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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원전국 코앞" 표준화·저비용 무기로 질주하는 中 원전, 글로벌 시장 '지각변동'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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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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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부 주도 전략하에 원전 용량 확대 가속화
표준화 통해 인프라 역량 확보, 비용 측면에서도 강점
급성장하는 원전 시장, 美·프랑스·스위스 등 기존 강국 입지 바뀔까

중국이 수년 내에 세계 최대 원자력 발전국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부 주도의 용량 확대 전략 △표준화된 원자로 건설 체계 △비용 효율성 등이 시장 입지 확대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글로벌 원전 시장을 이끌던 미국 등이 공급망 붕괴·비용 급등 문제에 발목이 잡힌 가운데, 이러한 중국의 약진은 관련 산업계 전반의 판도를 바꾸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中 원전 생태계의 급성장

9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글로벌 거시경제 및 기술 조사 기관인 가베칼 테크놀로지스의 최신 에너지 안보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청정에너지 지형은 향후 5년 이내에 급격히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베칼 테크놀로지스의 데미언 마 신규 에너지 수석 분석가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현재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신규 원자로 물량의 거의 절반을 독점하고 있다"며 "오는 2035년이 되면 중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강력한 원자력 산업 가치사슬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예측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원전 굴기 의지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급증하는 산업 전력 수요를 감당하고, 안정적인 친환경 에너지망을 구축하기 위해 원자력을 최우선 대안으로 낙점했다. 2015년 발표한 '중국제조 2025' 계획에 원전 기술을 포함하며 원전 설계·건설·운영 전반의 국산화 및 수출을 국가 과제로 추진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는 안전성 우려가 커지면서 신규 원전 승인 절차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으나, 규제 체계 정비가 마무리된 2019년 이후부터는 재차 원전 건설에 불이 붙은 상태다.

중국의 장기 국가 청사진인 '5개년 계획'에도 직접적으로 원전 관련 내용이 명시됐다. 2026~2030년을 대상으로 하는 제15차 5개년 계획은 원자력을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전원으로 꼽았다. 중국 정부는 원전을 안전하고 질서 있게 확대하고, 풍력·태양광·수력과 함께 저탄소 전력 시스템의 핵심 축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아울러 차세대 원전 기술, 핵연료 주기 기술 개발, 핵융합 연구 등을 국가 전략 분야로 지정하고, 2030년까지 원전 설비용량을 110기가와트(GW)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건설 속도·규모·효율성 압도적

중국의 실질적인 원전 경쟁력 역시 나날이 제고되고 있다. 중국은 원자로 유형을 화룽 1호, CAP1000, CAP1400 등으로 단순화·표준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중 화룽 1호는 중국이 전 세계 3세대 원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개발한 가압경수형 원자로로, 세계에서 가장 널리 배치된 3세대 원전 노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최대 원자력 발전 기업 중국광핵그룹(CGN)에 따르면 화룽 1호 원자로는 기기당 연간 약 1,209메가와트(MW)의 전력을 생산하며, 설계부터 핵심 부품 제조까지 사실상 대부분 단계가 국산화(국산화율 88% 이상)된 상태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운영·건설 중이거나 건설 승인을 받은 화룽 1호 원자로는 총 40기 이상이다.

현재 CGN이 진행 중인 타이핑링 원전 프로젝트에도 화룽 1호 기술이 적용됐다. 타이핑링은 총 3단계에 걸쳐 6기의 화룽 1호 원자로를 건설하는 대형 사업으로, 총투자비만 1,200억 위안(약 26조9,700억원)에 육박한다. 전체 단지가 완공되면 연간 발전량은 550억 킬로와트시(kWh)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환경적 효과도 상당하다. CGN은 타이핑링 프로젝트를 통해 매년 표준 석탄 1,665만 톤(t)을 아끼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082만 톤가량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심화하는 글로벌 환경 규제 속에서 중국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을 뒷받침할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표준화 체계는 비단 건설 규모를 넘어 비용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화룽 1호를 비롯한 최신 3세대 원자로를 와트(W)당 2~3달러(약 3,000~4,500원)의 압도적인 저비용으로 건설 중인데, 이는 W당 15달러(약 2만2,800원)가 필요한 미국의 최신 원전 대비 눈에 띄게 저렴한 수준이다. 건설 기간에도 상당한 격차가 있다. 중국은 신규 발전소를 약 6년 만에 완공하고 있으나, 미국의 최신 보그틀 원자로는 행정 교착 및 시공 지연으로 완공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됐다.

글로벌 원전 시장 판도 변화 조짐

중국은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급속도로 팽창하는 원전 시장에서 유의미한 입지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11월 2040년까지 세계 원자력 설비용량이 638GW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는 1년 전 제시한 전망치(586GW) 대비 눈에 띄게 상향된 수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역시 지난해 말 2040년 원전 설비용량 전망치를 기존 491~694GW에서 519~710GW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향후 중국과 원전 경쟁을 벌일 대표적인 국가로는 미국이 꼽힌다.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건의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원자력 르네상스'를 선언한 바 있다. 현재 100GW 수준인 원전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400GW로 늘리겠다는 계획이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원전 확대 목표를 실제로 달성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장 전문가는 "미국은 수십 년간 신규 원전 건설이 제한되면서 원전 공급망과 제조 기반이 크게 위축됐고, 인프라 노후화 및 숙련 인력 부족 문제를 안고 있다"며 "아직 대규모 원전 공급망이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만큼, 유의미한 용량 확대를 위해서는 규제 개혁을 넘어 제조·연료·인력 체계 전반의 재건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전력의 약 70%를 원전에서 생산하는 세계 최대 원전 의존 국가 프랑스 역시 신규 EPR2 원전 6기 건설 및 추가 8기 검토 계획을 추진하며 원전 확대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대표 사업인 플라망빌 3호기 건설이 10년 넘게 지연되고 비용이 당초 예상의 수배로 불어나는 등 역량 저하 문제가 드러났고, 국영 전력회사 EDF 역시 막대한 투자 부담과 공급망·인력 부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스위스 역시 최근 전력 수요 증가와 에너지 안보 우려로 신규 원전 금지 해제 논의를 본격화하며 정책 전환 가능성을 모색 중이나, 높은 건설 비용,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 국민 여론 분열 등 제약이 명확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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