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기업가치 ‘7,500억 달러’ 논의 본격화, 이면에선 반복되는 투자 유치와 인프라 부담
오픈AI 기업가치 ‘7,500억 달러’ 논의 본격화, 이면에선 반복되는 투자 유치와 인프라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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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기대가 가치 부풀려” 논쟁 점화
투자 유치 지속 가능성에 의문부호
메모리 등 인프라 비용 압박 커져

오픈AI가 기업가치 7,500억 달러(약 1,100조원)를 기준으로 한 신규 투자 유치에 나서면서 글로벌 자본시장의 이목을 한데 집중시켰다. 불과 지난 분기 3분의 2 수준으로 평가됐던 몸값이 짧은 기간 내 크게 뛰면서 오픈AI를 둘러싼 기업가치 평가 기준과 투자 논의의 맥락을 짚어볼 필요성 또한 커지는 형국이다. 지난해 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투자 이후 이어진 반복적인 자금 조달 흐름, 그리고 데이터센터와 서버 인프라를 둘러싼 비용 부담 문제까지 겹치면서 오픈AI의 기업가치 논의는 단순 숫자 이상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오픈AI 개별 성과 반영 미미
18일(이하 현지시각)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에 따르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복수의 투자자와 만나 7,50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수백억 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예비 논의에 돌입했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오픈AI는 비상장기업 가운데 최대 기업가치를 기록하게 된다. 지난 3분기 직원 보유 주식 매각 과정에서 책정된 오픈AI의 기업가치가 5,000억 달러(약 730조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과 몇 달 사이 평가액이 1.5배로 뛴 셈이다.
시장은 오픈AI의 기업가치를 둘러싸고 동일 시점에 복수의 기준이 병존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오픈AI가 최근 아마존과 100억 달러(약 14조7,000억원) 규모 투자 협상을 진행하면서 기업가치를 5,000억 달러 수준으로 전제해 논의를 이어온 탓이다. 다만 이후 신규 자금 조달을 위한 논의 국면에서는 기업가치를 7,500억 달러까지 상향해 투자자들과 접촉했다는 전언이다. 동일한 투자처를 두고 상대나 국면에 따라 전혀 다른 기업가치가 제시되는 상황은 현재 논의가 확정된 가격이라기보다 협상의 한 단계에 가깝다는 것을 시사한다.
나아가 아마존과의 투자 협상은 오픈AI의 밸류 논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내부 관계자에 의하면 양사는 오픈AI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자체 AI 칩 ‘트레이니엄(Trainium)’을 사용하거나 AWS 클라우드 임대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이는 대규모 인프라 수요를 전제로 한 전략적 협력 모델에 가깝다. 오픈AI가 제시하는 기업가치 역시 향후 클라우드 사용량 확대, 데이터센터 구축, 연산 수요 증가 등을 전제로 한 장기적 관계 설정과 맞물려 해석될 공산이 크다.
결과적으로 7,500억 달러라는 수치는 오픈AI가 현재 단계에서 확보한 실적을 반영한 결과라기보다는 향후 AI 인프라 경쟁에서 차지할 위치를 선제적으로 가격에 반영한 값에 가깝다는 평가다. 특히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과의 협력 구도가 기업가치 논의의 전제 조건이라는 점에서 오픈AI의 가치는 회사의 개별 성과보다 글로벌 빅테크 자본과의 관계 형성에 더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선투자 후 추가 조달’ 구조, 여론 악화
시장에서는 오픈AI의 몸값 책정이 과도하다는 평이 우세하다. 이는 지난해 10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오픈AI에 5억 달러(약 7,400억원) 상당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당시부터 제기됐던 논란이다. 당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오픈AI의 투자 라운드에 참여하며 기업가치를 1,500억 달러(약 198조원)로 평가했다. 이는 틱톡 운영사인 바이트댄스(2,250억 달러·약 332조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2,000억 달러·약 295조원)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스타트업 가치였다. 이 시점부터 오픈AI는 실적보다는 미래 AI 시장 주도권을 등에 업은 고평가 논쟁의 중심에 올라섰다.
