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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핵억지력 유럽 확대’ 공식화, 러시아 억제 및 안보 주도권 장악 이중포석

프랑스 ‘핵억지력 유럽 확대’ 공식화, 러시아 억제 및 안보 주도권 장악 이중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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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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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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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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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전력 강화에 따른 유럽 전역의 핵 사정권 편입
프랑스의 핵억지력 현대화 및 동맹국 전진 배치 구상
대륙 내 안보 주도권 확보 통한 유럽 중심의 독자적 억제 체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전략핵잠수함(SSBN) 르테메레르가 배치된 일롱그섬 해군기지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엘리제궁

프랑스 정부가 유럽 핵질서 재편을 겨냥한 ‘전방 억지’ 구상을 공식화했다. 핵전력 현대화와 동맹국 영토 배치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프랑스 핵우산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러시아의 전략무기 고도화로 유럽 전역이 핵 사정권에 편입된 상황에서 이번 구상은 전쟁 종결 압박과 억지력 재정립을 동시에 겨냥한 포석으로 읽힌다. 나아가 독일과의 방산 갈등 국면과 맞물리며 유럽 안보 주도권을 프랑스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장기 전략의 일환으로도 풀이된다.

佛, 핵억지 구상 발표

2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서부 브르타뉴의 일롱그 해군기지를 방문해 “우리의 핵억지력이 현재와 미래에도 확실한 파괴력을 유지하도록 보장하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라며 “핵억지력의 현대화와 역량 강화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냉전 종식 이후 유지돼 온 감축 기조에서 정책적 전환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020년 유럽 국가들이 원할 경우 프랑스 핵억지 훈련에 참여할 수 있다고 제안한 바 있지만, 당시엔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뮌헨 안보회의를 계기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등 유럽연합(EU) 지도자들과 핵억지 전략을 둘러싼 ‘전략적 대화’를 진행하면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프랑스는 또 유럽 국가들과의 핵억지 협력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상황에 따라 전략 전력의 일부를 동맹국 영토에 배치할 수 있다”고 언급했으며, 여기에는 전투기와 기타 핵억지 체계가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연합 훈련, 위기 대응, 잠재적 적국에 대한 전략적 신호 발신 등 복합적 목적을 염두에 둔 구상으로 풀이된다.

프랑스는 냉전 종식 직후 500기 이상이던 핵탄두를 단계적으로 감축해 현재 약 300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전체로 볼 때 영국과 함께 유일한 핵무기 보유국이다. 러시아·미국·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많지만 핵탄두 보유량은 5,000기가 넘는 러시아·미국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나머지 유럽 국가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틀 안에서 미국의 확장 억제에 의존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메르츠 총리와 공동 성명을 내고 “교리적 대화와 전략적 협력을 조율하기 위한 고위급 핵운영 그룹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비롯한 국제법상 의무를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핵억지력은 여전히 유럽 안보의 주춧돌이라는 공통 인식에 기반한다”며 “이번 협력은 나토의 핵억지 및 핵공유 체계를 대체하는 성격이 아닌 보강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모스크바 방패'에 뚫리는 유럽 핵억지력

프랑스의 핵억지력 확대 구상 이면엔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결을 압박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 위협 수위를 끌어올림으로써 협상 테이블 복귀를 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동시에 향후 러시아의 군사적 팽창을 억제하는 방패를 구축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최근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과 핵탄두 탑재 전략폭격기 등 비대칭 전력을 급속히 증강하면서 유럽 전역은 사실상 핵 사정권에 편입된 상태다.

영국 BBC에 따르면 러시아 전략군은 지난해 10월 21일 길이 약 12m급 부레베스트니크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으며, 해당 미사일은 약 15시간 동안 1만4,000㎞를 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이 시험 사실을 미국·EU·나토에 공식 통보했다.

같은 시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5년 개발된 포세이돈 핵 어뢰를 거론하며, 핵추진체계와 핵탄두를 동시에 탑재한 이 무기가 개발 완성 단계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길이 20m, 중량 100톤, 지름 2m 규모로 알려진 포세이돈은 2메가톤(Mt)의 폭발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는 포세이돈이 북해, 바렌츠해 또는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에서 발사될 경우 미국 주요 항만과 해군기지, 산업 기반을 동시 타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러시아는 작년 12월 Tu-95MS 전략폭격기를 노르웨이해와 바렌츠해 중립 해역 상공에 띄우고 계획된 비행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당시 비행 시간은 7시간 이상이었으며, 일부 구간에서는 외국 전투기의 호위를 받았다. 이 비행에는 러시아 해군 소속 Su-33 전투기가 동행했다. 러시아의 전략폭격기 비행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서방과의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뤄진 만큼 유럽 국가들의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

獨· 방산 갈등 속 지정학적 위상 강화

프랑스의 핵전략 구상에는 방산 주도권이라는 또 다른 축도 존재한다. 그간 프랑스와 독일·스페인이 추진해 온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사업은 최근 무산될 위기에 놓여 있다. 독일 일간 벨트에 따르면 현재 독일 정부는 미래전투공중체계(FCAS)로 불리는 프랑스·스페인과 전투기 개발 논의가 중단되자 대안을 모색 중이다. 그리펜 전투기를 생산하는 스웨덴 방산업체 사브와 협력하거나 영국·이탈리아·일본의 글로벌공중전투프로그램(GCAP)에 합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메르츠 독일 총리는 지난 1월 회담에서 독일의 GCAP 참여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브의 미카엘 요한손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결단이 전제될 경우 독일과의 전투기 공동개발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유럽 방산 지형이 재편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FCAS는 6세대 전투기와 전투용 드론, 전투 클라우드 체계를 통합한 유·무인 복합 무기체계로 설계됐다. 총사업비만 1,000억 유로(약 173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유럽 역사상 최대 규모 무기 프로젝트다. 2017년 마크롱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가 2040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합의했고, 이후 스페인이 가세했다.

그러나 지난해 프랑스 참여업체 다쏘가 전투기 개발 지분의 대다수를 요구하면서 협상이 급속히 경색됐다. 당초 세 국가는 사업 물량을 3분의 1씩 배분하기로 합의했으나, 다쏘는 설계와 핵심 체계를 주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세 나라는 지난해 12월로 합의 시한을 정하는 등 프로젝트를 살려보려 애썼지만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핵공유 논의는 전략적 지렛대로 작동할 여지가 크다. 독일을 프랑스 주도의 안보 아키텍처 안으로 끌어들이면, 전투기 개발과 수출 시장에서도 협상력을 제고할 수 있다. 또한 유럽 내 안보 주권을 프랑스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EU 내에서 안보와 외교 정책을 주도하며 프랑스 중심의 통합된 유럽을 건설하려는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야망과 궤를 같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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