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7번째 매각 나서는 KDB생명, 산은 자금 지원에도 현실화 가능성 낮아

7번째 매각 나서는 KDB생명, 산은 자금 지원에도 현실화 가능성 낮아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태선
Position
선임기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수정

대주주 산업은행, 금융당국과 KDB생명 매각 논의
김병철 수석부사장 대표 내정, 유증 통해 체질 개선
밑빠진 독에 물붓기, 향후 전망 어두워

산업은행이 자회사인 KDB생명의 일곱 번째 매각 시도에 나선다. 재무 건전성이 취약한 KDB생명에 1조원가량을 증자해 경영을 정상화한 뒤 새 주인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자본잠식과 낮은 지급여력 비율을 해소하기 위해 택한 불가피한 결정이지만, 10여 년간 표류해 온 경영권 매각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은, 내달 공개 경쟁입찰 추진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이달 말 이사회를 열어 KDB생명 매각 안건을 논의하고, 다음 달 공개 경쟁입찰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산은은 금융당국과도 KDB생명 매각 방안을 두고 협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산은은 지난해부터 한국투자금융지주, 교보생명, 태광그룹 등 잠재 인수 후보군을 폭넓게 접촉해 왔다.

현재로서는 한투가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태광그룹은 내부 검토 끝에 KDB생명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투는 일찌감치 보험사 진출을 선언하고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매물을 두루 검토하고 있다. 산은은 한투와 매각가, 실사 조건 등을 놓고 물밑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투는 ‘보험사가 자금을 조달한 뒤 증권·자산운용사가 높은 운용수익을 내는 모델’을 그리고 있다. 이른바 ‘한국판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모델이다. 국내에선 메리츠, 미래에셋, 삼성 등 다른 비은행 금융그룹이 보험 계열사를 통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KDB생명의 매각 히스토리는 2010년대부터 시작됐다. 산은은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KDB생명을 인수한 뒤 여섯 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모두 불발됐다. 이후 사모펀드(PEF) KDB칸서스밸류 등이 지분 투자에 참여하며 공동투자 구조가 유지돼 왔으나, 최근 KDB칸서스밸류가 펀드 만료로 철수하면서 산은이 다시 KDB생명을 100% 보유하는 단독 주주 체제로 전환됐다. 자본시장법상 PEF는 15년까지만 존속할 수 있다. 이에 따라 KDB생명은 공식적으로 산은의 자회사 형태로 재편된 상태다.

경영 정상화 본격화, 유증으로 자본잠식 탈출

하지만 KDB생명은 취약한 재무 건전성과 과거 판매한 고금리 저축성보험 상품이 발목을 잡고 있어 매각이 쉽지 않은 상태다. 산은이 일곱 번째 매각을 추진하기에 앞서 KDB생명의 건전성을 정상화하는 전략을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먼저 새 리더십 체계를 갖췄다. KDB생명은 다음 달 말 주주총회를 열고 ‘영업통’으로 통하는 김병철 수석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 밖에 푸본현대생명, 삼성생명, iM라이프 등 외부 출신 인사를 임원으로 연달아 영입하며 영업력 강화를 위한 채비에 나섰다.

재무구조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KDB생명은 작년 3분기 기준 28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130억원 순이익) 대비 적자 전환했다. 실적 감소와 함께 시장금리 하락과 금융당국의 할인율 추가인하 조치 등 외부 요인이 겹치면서 KDB생명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KDB생명의 자본총계는 지난해 1분기 자본총계 -1,348억원을 시작으로 2분기와 3분기엔 -1,241억원, -1,036억원을 기록해 3개 분기 연속으로 완전자본잠식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KDB생명이 자금난을 겪게 된 건 지난 2023년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보험부채를 시장금리 변동에 따라 실시간 시가평가하게 되면서다. KDB생명은 2010년대 고금리 시절 연 4~6% 확정금리를 보장하는 확정형·저축성 보험을 대량 판매했는데, 오늘날 금리가 3%대로 떨어지자 IFRS17 적용으로 이들 상품의 장기 부채 평가액이 폭증하게 된 것이다. 이는 보험업 경험이 없는 ‘낙하산 인사’들이 경영을 주도하며 경쟁력이 약화한 결과다. 단기 실적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상품을 판매해 오며 악순환을 거듭한 것이다.

이에 산은은 지난해 12월 30일 KDB생명을 대상으로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산은의 KDB생명 지분율은 97.65%에서 증자 후 99.66%로 상승했다. 산은은 올해도 3,000억~5,000억원 규모의 추가 증자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유상증자까지 이뤄지면 산은이 KDB생명에 투입한 자금은 2조원에 달하게 된다. 자본잠식 규모를 크게 웃도는 규모의 유상증자가 마무리될 경우 KDB생명은 완전자본잠식에서 빠져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자본 불확실성 속 기본자본 규제 강화 부담

다만 금융당국의 자본 규제 강화 방침이 추가적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보험사들을 대상으로 2027년부터 기본자본 지급여력(K-ICS) 제도를 도입한다는 방침을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규제에 따르면 기본자본 K-ICS 비율이 50%를 밑도는 보험사에는 적기 시정조치가 내려진다. 이와 함께 K-ICS 권고치로 80%를 제시할 예정이다. 권고 수준 미달 시에는 후순위채 조기상환(콜옵션) 제한 등의 제재가 내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국내 보험사는 80% 이상의 기본자본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제도 연착륙을 위해 2035년까지 경과 조치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기본자본 K-ICS 비율이 50%를 하회하는 보험사는 경과조치에 따라 기본자본 비중을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연간 목표치를 설정해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연간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즉각적인 제재 대신 유예 기간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제도 안착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경과 조치가 '보이지 않는 족쇄'에 가깝다는 분석이 많다. 경과조치를 적용 대상 보험사는 원칙적으로 배당이 금지되고, 주기적으로 자본 확충 이행 보고를 한다는 점에서 경영에 부담을 느끼게 된다. 이어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인한 신규 보험 계약 유치나 채권 발행 시 불리할 수도 있다. 결국 기본자본 규제 도입이 내년부터 본격화된다는 가정하에, 기본자본 K-ICS 비율이 낮거나 자본 확충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 보험사는 경영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KDB생명의 K-ICS 비율은 32.4%로, 권고치인 80%를 크게 밑돈다. KDB생명은 최근 CSM(계약서비스마진) 중심 포트폴리오 재편, 제3보험 시장 확대 등 턴어라운드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현재 재무 구조에서는 대규모 추가 자본 확충 없이는 매물 가치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시장 목소리다.

시장에서는 향후 KDB생명에 최소 2조5,0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IFRS17과 K-ICS로 인해 생명보험사는 금리나 보험 이율이 바뀔 때마다 자본이 출렁이는 정도(민감도)가 훨씬 높아지게 됐기 때문이다. 이 기준들이 완전히 적용되는 시기가 오면, 추가로 자본을 보강하는 일이 상시 과제가 된다. 결국 KDB생명의 원매자는 후속 증자 비용 등을 모두 계산해 인수가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태선
Position
선임기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