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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부동산·사라진 소비여력, 대규모 부양책에도 살아날 기미 안 보이는 中 내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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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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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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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소매판매, 2022년 12월 이후 첫 감소
산업 생산 선방했지만 내수 부진 여전
근본 원인은 부동산 침체, 장기 디플레 불가피

중국 소비시장이 코로나19 봉쇄 해제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4년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가계 자산가치 하락과 소비 위축이 동시에 심화되는 양상이다. 중국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내수 부양에 나서고 있지만 소비 회복의 출발점인 주택 시장은 여전히 하락 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부양 여력까지 약화되면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과 내수 침체의 장기화 가능성도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코로나19 봉쇄 해제 후 첫 소비 감소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5월 중국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0.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4월(0.2%)과 시장 예상치(0%)를 모두 하회한 수치다. 특히 월간 기준 소매판매가 감소로 전환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2년 12월(-1.8%) 이후 3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푸링후이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지난달 소매판매 감소에 대해 “지난해 5월 소비 촉진 정책들이 시행되면서 판매가 크게 올라 기저효과가 발생한 측면이 있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달 고온과 잦은 강우로 오프라인 소비가 위축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전체 소매판매 상황을 보면 소비시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소비의 질적 업그레이드 추세도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달 노동절 연휴(5월 1~5일)가 있던 점을 감안하면 고용시장 불확실성 증가로 여전히 가계 소비가 위축돼 있음을 나타낸다는 분석이 많다.

투자 지표도 악화됐다. 같은 날 발표한 중국의 올해 1∼5월 고정자산투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4월(-1.6%)에 비해 감소폭이 더 늘어난 것이다. 부동산 시장 둔화도 여전했다. 1~5월 부동산 개발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6.2% 감소했다. 1~4월의 13.7% 감소보다 상황이 더 악화됐다. 1~5월 신규 주택 판매면적도 10.8% 감소해 1~4월의 10.2% 감소보다 부진했다. 5월 1선 도시 신규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도시별로 베이징과 광저우, 선전이 각기 2.1%, 3.3%, 4.5% 줄었다. 2선 도시와 3선 도시 신규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각각 3.2%, 4.2% 하락했다.

반면 지난달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4.5% 성장해 전달(4.1%)과 시장 예상치(4.3%)를 모두 웃돌았다. 지난달 수출도 1년 전에 비해 19.4% 증가하며 두 달 연속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즉, 공급은 강하지만 수요가 약한 ‘불균형 상태’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는 전형적인 ‘K자형(K-Shape)’ 성장 모델이다. 신재생에너지와 인공지능(AI) 관련 수요에 힘입은 제조업과 수출은 견조한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며 선전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과 민간 소비는 만성적인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 부양 한계 노출

중국은 지난해부터 강력한 내수 시장 구축을 최우선 경제 정책으로 세우고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소비 심리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중국 당국의 내수 부양책은 지난해 소비재 이구환신(以舊換新, 노후 제품 교체 시 보조금 지급) 정책을 중심으로 본격화됐다. 중국 정부는 작년 정부공작보고(업무보고)에서 소비재 교체 지원에 초장기 특별국채 3,000억 위안(약 67조원)을 배정했다. 이는 2024년 관련 예산의 2배 규모로, 자동차·가전·디지털 기기 교체 수요를 재정으로 떠받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정책 범위도 빠르게 확대됐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지난해 초 기존 자동차·가전 중심의 보조금 대상을 전자레인지, 밥솥, 식기세척기, 정수기, 스마트폰, 태블릿 등으로 넓혔다. 소비자는 노후 제품을 교체할 경우 15~20% 수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고, 스마트폰·태블릿 등 디지털 제품은 일정 가격 이하 품목을 중심으로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이후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과 국무원은 작년 3월 ‘소비 진작 특별행동계획’을 내놓으며 정책 방향을 한층 넓혔다. 해당 계획은 주민 소득 확대, 가계 부담 완화, 최저임금 인상, 고용 지원, 보육 보조금, 서비스 소비 확대, 주식·부동산 시장 안정 등을 포괄했다. 내수 회복을 단기 보조금 정책에 묶어두지 않고 소득·자산·복지·고용을 동시에 일으키겠다는 설계였다. 일시적인 효과도 나타났다. 자동차와 가전 판매는 보조금 지급 시기에 맞춰 반등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소비 회복 기대감도 형성됐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소매판매 증가율은 정책 효과가 집중된 기간 동안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소비 회복 흐름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소비 반등은 정부 지원이 집중된 품목에만 국한됐다. 자동차와 가전 판매는 증가했지만 외식과 유통, 주거 관련 소비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소비 증가의 무게중심이 특정 품목에 편중되면서 내수 전반으로 확산되는 흐름도 나타나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는 정책 효과 둔화 조짐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보조금이 집행되면서 자동차와 가전 구매 수요가 상당 부분 앞당겨졌고,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예산 조기 소진으로 지원 사업이 축소되거나 중단됐다. 실제로 여러 지역에서 보조금 종료 이후 판매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침체가 삼킨 소비 심리, 회복 토대도 취약

가계 소비를 제약하는 근본 요인은 부동산 시장 침체다. 중국 당국의 부동산 부양 정책에도 주택시장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주택가격은 2021년 8월 고점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기존주택 가격은 고점 대비 22.5% 하락했고 신규주택 가격도 13.2% 떨어졌다. 주택 거래량 역시 최근 5년 사이 53.8% 감소했다. 부동산 시장이 4년 넘게 수축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부동산 살리기 정책도 점점 약화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2022년 이후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와 구매 제한 완화, 미분양 주택 매입, 개발업체 지원 등 각종 부양책을 내놨으나, 지난해부터는 정책 방향이 달라졌다. 과거와 같은 대규모 재정 투입보다 지역별 규제 완화와 도시 재개발, 다자녀 가구 지원 등 국지적 대응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로 당국은 부동산 펀드 추가 조성이나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나서지 않고 있다. 헝다그룹 파산 이후에도 개발업체 전반에 대한 구제보다는 금융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비구이위안과 완커를 둘러싼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원 강도는 과거보다 크게 낮아졌다.

이유는 분명하다. 중국 부동산 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2020년 8.3%에서 올해 5.9%까지 낮아졌다. 지방정부의 핵심 수입원이던 토지사용권 매각 수입도 2021년 8조7,000억 위안(약 1,950조원)에서 지난해 4조2,000억 위안(약 940조원)으로 반토막 났다. 정책 우선순위도 달라졌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중국 지도부가 부동산보다 첨단 제조업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부동산 시장 안정은 여전히 관리 대상에 올라 있지만 성장 전략의 중심축에서는 점차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 침체의 출발점인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지 않는 한 내수 회복도 쉽지 않다. 주택 가격 하락은 가계 자산가치 축소로 이어지고, 자산가치 하락은 소비 위축으로 연결된다. 디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 가계는 소비보다 저축을 선택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정부가 추가 소비 부양책을 내놓더라도 내수 회복 속도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시장을 되살릴 대규모 재정 지원 가능성이 낮아진 가운데 자산가격 하락과 소비 위축이 맞물린 흐름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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