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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에 국가 명운 건 일본, 美 기업 투자 끌어내며 재건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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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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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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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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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부활 위해 자금 쏟아붓는 일본 정부
HBM·파운드리 중심으로 커지는 투자 물결
삼성전자·TSMC 겨냥, 생산라인 재편 움직임 가속

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한 전방위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라피더스에 대한 추가 출자와 첨단 생산시설 투자 확대가 진행되는 가운데, 마이크론과 인텔 등 미국 기업들도 일본 내 사업 기반 강화에 나섰다. 일본 정부의 대규모 지원에 글로벌 기업 투자까지 더해지면서 일본 반도체 산업의 재건 움직임도 한층 빨라지는 모습이다.

日 정부, 라피더스에 2차 출자 단행

9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은 지난 5일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라피더스에 대한 1,500억 엔(약 1조4,200억원) 규모의 추가 출자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출자는 이달 초 정보처리추진기구(IPA)를 통해 이뤄졌다. 일본 정부는 경영 악화 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종류주식을 취득했으며, 이에 따라 라피더스 자본금 가운데 정부 지분 비율은 약 60%로 높아졌다. 다만 의결권 비율은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최소 수준인 11.5%로 제한했다.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도 민간 주도의 경영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취지다.

라피더스는 2027회계연도 중 회로선폭 2나노미터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출자금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첨단 생산설비 구축에 투입된다. 또한 2029년 생산 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1.4나노 반도체의 연구개발(R&D) 비용과 인건비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2026회계연도 예산에 이번 1,500억 엔 출자 계획을 반영했다. 올해 2월 집행한 1,000억 엔(약 9,500억원) 출자에 이은 두 번째 자본 투입으로, 정부의 누적 출자액은 총 2,500억 엔(약 2조3,600억원)으로 늘었다. 정부는 2나노 반도체 개발을 위한 보조금과 출자금을 합쳐 2027회계연도까지 총 2조9,000억 엔(약 27조4,5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민간 부문에서는 이미 32개 기업이 총 1,676억 엔(약 1조5,800억원)을 출자한 상태다.

일본 정부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 첨단 반도체의 자국 생산 기반 구축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라피더스는 일본이 반도체 선도국 지위를 회복하기 위한 핵심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으며, 양산 성공 여부가 일본 산업정책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시험대로 주목받고 있다. 아카자와 경제산업상은 기자회견에서 "라피더스의 사업은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며 "정부 성장투자의 핵심 사업으로서 국가 이익을 위해 성공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론, 日히로시마 공장 확충 "2028년 차세대 HBM 출하"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일본 반도체는 세계 시장을 선도했지만 2010년대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10% 미만으로 하락하는 등 부침을 이어왔다. 외적 요인은 미국의 압박이었다. 1980년대 중반부터 미국 정부는 일본에 반덤핑 혐의로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플라자 합의’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이에 따라 일본의 반도체 매출은 1992년 고점을 찍고 빠르게 하락했다.

내적 요인은 일본 기업에 있었다. 일본 기업들은 시장 변화를 읽지 못했다. 개인용 컴퓨터(PC)가 보급되면서 작고 저렴한 D램이 필요했지만 대형 컴퓨터 등에 사용되는 고성능 D램에 집착했다. 결국 2012년 일본 반도체 기업 엘피다가 파산했고, 도시바는 2017년 경영난으로 플래시메모리 반도체 사업부를 분사했다.

일본 제조업 경쟁력의 핵심 축이던 반도체 산업이 장기 침체에 빠지자, 일본 정부는 2021년부터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했다. 경제산업성이 그해 6월 발표한 ‘반도체·디지털 산업전략’의 일환이었다. 일본은 특히 대만 TSMC가 구마모토현에 1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투자금액의 40%에 달하는 4,760억 엔(약 4조4,540억원)을 지원했다. 라피더스 또한 일본 정부가 첨단 반도체 주권 회복을 목표로 직접 설계한 국가 전략 프로젝트다.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를 통해 차세대 반도체를 개발하고 메모리 고성능화를 이룩하겠다는 구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마이크론의 히로시마 투자 역시 일본 반도체 재건의 또 다른 축이다. 마이크론은 2013년 파산한 일본 엘피다를 인수한 뒤 지난 10여 년간 히로시마 거점을 유지해 왔는데, 이제 이 거점을 차세대 HBM 생산 기지로 확대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새 공장은 히로시마현 히가시히로시마시에 있는 기존 히로시마 공장 터에 새로운 제조동을 짓는 방식이다. 투자액은 1조5,000억 엔(약 14조1,200억원)이며, 일본 정부는 여기에 최대 5,000억 엔(약 4조7,000억원)을 보조한다.

인텔까지 가세, 확장되는 일본 반도체 생태계

일본으로 유입되는 자본과 생산설비 증설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공급망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5일 인텔은 일본의 정보기술(IT)·인프라 기업 히타치제작소와 전략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반도체 제조장비, 공장 자동화, 에너지 최적화, 맞춤형 실리콘 개발 등 5개 분야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히타치가 보유한 계측·검사 장비 데이터와 공정 최적화 기술을 인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접목해 수율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핵심 협력 분야는 반도체 파운드리 장비다. 히타치는 계측 장비, CD-SEM(임계치수 주사전자현미경), 식각 장비 등에서 생성되는 고정밀 데이터를 통합 플랫폼 ‘엑스토프(ExTOPE)’로 수집한다. 여기에 피지컬 인공지능(AI)을 적용해 장비 이상 징후를 사전에 진단하고, 정비 작업을 최적화한다는 복안이다. 히타치는 이를 통해 반도체 생산 수율 개선, 개발·양산 기간 단축, 품질 향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협력은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회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인텔은 최근 첨단 공정과 AI 반도체 인프라를 앞세워 파운드리 시장 재도약을 노리고 있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삼성전자와 TSMC와의 격차가 크다는 평가가 비등하다.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장비 가동률, 결함 관리, 정비 타이밍이 생산성과 수율을 좌우하는 만큼 AI 기반 공장 운영 기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인텔은 앞서 IT 전시회 ‘컴퓨텍스 2026’에서도 히타치와의 협력을 주요 산업별 AI 솔루션 전략의 하나로 소개했다. 인텔은 폭스콘, 지멘스, 히타치 등과 협력해 산업별 맞춤형 AI 솔루션을 개발하겠다고 밝혔고 히타치와는 파운드리 장비와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인텔의 움직임은 일본 반도체 산업의 위상 변화와도 맞물린다. 한동안 소재·장비 공급기지 역할에 머물렀던 일본 기업들은 최근 들어 첨단 공정 경쟁력의 핵심 파트너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라피더스에 대한 대규모 정부 지원, TSMC의 구마모토 투자, 마이크론의 히로시마 HBM 생산기지 구축에 이어 인텔까지 일본 기업들과 협력 확대에 나서면서 일본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핵심 거점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일본 반도체 산업이 15년 만에 새로운 투자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도체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규정한 일본의 승부수가 첨단 제조기반 재건이라는 형태로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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