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신종자본증권 논란 이후 유럽 금융당국, 자본 규율 강화 검토
[딥파이낸셜] 신종자본증권 논란 이후 유럽 금융당국, 자본 규율 강화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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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1 한계 드러나자 은행 자본 규율 재설계 디지털 뱅크런 대응 위해 손실흡수 자본 확대 은행 이익 감소 감수하고 공적 구제 의존 축소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럽 은행권의 자본 구조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2023년 초 약 2,750억 달러(약 395조4,500억원) 규모였던 유럽의 신종자본증권(AT1, Additional Tier 1) 시장에서는 위기 대응 과정에서 165억 달러(약 23조7,270억원) 상당의 채권이 손상 처리됐다. 보통주 손실이 제한된 상황에서 AT1이 먼저 손실을 부담하면서, 손실 부담 순서와 자본 규율의 적용 방식에 대한 논의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
이 같은 논란은 금융 환경 변화와 맞물리며 더 확대됐다. 디지털 금융 확산으로 예금 인출과 자금 이동 속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고, 금융 시스템의 상호 연결성도 크게 높아졌다. 이런 환경에서는 손실을 흡수할 자본이 충분하지 않은 은행일수록 시장 불안이 확대되는 순간 중앙은행 지원에 의존할 가능성이 커진다. 정책 논의의 초점 역시 여기에 맞춰 이동하고 있다. 손실 흡수 자본을 확대해야 한다는 방향에는 이견이 없지만, 이제는 그 규모와 형태, 도입 속도를 어떻게 설계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디지털 뱅크런과 AT1의 역할
2023년 은행 위기는 기존 자본 완충 장치가 급변하는 금융 환경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대규모 예금 유출이 단기간에 발생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만으로 시장 불안을 제어하는 데 한계가 확인됐다. 위기 대응이 반복될수록 손실 부담은 민간에서 공공 부문으로 이전됐고, 그 결과 시장 규율은 약화됐다.
이 과정에서 AT1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AT1은 위기 시 은행이 존속하는 단계에서 투자자가 손실을 부담하도록 설계된 자본이다. 주식 전환이나 원금 감액을 통해 손실을 흡수하고, 공적 자금 투입 이전에 완충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다. AT1이 의도대로 작동할 경우 중앙은행과 정부의 개입 필요성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의 AT1이 이러한 기능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고 있는지에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예금 이동과 정보 확산이 동시에 진행되며 금융 불안이 빠르게 증폭된다. 이 상황에서 구조가 복잡하고 법적 해석 여지가 큰 자본은 위기 대응 수단으로 신뢰를 얻기 어렵다. 유럽중앙은행(ECB)이 AT1을 자기자본에 더 가깝게 조정하거나 자본 체계 전반에서의 역할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배경도 여기에 있다. AT1 개편 논의는 은행 수익성과 금융 안정성 사이의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본 비용 상승과 수익성 하락
은행의 수익성은 자금 조달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 예금은 가장 낮은 비용의 자금이며, 선순위 채권과 자기자본으로 갈수록 조달 비용은 커진다. AT1은 이들 사이에 위치하며, 은행이 보통주 발행을 확대하지 않고도 규제상 자본 요건을 충족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이 구조는 단기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감독 당국 자료에 따르면 AT1 비중이 높은 은행일수록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낮은 경향이 확인된다. 이는 손실 흡수의 핵심 역할을 하는 보통주자본이 충분히 축적되지 못한 채 조건부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평상시에는 비용 부담이 낮아 보일 수 있지만, 금융 불안이 확대될 경우 자본 구조에 대한 신뢰는 빠르게 약화된다.
자본 규율 강화가 은행 수익성에 부담을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손실 흡수 기능을 명확히 하려면 보통주자본 비중을 높이거나 AT1의 성격을 보통주자본에 가깝게 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본 비용은 상승하고, 이익 여력과 주주환원 규모는 줄어든다. 자본 확충 방식이 증자든 이익 유보든, 수익성 조정은 불가피하다.
