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P4 공기 단축에 P5 재개까지, 삼성전자 메모리 공급 확대 ‘속도전’ 돌입
평택 P4 공기 단축에 P5 재개까지, 삼성전자 메모리 공급 확대 ‘속도전’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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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단축→추가 투자, 확장 재시동
첨단 공정·메모리 동시 대응 움직임
캐파 확대 속도 따라 추가 수익 결정

삼성전자가 평택 반도체 캠퍼스에서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평택 4공장(P4) 일부 라인의 공기 단축과 함께 중단됐던 공정 재개가 추진되면서 생산능력(캐파) 확대가 현실화되는 흐름이다. 여기에 평택 5공장(P5) 투자 재개 논의까지 맞물리며 기존 생산 공간을 중심으로 한 증설 기조 역시 한층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인공지능(AI) 서버 확산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누가 얼마나 빠르게 공급을 늘리느냐가 향후 수익성과 시장 판도를 가를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1c D램 HBM 생산 확대 그림
2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P4 Ph4(페이즈4)의 공사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해당 설비는 애초 내년 말 가동이 목표였지만, 이를 2~3개월 앞당겨 내년 3분기 장비 반입과 시험 운전을 목표로 잡았다는 전언이다. 이와 함께 지난 2023년 중단된 P4 Ph2의 마감 공사도 재개될 전망이다. Ph2는 Ph4보다 공정이 더 진행된 상태에서 멈춘 만큼 추가 공사에 소요되는 기간은 Ph4보다 짧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일정 단축과 공사 재개는 평택 캠퍼스 내 HBM 생산 축을 빠르게 쌓아 올리려는 의도로 읽힌다. Ph4와 Ph2 두 라인 모두 6세대(1c) D램 기반 HBM 생산에 투입될 예정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1c 공정을 중심으로 한 HBM 생산 체계를 P4 전반으로 확장하는 그림이 보다 명확해 졌다는 분석이다. 1c D램은 차세대 HBM4의 핵심 베이스 공정으로, 내년 이후 AI 서버용 메모리 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해질 제품군으로 꼽힌다.
장비 발주 흐름에서도 같은 방향성이 확인된다. EUV(극자외선) 공정 비중이 높은 1c D램은 그 특성상 노광 장비뿐 아니라 전·후공정을 뒷받침하는 가스, 화학, 진공, 이송 관련 설비의 선제적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최근 가스·화학 장비를 중심으로 발주를 이어가면서 실제 양산 전 단계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이달 초에는 극미세공정 내 ‘꿈의 장비’로 불리는 네덜란드 ASML의 ‘High-개구수(NA) EUV’ 장비 도입에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하기도 했다.
시장의 흐름은 삼성전자의 행보에 속도를 높인다. 엔비디아뿐 아니라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CSP)들이 차세대 AI 서버 구축을 위해 HBM 수요를 직접적으로 요청하면서 글로벌 메모리 공급사들의 안정적 물량 공급이 중요해진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HBM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공급 측 생산 능력 또한 갈수록 중요해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수요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대응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계획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6개 공장 중장기 청사진 실행 단계 돌입
이 같은 HBM 수요 압박은 P4를 넘어 그간 속도 조절에 들어갔던 P5 투자 재개로까지 이어지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임시 경영위원회에서 반도체 중장기 수요 확대를 전제로 평택사업장 2단지 내 P5 골조 공사 진행을 결정했다. 회사는 “시장 변화에 신속 대응하고자 생산라인을 선제 확보할 계획”이라며 “안정적 생산 인프라 확보를 목표로 각종 기반시설 투자도 병행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설비 가동 이후 평택사업장의 공급망 내 위상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점도 함께 언급됐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도로를 기준으로 1단지와 2단지로 구분된다. 1단지에는 P1~P4와 EUV 노광라인, 사무동 등이 자리하고, 2단지에는 주차타워와 함께 P5·P6가 들어설 예정이다. P5는 가로 650m, 세로 195m 규모의 3층 건물로 계획됐으며, 클린룸은 총 6개로 구성된다. 이는 P4와 비교해 클린룸 수 기준 1.5배 규모다. 업계에서는 P5가 조만간 기초 공사에 들어가 2028년 가동을 목표로 일정이 구체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 규모 역시 과거와 비교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기존 P1~P4는 라인당 최대 30조원가량의 자금이 투입됐다. 그러나 P5는 공정 미세화와 양산 규모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50조원을 훌쩍 넘는 자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전자의 연간 자본적 지출(CAPEX)이 50조원대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P5는 단일 프로젝트 기준으로도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는 투자다. P4 투자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P5 착공 논의가 병행되는 점 역시 공급 대응 속도를 중시한 판단으로 읽힌다.