문제는 이 투자가 마침표가 아닌, 또 다른 자금 조달의 출발점이 됐다는 점이다. 손 회장의 투자 선언 이후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오픈AI는 다시 신규 자금 유치 논의에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 또한 1,500억 달러에서 5,000억 달러로, 최근에는 7,500억 달러까지 빠르게 상향 조정됐다. 이처럼 투자 유치가 이뤄질 때마다 밸류가 급상승하는 방식은 회사의 성장 속도와 무관하게 외부 자본 투입이 선행되는 패턴을 형성했고, “대규모 투자에도 몸값을 부풀려 곧바로 추가 자금을 모집하는 기업”이라는 비판을 낳았다.
오픈AI의 현금 소진 속도는 이 같은 자금 구조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업계는 오픈AI가 오는 2029년까지 총 1,150억 달러(약 160조원)의 자금을 소진할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최근 데이터센터 기업 오라클과 체결한 3,000억 달러(약 417조원) 규모의 클라우드 사용 계약 비용까지 더하면, 고정비 부담은 한층 확대된다. 반면 수익성 개선은 요원한 실정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오픈AI가 2027년에 거둘 매출을 약 600억 달러(약 83조4,000억원) 수준으로 예측했다. 막대한 고정비와 비교할 때, 수익 창출 속도가 이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 같은 흐름은 외부 자본 유치가 끊길 경우 곧바로 유동성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경계심을 키운다. 블룸버그는 “오픈AI와 위워크 모두 고정 비용은 있지만, 수입원은 불확실하다는 공통점을 갖는다”며 “오픈AI는 아직 안정적인 고정 수익원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데이터센터 확충과 연산 자원 확보를 위해 선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손 회장의 대규모 투자를 기점으로 불거진 거품 논란이 오랜 시간 지속되는 배경에는 반복되는 자금 조달 필요성과 고질적인 현금 소진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의미다.
신뢰도 기반 투자 패턴 ‘위태’
그간 오픈AI는 주로 지분 매각 방식을 활용해 데이터센터 건립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 왔다. 직접 차입에 나서기보다는 파트너사와 금융기관이 전면에 나서고, 오픈AI는 컴퓨팅 용량을 임대해 사용하는 식이다. 현재 진행 중인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역시 다수의 은행이 오라클과 데이터센터 구축업체 밴티지에 380억 달러(약 55조8,000억원) 대출을 집행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오픈AI는 대출 계약의 당사자가 되지 않고, 파트너사들이 특수목적회사(SPV)를 설립해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이 같은 방식은 재무제표상 부채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대규모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지닌다. 블루아울 캐피털은 오픈AI의 뉴멕시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위해 30억 달러(약 4조4,000억원)를 투자했고, 스미토모미쓰이·BNP파리바·골드만삭스·미쓰비시UFJ 금융그룹 등 은행 컨소시엄은 180억 달러(약 26조6,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주선했다. 여기에 크루소 등 컴퓨팅 인프라 기업들이 조달한 대출까지 포함하면, 오픈AI 파트너사들이 부담한 금액은 총 280억 달러(약 41조4,000억원) 수준에 이른다.
다만 이런 구조는 오픈AI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파트너사들의 신뢰가 뒷받침될 때만 성립한다는 점에서 그 한계 또한 명확하다. 대출 상환은 파트너사의 장기 임대 계약을 통해 이뤄지며, 계약 이행이 어려워질 경우엔 금융기관이 토지와 데이터센터 소유권을 확보한다. 오픈AI는 직접적인 재무 위험을 지지 않지만, 컴퓨팅 용량 사용 계약이라는 형태로 장기간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된다. 그럼에도 올트먼 CEO는 “다른 사람들의 재무제표를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핵심 전략”이라고 언급하며 파트너사의 신용도를 활용한 자금 조달 방식을 유지할 계획임을 암시했다.
문제는 최근 들어 서버 투자 비용 자체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고성능 연산에 필수적인 D램과 AI 가속기 관련 메모리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초기 설비 투자뿐 아니라 운영 비용 부담도 커지게 된 것이다. HSBC는 “오픈AI는 2030년까지 누적 7,020억 달러(약 1,038조원)의 컴퓨팅 임대료를 부담할 예정”이라면서 “2033년에는 이 금액이 1조4,000억 달러(약 2,07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버 확충을 통한 연산 능력 확대 전략이 단순 설비 증설을 넘어 장기적인 비용 관리와 추가 투자 유치 능력까지 동시에 시험하는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