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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MEMO] AI 시대 국가 경쟁력, 핵심은 컴퓨트 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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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8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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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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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활용률보다 중요한 인프라 통제력 
미국 집중된 AI 연산 역량, 기술 주도권 편중 심화
전력·반도체·데이터센터 확보전 본격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초 기준 전 세계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연산 성능의 약 75%가 미국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AI 경쟁력은 근로자와 기업의 활용 수준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경쟁력은 이를 뒷받침하는 컴퓨팅 인프라와 산업 기반에 의해 좌우된다. 해외 기업의 서비스를 활용해 AI 도입을 확대할 수는 있지만, 핵심 역량을 외부에 의존할 경우 기술 주권과 정책 자율성이 제약되는 위험이 따른다. 이에 따라 AI 정책의 중심도 핵심 인프라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는 ‘AI 컴퓨트 주권(AI compute sovereignty)’으로 이동하고 있다.

숫자로 보이지 않는 AI 경쟁력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의 43%가 직장에서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반면 유럽 6개국 평균은 32%에 그쳤다. 기업 부문에서도 미국 기업의 AI 활용률은 7%였지만 유럽은 4%에 머물렀다. 이러한 격차는 산업 구조와 기업 문화, 업무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활용률만으로 국가의 AI 경쟁력을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AI 서비스는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전력망 등 대규모 인프라를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자체 인프라 없이 해외 사업자의 서비스를 활용해 AI 도입을 확대할 수는 있지만, 핵심 기능과 데이터가 외부 시스템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도 커진다. 이는 장기적인 비용 부담 증가와 공급망 리스크 확대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 같은 문제는 최첨단 AI 시스템의 규모를 통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3월 기준 세계 최고 수준의 AI 시스템은 구축에만 약 70억 달러(약 10조7,632억원)가 투입됐으며 AI 반도체 20만 개가 사용됐다. 전력 소비량도 300메가와트(300MW)에 달했다. 최상위 AI 시스템의 연산 성능은 약 9개월마다 두 배로 증가하고 있으며, 투자 규모와 전력 수요 역시 1년 단위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는 AI가 소프트웨어 산업을 넘어 대규모 설비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전략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와 함께 반도체와 전력망, 냉각 설비, 보안 체계 등 핵심 자원의 확보 능력도 AI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외 지역에서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분석한 결과 예정 투자액 기준 48%를 미국 기업이 운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설이 국내에 위치하더라도 운영 주체와 핵심 계약, 관리 권한이 해외 기업에 집중돼 있다면 전략적 의사결정 권한 역시 외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주: 최첨단 AI 연산 역량의 미국 집중 현상은 AI 활용 확대가 전략적 의존성 심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력 인프라가 결정하는 AI 격차

AI 인프라 경쟁이 확대되면서 전력 확보 문제도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24년 415테라와트시(TWh)로 전 세계 전력 수요의 약 1.5%를 차지했으며, 2030년에는 945테라와트시(TWh)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정부도 2025년 컴퓨트 계획에서 2030년까지 최소 6기가와트(GW) 규모의 AI 대응 데이터센터 용량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당시 확보된 용량의 세 배 수준이다. 이처럼 AI 경쟁력은 단순한 기술 개발 역량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부지 확보, 자금 조달 능력, 인허가와 건설 역량이 AI 인프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AI 정책도 에너지·산업·금융·안보 정책이 결합된 국가 전략 과제로 확대되고 있다.

주: 전력 수요 증가 폭이 완만한 시나리오에서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전력망 수용 능력이 AI 주권 확보의 핵심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컴퓨트 주권 확보 나선 유럽

이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유럽은 미국식 모델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현실적인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기술 생태계를 재현하거나 AI 공급망 전반에서 완전한 자급 체계를 구축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핵심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컴퓨트 주권 확보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했다. 이는 특정 기업이나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유럽은 이미 유럽 고성능컴퓨팅 공동사업(EuroHPC)을 통해 10여 개 이상의 AI 팩토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시설 확충만으로 경쟁력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연구와 실증 단계의 기술이 산업 현장과 상용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병행돼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와 병원, 대학, 군, 대기업 등이 보유한 클라우드 수요를 공동 구매 방식으로 결집해 장기 수요 기반을 마련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또한 공공 재정 지원은 저탄소 전력 활용과 사이버 보안, 공급업체 전환 가능성 등 명확한 기준과 연계하고 사업 종료나 시스템 이전에 대비한 관리 체계도 함께 갖춰야 한다.

주: 반도체와 노광장비, 핵심 소재 공급이 소수 국가에 집중된 현실에서 완전한 자급자족보다 우방국 간 공급망 다변화가 현실적인 대안이다.

의존 비용 커지는 AI 시대

AI 인프라 구축에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지만, 해외 의존이 초래하는 비용도 무시하기 어렵다. 특정 공급자에 대한 의존이 심화될 경우 기술 선택권이 극도로 위축될 뿐만 아니라, 데이터 관리와 연구개발, 위기 대응 과정에서도 추가 비용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미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CHIPS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통해 527억 달러(약 81조190억원)를 투입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한편 AI 공급망 전반을 단일 국가가 모두 담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에 따라 미국의 반도체 설계와 클라우드 역량, 유럽의 제조 장비와 전력 인프라, 한국과 일본의 메모리 및 반도체 생산 역량을 연계하는 협력 체계 구축이 중요 과제로 부상했다. 특히 민주주의 국가 간 컴퓨트 협약(Compute Compact)과 같은 협력 모델은 공급망 위험을 분산하고 안정성을 높이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센터 확산의 사회적 조건

데이터센터 확장은 지역 전력망과 물 사용, 전기요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신규 시설은 청정에너지와 저장 설비 확충에 기여하고 전력·수자원 사용량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대규모 전력 수요가 가계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요금 체계를 정비하는 한편, 폐열 활용과 세수 확대 등 지역 환원 방안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제도적 감독 역시 데이터와 서비스 운영 전반으로 확대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공공기관은 시스템 접근 주체와 백업 데이터의 저장 관할권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원격 접속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반도체·모델 공급망을 포괄하는 보안 점검도 필수 과제로 꼽힌다. 컴퓨트 주권은 국가가 모든 시설을 직접 소유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핵심 서비스를 독립적으로 점검하고 대체하며 통제할 수 있는 역량과 권한을 확보하는 데 의미가 있다.

AI 도입률이 기술 수요를 보여주는 지표라면, AI 컴퓨트 주권은 그 수요를 뒷받침하는 기반 역량을 보여주는 지표다. 앞으로 국가 경쟁력은 인프라와 데이터, 전력망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운영할 수 있는지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AI 시대의 경쟁은 기술 활용률 제고에만 머물지 않는다. 핵심 인프라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는 것이 새로운 경쟁력의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AI Adoption Gap Is Really a Compute Sovereignty Gap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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