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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이사회마저 ‘수입 모델 붕괴’ 자인, 中 자동차 하청기지로 전락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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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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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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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디젤게이트' 10년만에 위기
전기차 전환 실패·中 사업 부진에 경영난
中 업체와 협업으로 회생 노리는 독일차들

한때 ‘독일 국민차’로 불리며 세계 자동차 시장을 호령하던 폭스바겐이 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그룹 내부에서조차 현재 사업 구조로는 지속 불가능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전기차 전략의 실패,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에서의 급격한 몰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회사를 뿌리째 흔들고 있는 가운데, 유럽 공장을 중국 업체들과 공유하는 방안까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과거 중국 시장을 지배하던 독일 자동차 산업이 이제는 중국 전기차의 유럽 생산거점 제공을 고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사 9명 중 6명 "붕괴 위험", 영업이익률 2.8% '디젤게이트 이후 최악'

18일(현지시간) 독일 경제 전문지 매니저매거진이 지난 4월 폭스바겐 감사위원회에 제출된 내부 설문 결과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사회 9명 가운데 6명이 회사를 '붕괴 위험' 상태로 진단했고, 나머지 3명은 상황을 '긴박하다'고 표현했다. 이사 전원은 현재의 사업 모델에 수익성이 없다는 점에서 이견이 없었다. 중국과 북미 전략도 이사 전원이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올리버 블루메(Oliver Blume) 최고경영자(CEO)도 공개 석상에서 폭스바겐을 "구조조정 대상 기업(Restrukturierungsfall)"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폭스바겐의 실적이 이 같은 진단을 뒷받침한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5억6,400만 유로(약 2조7,300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8.4% 줄었다. 영업이익은 14.3% 감소한 24억6,300만 유로(약 4조3,000억원), 매출은 2.5% 후퇴한 756억6,000만 유로(약 132조원)를 기록했다. 연간으로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89억 유로(약 15조5,300억원)로 전년 대비 53% 급감하며 영업이익률이 2.8%까지 떨어졌다.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막대한 일회성 비용을 지출한 2015~2016년 디젤게이트(Dieselgate) 사태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실적 악화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졌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해 폭스바겐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Baa1으로 한 단계 낮췄다. 무디스가 폭스바겐 신용등급을 낮춘 것은 디젤게이트 사건 이후 10년 만이다. 피치는 폭스바겐에 A-,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BBB+ 등급을 주고 있다. 무디스는 △무역 긴장 고조 △전기차 전환에 따른 구조적 도전 △중국 내 치열한 경쟁 △소프트웨어 투자 리스크 네 가지를 이유로 "향후 12~18개월 간 영업실적이 압박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판매량 급감, "소시지가 차보다 잘 팔려"

우선 폭스바겐은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는 가운데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데이터 분석 플랫폼 차이나이브이데이터트래커에 따르면 지난 1월 폭스바겐의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71% 감소한 4,552대로 집계됐다. 대형 전기 세단 ID.7의 경우 지난해 2,269대가 팔렸지만 1월 판매량은 고작 7대에 그쳤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급격하게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는 동안, 폭스바겐은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 BYD, 니오 등 현지 브랜드들이 가격 경쟁력과 혁신적인 기술을 앞세워 무섭게 성장하는 사이 폭스바겐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졌다.

폭스바겐의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사 '카리아드'는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카리아드는 지난해 26억4,000만 달러(약 3조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년 대비 4,000만 달러(약 610억원) 늘어난 수치다. 폭스바겐은 2000년 테슬라와 같은 완전 전기차 제조사로의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해 카리아드를 설립했다. 그러나 카리아드의 소프트웨어는 잦은 오류, 터치스크린 먹통, 주행 오류 등으로 혹평받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이 내재화를 통한 수직계열화를 추진했던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사업이 차질을 겪으면서 시장 점유율은 점차 줄어들었다. 가뜩이나 소프트웨어 문제를 자주 겪어왔는데, 새로운 기술도 신차도 없는 상황이 유지된 것이다. 과거 내연기관차 시장에서 누렸던 압도적인 브랜드 파워도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 현지 합작법인들의 실적은 곤두박질쳤고, 한때 그룹 전체 수익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던 시장은 오히려 부담 요인이 됐다. 글로벌 판매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심각한 상황이다.

