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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장벽” 지적 속 인도 FDI 확대 가속, 규제·집행 간 간극 최대 과제로

“수입 장벽” 지적 속 인도 FDI 확대 가속, 규제·집행 간 간극 최대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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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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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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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산업 중심 FDI 정책 전면 개편
해외 기업 경영 불확실성·비용 부담↑
현장 중심 행정 체계 정비 필요성 대두

인도가 수입 규제와 품질·안전 기준을 둘러싼 산업계 논의의 한복판에 섰다. 해마다 외국 기업 유입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인도는 법과 제도를 정비하며 투자 환경을 재설계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 집행 과정에서 인증 지연과 벌금 분쟁, 보안 기준 강화 등 마찰 또한 이어지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일부 안전 규제 철회와 원전 산업 개방, 노동법 통합 개편 등 보완 조치가 병행되는 추세지만,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제도 일관성 확보는 여전히 최대 과제로 지목된다. 

규제 체계화로 글로벌 자본 유입 가속

3일(이하 현지시각) 인도 현지 언론 리디프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전날 뉴델리에서 ‘철강 부문 국제 협력 대화’를 진행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국과 일본 외교 관계자들은 인도 시장 내 규제 장애물에 대해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성호 주인도 한국 대사는 “인도에 진출한 기업 다수가 예기치 못한 규제 장벽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환경이 향후 투자 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품질 관리 명령(QCO)과 안전조치 등 규제가 정상적인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만큼 인도 정부의 전향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게 이날 행사에 참석한 외교 관계자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이 같은 공개 발언은 인도 정부가 외국 기업 유입 확대에 맞춰 규제를 제도권 안으로 체계화하는 과정과 맞물려 있다. 인도는 지난 2020년 ‘통합 외국인직접투자(FDI) 정책’을 통해 FDI를 자국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규정하고, 이후 정기적인 개정과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대부분 산업에서 ‘자동 승인제(Automatic Route)’를 통해 100% FDI를 허용하고, 전체 FDI 유입의 90% 이상이 해당 경로로 이뤄지는 구조 또한 이 같은 제도화 흐름의 일환이다. 규제 완화와 승인 절차 정비가 병행되는 상황에서 품질·안전 기준을 포함한 세부 규정은 더욱 촘촘하게 설계되는 식이다. 

적극적인 정책 전환의 결과, 외국 자본의 유입 규모도 꾸준히 늘었다. 인도 산업무역진흥청(DPIIT)에 따르면 2000년 4월부터 2024년 9월까지 인도가 유치한 총 FDI는 1조334억 달러(약 1,526조원)에 달했다. 2024-25 회계연도 상반기(2024년 9월 기준) FDI 유입액 또한 421억 달러(약 62조원)로 전년 동기(335억 달러·약 49조원) 대비 26%가량 증가했다. 산업별로는 서비스 분야가 16.2%(1,167억 달러·약 172조원), 컴퓨터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가 15.0%(1,084억 달러·약 160조원), 무역이 6.4%(467억 달러·약 69조원), 통신은 5.5%(400억 달러·약 59조원)를 차지했다. 

올해 인도의 외국인투자 정책 환경 역시 ‘성과 연동형·조건부 관리 강화’로 요약된다. 지난해 말 제시된 생산연계인센티브(PLI)는 생산량, 부가가치, 고용 등 사전에 설정된 핵심성과지표(KPI)를 충족해야만 인센티브가 지급되는 구조로, 요건 미달 시 미지급 또는 환수 조치가 가능하다. 또 보험 산업의 FDI 한도를 74%에서 100%로 상향한 2025~26년 연방 예산 조치, 우주·통신·석유 분야의 100% 개방, 항공정비(MRO) 부문 100% 자동 승인 허용 등은 개방 폭을 넓히는 사례다. 이처럼 투자 확대와 규제 체계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현지에 진출한 외국 기업에는 시장 진입 기회가 열리는 동시에 제도 준수·적응 부담이 커지는 국면이 형성됐다.

설계 미흡 땐 역효과

규제 정비의 부작용은 이미 곳곳에서 포착된다. 가장 직접적인 사례는 QCO 집행 과정에서 드러난 제도 운영의 불안정성이다. 현행 191개의 QCO가 가죽·섬유·철강·석유화학·기계류 등 773개 품목에 적용되면서 원자재부터 완제품에 이르는 전 구간에 규제가 중첩된다는 지적이 쏟아진 것이다. 인도 제조업 연합체는 “QCO는 고품질화 수단이 아니라 공급망 리스크”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으며, 정부 싱크탱크인 니티 아요그(Niti Aayog)까지 나서 “원자재까지 QCO로 묶인 것은 정책 오남용”이라며 폐지안을 제출했다. 결국 인도 정부는 지난해 11월 관련 제도의 집행 부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QCO 축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생산연계인센티브(PLI) 역시 집행 실적과 정책 효과 사이의 괴리가 부각됐다. 2020년 도입된 PLI는 총 362억 달러(약 53조6,000억원) 예산이 책정됐으나, 올해 연말까지 집행률이 16%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반도체 분야의 경우 승인된 10개 프로젝트에 78억 달러(약 11조5,000억원)가 배정됐음에도 올해 초까지 실제 집행률은 15% 수준에 머물렀다. 이와 관련해 인도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PLI는 세금으로 민간기업을 보조하는 구조인데 성과·투명성이 없다”면서 “정책 집행의 일관성과 검증 체계가 미흡할 경우엔 인센티브 설계 자체가 불확실성 요인이 된다”고 꼬집었다. 

