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설비투자 나선 TSMC, 10년 내 생산능력 2배 전망, 삼성전자는 고객 확대 전략에 무게
대규모 설비투자 나선 TSMC, 10년 내 생산능력 2배 전망, 삼성전자는 고객 확대 전략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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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AI 수요 대응 위해 TSMC 공급 확대 불가피” TSMC, 2나노 중심 투자로 파운드리 병목 해소 나서 추격자 삼성전자는 수익성 안정화·수율 개선에 주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칩 수요 급증에 따라,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향후 10년간 생산능력을 2배 이상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 수요가 공급 능력을 앞지른 상황에서 공급망 전반의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증설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이런 흐름 속 TSMC는 대규모 자본지출을 통해 생산능력 확충과 글로벌 생산 거점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파운드리 추격자인 삼성전자 역시 첨단 공정의 수율 개선과 고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TSMC, 올해 웨이퍼 생산능력 2,400만 장 추산
2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황 CEO는 지난달 3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TSMC 등 반도체 공급업체들과의 만찬 직후 식당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향후 10년 동안 TSMC는 생산능력을 100% 이상 확대할 것"이라며 "이는 상당한 수준의 생산량 확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 반도체 수요가 매우 강하고, 엔비디아는 대량의 웨이퍼가 필요하다"며 "TSMC는 올해 매우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황 CEO의 발언은 TSMC가 이미 심각한 공급 부족 국면에 놓여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앞서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지난해 11월 미국 산호세에서 열린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주최 행사에서 웨이퍼 공급 부족의 현실을 공개적으로 토로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웨이퍼 부족 현상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더 이상 웨이퍼는 없다'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어야 하나 고민했다"고 농담을 건네면서도 "첨단 공정 생산능력이 AI 수요 대비 3배가량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충분하지 않다"는 표현을 여러 차례 반복하며 공급 제약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TSMC의 생산능력은 2020년 이후 연평균 약 10%씩 증가해 왔으며, 지난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70%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며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2024년 기준 TSMC는 연간 1,700만 장 규모의 12인치 웨이퍼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AI 수요 급증에 힘입어 올해 TSMC의 웨이퍼 생산량이 월평균 200만 장 이상, 연간 기준으로는 2,400만 장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황 CEO가 언급한 2배 증설이 현실화할 경우, TSMC의 연간 웨이퍼 생산능력은 3,400만 장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내 공급망 확대, 애리조나 공장 가동 앞당겨
이러한 전망 속 TSMC도 설비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TSMC는 지난달 열린 2025년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자본지출을 전년 대비 37% 늘려 설비투자가 520억~560억 달러(약 75조8,000억~81조6,800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2028년과 2029년에는 투자 규모가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투자 규모로, AI와 고성능 컴퓨팅(HPC), 고급 패키징을 중심으로 한 중장기 수요 확대를 전제로 한 결정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TSMC가 과거 보수적인 투자 기조가 현재의 공급 제약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고려해 공격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향후 AI 수요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차세대 주력 공정으로 부상한 2나노 공정을 중심으로 생산능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TSMC의 2나노 공정 생산능력은 웨이퍼 기준 월 4만 장 수준으로, 올해 9만 장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이어 2027년에는 생산능력을 월 15만 장 안팎으로 늘려 2년 내 2나노 공정을 주력 공정 반열에 올린다는 구상이다. 이는 모건스탠리가 추정한 TSMC의 3나노 공정 생산능력 월 16만 장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2나노 공정의 매출 기여도도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UBS증권은 TSMC 2나노 공정의 매출 비중이 올해 10% 미만에 머물겠지만, 2027년에는 15~20%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내 공급망 확대에도 속도를 낸다. 최근 타결된 미국-대만 간 관세 협상에 따르면, TSMC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 6곳에 더해 5개 공장을 추가로 증설할 계획이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파격적인 인센티브도 제공받는다.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라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대만 기업은 공사 기간 중 생산능력 대비 최대 2.5배 물량까지 관세를 면제받고, 완공 이후에도 생산능력의 1.5배 물량까지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인 Fab 21의 2단계 생산시설 가동 시점을 당초 2028년에서 2027년으로 1년 앞당겨 내년 중 장비 반입과 테스트를 거쳐 3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차선책 포지션 활용해 기술 축적해야
삼성전자도 설비 확충에 나서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기업의 수주를 확대하는 데 성공한 삼성전자는 올해 370억 달러(약 53조4,000억원)를 투자해 건설 중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의 가동을 본격화한다. 테일러 공장을 거점으로 2나노 등 선단 공정의 수율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설비투자 규모도 확대됐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시설투자 집행액은 당초 계획했던 47조4,000억원보다 5조원 이상 늘어난 52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반도체(DS) 부문 투자는 47조5,000억원 규모였다. 다만 이는 메모리 사업을 포함한 수치로, 증권가에서는 파운드리에 투입된 금액을 10조~15조원 수준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TSMC와의 격차를 줄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대로, TSMC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사업이 6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올해도 3조원의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테슬라 AI5·AI6 칩과 애플 차세대 아이폰용 이미지센서 수주에 성공하며 고객사 확대에 성과를 냈지만, 여전히 ‘차선책’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칼럼에서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을 두고 “TSMC를 선택하지 못한 고객사가 찾는 제2의 옵션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단기간에 TSMC를 추격하기보다는 차선책 포지션을 활용해 기술 경쟁력을 축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선단 공정의 경우 기술력뿐 아니라 설계 생태계, 고객사와의 협업 경험, 양산 트랙레코드까지 격차가 누적돼 있어 추격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FT는 “삼성전자는 2나노·3나노 공정의 완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5나노 이상 레거시 공정에서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해 자금과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1위를 추격하는 속도가 아니라 생존 가능한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TSMC의 선두 체제를 전제로, 현실적인 투자 전략과 고객 기반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