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가 베팅한 핵융합 에너지, 트럼프미디어도 TAE 합병으로 시장 진출
빅테크가 베팅한 핵융합 에너지, 트럼프미디어도 TAE 합병으로 시장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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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MS 등 빅테크, 핵융합 기업에 대규모 투자 데이터센터 확산 속 장기 에너지원으로 부상 기술 성숙·경제성 등 한계, 상용화 시간 걸릴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설립한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의 모기업인 트럼프미디어 앤 테크놀로지그룹(TMTG, 이하 트럼프미디어)이 핵융합 기술을 보유한 비상장 기업 TAE 테크놀로지스와의 합병을 추진한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핵융합을 차세대 에너지원이자 장기적인 전력 해법으로 선제 투자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기술적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 시점은 2030년대 이후로 전망되고 있어, 단기 성과보다는 중장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미디어 "TAE 합병으로 AI 전력 공급할 것"
18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미디어와 TAE는 전량 주식 교환 방식의 합병에 합의했다. TAE는 1998년 설립된 세계적인 핵융합 선도 기업으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을 비롯해 셰브론,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13억 달러(약 1조8,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거래에서 TAE의 가치는 주당 53.89달러(약 76,000원)로, 합병 조건에 따라 트럼프미디어와 TAE 주주들은 합병 회사의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게 된다. 거래는 2026년 중반 완료될 예정으로, 합병이 마무리되면 트럼프미디어는 지주회사로 트루스소셜, TAE 파워 솔루션스, TAE 라이프 사이언스 등을 산하에 두게 된다.
자금 부족에 시달려 온 TAE로서는 이번 합병을 통해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미디어는 9월 말 기준 현금·현금성 자산·단기 투자자산이 7억1,600만 달러(약 1조100억원)에 달한다. 거래 조건에 따라 트럼프미디어는 계약 시점에 최대 2억 달러(약 2,800억원)의 현금을 TAE에 제공하고, 등록 서류 최초 제출 시 1억 달러(약 1,400억원)를 추가 지원한다. 합병 후 출범하는 법인의 기업 가치는 60억 달러(약 8조8,600억원) 수준으로 데빈 누네스 트럼프미디어 최고경영자(CEO)와 미클 바인더바우어 TAE CEO가 공동 CEO를 맡는다. 이사회는 9명으로 구성되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이사회 멤버로 참여한다.
이번 합병은 최근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급증하는 가운데,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핵융합을 장기 해법으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0월 핵융합 기술 상용화를 위한 로드맵을 발표하고 11월 에너지부 내 핵융합 전담 부서를 신설한 바 있다. 트럼프미디어와 TAE는 이날 공동 성명에서 "트럼프미디어의 막대한 자본 접근성과 TAE의 선도적인 핵융합 기술을 결합해 미국이 AI 혁명에서 승리하는 데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는 규제당국이 합병을 승인하면 내년에 50메가와트(MW) 규모의 핵융합 발전소 건설을 시작으로 350~500MW 규모의 핵융합 발전소 건설을 잇달아 추진할 계획이다.

핵융합 기업 상당수가 상업적 핵융합 기술 개발 중
최근 핵융합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데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슈퍼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고성능 연산 인프라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크게 작용했다. 핵융합은 핵분열을 이용하는 기존 원자력 발전과 달리, 두 개 이상의 작은 원자를 결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발전량이 많고 안전성이 높다. 여기에 발전 과정에서 방사성 폐기물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핵융합 산업을 둘러싼 투자 환경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핵융합산업협회(FIA)에 따르면 미국은 전 세계 핵융합 스타트업의 중심지로, 현재 29개 기업이 상업적 핵융합 발전을 목표로 다양한 기술 접근법을 개발 중이다. 빅테크와 글로벌 자본은 AI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단기 수익성보다는 에너지 공급 안정성에 초점을 두고 핵융합을 전략적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전력 시장의 판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기술 성숙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베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주요 빅테크는 전력 구매 계약(PPA)을 통해 핵융합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구글은 커먼웰스퓨전시스템즈(CFS)와 향후 200MW 규모의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전력은 2030년대 초반 가동을 목표로 하는 핵융합 발전소를 통해 공급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헬리온 에너지와 계약을 맺고, 워싱턴주에 건설 중인 발전소에서 전력을 공급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외에도 아마존, 셰브론, 셸, 지멘스, 빌 게이츠가 설립한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 등이 핵융합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비 대형화와 공정 복잡성 등 리스크도 상당
다만 핵융합 에너지가 실제 상업적인 전력원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핵융합 발전은 실험 단계에서 의미 있는 기술적 성과를 내고는 있지만, 장기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운전 능력과 경제성을 동시에 입증하지는 못한 상태다. 최근 몇 년간 순에너지 생성을 기록한 실험들이 이어지며 글로벌 투자와 관심이 확대되고 있지만, 상시 운전이 가능한 발전 설비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출력 안정성, 반복성, 효율성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가장 큰 과제는 수억 도(℃)에 이르는 초고온 플라스마를 장시간 안정적으로 가두고 제어하는 문제다. 토카막(tokamak)이나 레이저 기반 관성구속 방식 등 다양한 접근법이 시도되고 있지만, 플라스마 불안정성, 자기장 제어 오차, 고에너지 중성자에 의한 설비 손상 등은 여전히 핵심 난제로 남아 있다. 특히 핵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에너지 중성자가 반응로 벽과 구조물을 지속적으로 때리면서 소재 열화와 수명 단축을 초래하는 만큼, 이를 견딜 수 있는 신소재 개발 역시 필수적인 과제로 꼽힌다.
경제성도 상용화를 가로막는 변수다. 실험로 단계에서 상업 발전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발전 단가가 기존 에너지원과 경쟁 가능한 수준으로 낮아져야 한다. 하지만 핵융합 발전은 초전도 자석, 레이저 시스템, 냉각·차폐 설비 등 핵심 장비의 비용 부담이 큰 데다, 설비 대형화와 공정 복잡성에 대한 리스크도 크다. 이 때문에 핵융합의 시간표는 장기적 관점에서 논의되고 있다. 유럽 핵융합 연구 컨소시엄 유로퓨전은 “핵융합의 진짜 임팩트는 2050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단기간 내 전력 시장의 대안으로 보기보다는 국가 간 협력과 기술 공유를 통한 중장기 에너지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