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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빠진 글로벌 최저한세, 흔들리는 국제 조세 질서에 빅테크 과세 무력화

美 빠진 글로벌 최저한세, 흔들리는 국제 조세 질서에 빅테크 과세 무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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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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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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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G20 합의 개편으로 美 빅테크 최저한세 면제
실물 투자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유지 근거도 마련
'조세 회피 차단'이란 취지 훼손됐다는 비판도 제기

미국이 자국 기업을 글로벌 최저한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데 성공하면서 국제 조세 협력에 중대한 균열이 생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이 합의한 이번 개편으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글로벌 최저한세 부담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실물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확보했다. 다만 다국적 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와 조세 회피 차단이라는 제도의 본래 취지가 크게 흔들리면서 국제 조세 질서가 미국이 앞세운 힘의 논리에 밀렸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美, 145개국과 글로벌 최저한세 예외 합의

7일(이하 현지시각) A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5일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에 대해서는 OECD 필러2(Pillar 2)에 따른 글로벌 최저한세를 면제하기로 OECD와 G20의 포괄적 이행체계(Inclusive Framework, IF)에 참여하는 145개국 이상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IF는 OECD와 G20이 주도하는 국제조세개혁 회의체로, 그동안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을 포함한 국제 조세 규범 개편안을 마련해 왔다. 다만 미국은 글로벌 최저한세와 유사한 개념으로 운영되는 자체 조세 체계 NCTI(Net CFC Tested Income) 제도와 기존 법인세 체계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2021년 도입된 OECD 글로벌 최저한세는 지난해 1월부터 한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에서 시행 중이다. 다국적 기업이 저율 과세 국가로 이익을 이전하며 세금을 회피하는 행태를 차단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로, 전 세계 매출 7억5,000만 유로(약 1조2,700억원) 이상인 기업이 특정 국가에서 15% 미만의 실효세율을 적용받을 경우, 다른 국가가 그 차액만큼 추가로 과세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제도를 두고 구글, 아마존, 메타, 애플 등 여러 국가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 서버가 있는 국가에만 세금을 내온 미국 빅테크를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이 제기돼 왔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재닛 옐런은 글로벌 세금 협정의 핵심 추진자로, 최저한세 도입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당시 미 공화당은 이 계획이 미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이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6월 공화당이 제출한 '대규모 세금 및 지출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 논의 과정에서 이른바 보복세(retaliatory tax) 조항을 철회하면서 글로벌 최저한세 합의 전반에 대한 재협상에 착수했다. 복수세 조항은 연방 정부가 외국 소유주를 가진 기업과 미국 기업에 '부당한 외국세'를 부과하는 국가 투자자에게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번 협상 결과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일제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번 협정은 미국이 주권을 보존하고 미국 노동자와 기업을 해외 권한 행사에서 보호하는 역사적 승리"라고 강조했다. 미 상원 재정위원회 마이크 크라포(공화당, 아이다호) 위원장과 하원 세입위원회 제이슨 스미스(공화당, 미주리) 위원장도 공동 성명을 통해 "오늘은 바이든 행정부의 일방적 글로벌 세금 포기를 해제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밝혔다. 재협상을 추진한 마티아스 코르만 OECD 사무총장은 "국제 조세 협력 분야의 획기적 결정"이라며 "세금 복잡성을 줄여 각국 세수 기반 보호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美 현지에 대규모 실물 투자한 기업 유리

이번 IF 개편안은 글로벌 최저한세와 유사한 자체 제도를 운용하는 국가의 다국적 기업에 대해서는 글로벌 최저한세를 적용하지 않도록 한 '적격 병행제도(self-developed qualified domestic minimum top-up tax)'를 도입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미국의 경우, 해외 자회사 소득에 대한 NCTI 과세와 명목세율 21%의 법인세를 결합한 기존 세제 구조가 '자체 최저한세에 준하는 제도'로 인정된 사례다. 특히 각종 공제 제도와 세제 혜택이 글로벌 최저한세 실효세율 산정 과정에서 불리하게 반영되지 않도록 한 점은 이번 개편의 핵심적인 변화로 꼽힌다. 이에 미국 빅테크들은 이번 개편된 과세 기준 덕에 글로벌 최저한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동시에, 실물 투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를 폭넓게 유지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다.

한국의 경우 이번 개편이 미치는 영향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먼저 해외에 대규모 설비와 생산기지를 보유한 국내 기업들은 세 부담이 완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각종 세제 인센티브로 인해 법인세 실효세율이 15% 미만으로 떨어지더라도 추가 과세가 이뤄지지 않는 구조가 마련된 만큼, 해외에 대규모 실물 투자를 진행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미국에 배터리·소재·반도체 생산기지를 구축한 기업들이 수혜군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개편으로 인한 변화가 해외로 나간 한국 기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실물 투자와 연계된 세제 인센티브를 인정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한국에 공장이나 연구개발(R&D) 거점을 둔 글로벌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한국에는 이미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를 비롯해 화학·소재, 제약·바이오 분야를 중심으로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들어와 있다. 업계에서는 네덜란드 ASML, 독일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BASF 등과 같이 한국에 생산시설이나 연구 조직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트럼프 '자국 우선주의'에 국제 공조 훼손

일각에서는 이번 개편으로 글로벌 조세 협력이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앞에서 후퇴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협상 과정을 들여다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직후 글로벌 최저한세 합의 파기를 선언한 데 이어, OBBBA 법안에 제889조 보복세 조항을 추가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결국 미국의 조세 보복 가능성에 직면한 G7은 미국이 보복세 조항을 철회하는 대가로, 미국의 빅테크들에 대해 글로벌 최저한세를 면제하는 데 합의했다. 힘의 논리를 앞세운 예외 인정이 국제 합의의 규범적 기반을 흔들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에 대한 예외를 허용한 결정은 다른 국가의 정책적 선택지를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결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최저한세를 통해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추가 세원을 확보하고 조세 경쟁을 완화하려던 각국의 전략은 미국 기업이 제외된 상태에서는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내수 시장이 작거나 외국계 기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자국 기업에는 엄격한 과세를 적용하면서도 미국 기업에는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지 못하는 비대칭 구조에 놓이게 된다. 이는 조세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하는 동시에, 재정 확충이나 산업 정책을 설계하는 데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나아가 이번 개편으로 미국 빅테크의 조세 회피를 구조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글로벌 최저한세의 본래 목적 역시 크게 훼손됐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서버 소재지나 법인 구조를 활용해 이익을 저율 국가로 이전해 온 기존 조세 전략을 제도적으로 제어할 수단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최저한세가 보편적 규칙이 아닌 예외가 허용된 제도로 자리 잡을 경우, 빅테크 기업들은 여전히 조세 피난처를 활용해 실질적인 세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EU 조세관측기구(EU Tax Observatory)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전체 해외 수익의 절반가량을 여전히 조세 피난처에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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