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V 한계에 셀 구조 바꿨다" 메모리 추격 가속화한 中 CXMT, 대규모 IPO 자금·내수 수요·韓 유출 기술이 '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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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CXMT, EUV 장비 규제 속 4F² 셀 구조 개발로 D램 집적도 향상 추진 대규모 IPO와 中 빅테크 수요로 기술 개발·양산 투자 기반 강화 삼성전자·SK하이닉스서 빼낸 공정 정보, 급속 성장 떠받쳤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가 차세대 메모리 셀 구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확보에 제약이 걸린 가운데, 셀 설계 자체를 바꿔 집적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일부 기술적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CXMT의 자체 기술 개발 행보가 향후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연구·개발(R&D) 자금을 마련한 데다, 중국 주요 기술 기업과 공급 계약을 확대하며 안정적인 내수 수요 기반까지 갖춰가고 있기 때문이다.
CXMT, 4F² RDIMM 출시 예고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각) IT 전문 매체 Wccftech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차오캉위 CXMT 사장은 이날 상하이에서 열린 제4회 집적회로·칩렛 콘퍼런스에서 4F² 메모리 셀 아키텍처를 적용한 DDR5 RDIMM 제품을 2026년이 끝나기 전에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RDIMM은 메모리 컨트롤러와 D램 칩 사이에서 명령·주소 신호를 중계하는 레지스터를 탑재해 신호 안정성을 높인 서버용 메모리 모듈이며, 4F² 는 4F²는 메모리 셀을 구성하는 트랜지스터의 전류 통로를 수평에서 수직 방향으로 전환하고, 그 위에 데이터 저장용 커패시터를 배치해 셀의 평면 점유 면적을 줄이는 설계 방식이다.
CXMT의 이러한 행보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지난 수십 년간 D램 업계에서는 트랜지스터를 수평 방향으로 배치하고, 메모리 셀 하나가 최소 형상 크기(F)의 제곱에 6을 곱한 면적을 차지하는 6F² 구조가 보편적으로 활용돼 왔다. 이 구조에서 집적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회로를 더욱 미세하게 형성해 개별 셀의 면적을 줄여야 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정밀한 회로 패턴 구현이 가능한 ASML의 EUV 노광장비를 공격적으로 도입하며 미세 공정 경쟁을 벌여 온 이유다.
4F² 구조, 왜 필요했나
반면 미국의 수출 통제로 ASML 장비를 확보하기 어려운 중국 업체들의 경우, 미세화에 상대적으로 큰 제약을 받고 있다. ASML은 글로벌 시장에서 EUV 노광장비를 사실상 독점 생산·공급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CXMT가 주목한 것이 4F² 구조다. 4F² 구조는 기존 6F² 구조와 같은 최소 형상 크기를 유지하면서도 셀 하나의 면적을 이론적으로 약 33% 줄일 수 있다. EUV 장비를 이용해 회로를 더욱 촘촘하게 그리는 대신, 셀 구조 자체를 바꿔 공간 활용도를 제고하는 방식인 셈이다. 이는 CXMT가 기존 심자외선(DUV) 장비를 활용하면서도 EUV 장비를 보유한 경쟁사와의 집적도 격차를 일부 좁힐 수 있는 기술적 대안으로 평가된다.
CXMT는 지난 2021년 4F² 셀 구조에 관한 첫 연구 논문을 발표한 이후 꾸준히 관련 기술 개발을 이어 왔으며, 최근에는 기존 D램 제조 공정을 활용한 상용화 가능성도 모색 중이다. Wccftech는 CXMT가 기존 15나노미터급 G5 D램 공정을 기반으로 4F² 구조의 일부 특성을 우선 도입할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CXMT는 지난 9월 G5 공정의 양산을 공식 발표했으며, 해당 공정에는 DUV 노광장비로 미세한 회로를 구현할 수 있는 자기정렬 4중 패터닝(SAQP) 기술이 적용됐다.
IPO로 자금 기반 탄탄해져
시장에서는 향후 CXMT의 기술 개발 행보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CXMT가 IPO를 통해 대규모 투자 자금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CXMT는 지난 7월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의 기술 기업 전용 시장인 과학혁신판(STAR Market·커촹반)에 정식 상장했다. 공모가는 주당 8.66위안(약 1,730원)이었으며, 약 66억8,809만 주를 발행해 579억2,000만 위안(약 11조5,830억원)을 조달했다. 이는 중국 본토 반도체 기업의 역대 최대 IPO 규모다. 이후 초과배정옵션(그린슈)이 전액 행사되면서 최종 발행 주식 수는 약 76억9,130만 주, 총공모 규모는 666억700만 위안(약 13조3,200억원)으로 확대됐다.
