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글로벌 테크
  • "디커플링 사실상 어렵다" 배터리 굴기 끝에 ESS 패권 쥔 中, 물량·기술력 모두 압도

"디커플링 사실상 어렵다" 배터리 굴기 끝에 ESS 패권 쥔 中, 물량·기술력 모두 압도

Picture

Member for

1 year 8 months
Real name
이시호
Position
선임기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수정

中, 글로벌 ESS 시장에서 압도적 존재감 드러내
뚜렷해진 기술적 우위, '턴키 솔루션' 제공 역량도 강화
배터리 시장서 中 대체재 찾기 어려워, 서방 디커플링 전략 암초

중국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업들이 급격히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내수 시장에서 불이 붙은 성장세가 글로벌 경쟁까지 빠르게 확산하며 압도적 입지가 구축돼 가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단순 생산 능력을 넘어 기술력·턴키 시스템 공급 역량까지 갖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한 만큼,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고자 하는 서방국의 전략은 사실상 의미가 퇴색됐다는 평이 나온다.

中 ESS 업계의 약진

21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 리서치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최근 중국 ESS 제조사들은 미국 및 유럽권 국가들로부터 총 25기가와트시(GWh) 이상의 초대형 용량 건설 주문을 대거 확보했다. 매티 자오 BofA 글로벌 리서치 중국 주식 공동 책임자는 "중동 분쟁으로 인한 석유 및 가스 공급망의 고질적인 혼란과 선진국 시장의 노후 전력망 업그레이드 요구가 전 세계적인 ESS 수요 폭발을 견인하고 있다"며 "최근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 종식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세계 각국 정부는 '구조적 에너지 안보'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정부가 ESS 부문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우선 배정하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 ESS의 급부상 흐름은 여타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우선 내수 시장의 강세부터가 뚜렷하다. 중국 국가에너지국(NEA)은 지난해 말 기준 중국 내 구축·운영 중인 신형 ESS 설비 규모가 1억3,600만 킬로와트(kW)로 2020년 대비 40배 이상 증가했으며, 신규 ESS의 등가 운전 시간은 전년 대비 300시간 늘어난 1,195시간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등가 운전 시간은 정격 출력으로 연속 가동한 시간을 환산해 설비가 실제로 얼마나 자주·효율적으로 활용됐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기술 유형별 점유율은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 ESS가 96.1%로 압도적이었다.

이러한 열기는 글로벌 시장까지 빠르게 확산했다. 지난 1월 SNE리서치가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전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 ESS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79% 성장한 550GWh를 기록했다. 중국은 이 중 64%(352GWh)를 차지하며 세계 최대 ESS 시장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기업별 실적에서도 중국 CATL이 167GWh를 출하하며 시장 점유율 30%로 1위 자리를 수성했고, 이어 상위 7위 자리까지 모두 중국 업체들이 차지했다. 이들 7개사의 합산 점유율은 83.3%에 달한다. 사실상 중국이 시장 전반을 독식하는 구조인 셈이다.

기술력 성장세도 뚜렷

중국의 ESS 경쟁력은 비단 판매 규모를 넘어 기술력 방면에서도 두드러진다. 지난 2월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가 발표한 ‘2026년 1분기 ESS 티어1(1등급 기업) 리스트’에 따르면, 리스트에 오른 기업 중 자그마치 49곳(83.1%)이 CATL, 비야디(BYD), CALB 등 중국계였다. 미국 기업은 테슬라와 플루언스 등 2곳이 포함됐으며, 한국 기업 중 티어1로 분류된 업체는 LG에너지솔루션뿐이었다. 블룸버그NEF는 2024년 1분기부터 분기마다 ESS 관련 기업의 재무 건전성, 자금 조달 능력, 대형 프로젝트 수행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우수 기업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선정 대상은 배터리 셀 및 전력 기기 제조사, SI 업체 등이며, 최근 2년간 10메가와트(MW)·10메가와트시(MWh) 이상 프로젝트에서 최소 3곳 이상의 제3자 고객에게 ESS 제품을 공급한 실적을 보유한 기업에 국한된다.

