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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달러 중력이 지배하는 스테이블코인 시장, 아시아의 선택지는 어디인가

[딥파이낸셜] 달러 중력이 지배하는 스테이블코인 시장, 아시아의 선택지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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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onths 1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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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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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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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기반 유동성이 만든 거래 기본값
규제 정비·거래 이동 사이의 구조적 간극
대체가 아닌 활용으로 좁혀지는 아시아 전략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중심은 이미 달러로 굳어졌다. USDT(테더·Tether)와 USDC(유에스디코인·USD Coin)는 전체 스테이블코인 가치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며, 거래·결제·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전반에서 사실상의 기준 통화로 기능하고 있다. 주요 거래소의 핵심 거래쌍과 온체인(on-chain) 유동성, 디파이 풀 구조까지 달러를 중심으로 설계된 상황에서 시장의 관성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유럽과 아시아는 규제 체계를 정비하며 제도적 안전성을 높이고 있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곧바로 시장 구조의 전환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026년 현재, 쟁점은 분명하다. 규칙과 제도를 갖춘 지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왜 달러 중심의 구조를 아직 흔들지 못했는가다.

달러가 만든 유동성 중심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경쟁은 거래가 실제로 어디에 축적됐는지에서 갈린다. 그 과정에서 USDT와 USDC는 일찌감치 우위를 확보했다. 이들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거래소의 핵심 거래쌍을 장악하며 매월 수천억 달러(수백조원) 규모의 온체인 거래를 처리해 왔다. 2025년 기준 USDT 단독 월 거래 규모는 수백억 달러(수십조원)에 달했고, 유통량 역시 해마다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러한 거래는 투기성 수요에 그치지 않았다. 결제와 정산, 환헤지 수단으로 반복 사용되면서 실수요가 쌓였고, 그 결과 마켓메이커와 거래소, 기관 투자자와 일반 이용자의 참여가 단계적으로 확대됐다.

참여가 늘어나자 유동성의 깊이도 달라졌다. 거래 규모가 커져도 가격 변동이 제한됐고, 즉시 전환이 가능하다는 신뢰가 형성됐다. 이 신뢰는 다시 거래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다. 거래가 반복될수록 중심은 더 단단해졌고, 시장의 흐름도 같은 방향으로 가속됐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거래 관행의 기준으로 자리 잡은 배경이다.

2025년 말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페그(peg, 연동)별 점유율
주: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전체 시장 가치의 약 97%를 차지하며 유동성과 거래의 중심을 형성했고, 유로 및 아시아 통화 페그는 제한적인 비중에 머물렀다.

유럽 규제 실험이 남긴 결과

이미 형성된 이 거래 중심을 제도로 조정할 수 있는지를 가장 먼저 시험한 곳이 유럽이다. 유럽연합(EU)은 2024~2025년 ‘암호자산시장법(MiCA·Markets in Crypto-Assets)’을 도입하며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포괄적 규제 체계를 구축했다. 발행 요건과 준비금 기준, 공시 의무를 명확히 하고 감독 권한도 정비했다.

이 과정에서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ECB)과 유럽의회는 소비자 보호와 금융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제시했다. 제도적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해소됐다.

다만 거래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25년 말 기준 유로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점유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전체 약 3,000억 달러(약 400조원) 규모의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달러 기반 토큰의 비중은 약 97%로 유지됐다. 규제 정비 이후 일부 유로 토큰의 거래는 늘었지만, 글로벌 거래가 집중되는 축을 이동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유럽의 실험은 규제가 위험을 관리할 수는 있어도, 거래의 방향까지 바꾸기는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아시아 제도 정비와 현실의 간극

유럽에서 확인된 흐름은 아시아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홍콩은 2025년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통과시키고 발행 인허가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은 은행과 신탁회사로 발행 주체를 한정하며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강화했다. 싱가포르는 준비금 관리와 공시 의무를 포함한 감독 기준을 정비했다. 한국 역시 주요 암호화폐 시장이라는 위상에 맞춰 법안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발행 주체 범위와 준비금 규모, 자본 유출 관리 방식을 둘러싼 이견이 이어지면서 실제 출시는 늦어지고 있다. 제도 정비 속도와 시장 실행 속도 사이의 간극이 국가별로 드러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은 거래의 정체다. 디파이 풀의 기준 자산은 여전히 USDT와 USDC에 머물러 있고, 상인과 기업은 공급망과 거래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통화를 우선 선택하고 있다. 제도는 갖춰졌지만, 거래가 옮겨가지 않으면서 유동성도 함께 이동하지 않았다. 아시아의 상황은 규제 정비만으로 거래 관행을 바꾸기 어렵다는 현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다.

아시아 주요국 스테이블코인 제도 도입 단계 비교
주: 홍콩·일본·싱가포르는 법 통과와 인허가까지 제도를 완성했지만, 대규모 실제 발행 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 한국은 법안 지연으로 핵심 단계가 모두 정체된 상태다.

2026년의 현실적 선택지

이 흐름이 가리키는 방향은 명확하다. 아시아 스테이블코인의 전략은 시장 전체의 통화 질서를 바꾸는 데 두기보다, 활용 가능한 영역을 구체화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급여 지급, 지역 전자상거래 결제, 공급망 금융처럼 이미 현지 통화 사용이 자리 잡은 분야에서는 실질적 효용을 만들 여지가 있다. 관건은 확산 속도가 아니라 작동 조건이다. 은행 수준의 즉시 상환 구조, 달러 스왑과의 연계, 특정 무역 회랑에 집중한 유동성 공급이 함께 설계될 때 비용 절감과 환위험 관리 효과가 나타난다.

정책 당국이 이러한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2026년은 실사용 사례가 점진적으로 쌓이는 해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거래 중심을 단기간에 이동시키겠다는 목표를 고수할 경우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유럽이 보여준 것처럼 규칙은 남고 토큰은 유지되지만, 시장의 중심은 그대로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결제 레일이 여전히 달러 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전략을 설계하는 접근이 현실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Dollar Gravity and the Limits of Local Ambition: Why Asian Stablecoins Will Struggle to Dethrone the Dollar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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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