CXMT는 확보한 자금을 생산 공정 개선과 차세대 D램 기술 개발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메모리 웨이퍼 양산 라인의 기술 개선에 75억 위안(약 1조5,000억원), D램 기술 고도화에 130억 위안(약 2조6,000억원), 차세대 D램 선행 기술 R&D에 90억 위안(약 1조8,000억원) 등 총 295억 위안(약 5조9,000억원)의 공모 자금이 배정됐다. 지난 9월 말에는 초과 조달 자금 가운데 130억 위안(약 2조5,600억원)을 신규 기술 연구개발 사업에, 50억 위안(약 1조원)을 허페이 소재 메모리 웨이퍼 후공정 테스트 시설 2기 건설에 투입하는 방안이 이사회에서 승인되기도 했다.
표1. CXMT의 자금·수요 기반 확보 현황
| 구분 | 주요 내용 |
|---|---|
| 투자 재원 확보 | IPO 총공모 규모 666억700만 위안 육박, 생산라인 개선·D램 기술 고도화·차세대 기술 R&D·후공정 시설 건설 등에 조달 자금 배정 |
| 수요처 확보 | 텐센트와 장기 공급 계약 체결, 알리바바·바이트댄스·레노버·샤오미 등 중국 주요 기술기업을 고객사로 확보 |
中 내수 수요도 뚜렷
이에 더해 CXMT는 중국 주요 기술 기업들과 대규모 공급 계약을 맺으며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6월 로이터는 CXMT가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와 200억 위안(약 4조원) 이상 규모의 서버용 D램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계약 기간은 복수의 관계자에 따라 최대 3~5년으로 전해졌으며, 공급 물량과 구체적인 제품 사양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당시 로이터는 CXMT가 텐센트 외에도 다른 중국 대형 인터넷 기업들과 유사한 공급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CXMT의 고객 기반은 이미 중국 핵심 빅테크 전반으로 확대된 상태다. CXMT의 IPO 과정에서 제출된 증권신고서에는 알리바바 클라우드·바이트댄스·텐센트·레노버·샤오미·오포·비보 등이 주요 고객사로 명시됐다.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이 인공지능(AI) 반도체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일반 서버용 D램 공급이 빠듯해지자, 중국 기업들이 자국산 메모리를 채택하는 사례가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자국 내 수요 기반은 CXMT의 생산 시설 확충 및 차세대 공정 R&D 투자 여력을 떠받칠 것으로 전망된다.
韓 공정 정보 유출 전례
과거 한국에서 유출된 반도체 공정 정보 역시 CXMT의 '발판'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024년 1월 삼성전자 전직 부장 김 모 씨를 삼성전자의 18나노 D램 공정 기술을 빼돌려 CXMT의 제품 개발에 사용한 혐의로 구속기소했으며, 지난해 5월에는 삼성전자 출신 연구원 전 모 씨를 유사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모 씨는 2016년 CXMT가 중국 지방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직후 개발실장으로 합류했고, 삼성전자와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 출신 인력들을 추가로 끌어들이면서 관련 기술 확보를 주도했다. 전 모 씨는 CXMT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수백 단계에 달하는 삼성전자 D램 공정 정보를 직접 손으로 옮겨 적어 반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는 SK하이닉스의 D램 공정 관련 기술이 SK하이닉스 출신 인력이 근무하던 협력 업체를 통해 CXMT로 흘러 들어간 정황도 확인됐다.
검찰은 CXMT가 삼성전자의 핵심 공정 기술을 기본 골격으로 삼고, 여타 한국 업체의 관련 기술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D램 양산 기술을 빠르게 구축했다고 판단했다. CXMT 개발진이 유출된 공정 정보를 중국 생산 설비에 맞게 수정·검증했고, 이를 기반으로 2023년 중국 최초로 10나노급 D램 양산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법원 역시 삼성전자의 핵심 기술이 CXMT로 유출됐다는 점을 잇달아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전문가는 "반도체 공급 업체들의 데이터와 노하우는 그 자체로 천문학적인 가치를 지닌다"며 "세대가 바뀌면서 새롭게 개발해야 하는 부분도 물론 있지만, 상당 부분이 기존 레시피 위에 누적되는 형태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완성된 레시피를 확보하면 다음 세대 개발에서도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