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MEMO] 미·중 AI 양강 체제에서 한국과 유럽의 선택
[AI MEMO] 미·중 AI 양강 체제에서 한국과 유럽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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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AI 경쟁 구도 독립적 대안 구축, 쉽지 않은 과제 중국 오픈소스 확산 활용 증가, 산업 주도권과는 별개 상호운용성 강화와 인프라·교육 정비가 현실적 대응 방향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Research Memo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국과 유럽에서 미국과 중국 중심의 AI 구도에 대응할 대안으로 ‘제3의 인공지능(AI) 스택’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논의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중국 오픈소스 AI의 빠른 확산이 있다. 글로벌 오픈소스 AI 플랫폼 허깅페이스(Hugging Face)에서 중국산 오픈 모델의 다운로드 비중은 2024년 8월부터 2025년 8월까지 1년 동안 약 17%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미국 모델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그러나 이 지표만으로 AI 산업의 주도권 이동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오픈소스 확산은 모델 활용 범위를 넓히는 데는 의미가 있지만, 고성능 반도체 확보나 대규모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장기간 축적되는 플랫폼 경쟁력까지 설명하지는 못한다. 이러한 차이를 간과할 경우, 제3의 AI 스택 논의는 산업 여건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제3의 AI 스택이 어려운 이유
제3의 AI 스택은 미국이나 중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AI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뜻한다.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 클라우드 인프라, 개발 도구가 하나의 체계로 결합돼야 하며, 이 세 요소가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 한국과 유럽은 연구 인력이나 개별 기술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반도체 생산, 대규모 연산 인프라, 개발자 플랫폼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구조는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이 같은 조건은 국제 환경 변화 속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미국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출 통제는 최첨단 AI 칩의 공급 경로에 변화를 불러왔다. 일부 국가에서는 연산 자원 확보 자체가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AI 개발과 서비스 운영은 단순히 칩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특정 하드웨어에 맞춰 축적된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 운용 경험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는 장기간에 걸쳐 형성되며, 단기간에 다른 체계로 이전하기 어렵다.
투자 규모 역시 중요한 제약 요인이다. 초대형 모델을 학습하고 상용 서비스로 운영하려면 장기간 안정적인 연산 자원이 필요하다. 이는 일반적인 국가 AI 지원 예산의 범위를 넘어선다.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다양한 산업용 칩을 생산하고 있지만,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는 생산 능력뿐 아니라 대규모 공급 체계와 소프트웨어 지원이 함께 요구된다. 유럽의 클라우드 사업자들 역시 공공 부문에서는 일정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으나, 글로벌 개발자들이 선택하는 환경과는 조건 차이가 존재한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인프라는 아직 일부 플랫폼에 집중돼 있다. 기업과 연구 기관 역시 검증된 환경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구축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구조 속에서 제3의 AI 스택이 산업 현장에서 독립적으로 작동하기는 쉽지 않다.

주: 글로벌 AI 경쟁은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에 의해 형성되고 있으며, 유럽과 한국의 투자 수준은 미·중에 비해 현저히 낮다.
중국 오픈소스 전략의 실제 효과
중국은 AI 모델 가중치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오픈소스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개발된 모델을 다운로드 받아 활용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었다. 특히 비용과 인프라 제약이 큰 국가와 개발자를 중심으로 활용이 확산되며, 중국 AI 생태계의 존재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는 연산 성능 경쟁보다는 접근성을 중심에 둔 확산 전략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이 흐름은 AI 경쟁 구도를 두 갈래로 나누고 있다. 하나는 최상위 연산 성능을 둘러싼 경쟁이고, 다른 하나는 얼마나 많은 개발자와 기관이 실제로 모델을 활용하느냐의 경쟁이다. 중국은 후자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이런 변화는 모델 활용 단계에 주로 나타난다.
그러나 AI를 상용 서비스로 운영하는 단계에서는 요구 조건이 달라진다. 안정적인 연산 성능, 장애 대응 능력, 장기간 축적된 운영 경험이 핵심 요소로 작동한다. 이러한 조건을 갖춘 인프라는 여전히 제한적이며, 대규모 서비스는 검증된 플랫폼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중국이 자국산 칩과 데이터센터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고난도 학습과 추론 영역에서는 하드웨어 성능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환경 전반에서 격차가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중국의 오픈소스 전략은 별도의 의미를 지닌다. 중국 모델과 개발 도구가 신흥국을 중심으로 확산될 경우, 개발 관행과 공공 조달 기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고성능 AI 인프라 경쟁과는 다른 차원의 영향력이다. 중국의 오픈소스 전략은 AI 산업 전반의 주도권보다는 활용 확산 단계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 중국은 오픈소스 모델 확산에서는 속도를 내고 있으나, 최첨단 하드웨어 경쟁력은 제한적이다.
교육과 정책의 선택
이러한 산업 구조 변화는 교육과 정책 영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AI 기술이 현장에서 활용되는 방식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교육 내용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연산 환경을 경험하지 않은 채 알고리즘 원리 중심으로 구성된 교육은 현장 적용에 한계를 드러낸다. 이에 따라 대학과 직업 교육기관은 학생들이 실제 AI 환경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교육 방식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상용 클라우드와 오픈소스 기반 환경을 함께 활용하고, 실습 과정에서 연산 비용과 성능 차이를 비교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공공 부문의 AI 도입 방식 역시 중요하다. 일부 국가는 자국 기술 사용을 우선하는 조달 기준을 적용하고 있고, 다른 곳에서는 여러 클라우드와 AI 스택을 병행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공공 서비스가 특정 기술에 종속될 경우, 향후 시스템 전환과 운영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공공기관은 특정 스택을 지정하기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기준으로 도입 방식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공개 벤치마크 활용과 모델·데이터 이동을 고려한 설계는 장기 운영 측면에서 유연성을 높인다.
중국의 자국 중심 AI 전략은 이러한 논의에 현실적인 배경을 제공한다. 중국은 자체 기술 생태계 안에서 개발과 활용을 동시에 확장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사용 방식과 개발 관행이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도 커진다. 교육과 연구 기관은 이러한 변화를 비교·분석하며, 기술 선택이 가져오는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실행 가능한 전략의 방향
제3의 AI 스택 논의는 오픈소스 확산과 함께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모델 다운로드 증가만으로 AI 산업의 기반이 전환되지는 않는다. 대규모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연산 자원,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환경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유럽과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은 분명하다. 하나의 독립 스택을 새로 구축하기보다, 여러 AI 환경을 함께 활용하고 이동할 수 있는 구조를 준비하는 것이다. 보안 클라우드 구축, 오픈소스 도구 지원, 다양한 스택에 익숙한 인력 양성은 이러한 전략의 범주에 속한다. 연산 자원 접근을 공공 인프라로 관리하고, 테스트베드와 공개 벤치마크를 통해 실제 운영 경험을 축적하는 방식은 정책 효과를 높인다. 이러한 조건이 갖춰질 때 교육과 산업은 특정 기술에 종속되지 않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AI 경쟁력은 선택과 운용의 축적 속에서 형성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Third AI Stack Is a Hope, Not a Strategy: Why Europe and Korea Can’t Catch an entrenched US–China Duopoly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