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가치’ 딛고 초대형 기술주 등극한 스페이스X, 실적·지배 구조 뇌관에 금융 시장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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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부진한 실적에도 공모주 청약 당시 열기 여전 계열사 간 거래 규모·지배 구조 등 숨은 리스크도 부각돼 AI 열풍 속 위기 빠진 사모신용 업계, 스페이스X도 금융 시장 뇌관 될까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상장 직후 미국 초대형 기술주 반열에 올라선 가운데, 실제 매출과 수익성은 아직 시장의 기대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의 높은 주가는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물일 뿐이라는 진단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스페이스X가 유의미한 성장세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이 AI 열풍 속 대규모 리스크를 떠안은 사모신용 업계와 유사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스페이스X의 주가 강세와 허점
18일(이하 현지시각) 야후파이낸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스페이스X의 주가는 IPO 공모가인 135달러(약 20만3,850원) 대비 37%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시가총액은 2조4,000억 달러(약 3,620조원)로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주요 기술 기업과 비슷한 구간에 머물렀다. 상장 전부터 과열됐던 투자 수요가 아직 완전히 꺾이지 않은 것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 10일 공모주 청약에서 3,500억 달러(약 528조5,000억원)에 달하는 증거금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조달한 자금은 총 750억 달러(약 113조2,500억원)로,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세운 기존 최고 기록 294억 달러(약 44조3,940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많았다.
다만 이러한 주가 강세를 뒷받침할 실적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연간 49억 달러(약 7조3,990억원)의 순손실을 낸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42억8,000만 달러(약 6조4,63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 부문 자회사인 xAI 역시 지난해에만 대형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설비투자에 127억 달러(약 19조1,770억원)를 투입하는 등 대규모 손실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는 현재 스페이스X와 시가총액이 유사한 대형 기술 기업들과는 확연한 격차다. MS의 최근 1년 매출은 3,000억 달러(약 453조원) 이상이며, 아마존의 매출 규모도 7,000억 달러(약 1,060조원)를 웃돈다. 이들 기업은 이미 막대한 현금 흐름과 순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다만 벤처업계 등에서는 스페이스X의 강세가 혁신기업의 미래 가치 평가에서 자연스럽게 기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벤처기업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투자자들이 스페이스X에 자금을 몰아주는 것은 단순히 현재 흑자를 내고 있어서가 아니다"라며 "시장 참여자들이 미래 성장성과 기술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테슬라는 2010년 나스닥 상장 이후 약 10년 동안 적자를 기록했지만 그 기간 동안 약 109억 달러(약 16조7,650억원)의 투자 자금을 조달했다"며 "투자자들은 당시 실적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투자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투자자들은 스페이스X를 단순한 로켓 발사 기업이나 위성통신 기업으로만 보지 않으며, 스타링크 위성인터넷, 우주 발사 서비스, 방위산업, 위성 데이터, 통신 인프라, AI 관련 투자 가능성을 결합한 미래 인프라 플랫폼으로 평가하고 있다. 당장의 매출보다 앞으로 구축할 수익 구조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야후파이낸스는 “스페이스X는 현재의 매출 기반을 미래의 ‘이익 기계’로 바꿔야 한다”고 짚었다. 시장 기대가 유의미한 실적으로 전환되지 못할 경우 현재의 높은 밸류에이션은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계열사 간 거래·지배 구조도 논란
문제는 스페이스X가 품은 '뇌관'이 실적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 계열사 간 거래다. 스페이스X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xAI는 2024년 테슬라 메가팩 1억9,100만 달러(약 2,880억원)어치를 구매했고, 지난해에는 구매액이 5억600만 달러(약 7,640억원)로 늘었다. 올 1~3월에도 3,400만 달러(약 513억원)가 추가로 지급됐으며, 4월에는 한 달 동안 2억6,900만 달러(약 4,062억원) 규모의 메가팩이 추가로 거래됐다. 스페이스X 역시 지난해 테슬라로부터 1억3,100만 달러(약 1,978억원) 규모의 사이버트럭을 구매했다.
