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 대규모 무기 판매 이어가는 美, 군사 장비 부족·외교적 고립 속 '단비'
대만에 대규모 무기 판매 이어가는 美, 군사 장비 부족·외교적 고립 속 '단비'
입력
수정
"역대 최대 규모" 트럼프 행정부, 대만에 111억 달러 규모 무기 판매 中-대만 사이서 줄타기 지속하던 美, 바이든 정부부터 노선 전환 대만, 국방력 약화·이웃국 외면 속 美와 밀월 관계 강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과 대규모 무기 거래를 진행한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대만에 판매했던 조 바이든 행정부에 이어, 트럼프 2기 행정부 역시 적극적으로 대만의 군사력 제고에 힘을 실어주는 양상이다. 이 같은 미국의 행보는 군사 장비 부족·외교적 고립에 몸살을 앓고 있는 대만에 유의미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美, 對대만 무기 판매 계획 승인
18일(이하 현지시각) 대만 외교부는 미국 정부로부터 111억540만 달러(약 16조4,000억원) 규모의 무기 판매 승인을 받았으며, 미 행정부가 이미 미 의회에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대만을 대상으로 이뤄진 미국의 무기 지원 중 최대 규모다. 이번 군사 판매 패키지에는 M109A7 자주포, 다연장로켓 하이마스(HIMARS), 대전차미사일 TOW, 대전차미사일 재블린, 공격용 자폭 드론 알티우스-700M과 알티우스-600 등 8개 사업이 포함됐으며, 전술 임무 네트워크(TMN) 소프트웨어와 AH-1W 헬기 예비·정비 부품, 대함미사일 하푼의 후속 정비 지원도 함께 담겼다.
미 국무부도 별도 성명에서 무기 판매 승인 관련 소식을 전했다. 국무부는 "미국은 대만이 충분한 자위 능력을 유지하고 강력한 억지력과 비대칭 전력 우위를 신속히 구축할 수 있도록 지속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기반을 형성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패키지가 현재 미 의회 통보 단계에 있으며, 의회가 원할 경우 판매를 막거나 수정할 수 있으나 대만 지원은 이미 초당적 지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해당 발표는 린자룽 대만 외교부장이 지난주 워싱턴 인근을 비공개 방문해 미 정부 관계자들을 만난 직후 나왔다. 이들 회동의 구체적인 의제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의 무기 판매 소식에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대 공동성명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고, 중국의 주권과 안전, 영토 보전과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중국은 이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고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中-대만 사이 '균형 잡기' 끝났다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제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은 1979년 대만 대신 중국을 공식 국가로 인정한 뒤에도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을 제정하며 대만에 계속 무기를 판매해 왔다. 이 법의 핵심은 중국의 잠재적인 공격으로부터 대만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충분한 무기를 판매하되, 그 양을 조절해 미-중 관계는 불안정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실제 미국은 대만의 확고한 동맹국으로 머무르면서도 중국과의 무역을 위해 이러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균형이 크게 기울며 상황이 급변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8월 대만에 처음 무기를 판 뒤 꾸준히 판매 규모를 확대해 왔다. 지난 2023년에는 대만의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를 위한 8,000만 달러(약 1,060억원) 규모의 보조금 계획을 승인했으며, 2024년에는 총 19억8,800만 달러(약 2조7,600억원)어치의 무기 판매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 동안 미국이 대만에 판매한 무기는 자그마치 84억 달러(약 12조4,190억원) 규모에 육박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역시 지난 11월 대만에 3억3,000만 달러(약 4,800억원) 규모의 전투기 부품을 판매하는 계약을 승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처음으로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승인이 떨어진 것이다. 당시 판매가 결정된 부품은 대만군이 보유한 F-16, C-130, 대만 IDF 전투기 등의 유지보수 등에 쓰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는 로이터에 전한 성명에서 "이번 판매에 따라 수령자(대만)가 F-16, C-130 비행단의 작전 준비 태세를 유지함으로써, 현재·미래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의 군사·외교적 현실
대만은 이 같은 미국의 노선 전환을 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대만군 예비군이 심각한 장비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대만 감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군 예비군의 전투 공병 장비·통신·감시·의료 지원 등 4개 분야의 장비 가용률은 60% 미만으로 떨어졌다. 대만군 예비군은 전방 해안 방어부대, 심층 지역 및 도시 방어부대, 핵심 인프라 보호 부대로 분류되는데, 세 부대 모두 모두 장비 부족이 심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핵심 인프라 보호 부대의 경우 필요한 장비의 63.91%만을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대만 의회 질의를 통해 대만군의 주요 장비 중 하나인 윈바오 8X8 차륜형 장갑차 50대에 용접 결함과 금속 피로로 인한 구조적 균열이 발생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부 국가들이 친중 성향을 내비치며 대만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 역시 치명적인 악재로 꼽힌다. 남태평양 국가들은 중국의 단기적 경제 지원을 대가로 대만과의 관계에서 속속들이 이탈 중이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포함한 일부 동남아 국가들 역시 대만의 ‘평화적 통일’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사실상 중국 당국의 공식 표현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외교적 고립이 심화하고 주변국들까지 중국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수용하는 흐름이 이어질 경우, 대만 입장에서는 외교보다 군사적 억지력에 더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군사·외교적으로 궁지에 몰린 대만에 미국이 선뜻 손을 내민 가운데, 양국의 '밀월' 관계는 단순 방위를 넘어 무역 등 분야에서도 빠르게 발전하는 추세다. 대만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대만의 미국행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1% 급증한 616억 달러(약 91조700억원)를 기록했다.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6.8%까지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대만의 대중국 수출은 전체의 28.1%에 그쳤다. 대중국 수출 비중이 30% 미만 수준까지 떨어진 것은 중국이 2000년대에 대만의 최대 수출 대상국이 된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