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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고령화 시대 치매 해법, 일자리보다 예방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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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8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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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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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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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비용, 의료기관 넘어 가족·사회 전반으로 확산
고용 연장보다 중요한 직무의 질과 예방 체계
조기 진단·위험 관리 중심으로 바뀌는 의료 경쟁력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1년 기준 전 세계 치매 환자는 약 5,700만 명에 달했으며, 연간 치매 관련 비용은 2019년 이미 1조3,000억 달러(약 1,990조원) 규모로 추산됐다. 치매로 인한 부담은 의료비와 요양비를 넘어 가족 돌봄과 생산성 저하, 연금·보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며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치매를 사회·경제 시스템 전반의 과제로 바라보고 인지건강 시장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논의 속에서 고용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고용 유지가 노년기 인지 기능 보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자리가 의료·돌봄 체계의 역할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노동은 사회적 교류와 활동성을 유지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직무 환경에 따라 건강상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사후 대응 중심 구조가 키운 치매 비용

그동안 치매 정책은 주로 의료 영역의 문제로 다뤄왔다. 그러나 상당수 비용은 치매 진단 이전 단계에서 이미 발생한다. 가정에서는 기억력 저하와 판단 착오가 반복되고 직장에서는 업무 실수가 늘어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조기에 포착하고 관리하는 데 제약이 적지 않다. 문제는 관련 지출이 집중되는 시점이다. 현재 치매 관련 예산과 서비스는 인지 저하가 뚜렷해진 이후에 몰려 있다. 뇌 영상 검사와 장기요양 서비스, 간병 지원, 약물 치료 등에 재원이 집중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치매 부담을 실제로 떠안는 주체도 충분히 조명되지 못한다. 환자뿐 아니라 돌봄을 위해 근로 시간을 줄여야 하는 가족, 보험금 지급 부담이 늘어나는 보험사, 돌봄 수요를 지원하는 공공 의료체계 역시 비용을 함께 부담한다.

이 같은 구조는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한계를 드러낸다. 지난해 미국 추산에 따르면 의료비와 장기요양비, 무급 돌봄, 소득 손실, 삶의 질 저하 등을 포함한 치매의 연간 사회적 비용은 7,810억 달러(약 1,190조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의료 및 장기요양 비용은 2,320억 달러(약 350조원)였지만, 가족과 친구들이 제공한 약 68억 시간의 무급 돌봄 가치는 2,330억 달러(약 350조원)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인지건강 시장의 경쟁력도 돌봄 부담 경감과 기능 유지, 예방 역량을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주: 치매 비용의 상당 부분은 병원 밖에서 발생하며, 가족과 노동시장, 의료체계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인지건강 좌우하는 노동 환경

예방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고용과 인지건강의 관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 참여 자체만으로 인지 기능 변화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소득 수준과 직무 특성, 사회적 관계, 학습 기회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연구들은 고용 여부 자체를 뇌 건강의 지표로 보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노동시장 충격과 고령층 인지기능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전국 실업률이 1%포인트 상승할 경우 고령 남성의 인지 점수는 평균 0.11~0.19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성과 65세 이상 인구에서는 같은 결과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같은 고용 상태라도 노동 환경은 크게 다를 수 있다. 58세에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떠난 제조업 종사자와 66세에 시간제 근무를 선택한 전문직 종사자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저임금 노동자는 근무를 이어가더라도 육체적 피로와 수면 부족, 만성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쉽다. 반면 은퇴 이후에도 자원봉사와 운동, 취미 활동, 사회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사람은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을 보인다. 2024년 7,000명 이상의 노르웨이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비슷한 결론을 제시했다. 성인기 동안 인지적 요구 수준이 낮은 직업에 종사한 사람들은 70세 이후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복 업무 중심의 직무보다 판단과 협업, 계획 수립, 학습이 요구되는 직무에서 인지 기능 유지 효과가 상대적으로 컸다.

주: 일자리가 인지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고용 효과는 직업과 연령, 개인 특성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생애 전반에 걸친 예방 체계 구축

직무 환경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치매 예방 정책도 중년기 위험요인 관리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국제 의학 학술지 란셋(The Lancet) 위원회는 2024년 보고서를 통해 청력 저하와 고혈압, 당뇨병, 흡연, 우울증, 사회적 고립, 신체활동 부족, 높은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 등 14개 위험요인을 관리할 경우 전 세계 치매 사례의 약 45%를 지연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물론 유급 노동은 사회적 관계 유지와 소득 확보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직무 스트레스와 수면 장애 등 새로운 위험요인을 동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방 정책의 중심축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50대와 60대 초반을 인지건강 관리의 핵심 시기로 주목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만성질환과 청력·시력 저하, 수면 문제, 기억력 이상 징후를 조기에 관리하는 체계 구축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예방 역량이 새로운 경쟁력

인지건강 시장에서는 의료체계를 평가하는 기준도 변화하고 있다. 병원과 보험사, 지역 의료서비스를 평가할 때 치매 치료 성과뿐 아니라 '뇌 건강 준비도(brain-age readiness)'를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위험요인을 얼마나 조기에 발견하고 의료·복지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연계하는지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평가 범위 역시 치료 역량에만 머물지 않는다. 조기 진단과 예방 체계, 의료 접근성, 가족 돌봄 지원, 고령 친화적 노동환경 등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사회적 기반 전반이 포함된다. 따라서 병상 규모나 치료 성과보다 위험요인을 얼마나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지, 환자와 가족이 필요한 서비스를 적시에 이용할 수 있는지, 고령층의 사회 참여와 자립을 얼마나 지원하는지가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치매를 개인의 기억력 문제나 의료기관의 치료 영역에만 맡겨둘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인지건강 시장의 과제 역시 치료를 넘어 예방과 조기 진단, 직무 환경 개선, 통합 돌봄 체계 구축으로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의 경쟁은 치매 환자를 얼마나 치료하느냐보다 고령층의 기능과 자립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느냐에서 판가름날 가능성이 크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Cognitive Health Market Cannot Be Built on Jobs Alon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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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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