스페이스X 측은 이 거래들이 모두 ‘특수관계자 거래’로 분류됐으며, 비계열 제삼자와 유사한 조건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해상충 우려를 지우기가 어렵다. 머스크 CEO라는 동일 인물이 양쪽 회사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 중인 이상, 거래 가격, 물량, 시점 등이 각 회사 주주에게 최선이었는지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쪽 회사의 수요가 다른 계열사의 매출을 떠받치는 구조가 유지될 경우, 단순 성장성뿐 아니라 그 성장의 독립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위험이 있다.
지배 구조도 논란거리다. 머스크는 클래스B 초과의결권 주식을 통해 스페이스X 의결권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일반 투자자에게 배정되는 클래스A 주식은 1주당 1표를 갖지만, 머스크와 일부 내부자가 보유한 클래스B 주식은 1주당 10표를 행사한다. 이 구조 덕분에 머스크는 상장 후에도 과반 의결권을 유지할 수 있다. 이사회 선임, 인수·합병(M&A), 주요 경영 판단에서 일반 주주의 영향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점은 특히 계열사 간 거래 논란과 맞물릴 때 더 큰 부담이 된다. 특수관계자 거래가 반복되더라도 일반 주주가 이사회 구성, 경영진 교체 등 견제책을 꺼내 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회사 정관과 텍사스 법 체계상 주주 소송 제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과도한 거품은 '시한폭탄'
시장은 향후 스페이스X의 이 같은 불안정성이 금융 시장 내 대형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향후 스페이스X 투자자들이 AI 거품으로 위기에 빠진 사모신용 업계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빅테크와 AI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전력 설비, 반도체,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들의 투자 규모는 전통적인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불어났는데, 그 빈틈을 메운 것이 사모신용이다. 은행권의 규제를 직접 받지 않는 사모신용 펀드들이 AI 인프라 프로젝트와 관련 기업들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면서, AI 열풍이 단순한 주식 시장 테마를 넘어 신용시장 리스크로 확산한 것이다.
현시점 이러한 구조는 상당히 안정적으로 보인다. 데이터센터들이 줄줄이 장기 임대 계약을 체결하고 있고, 클라우드와 AI 서비스 수요도 계속해서 늘어나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관련 대출을 비교적 안전한 장기 현금 흐름 자산으로 받아들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AI 수요가 지금의 증가 속도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상황은 급격히 나빠지게 된다. AI 투자 수익성·데이터센터 수요가 예상치를 밑돌거나, 전력·반도체 비용 부담이 커지면 대출 자산의 가치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여기서 사모신용 시장의 취약성이 두드러진다. 사모신용 펀드가 보유한 대출 자산은 기본적으로 쉽게 처분하기 어려우나, 최근에는 개인 투자자와 고액 자산가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일정 수준의 환매를 허용하는 ‘준유동성’ 펀드가 늘었다. 자산은 비유동성인데 투자자는 유동성을 기대하는 구조다. AI 수요에 대한 의심이 커져 펀드 자산가치가 낮아지면 사모신용 펀드 투자자들은 동시에 환매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펀드는 환매를 제한하거나 자산을 헐값에 매각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리게 된다.
여기에 PIK(Payment-in-Kind) 대출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PIK는 차주가 현금으로 이자를 내는 대신 이자를 원금에 더해 나중에 갚는 방식이다. AI 관련 기업이나 인프라 프로젝트가 예상대로 현금 흐름을 만들지 못할 경우, 이자 부담은 장부상 뒤로 밀릴 뿐 실제 부채는 계속 커진다. 저금리 시기에는 성장 기대가 구조적 문제를 가려줬지만, 금리가 상승하고 투자자들이 수익성을 따지기 시작한 환경에서 이는 오히려 부실을 키우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사모신용 업계의 리스크는 결국 대출, 펀드, 은행, 보험사, 연기금 자금 등이 복잡하게 얽힌 문제로, 사태가 심화하면 금융기관의 익스포저 재평가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