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도심 유휴지'에 6만 호 공급, 文 정책 재탕 논란 속 정책 실효성 시험대
국토부 '도심 유휴지'에 6만 호 공급, 文 정책 재탕 논란 속 정책 실효성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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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3만2,000호 집중 공급 태릉CC 등 과거 추진 부지 대거 포함 서울시와 자치구 반발 변수로

국토교통부가 도심 유휴 부지와 국공유지를 활용해 수도권에 5만9,700가구를 공급하는 대규모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놨다. 서울에만 3만2,000가구를 공급해 만성적인 공급 부족 해소에 나서겠다는 구상이지만, 주요 부지 상당수가 과거 정부에서도 추진됐다가 무산된 곳들이라는 점에서 실행력과 속도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용산국제업무지구와 태릉CC 등 핵심 사업지를 놓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이견이 노출되면서 정책 실효성에 대한 시장의 시선도 엇갈리고 있다.
용산업무지구 1만 가구·과천 경마장·방첩사 부지 9,800가구 등 6만 가구 공급
29일 국토부는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하고, 도심권 478만㎡ 부지에 총 5만9,7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판교 신도시의 두 배를 웃도는 규모로, 면적 기준으로는 여의도(290만㎡)의 1.7배에 달한다. 서울이 3만2,000가구로 전체의 53.3%를 차지하며, 경기는 2만8,000가구(46.5%), 인천은 136가구(0.2%)로 집계됐다. 공급 유형별로는 도심 개발을 통해 4만4,000가구, 노후 청사 복합개발로 1만 가구, 신규 공공주택지구에서 6,000가구가 공급된다.
서울 자치구별로 보면 용산구를 비롯한 핵심지역이 대거 포함됐다. 가장 많은 물량이 배정된 곳은 용산구로, 총 1만3,501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는 당초 6,000가구 수준으로 예상됐던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만 1만 가구가 공급되는데,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기존 계획보다 4,000가구가 추가됐다. 이와 함께 주한미군기지로 사용됐던 캠프킴 부지에 2,500가구, 501정보대 부지에 150가구가 공급된다. 여기에 용산 유수지(480가구), 용산 도시재생 혁신지구(324가구), 용산우체국 부지(47가구)도 포함됐다.
용산구 다음으로 물량이 많은 지역은 노원구로, 태릉CC 골프장에 6,800호가 공급된다. 이어 금천구는 독산 공군부대 2,900호 등 총 3,100호가, 마포구는 국방대학교 등 부지에 2,716호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어 △동대문구 1,500호 △은평구 1,300호 △도봉구 1,211호 △강서구 918호의 순으로 배정됐다. 강남구는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 518호와 강남구청 부지 360호를 합쳐 총 878호가 공급되며, 중랑구에는 712호, 송파구 511호, 구로구 477호, 영등포구 380호, 동작구 73호, 관악구 25호가 각각 예정됐다.
경기도에서는 강남 대체지로 평가받는 과천·성남시 등 핵심 입지를 중심으로 국공유지 개발이 본격화된다. 과천시에는 경마장과 방첩사령부를 이전 부지에 미래산업과 일자리가 공존하는 첨단 직주근접 기업도시를 조성해 약 9,800호를 공급한다. 성남시에는 판교 테크노밸리와 성남시청 인근 신규 공공주택지구 20만평을 지정해 6,300호를 배정한다. 이외에 남양주시 군부대에 4,180호, 경기 고양시 옛 국방대학교 부지에 2,570호가 들어선다. 또 광명 철산역 인근 경찰서 부지에 550가구, 하남 신장 테니스장 부지에 300가구 공급도 추진된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주민 반발에 일정 지연
이번 대책은 수도권에 2030년까지 135만 가구 이상 착공을 목표로 하는 ‘9·7 주택공급 방안’의 후속 조치다. 시장에서는 주택공급 방안을 구체화하고 만성적인 주택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서울에 3만 가구 이상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다. 그러나 국토부가 계획한 대로 도심 내 주택공급이 시장 안정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실행력과 속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도심 내 유휴 부지 등을 활용한 주택공급은 새로운 대책이 아닌 데다, 과거 문재인 정부가 발표했다가 무산된 지역들이 계획에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 제시된 서울 공공부지 공급 물량 중 67.4%(1만9,300호)는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주택공급이 추진된 곳들이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는 '8·4 수도권 주택공급 방안을 통해' 서울과 인접 지역 국·공유지를 활용해 주택을 대량 공급하겠다며, 3만4,000가구 규모의 유휴 부지 18곳을 선정했다. 하지만 당시 선정된 유휴 부지 중 마곡 미매각 부지 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주민 반발과 관계 부처의 이견으로 개발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많은 물량이 배정된 용산국제업무지구도 당시 용적률 상향을 통해 1만 가구 공급을 추진했다가 좌초된 전력이 있다. 캠프킴 부지 역시 3,100가구 공급 예정지였으나, 물량이 1,400가구로 줄어든 뒤 주민 반대와 문화재 발굴, 토양 오염 문제 등이 겹치며 사업이 중단됐다.
태릉CC는 문재인 정부 시절 주민 반발이 가장 거셌던 부지로, 이번 대책에서도 순탄치 않은 추진 과정이 예상된다. 5년 전 태릉CC 인근 주민들은 당시 정부가 제시한 1만 가구 공급안이 현실화될 경우, 교통 혼잡과 환경 훼손이 불가피하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이에 국토부가 이 부지 공급 규모를 6,800가구로 줄이고 교통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전적인 동의를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비등하다.
서울시 "재건축·재개발 도심 정비사업이 현실적 공급 해법"
서울시와 자치구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서울시는 이번 국토부 발표 직후 브리핑을 열고 "정부가 여전히 한계가 많은 대책을 내놨다"며 "서울시가 제시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 배제된 대책이라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김성보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서울시가 국토부와 실무협의에서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 공급 물량과 군 골프장인 태릉CC 개발에 이견을 분명히 전달했음에도 국토부가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정확한 원인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1만 호를 제시한 용산국제업무지구는 6,000호 조성을 목표로 현재 사업 시행인가까지 진행된 상태다. 서울시는 정부안이 과도하다는 입장으로, 계획을 변경할 경우 전체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해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추가로 소요된다고 보고 있다. 김 부시장은 "양질의 주거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국제업무지구로서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당 부지의 주거비율을 최대 40% 이내로 관리하고 있다"며 "다만 학교 문제가 해결된다면 물량을 2,000호 늘려 최대 8,000호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국공유지 활용보다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주도의 도시정비사업이 보다 현실적인 공급 해법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상계·중계 등 노후 도심 재개발을 통해서만 2만7,000가구 추가 공급이 가능한 만큼,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부시장은 “발표된 국공유지 가운데 상당수는 빨라야 2029년에나 착공이 가능해, 당장의 공급 절벽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서울 주택 공급의 핵심 축인 민간이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강조했다.
태릉CC가 포함된 노원구도 단순한 주택 물량 확대가 아닌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역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원구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2020년과 같은 단순 공급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세계문화유산과 인접한 입지 특성을 고려해 저밀도 개발과 문화·환경 보존, 교통 대책을 병행한 종합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자연친화적 생태공원과 문화복합시설 조성, 지하철 6호선 연장과 백사터널 건설,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따른 훼손지 복구, 임대주택 법정 최소 비율 적용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