규제 충족과 자본 취약성
은행들은 자기자본비율과 총자본비율 등 현행 건전성 규제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그러나 감독 당국 점검 결과를 보면 은행별 AT1과 CET1의 구성 비율은 크게 다르고, 위기 상황에서 손실을 흡수하는 방식도 일관되지 않다. AT1 발행 비중이 높은 은행일수록 CET1 수준이 낮은 경향은, AT1이 추가 완충 장치라기보다 보통주자본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음을 보여준다. 규제 지표는 충족했지만, 실제 손실을 견딜 수 있는 핵심 자본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구조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는 은행 위기 이후 더욱 분명해졌다. 위기 국면에서 AT1의 손실 부담 방식과 적용 기준을 둘러싼 감독 판단이 일관되지 않게 나타나면서, 해당 자본이 위기 시 안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유럽은행감독청(EBA)은 주식 전환 기준의 불명확성, 손실 부담 절차의 복잡성, 국가별 법적 해석 차이가 AT1 신뢰도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 사례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위기 대응 과정에서 보통주를 전면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AT1이 상각 처리되면서, 손실 부담 순서를 둘러싼 논란이 확대됐다. 이후 제기된 소송은 AT1이 어떤 조건과 판단 아래 손실을 부담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공적 지원 이전에 민간 자본이 먼저 손실을 부담한다는 원칙이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는다면, AT1은 위기 대응 수단으로서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

작동하는 자본 규율의 조건
실효성 있는 개선을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하이브리드 자본이 보완 수단에 머물도록, 대체가 허용되지 않는 최소 보통주자본(CET1) 목표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다음으로 향후 AT1 발행에는 단순하고 명확한 손실 부담 장치를 포함해야 한다. 발동 기준과 절차가 불명확할수록 위기 시 집행의 일관성은 약화된다. 주식 전환과 손실 부담의 조건을 명확히 해, 보통주가 유지된 상태에서 AT1만 처리되는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도 변경은 단계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자본 규율 강화는 은행 수익성에 부담을 주지만, 이를 한 번에 적용할 경우 자본 조달 비용 급등과 시장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적정 수준에 대한 단일 기준은 없지만, 정책 판단의 방향은 분명하다. 중대한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자본 구조를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목표는 위기 발생 시 특별한 정부 지원 필요성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데 있다. 감독 점검 결과와 과거 사례는 완충 장치가 두꺼울수록 정리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집행의 일관성 역시 핵심이다. AT1 계약의 표준화, 국가 간 법적 기준의 명확화, 사전에 승인된 전환 계획은 투자자 불확실성을 줄이고 자본 비용을 낮춘다. 바젤Ⅲ 규제 개혁에 포함된 ‘자본 하한(output floor)’은 자본 요건의 과도한 하향을 제한해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장치다. 반대로 기준이 모호한 상태에서의 사후적 구제는 위험을 민간에서 공공 재정으로 이전할 뿐이다.
EBA의 2025년 유럽연합(EU) 전반 은행 건전성 점검 결과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위기 대응에서 불확실한 금융 구조에 의존하기보다, 손실을 실제로 흡수할 수 있는 자본을 확대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는 충분한 CET1 확보와 명확한 전환 기준을 갖춘 AT1, 그리고 은행이 조정할 시간을 전제로 한 단계적 시행으로 이어진다. 중앙은행 개입과 사후 대응에 의존하는 방식은 단기 안정은 제공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비용을 누적시킨다. 정책당국이 선택해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위기 시 민간 자본이 먼저 손실을 부담하도록 구조를 재설계하고, 정부의 안전망은 최후 수단으로 제한해야 한다. 은행 수익성에 대한 압박은 불가피하지만, 이는 향후 금융 불안을 줄이기 위한 비용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ickening the Shield: Why Europe Must Accept a Profit Hit for Stronger AT1 Capital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