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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에 반도체 경쟁력 못 내준다" TSMC·삼성·SK하이닉스 中 공장 VEU 취소한 美, 업계 영향 제한적

"中에 반도체 경쟁력 못 내준다" TSMC·삼성·SK하이닉스 中 공장 VEU 취소한 美, 업계 영향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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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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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TSMC·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국 공장 VEU 취소
중국 내 장비 반입·공정 업그레이드 제동, 기술 유출 방어책인가
TSMC "공급망 정상" 확언, 韓 기업들은 중국 사업 속도 조절·국내 투자 확대

미국 정부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와 한국의 핵심 메모리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한 신속 수출 허가를 철회했다.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중국 공장에 수출할 시 개별 허가를 받도록 강제, 핵심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내 장비 반입 및 공정 업그레이드에 제동을 건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주요 반도체 기업, 中 공장 장비 조달 제동

29일(이하 현지시각) IT 전문 매체 테크오베다스에 따르면 미국 산업안보국(BIS)은 12월 31일부로 TSMC 난징 공장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의 검증된 최종사용자(Validated End-User, VEU) 지위를 취소하고 모든 미국산 장비 선적에 개별 승인을 요구하기로 했다. 지난 8~9월에 걸쳐 예고됐던 조치가 올해 말부터 본격 시행되는 것이다. VEU는 미 상무부가 사전 승인한 기업에 주어지는 일종의 포괄적 허가다. VEU 명단에 포함된 반도체 기업의 중국 내 생산 시설은 미국 수출관리규정(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 EAR)상 수출이 통제되는 품목도 개별 허가 없이 수출이 가능하다.

미국 정부가 2022년 10월 EAR를 개정하면서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했을 당시, VEU 명단에 포함된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1년간 예외 적용을 받았다. 이후 2023년 10월에는 VEU 적용 기간 및 범위가 확대돼 특정 기술을 제외하고 낸드플래시·D램 개발 및 생산에 필요한 모든 통제 품목을 개별 허가 없이 도입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3사는 중국 공장에 EAR 통제 품목을 이전처럼 공급할 수 없다. 아울러 BIS가 중국 내 공장의 생산 능력 확장이나 기술 업그레이드를 위한 수출 허가를 내줄 의사가 없다고 밝힌 만큼, 향후 공정 고도화에도 난항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BIS는 "이번 조치의 목적이 일부 외국 기업들이 수출 허가 없이 반도체 장비와 기술을 중국으로 수출할 수 있었던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허점을 차단하는 데 있다"며 “그동안 어떠한 미국 소유의 반도체 제조 공장도 이러한 특혜를 누린 적이 없으며, 오늘 결정 이후에는 외국 소유의 반도체 제조 공장 역시 더 이상 이러한 특혜를 누릴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3사의 VEU 지위 취소는 미국 기업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中 반도체 자립 뒤에 '기술 유출' 있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미국의 수출 제한이 기술 유출 위험성을 고려한 판단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각 산업계에서 중국으로 핵심 첨단 기술이 유출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만큼, 미국이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보호하고 중국의 기술 굴기를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벽'을 세웠다는 진단이다. 실제 반도체업계에서는 중국 반도체 자립의 기반에 무단 기술 유출이 있다는 지적이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최근에는 국내 반도체 업체의 핵심 기술을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 등에 불법 유출한 일당이 무더기 기소되기도 했다.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CXMT 개발총괄 등 10명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국가 핵심기술 국외 유출 등)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CXMT 창립 초기 1기 개발실장과 투자 담당자 등은 삼성전자 출신 연구원을 자사로 이직시키는 과정에서 국가 핵심기술이 담긴 공정 정보를 불법 취득했다. 해당 연구원은 삼성전자 D램 공정 자료를 자필로 베껴 적는 방식으로 수백 단계의 공정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확보된 삼성전자 기술 자료는 CXMT 1기 개발팀에서 초기 개발에 사용된 뒤, 2기 개발팀으로 그대로 전달됐다.

2기 개발팀은 본격적인 D램 양산 개발 과정에서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역설계 분석을 진행, 유출 자료의 정확성을 검증했다. 자료에 포함된 삼성전자 내부 용어를 제거하거나 변경하는 방식으로 정보 유출의 흔적을 지우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검찰은 압수수색과 디지털 포렌식 분석 결과, CXMT 개발 자료와 삼성전자 유출 자료의 일치율이 초기 56.7% 수준에서 최종적으로 98% 이상에 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사 과정에서 SK하이닉스의 국가 핵심기술이 유출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검찰에 의하면 CXMT는 SK하이닉스에 반도체 장비를 납품하던 국내 협력 업체를 통해 SK하이닉스의 D램 공정 관련 핵심 기술을 불법 취득했다. 검찰은 CXMT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핵심 공정 기술을 결합해 사용했으며, 그 결과 2023년 중국 최초이자 세계에서 네 번째로 10나노대 D램 양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기술 수준을 단숨에 끌어올린 결정적 계기가 됐다.

검찰은 이번 범행으로 인한 국내 산업 피해가 매우 크다고 보고 있다. 중국 기업이 유출 기술을 발판 삼아 양산에 성공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장 점유율과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검찰이 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변화를 근거로 추산한 결과, 해당 사태로 인해 감소한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2024년 기준 약 5조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반도체 산업이 국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장기적인 국가 경제 피해 규모는 최소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업계의 규제 대응 방식

다만 조치 사유와 무관하게 미국의 VEU 취소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TSMC는 미국의 압박 속에서도 중국 사업을 이전처럼 영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4일 대만 매체 디지타임스는 로저 루오(Roger Luo) TSMC 중국·난징 법인장이 'ICCAD 2025' 컨퍼런스에서 "미국의 수출 통제 속에서도 공급망 중단 위험은 없다"고 일축했다고 보도했다. 루오 법인장은 "현재 규제 준수 프레임워크 아래에서 원자재와 장비 승인을 품목별로 신청하고, 공급 업체와 긴밀히 협력해 문제를 풀고 있다"며 "승인 절차가 과거보다 훨씬 엄격해진 것은 사실이나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며, 난징 팹의 생산과 공급망 운영은 모두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시장 투자 속도를 조절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달 초 중국 장쑤성 우시 D램 생산 법인인 100% 자회사 SK하이닉스 세미컨덕터(차이나)에 대한 현금 출자 기간을 기존 2022년 6월~2025년 12월에서 2022년 6월~2030년 12월로 정정했다. 최초 공시 당시와 출자 금액이 2조3,940억원으로 같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연평균 출자 금액을 약 6,800억원에서 2,800억원으로 줄인 셈이다.

국내 시설 투자를 늘리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평택사업장 2단지 5라인의 골조 공사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메모리 수요 확대 흐름을 고려해 생산 시설 확장에 착수한 것이다. 해당 공사에는 50~60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며, 가동 예정 시점은 2028년이다. SK하이닉스도 현재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단계적으로 6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최근 용인 클러스터에 들어설 팹 규모를 기존 계획 대비 1.5배 늘렸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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