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MEMO] AI 경쟁력, 기술 개발보다 현장 적용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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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 AI 활용률 격차 확대 시장 장벽·확장 한계 성장 발목 인재·제도 경쟁이 미래 성패 좌우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에는 활용 역량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근로자의 생성형 AI 활용률은 43%에 달하지만 유럽 주요국은 32% 수준에 그친다. 이 같은 활용률 격차는 현재의 성과를 보여주는 수치를 넘어 향후 경쟁력 격차를 예고하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AI를 업무 전반에 빠르게 접목한 국가는 생산성 향상 효과를 현실화하고 있지만, 도입 속도가 더딘 국가는 성장 기반이 약화될 전망이다.
기술보다 중요한 업무 혁신 속도
유럽의 AI 도입 부진은 연구개발 역량이나 산업 기반의 부족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유럽은 세계적 수준의 연구기관과 풍부한 기술 인력, 경쟁력 있는 제조업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AI 활용이 기대만큼 확산되지 않는 배경에는 기술 개발과 현장 활용을 연결하는 조직적 역량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자리한다.
이러한 차이는 미국과 유럽의 활용 수준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기업들은 AI 도입을 개별 직원의 선택에 맡기기보다, 업무 체계 전반에 적극 반영하는 추세다. 직원들이 새로운 기술을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업무 절차와 의사결정 구조도 함께 개선하고 있다. AI는 단순히 도입했다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기술이 아니다. 업무 과정을 재정비하고 결과물을 검증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비로소 성과로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은 기업 규모별 도입 현황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유럽연합(EU) 기업의 AI 도입률은 전년보다 상승했지만 기업 규모에 따른 격차는 여전했다. 대기업의 절반 이상이 AI를 활용한 반면 중소기업의 도입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뎠다. 이처럼 전체 고용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이 디지털 전환 흐름에 충분히 참여하지 못할 경우 생산성과 경쟁력 격차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AI 확산 가로막는 시장 장벽과 투자 격차
AI 활용 격차는 투자 역량과 시장 구조의 차이와도 맞물려 있다. 2024년 미국의 민간 AI 투자 규모는 1,091억 달러(약 166조원)에 달했다. 이는 중국과 유럽 주요국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AI를 실제 생산성과 경쟁력 향상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과 데이터 관리 체계 정비, 보안 강화, 인력 재교육 등에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의 신속한 도입 및 활용 범위 확장에 성공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격차가 확대되는 원인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 규모만으로 현재의 격차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더 큰 문제는 투자 이후의 확장 과정에 있다. 유럽 기업들은 AI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도입하더라도 시장 확대 과정에서 국가별 규제와 언어, 세제, 소비 환경의 차이에 대응해야 해 사업 확장의 부담이 발생한다. 그만큼 사업 확대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이 늘어나고 투자 회수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진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대규모 투자와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유인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의 사례 역시 같은 시사점을 던진다. 일본은 세계적 수준의 제조업 경쟁력과 기술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AI 활용 확산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24년 기준 AI를 도입한 기업 비중은 24%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일본의 낮은 기업 역동성과 부진한 창업 성장, 더딘 산업 재편이 새로운 기술 확산을 제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기술력이 높다고 해서 AI 활용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며, 투자와 시장, 기업 구조가 함께 변화해야 기술 혁신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AI 경쟁력 좌우하는 인재와 경영 혁신
투자와 시장 환경이 뒷받침되더라도 이를 활용할 인력이 부족하면 AI 확산 속도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결과물을 검증하며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역할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의 디지털 역량은 AI 확산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23년 기준 EU의 기본 디지털 역량 보유 비율은 56%에 머물러 2030년 목표인 80%와 큰 격차를 보였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문 인력 역시 목표 수준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인력 부족은 AI 활용 성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초기 연구에 따르면 AI는 경험이 적은 근로자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생산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술의 한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활용할 경우 오류가 확대될 가능성도 확인됐다. AI 활용 능력과 전문성이 함께 요구되는 이유다.
기업의 경영 역량 역시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경영 체계가 탄탄한 기업은 AI를 기존 업무에 단순히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업무 방식과 의사결정 구조까지 함께 개선한다. 반대로 준비가 부족한 기업은 활용 확대만 강조한 채 관리 체계를 갖추지 못해 보안 문제나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학교 교육과 직업훈련, 연구개발, 산업 현장을 연결하는 인재 양성 체계를 강화하고 기업의 변화 대응 역량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 전략의 중요성
투자와 인재, 조직 혁신이 유기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뒷받침도 중요하다. 미국은 공공 연구개발 투자와 국방 수요, 대학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AI 생태계를 키워왔고, 중국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와 산업 육성 정책으로 확산 속도를 높였다. 유럽 역시 2,000억 유로(약 352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과 AI 팩토리 구축을 포함한 AI 컨티넨트(AI Continent) 전략을 추진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예산을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기술 개발과 현장 활용, 시장 확산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 공공 부문은 공동 컴퓨팅 자원과 산업별 데이터 기반을 제공하고, 공공 조달을 통해 신기술이 초기 수요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 또한 시범 사업이 실제 업무 혁신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점검해 정책 효과를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AI 확산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준비도 요구된다. 일자리 불안과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지만 현재까지의 연구는 산업 전반의 대규모 고용 감소보다 직무 재편과 기술 수준에 따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정책의 초점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데 맞춰질 필요가 있다. 직업훈련 기회를 확대하고 노동자의 권익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한편 사회안전망을 보완해 전환 과정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AI 경쟁력은 기술 개발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시장 구조와 국가의 지원 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AI 시대의 승부는 기술 보유 여부보다 이를 생산성과 혁신으로 연결하는 역량에서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국가와 기업, 교육기관이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가 곧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AI Adoption Gap Is Now an Institutional Test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