정보기술 분야에서도 유사한 긴장이 표출됐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월 인도 정부가 스마트폰 제조사에 소스코드 제출과 주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사전 통보를 포함한 83개 항목의 보안 기준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을 전하며 “애플·삼성전자·구글·샤오미 등 주요 업체들은 ‘인도 당국의 요구가 국제적으로 전례가 없고, 영업기밀 유출 위험이 있다’며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소스코드 접근 요구, 시스템 로그 12개월 저장 의무, 정부 승인 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제한 등은 기술 보호와 신속 대응 체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관세·세무 집행에서는 법 해석의 일관성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앞서 인도 세무당국은 지난해 5월 삼성전자에 6억100만 달러(약 8,900억원)의 세금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문제가 된 품목은 4세대 이동통신 기지국에 사용되는 ‘리모트 라디오 헤드(RRH)’로, 인도 세무당국은 이를 완제품으로 분류해 20% 관세를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RRH가 신호 송수신 기능을 갖추지 않은 만큼 완제품이 아니며, 통신장비 부품은 무관세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제도 설계와 집행 간 간극이 반복되는 이러한 사례들은 인도 시장이 법·행정 리스크를 내포한 환경으로 인식되는 배경이 된다. 

제도 실효성 요구 확대

연이은 비판의 목소리에 인도 정부는 기업과의 협의를 병행하며 규제 철회와 제도 보완에 나섰다. 인도표준청(BIS)이 추진하던 ‘기계 및 전기 장비 안전 규정(OTR)’을 지난 1월 전면 철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인도는 지난해 8월 건설·공작기계 전반에 대해 새로운 적합성 평가 제도인 ‘Scheme X’ 인증 의무화를 발표했으나, 공장 심사와 기술문서 제출 등 고강도 요건이 수출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반발이 이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국가기술표준원 역시 이를 무역기술장벽(TBT)으로 규정해 공식 이의를 제기했고, 인도 정부는 두 차례 시행을 유예한 끝에 해당 규정을 완전히 철회했다.

전략 산업 분야에서는 개방 폭을 확대하는 정책 전환이 본격화했다. 지난달 초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재무장관은 원자력 발전 사업을 민간에 개방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를 위해 외자 유치의 핵심 걸림돌이던 원자력손해배상법(Civil Nuclear Liability Law)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법은 원전 사고 발생 시 설비 공급업체에도 무제한 책임을 부과하는 구조로, 과거 GE히타치 등 주요 기업의 인도 진출 계획 철회 배경으로 지목됐다. 최근 아다니 그룹이 우타르프라데시 주정부와 200메가와트(MW)급 소형모듈원전(SMR) 8기 건설안을 논의하고,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즈·타타 파워·JSW 에너지 등이 ‘바라트 SMR’ 이니셔티브 참여 의사를 밝힌 점은 정책 전환에 대한 민간의 신호로 해석된다.

법령 정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는 노동 제도 개편이 병행된다. 기존 29개 중앙 노동법을 4개 기본법으로 통합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임금과 산업관계, 사회보장, 산업안전·보건을 아우르는 4대 노동 코드 체계가 도입됐으며, 플랫폼 노동자와 기간제 근로자의 법적 지위 명확화, 전국 단위 최저임금 틀 마련 등이 포함됐다. 다만 전체 노동 인구의 약 90%가 비공식 부문에 속한 구조에서 법 체계 통합이 곧바로 현장 관행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각 또한 존재한다. 중앙의 개혁과 주별 집행 간 격차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제도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서다. 

전문가들은 규제 철회와 민간 개방, 법령 통합이 이어지더라도 핵심은 집행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기술 규제의 유예·철회 사례와 대규모 투자 개방 계획은 정책 유연성을 보여주지만, 기업이 체감하는 사업 환경은 세부 시행령, 행정 해석, 주별 집행 역량에 의해 좌우된다는 지적이다. 인도 정부가 기업과의 대화를 통해 프로젝트별 조정을 이어가는 상황은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지만, 투자 지속성을 가르는 기준은 여전히 제도 개선이 현장에서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되는지 여부에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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