄이고 국가별 인센티브를 EU 전체의 산업 전략과 연계하는 정책 조정도 병행해야 한다.

결국 유럽 산업 정책의 성패는 산업 시스템의 효율성에 달렸다. 보조금이 단순한 기업 유치 경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유럽이 이미 보유한 산업적 강점을 토대로 산업 기반 전반을 강화하는 촉매로 작동해야 한다. 미국식 정책 모델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유럽 경제의 구조적 경쟁력을 높일 정책 기반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Europe’s Industrial Crossroads: Why an Effective EU Industrial Strategy Must Begin with Strength, Not Subsidy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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