현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현재 P5 건설 현장에는 일부 관리자급 인력이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고, 본격 착공은 내년 1~3월로 예상된다. 착공 시점에는 건설·배관·전기·반도체 엔지니어 등을 포함해 관련 인력이 최대 2만 명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장기적으로 P1~P6까지 총 6개 공장을 구축해 550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30만 명 고용 창출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P5 투자 재개는 이 같은 중장기 청사진 가운데서도 AI 서버 확산과 HBM 수요 증가가 맞물린 시점에 맞춰 실행 단계로 넘어간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시장은 공급 부족·가격 급등 심화
이런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D램 가격 급등 국면에서 누가 얼마나 빨리 공급을 늘리느냐로 옮겨가는 추세다. 최근 메모리 가격 상승 속도가 눈에 띄게 가팔라진 탓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의하면 지난달 낸드 웨이퍼 계약가격은 10월 대비 최소 20% 상승했고, 일부 TLC·QLC 제품은 최대 60%까지 급등했다. D램의 경우 오름폭이 더 크다.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고정거래가격은 올해 초 3.75달러에서 지난달 19.5달러로 뛰며 약 420% 상승했다.
현물 시장에서도 같은 흐름이 포착된다. 트렌드포스의 주간 현물 가격 추세 보고서에 따르면 이달 24일 기준 주요 D램 현물 가격은 전주 대비 최대 12.87% 뛰어올랐다. DDR4 8Gb 1Gx8 3200 모델은 전주 대비 12.87% 오르며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고, DDR4 16Gb 2Gx8 3200은 10.84% 상승했다. 낸드에서는 128Mx8 1Gb SLC가 3.15%, 256Mx8 2Gb SLC가 2.65% 올랐다.
가격 급등의 배경으로는 메모리 업체들의 생산 포트폴리오 전환이 지목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제조사들이 HBM과 서버용 DDR5 같은 고부가 제품군에 생산 능력을 집중하면서 PC·모바일용 범용 D램과 낸드 공급은 눈에 띄게 줄었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수요까지 급증하면서 저장장치 전반의 병목 현상이 심화됐다. 글로벌 전략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는 “데이터센터 증가 속도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대체 수요 확대가 맞물리며 HDD 재고가 사실상 고갈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가격 환경에서 수혜는 메모리 공급사로 집중되는 형국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낸드 시장에서 합산 점유율이 절반을 넘고, HBM과 고단 V-낸드 중심의 생산 구조를 갖춰 원가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HBM과 DDR5에 이어 낸드까지 동반 반등하면서 세 제품군이 동시에 실적에 기여하는 이례적인 구도가 형성됐다”고 짚으며 “현물 가격 상승이 일정 시차를 두고 고정거래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최근 가격 급등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면 완제품 제조사와 소비자 부담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D램과 스토리지는 PC와 스마트폰 원가의 최대 25%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이 때문에 GPU 등 시장에서는 메모리 가격 급등이 매우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경향을 보인다. 심지어 엔비디아 RTX 5090과 같은 일부 프리미엄 제품의 경우, 가격이 5,000달러(약 720만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엔비디아와 AMD가 당장 내년 1월부터 제품 출고가를 인상할 것이란 소식 또한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