중국 ESS 업계의 대표적 기술 고도화 사례는 그리드 포밍(Grid-forming)이다. 그리드 포밍은 전력망이 불안정할 때 ESS가 스스로 전압과 주파수를 제어해 계통을 안정화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중국은 이 분야에서 선제적으로 상업 실증 데이터를 축적 중으로, 지난해 윈난성에서 리튬이온 배터리와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결합한 세계 첫 그리드 포밍 방식 나트륨이온 ESS 발전소를 가동했다. 화웨이·CATL·선그로우 등 주요 기업들도 대형 ESS와 마이크로그리드, 산업단지용 전력 제어 솔루션을 잇달아 상용화하며 차세대 전력망 제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은 사업 모델 변화에 대한 발 빠른 적응으로 이어졌다. 최근 글로벌 ESS 시장의 중심축은 단순 배터리 셀 공급에서 소프트웨어 기반 턴키(일괄 수주) 시스템으로 이동하고 있다. 발전사나 전력 기업들이 부품을 따로 구매해 조립하던 과거와 달리,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충방전을 제어하고 수익 운용까지 지원하는 완성형 제품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ESS 기업들은 전력변환장치(PCS),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배터리 팩을 하나로 결합한 턴키 솔루션 역량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설계와 구축, 전력 제어,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을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면서 글로벌 고객사들의 투입 비용을 절감하는 구조다.

中 공급망 배제 전략, 현실성 의문

중국 정부 차원의 지원은 이 같은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국가에너지국은 2025~2027년 ‘신형 에너지저장 대규모 건설 특별행동계획’을 통해 2027년까지 신형 ESS 설비를 180기가와트(GW)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계획이 현실화할 경우 직접 프로젝트 투자 규모는 352억 달러(약 54조1,5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는 발전·송전망 부문에서 ESS 활용을 대폭 늘리고, 기술 혁신, 표준화, 전문 인력 양성, 국제 협력 등의 방안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이는 ESS를 단순 보조 설비를 넘어 재생에너지 확대 및 전력망 안정화를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사실상 ESS는 물론,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전반의 '탈중국'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방국들이 채택한 디커플링(탈동조화) 전략의 의미가 퇴색돼 가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은 이미 배터리 원료 정제, 핵심 소재, 셀 생산, 완제품 조립 등 전 배터리 밸류체인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확보 중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글로벌 배터리 셀 제조 능력의 약 85%가 중국에 집중돼 있으며, 이 가운데 75% 이상을 중국 기업이 직접 보유 중이다. 핵심 광물 공급망도 마찬가지다. 리튬 정제의 약 65%, 코발트 정제의 75%, 흑연 채굴의 80%, 흑연 정제의 90%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하며, 특히 배터리 음극재에 쓰이는 흑연 공급망의 경우 사실상 중국 없이는 정상 작동하지 않는다.

기술 측면에서도 대체재를 찾기 어렵다. 현시점 리튬인산철(LFP) 양극재와 LFP 배터리 셀의 98%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전해지며, 서방국의 자체 배터리 공급망 구축 노력 역시 아직 성과가 미약한 실정이다. IEA는 중국 외 지역의 배터리 생산 능력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 증설 계획 대부분이 중국·한국·일본 등 기존 아시아 배터리 업체들의 기술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봤다. 특히 유럽연합(EU) 내 배터리 제조 기반은 매우 불안정하다. 유럽 배터리 자립의 상징으로 꼽혔던 스웨덴 노스볼트가 지난해 파산 절차에 들어간 것은 유럽이 자체 생태계 확립 과정에서 부딪힌 기술·자금·양산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8 months
Real name
이시호
Position
선임기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