폭스바겐이 전방위적인 경영난에 직면하자 일각에서는 "소시지 파는 기업"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폭스바겐은 1973년부터 자체 공장에서 소시지(커리부어스트)를 만들어 구내식당에 공급하고 본사가 있는 니더작센주에서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소시지가 855만2,000개가 팔리며 그룹 자동차 판매량 903만7,000대에 육박했다. 이를 두고 독일 일간지 FAZ는 "소시지 판매량이 곧 자동차를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게 회사에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독일차가 마주한 굴욕적 현실

더욱 뼈아픈 대목은 폭스바겐의 안마당인 니더작센주에서 나오고 있다. 올라프 리스 주총리는 폭스바겐의 독일 공장에서 중국 브랜드 자동차를 생산하는 방안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여기엔 유럽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 기업들을 '적'으로만 규정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물량을 폭스바겐 공장에서 대신 생산(위탁 생산)함으로써 고용이라도 유지하자는 절박한 심정이 담겨 있다. 독일 자동차 산업의 상징인 니더작센주(폭스바겐 2대 주주)의 수장이 이런 제안을 했다는 것 자체가 독일 자동차 산업이 처한 굴욕적인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블루메 CEO도 이 방안에 동조했다. 그는 최근 “유럽 내 공장의 유휴 생산능력을 중국 업체들과 공동 활용하는 것은 매우 영리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블루메 CEO가 지난 4월 방산 기업과의 계약이나 중국 업체와의 공장 공유 거래를 경영난 해결책 중 하나로 언급한 이후, 시장에서는 최근 글로벌 완성차 그룹들이 중국 완성차 업체와 손을 잡은 것과 유사한 형태의 파트너십이 추진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확산된 바 있다. 이에 그는 "중국 제조업체들과 진행 중인 어떠한 계획이나 논의도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기존의 독일 중심 수출 모델에서 중국 등 주요 핵심 시장의 현지화 모델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폭스바겐은 이미 100만 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줄인 상태로, 독일 내 인력 감축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노조 영향력이 강해 공장 폐쇄나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만큼,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공동 생산을 검토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중국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전문 매체 유로뉴스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상하이자동차, 제일자동차, 호라이즌 로보틱스, 샤오펑 등과 공동 개발한 차량을 유럽에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중국 업체와의 협력설이 제기되는 배경은 분명하다. 유럽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릴 해법이 필요한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은 유럽연합(EU)의 전기차 관세를 우회할 현지 생산거점이 필요하다. EU는 2024년 10월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에 확정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BYD 17.0%, 지리 18.8%, 상하이자동차 35.3%의 추가 관세가 기존 10% 수입관세 위에 얹혔다. 중국 업체들이 유럽 안에서 생산하면 관세 부담을 줄이고 보조금·조달시장 접근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

이미 유럽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현실화하고 있다. 체리자동차는 스페인 EV모터스와 손잡고 바르셀로나 조나 프랑카의 옛 닛산 공장에서 차량 생산을 시작했다. 닛산 철수 이후 비어 있던 유럽 완성차 공장이 중국 브랜드의 생산기지로 재가동된 셈이다. 체리-에브로 합작은 현지 고용 회복이라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산업적 의미는 훨씬 냉정하다. 유럽이 지켜내지 못한 생산설비를 중국 업체가 넘겨받아 유럽 시장 공략의 발판으로 삼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세계 5위 스텔란티스도 중국의 하청업체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스페인 사라고사 공장에서 중국 립모터의 전기 SUV B10을 생산할 예정이다. 중국 둥펑자동차와 제일자동차그룹(FAW) 산하에 있는 고급차 브랜드 훙치 역시 스텔란티스에 위탁 생산을 맡길 예정이다. 중국의 의도를 알면서도 유럽 자동차 기업들은 시장을 내줘야 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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