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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MEMO] AI 패권 경쟁, 기술 넘어 규범 전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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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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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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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패권 경쟁, 기술력보다 규범과 표준 선점으로 이동
美·中 각기 다른 전략으로 글로벌 AI 질서 재편 가속
중견국, 공급망 다변화 넘어 실질적 AI 주권 확보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전 세계 벤처캐피털 투자금의 61%가 AI 기업에 몰렸다. 전체 4,271억 달러(약 648조원) 시장 가운데 2,587억 달러(약 393조원)가 인공지능(AI) 분야로 유입됐다. 특정 기술 분야가 민간 투자 자금의 절반 이상을 흡수한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변화는 AI의 활용 범위가 산업 현장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이 때문에 AI 거버넌스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안전성과 편향성, 투명성 등 윤리적 문제에 논의가 집중됐다면, 이제는 기술 표준과 운영 원칙, 데이터 규범의 주도권 향방이 새로운 핵심 쟁점이다.

AI 생태계 주도할 규범 전쟁

AI는 반도체 공급망과 클라우드 인프라, 데이터 관리, 공공조달, 수출 통제를 포괄하며 산업과 안보, 행정 전반의 핵심 기반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경쟁의 양상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이제는 더 뛰어난 모델을 개발하는 것만으로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 기술이 실제 산업과 공공서비스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어떤 표준과 기준이 채택되는지, 관련 제도를 누가 설계하는지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과 중국의 AI 경쟁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주요 성능 평가에서 양국 대표 모델 간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2026년 한 주요 벤치마크에서는 미국 선두 모델과 중국 선두 모델의 성능 차이가 2.7%포인트에 그쳤다. 특정 국가가 AI 기술의 최전선을 장기간 독점할 것이라는 전망은 점차 설득력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美 중심으로 재편되는 AI 질서

기술 경쟁과 별개로 미국은 여전히 AI 산업 전반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기업이 유치한 민간 AI 투자액은 2,859억 달러(약 434조원)로 중국의 124억 달러(약 18조8,000억원)를 크게 웃돌았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과 정책 펀드, 공공조달 규모가 제외된 수치지만 민간 투자 시장에서 미국의 우위를 보여주기에는 충분하다. 전 세계 AI 벤처투자 거래 가치의 약 75%가 미국 기업에 집중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의 강점은 투자 규모에만 있지 않다. 자본과 인재,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 연구기관과 대학, 정부와 기업 간 협력 체계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산업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AI 기술 개발부터 상용화, 시장 확대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배경이다. 이 같은 경쟁력은 미국의 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주요 동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미국은 국제 규범 논의보다 기술 우위 유지와 표준 선점, 공급망 주도권 확보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거버넌스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자국 기술과 인프라, 표준 체계를 중심으로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동맹국과 협력국에는 첨단 기술과 인프라 접근 기회를 제공하는 대신 미국 중심의 공급망과 안보 체계 참여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이는 많은 국가에 현실적이고 매력적인 대안이다. 하지만 중견국 입장에서는 부담도 적지 않다. 미국 기술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수출 통제와 클라우드 규정, 공공조달 기준 등 미국 정책 변화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주: 미국은 AI 인프라 우위를 유지하고, 중국은 모델 경쟁력을 앞세워 규범 주도권 경쟁을 하고 있다.

개발도상국 공략 나선 중국

미국이 자본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면 중국은 개발협력과 역량 지원을 앞세워 다른 길을 선택하고 있다. 중국은 2023년 글로벌 AI 거버넌스 이니셔티브(GAGI)를 발표하며 국가 주권과 개발 권리, 개발도상국 참여 확대를 핵심 기치로 내걸었다. 이어 2024년에는 AI 역량 구축 행동계획(ACAP)을 내놓고 기술 교육과 인재 양성, 인프라 협력 확대에 나섰다. 2025년 글로벌 AI 거버넌스 행동계획에서는 이를 국제 협력 체계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중국이 강조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AI 기술과 인프라 접근 기회가 소수 선진국에 집중돼서는 안 되며 개발도상국도 규범 형성과 기술 활용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컴퓨팅 자원과 전문 인력, 자국어 기반 AI 모델이 부족한 국가들에는 이러한 접근이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많은 개발도상국의 관심은 규제 체계 구축보다 기술 역량 확보에 치우쳐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인재 양성과 모델 개발 교육, 인프라 구축 지원, 하드웨어 공급, 표준 개발 참여 기회는 기술 격차를 줄이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그러나 중국식 접근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기술 협력과 인프라 지원이 확대될수록 특정 기술 체계와 표준에 대한 의존도 역시 높아질 수 있다. 단기간에 기술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데이터 관리 방식과 플랫폼 운영 구조, 기술 표준 전반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 중국은 AI 표준과 규범을 앞세워 기술 영향력을 국제 질서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중견국의 과제 된 AI 자율성 확보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지만 앞으로의 AI 질서는 어느 한쪽만 선택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상당수 국가는 미국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면서도 중국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준수하는 동시에 자국 데이터 정책과 오픈소스 기술을 병행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기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만으로 기술 주권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해외 AI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과 해당 기술의 활용 방식과 운영 기준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AI 모델의 안전성과 성능을 독자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지, 필요할 경우 다른 공급업체로 전환할 수 있는지, 자국 데이터 규제를 적용할 수 있는지가 실질적인 자율성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견국의 AI 전략은 제도와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은 특정 기업에 장기간 의존하는 계약 구조를 피하고 데이터 관리와 감사 권한, 사고 보고 체계 등에 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개별 기관이 공급업체와 각각 협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국가 차원의 공동 검증 체계와 시험 환경을 구축하는 노력도 요구된다. 국제기구의 역할 역시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재정립되어야 할 시점이다. 유엔 결의나 국제 선언만으로 AI 산업의 변화를 이끌기는 어렵다. 대신 안전성 평가 기준과 조달 지침, 사고 대응 체계 등 각국이 실제 정책에 활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주: 데이터센터 집중 현황은 AI 경쟁에서 인프라가 얼마나 중요한 자산인지를 방증한다.

AI 거버넌스의 성패는 실행력에 달려 있다.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술 도입만 서두를 경우, 특정 국가나 기업에 대한 의존도 심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기술 변화의 속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자립만 강조하면 비용 부담과 비효율이 커지게 된다. 이에 따라 기술을 활용하는 기준과 운영 체계를 누가 설계하고 정착시키느냐가 국가 경쟁력과 산업 주도권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AI Governance Is Now the Contest for Rule-Setting Power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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