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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다음 무대는 금융 패권” 무역전쟁 승리 확신한 중국, ‘탈달러화’로 기축통화국 노린다

[미중 갈등] “다음 무대는 금융 패권” 무역전쟁 승리 확신한 중국, ‘탈달러화’로 기축통화국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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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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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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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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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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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달러·새 기축통화 구축 의지 드러낸 중국
시진핑 “강력한 통화” 천명, 위안화 기축통화 촉구
미국은 동맹국에 달러 공식 통화 채택 유도하며 맞불

미국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탈달러화(De-dollarization)' 논의가 중국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미·중 갈등의 주된 무대가 관세와 쿼터 중심의 상품 무역이었다면, 현재의 전장은 자본 흐름과 통화 정책의 영역으로 이동한 모습이다. 실물 경제에서의 제조 경쟁력과 희토류 등 전략 자산의 독점적 지위를 공고히 한 것을 발판 삼아 금융 전쟁의 주도권을 쥐려 하는 중국에 맞서, 미국 또한 달러 결제망의 수성을 위해 방어 카드를 검토하는 등 양국 간의 갈등은 금융 결전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워런티 없는 달러 대신 위안화, 달러 이탈 가속화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중국 최대 학술 데이터베이스인 중국 국가지식인프라(CNKI)를 분석한 결과, 2023년부터 2025년 사이 탈달러화를 주제로 한 논문 수는 이전 3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의 외환보유고 3,000억 달러(약 435조원)를 동결한 게, 중국 학계에 ‘금융 무기화’에 대한 강한 경각심을 심어준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탈달러화와 관련한 절반이 2023년에 쏟아져 나왔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취임한 이후 △2025년 4월 글로벌 무역전쟁 개시 △2026년 1월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납치 및 석유 자원 소유권 주장 △덴마크 영토인 그린란드 매입 시도와 이에 반발하는 유럽 동맹국에 대한 관세 위협 등,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이에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글로벌 불안이 심화하자 더 이상 미국의 '디커플링'을 기다리지 않고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국을 세계 경제망에서 끊어내는 시도를 하기 전에 중국이 먼저 미국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중국은 지난 수년간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통해 자국 제조 경쟁력과 수출 주도 구조의 회복 탄력성을 입증했다. 미국의 고율 관세 압박과 기술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글로벌 수출 점유율은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중간재와 완성재를 아우르는 공급망 통제력도 오히려 강화됐다. 희토류를 비롯한 전략 광물 분야에서의 우위 역시 중국의 판단에 힘을 실었다. 핵심 광물의 정제·가공 능력과 수출 통제 수단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산업 전반에 즉각적인 파급력을 발휘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무역 전쟁이 체제 안정성을 위협하는 단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디지털 위안화 활용한 국경 결제 확대, 국제 금 시장서도 주도권 확보

이에 중국은 미국 국채 보유량을 축소하고 신흥 시장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국제 경제 및 금융 거버넌스의 개혁을 촉구하는 등 여러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고 있다. 중국의 자체 결제망인 CIPS(국제결제시스템)는 지난해 말 기준 190개국에서 사용 중이며, 상하이거래소에서 위안화 표시 천연가스(LNG) 거래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24년부터는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등과 함께 디지털화폐(CBDC)를 이용한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인민은행은 CBDC 결제 시스템이 결제 소요시간을 수초 수준으로 단축하고, 송금 비용을 최대 50%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달부터는 디지털 위안화에 이자를 지급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세계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 중 이자를 지급하는 것은 중국이 최초다. 금리는 연 0.05%로, 다음 달부터 분기별로 지급할 예정이다. 디지털 위안화는 현재 중국 31개 성·직할 시·자치구 중 17개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으로, 지난해 말 기준 디지털 위안화 누적 거래액은 19조5,000억 위안(약 4,093조2,450억원)에 달한다. 개인용 디지털 지갑은 2억3,000만 개, 기업용은 1,900만 개를 넘어섰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강력한 위안화’ 목표에 따른 것이다. 앞서 시 주석은 2024년 각 지방 주요 간부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설에서 “위안화가 국제 무역·투자·외환시장 전반에서 널리 사용하고 기축통화 지위를 획득할 수 있는 강력한 통화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한 바 있다.

중국은 이와 동시에 국제 금 시장에서의 행보를 통해 통화 신뢰도의 물적 기반도 축적했다. 중국은 지난 몇 년간 공식 발표치를 상회하는 대규모의 금을 비밀리에 매집하며 달러 중심의 신용 화폐 시스템에 균열을 내고 있다. 외환보유고 내 달러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금 보유량을 비약적으로 늘리는 것은 위안화의 가치를 실물 자산과 연계해 신뢰도를 확보하려는 복안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대규모 금 매입은 외환보유 구조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작동했고, 시장 변동성을 활용한 전략적 개입은 금 가격 형성 과정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했다. 실제 광란의 속도로 질주하던 금값은 지난달 30일 중국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12년여 만에 대폭락을 맞았다.

美, ‘달러라이제이션’ 확대로 대응

또한 중국은 위안화 중심의 무역결제 확대와 채권시장 개방을 통해 자국 통화의 국제 금융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미 케냐와 앙골라 등 일부 개발도상국은 기존 달러 부채를 위안화로 전환했으며, 전 세계 무역 금융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은 불과 3년 만에 2% 미만에서 7.6%까지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무역결제 통화 중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이다.

중국 외환관리국 자료를 살펴보면, 해외 은행이 보유한 고정수익자산은 지난 10년간 2배 이상 늘어난 1조5,000억 달러(약 2,177조원)에 달했으며, 이 중 위안화 자산은 4,840억 달러(약 702조원) 규모를 차지한다. 아울러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20년~2024년 사이 신흥국 대상 위안화 대출은 3,730억 달러(약 541조원)가량 증가했다. 현재 인도네시아와 슬로베니아는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을 준비 중이며, 카자흐스탄은 지난달 33억 달러(약 5조원) 규모의 위안화 채권을 3.3% 수익률로 발행했다. BIS는 2022년이 달러 및 유로화 중심 신용 구조에서 위안화 기반 신용체제로 전환되는 분기점이었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중국은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 결속을 통해 페트로 달러도 위협하고 있다. 페트로 달러 체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수출 대금을 달러로만 결제하고, 미국은 사우디의 안보를 보장함으로써 유지돼 온 달러 중심의 국제 경제 및 금융 질서다. 페트로 달러 체제에서 원자재 거래 결제 통화로 달러가 사용되면서 중동 국가들은 원자재 판매로 번 돈을 달러 자산에 투자하며 외환보유액을 쌓았고, 달러 패권은 공고히 유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입김으로 페트로 위안이 페트로 달러를 잠식하고 있다. 글로벌사우스의 몸집이 커지면서 달러 패권도 함께 약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탈달러 전략은 미국을 방어적 대응으로 밀어 넣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말 달러를 다른 국가의 주요 통화나 공식 통화로 유도하는 ‘달러라이제이션’(달러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레바논, 파키스탄, 가나, 튀르키예, 이집트, 베네수엘라, 짐바브웨 등 통화 위기 가능성이 높은 국가를 달러화 후보 대상국으로 꼽고 있다. 중국이 신흥국과 교역하는 과정에서 달러 결제 비중을 줄이려고 하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동맹권’을 확대해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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