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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배우 몸값·OTT 약진에 사양길 접어든 韓 영화산업, 정부 모태펀드 확대에도 투자 집행율 뚝

높은 배우 몸값·OTT 약진에 사양길 접어든 韓 영화산업, 정부 모태펀드 확대에도 투자 집행율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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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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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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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펀드 확대에도 영화계정 투자 집행 정체
OTT 이용률 급증 및 티켓값 인상에 따른 수익 악화
자본잠식에 빠진 극장가, 산업 생태계 선순환 구조 붕괴

정부가 한국영화의 글로벌 도약을 목표로 막대한 규모의 모태펀드 예산을 편성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투자 집행이 급격히 둔화되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관객 감소와 제작비 구조 악화, OTT 확산 등 산업 기반이 흔들리면서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자금만 늘린 결과다. 업계에서는 근본적인 산업 구조 개선 없이는 한국영화 산업이 회생의 기회를 잃고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온다.

모태펀드 영화계정, 투자 속도 매년 급락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K컬처 300조원 달성’을 목표로 올해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 1차 콘텐츠펀드에 7,318억원(문화계정 6,500억원, 영화계정 818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모태펀드는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제66조에 따라 2005년 설립된 공공기관으로, 20년간 전문성을 축적하며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콘텐츠펀드 출자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에 의하면 모태펀드 콘텐츠계정 총출자예산은 2022년 2,488억원에서 2024년 6,792억원으로 확대됐고, 2025년 5월 기준 5,275억원 규모를 기록하며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2022년부터 2025년 5월까지 누적 투자결성액은 1조8,841억원에 달한다. 콘텐츠 산업에서 매년 9,4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 공백이 발생한다는 분석에 따라 K-콘텐츠 펀드 예산을 대폭 확충한 것이다.

문제는 투자 집행 속도다. 영화계정의 경우 총출자예산과 민간출자액을 합친 투자결성총액이 2022년 746억원에서 2023년 530억원으로 일시 감소했다가 2025년 796억원으로 다시 확대됐다. 4년간 누적 투자결성총액은 2,725억원이다. 하지만 투자소진율은 2022년 99.1%에서 2023년 91.5%로 소폭 하락했다가 2024년엔 36.3%로 급격히 떨어졌고 급기야 2025년에는 10.1%로 급감했다. 전체 결성액 2,725억원 가운데 실제 투자된 금액은 1,541억원이며, 1,184억원은 집행되지 않은 채 유휴자금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OTT 산업 확대·높아진 티켓값에 극장 발길 뚝

전문가들은 시장 수요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정부가 예산만 확대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현재 한국 영화산업은 사실상 사양길을 걷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억2,668명이던 총관객 수는 지난해 1억2,313명으로 1억 명 이상의 관객이 영화관으로의 발길을 끊었다. 이에 따른 매출 감소도 상당하다. 영진위 집계 결과, 2019년만 해도 1조9,140억원의 총매출액을 자랑했지만, 2024년에는 1조1,945억원으로 38%가량 감소했다.

영화산업이 위기를 맞게 된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OTT 산업의 급성장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박성준 한국영상대학교 영상연출학과 교수는 “OTT 콘텐츠 소비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다양성 영화 제작 지원이 축소됐다”며 “흥행 가능성이 높은 OTT 대작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재편되면서 영화산업이 큰 위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실제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률은 2017년 30%대에서 지난해 80%까지 상승했다.

높아진 영화 티켓값도 산업 위기를 부추겼다. 2018년 국내 평균 영화 관람료는 약 8,100원이었지만 2023년에는 1만1,900원까지 올랐다. 관람료 상승은 관객 감소로 이어졌고, 이는 투자 위축을 불러오는 악의 연쇄를 형성했다. 이 같은 투자 축소는 곧 제작 편수 감소와 흥행작 부족으로 연결되며 산업 전반의 침체를 가속화하고 있는 형세다. 이에 극장업계의 재무 상황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CJ CGV의 경우 2025년 상반기 48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자본잠식 상태에서 재무 부담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작비 43%가 배우 몸값인데, 영화 성적은 부진

배우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점도 산업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한국영화 수익성 분석’에 따르면 순제작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항목은 인건비였다. 상업영화 한 편당 평균 인건비는 41억3,000만원으로, 이 가운데 배우 출연료가 18억원, 스태프 인건비가 23억원 수준이다. 순제작비의 43%가 인건비로 나간 셈이다.

이 같은 비용 구조는 스타 캐스팅 중심의 제작 관행과 맞물려 있다. 영화 주연배우 출연료는 6~10억원 선으로 파악된다. 일부 톱 A급 배우는 출연료가 10억~13억원에 육박한다. 흥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유명 배우에게 비용이 집중되지만, 실제로는 제작비 부담을 키우며 손실 위험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막대한 배우 몸값 지출에도 한국영화 성적은 눈에 띄게 부진하다는 데 있다. 지난해 한국영화 매출액은 4,191억원으로 전년 대비 39.4%(2,719억원) 감소했다. 관객 수도 4,358만 명으로 전년보다 39.0%(2,790만 명) 줄었다. ‘좀비딸’, ‘야당’, ‘어쩔수가없다’ 등 일부 작품이 선전했지만 흥행 상위권에 한국영화가 대거 진입하지 못하면서 시장 점유율은 40% 수준까지 떨어졌다.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천만 관객 영화도 나오지 않았다.

이에 반해 외국영화는 애니메이션과 글로벌 지식재산권(IP)을 앞세워 흥행을 주도했다. 외화 매출액은 6,279억원으로 전년(5,036억원) 대비 24.7% 증가했고, 관객 수 역시 6,251만 명으로 전년(5,165만 명)보다 21.0% 늘었다. ‘주토피아2’가 연간 흥행 1위를 기록했고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국내 개봉 일본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 성적을 거뒀다. ‘F1 더 무비’, ‘아바타: 불과 재’ 역시 장기 흥행에 성공하며 외국영화 매출 확대를 견인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한국 영화산업이 극도로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 위축과 제작 편수 감소로 악순환이 심화되면, 내년부터는 진짜 '붕괴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배급사, 극장, 제작사 전반이 자본잠식 상태에 놓이면서 산업 생태계의 선순환 회복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한 관계자는 “한국 영화가 직면한 위기는 팬데믹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기존에 누적된 문제들이 팬데믹을 계기로 한꺼번에 드러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마케팅과 투자 유치 방식, 캐스팅 구조, 스토리 개발까지 산업 전반의 근본적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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