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MEMO] AI 시대 국가 경쟁력, 전력 공급 역량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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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핵심 자산으로 떠오른 전력 인프라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 국가 경쟁력 시험대 전력망·제도·공급망 역량이 미래 성장 좌우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 경쟁의 무게중심이 알고리즘 개발에서 전력과 인프라 확보로 이동하고 있다. 첨단 AI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연산 수요가 급증하면서 발전소와 송전망, 데이터센터, 반도체 등 물리적 기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아일랜드 사례에서 확인된다. 2024년 아일랜드의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비중은 전체 계량 전력 사용량의 2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도시 주거용 건물의 전력 소비 비중인 18%를 상회한다. 이는 AI 산업이 국가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AI 경쟁력 좌우하는 전력 공급 속도
전력 수요 확대 규모를 고려하면 인프라 구축 지연에 따른 비용은 과거 정보기술(IT) 산업 성장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24년 약 415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945TWh로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3년 약 176TWh로 전체 전력 수요의 4.4%를 차지했으며, 2028년에는 325~580TWh로 확대돼 전체 공급의 6.7~12%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전력 규모가 커질수록 발전설비와 송배전망, 변전시설 확충의 중요성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경제적 영향도 적지 않다. 국가 간 비교 모형에 따르면 100메가와트(MW) 규모 AI 데이터센터의 가동이 계획보다 1년 늦어질 경우 사업 기간 동안 약 5억5,000만 달러(약 8,400억원)의 가치가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기요금이 두 배로 상승할 때 발생하는 손실 규모인 약 4억4,100만 달러(약 6,700억원), 주(州)정부 세제 혜택 폐지에 따른 손실액인 약 3억3,800만 달러(약 5,100억원), 서버 수입관세 부과에 따른 사업 가치 감소 규모인 약 1억7,200만 달러(약 2,600억원)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AI 산업에서는 전력 확보 속도 자체가 경쟁력으로 평가받는다. 필요한 시점에 연산 자원을 공급할 수 있는지가 투자와 연구개발, 서비스 출시 시점을 좌우한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 추진 이후 실제 연산이 가능한 상태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뜻하는 '타임 투 파워(Time to Power)'가 국가 역량을 가늠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주도권의 조건
전력 확보 지연의 영향은 개별 기업의 수익성에만 머물지 않는다. 연산 자원을 적기에 확보하지 못할 경우 기업과 연구기관은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해외 클라우드 사업자를 통해 조달할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이러한 의존이 장기화되면 산업 생태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연구개발과 데이터 활용, AI 서비스 개발이 해외 인프라를 중심으로 이뤄질 경우 관련 투자와 인재 역시 해당 지역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구축 속도만을 앞세운 정책은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전력망 수용 능력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사업 승인과 전력 공급을 서두를 경우 부담은 결국 전력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사업 지연의 배경에는 복잡한 인허가 절차보다 부처 간 조정 부족과 계통 연결 적체, 송전망 투자 지연 등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병목 현상을 해소하지 않은 채 승인 절차만 단축할 경우 전력망 부담이 커지고 전기요금 상승이나 추가 설비 투자 비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속도 경쟁이 남긴 과제
미국 버지니아주는 데이터센터 집적이 가져온 경제적 효과와 전력망 부담이 동시에 나타난 사례다. 버지니아주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유치를 통해 세수 확대와 산업 생태계 성장을 이끌었지만, 추가 발전설비와 송전망 구축 비용 부담이라는 과제도 함께 안게 됐다. 특히 관련 비용 일부가 일반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공공 지원 규모 역시 상당하다. 버지니아주의 데이터센터 장비 판매세 면제 규모는 2023회계연도 기준 약 9억2,800만 달러(약 1조4,200억원)에 달했다. 이는 데이터센터 유치 정책이 대규모 재정 지원을 수반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전력망 병목 현상도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발전 프로젝트가 계통 접속 신청부터 상업 운전까지 이르기까지 중간값 기준 약 5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3년 말 기준 계통 접속을 신청한 발전·저장 설비 규모는 약 2,600GW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는 중복 신청이나 실현 가능성이 낮은 사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AI 산업의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개별 사업을 수년간 검토하는 기존 체계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공공성과 효율성의 균형
전력망 병목 해소와 인프라 확충을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 지역사회가 부담과 책임을 합리적으로 분담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전력망 우선 접속이나 각종 지원을 받는 사업자는 그에 상응하는 기여 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은 전력망 확충 비용 일부를 부담하거나 재생에너지 장기 구매계약(PPA)을 체결하고, 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사용량 조정에 참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약속한 투자 계획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우선권을 회수하는 장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 역시 주요 과제다. 대규모 전력 수요처가 전력망 증설 비용과 수요 예측 실패에 따른 위험을 더 많이 부담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반 가계와 중소기업에 비용 부담이 전가되는 문제를 줄일 수 있다. 정보 공개 확대도 중요하다. 현재 AI 산업의 전력·용수 사용 규모에 대한 표준화된 정보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최대 전력 수요와 연간 사용량, 예비 전력 설비, 용수 사용량 등에 대한 공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실제 운영 결과를 계획 단계의 전망치와 비교할 수 있어야 전력망 투자와 인프라 수요 예측의 정확성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우방국 간 협력 체계 구축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안전 기준과 전력망 연계 규정, 탄소 배출량 공시 기준 등을 공동으로 마련할 경우 국가별 제도 차이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 완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또한 특정 국가의 전력망 장애나 지정학적 충격이 AI 인프라 전반으로 확산되는 위험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된다. 동시에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해 규제를 과도하게 완화하는 경쟁을 억제하고, 예측 가능한 투자 환경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AI 산업의 성장과 함께 전력망과 데이터센터, 송전 설비는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 시설로 부상했다. 앞으로의 과제는 필요한 인프라를 적기에 확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은 기술 개발을 넘어 에너지와 산업 정책, 인프라 운영 역량을 포괄하는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국가가 미래 산업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ime-to-Power Is the New Test of AI State Capacity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