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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역풍 맞은 트럼프 협상안, 종전 로드맵 가동했지만 ‘우라늄 반출 공방’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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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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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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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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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강경파 반발 속 뒤늦게 협상장 향한 밴스 부통령
첫 고위급 회담 종료에도 남은 핵 프로그램 처리 방안 충돌
고농축 우라늄 반출·핵시설 검증 범위가 최종 협정 가를 분수령

미국과 이란이 종전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첫 고위급 회담을 마무리했지만 핵 프로그램 처리 방식을 둘러싼 양측의 간극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나라는 향후 60일 안에 최종 종전 협정 체결을 위한 후속 협상에 돌입하지만, 고농축 우라늄 처리와 핵시설 검증 문제에서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다. 핵 프로그램 처리 방안에 대한 합의 도출 여부가 이번 종전 협상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른 양상이다.

미-이란, 스위스서 첫 고위급 종전 협상 종료

22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종전 협상 중재국인 카타르와 파키스탄은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과 이란의 1차 고위급 회담이 이날 새벽 종료됐다고 밝혔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미국과 이란이 MOU 이행 과정에 대한 정치적 감독 역할을 수행할 고위급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 위원회는 향후 60일 이내 최종 종전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세부 로드맵 마련을 담당할 예정이다.

특히 양측은 레바논 내 군사작전 중단 합의가 실질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중재국 지원 아래 미국·이란·레바논이 참여하는 '갈등 완화 기구(Deconfliction cell)'를 신설하기로 했다. 아울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의 안전한 운항을 보장하고 우발적 충돌이나 오판을 방지하기 위해 양국 간 직접 소통 채널인 '연락선'도 구축하기로 했다.

회담은 초반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전날 이란은 이스라엘이 MOU 타결 이후에도 헤즈볼라를 계속 공격하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을 재봉쇄하겠다고 밝혔다.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헤즈볼라를 막지 못하면 다시 이란을 매우 강하게 타격하겠다고 밝히면서 파행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이날 회담이 80분 만에 정회에 들어간 데 이어 이란 대표단이 회담장을 전격 이탈하면서 회담이 중대한 난관에 봉착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양측은 협상 테이블을 치우지 못했다. AFP통신은 회담 상황에 정통한 익명의 외교 소식통을 통해 "이란 대표단은 회담에 계속 임하고 있으며, 중재국 측에 철수하겠다는 어떤 의사도 내비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거의 쉬지 않고 이어진 마라톤 회담은 상당한 이견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여전히 대화에 참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스위스행 취소했던 밴스 부통령, 미 강경우파 진영서 불만 확산

이번 회담에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이 참석했다. 고위급 회담은 종료됐지만, 실무 협상은 이번 주 내내 스위스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애초 밴스 부통령은 루체른 인근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서 19일 열릴 예정이던 협상에 참석하려 했으나 운영상의 문제를 이유로 돌연 일정을 취소했다. 여기엔 MOU 내용에 대한 공화당 내부의 반발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이란 강경파가 대표적이다. 로저 위커(공화·미시시피) 연방 상원 군사위원장은 18일 성명에서 “이란의 재건을 위해 조성될 3,000억 달러(약 450조원)가 미국인의 세금으로 조성되는 것은 아니라 해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5년 이란 핵합의에서 건네주려던 대가를 소액으로 (보이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정작 전쟁의 명분이던 핵 문제에선 성과를 얻지 못한 채 사실상 '완패'했다는 지적이다. 외신들도 이번 종전 합의가 막대한 경제적 양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들었다가 공화당 경선에서 상원의원 후보 자리를 잃은 현역 의원들도 비난에 가세했다. 빌 캐시디(루이지애나) 상원의원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무덤에서 뒤척이고 있다. 수십 년 사이 최악의 외교 정책 실수”라고 말했다. 공화당의 전통적 보수 정책 기조를 트럼프 대통령이 뿌리째 흔들고 있다는 뜻이다. 존 코닌(텍사스) 상원의원도 “이란의 우라늄 농축과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를 막지 못하면서 대리 세력을 지원하라고 막대한 자금을 건네는 합의”라고 꼬집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도 15일 MOU 타결 발표 후 엑스(X)를 통해 "합의에 대한 이란의 관점이 미국 협상팀의 주장과 다른 것 같아 다소 우려스럽다"며 이란과 최종합의가 이뤄지면 의회의 표결을 거쳐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작심하고 MOU 체결을 비판한 것은 아니지만 이란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신중한 협상을 당부한 셈이다.

그간 공화당 내 강경파 의원들과 전직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은 합의 초안이 알려진 이후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공언했던 수준보다 훨씬 낮은 선에서 이란과의 합의를 타결하려 한다는 우려를 공개적으로 제기해 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합의 내용이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 핵협정과 다를 바 없다며, 이란 혁명수비대에 돈을 주고 대량 살상 무기 프로그램을 짓도록 돕는 격이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밴스 부통령은 일정 취소 이틀 만인 21일 스위스에 도착해 협상에 합류했다. 당초 미국은 협상 주도권을 쥔 만큼 서두를 이유가 없고 공화당 내부 반발을 먼저 진정시킨 뒤 실무 협상 진전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판단 아래 부통령급 인사의 즉각 투입을 미뤘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가능성을 거론하고 협상장 이탈설까지 불거질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면서 직접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60일 핵 협상, 우라늄 처리 난제

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합의 내용을 둘러싼 양측의 엇갈린 해석이다. 특히 양측은 고농축 우라늄 처리, 핵 개발 포기와 관련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놨다. 이란 측은 이란이 애초에 핵무기 개발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라늄 농축, 고농축 우라늄 처리에 대해선 일부 제한에 합의했지만, 이는 이란 내부에서 관리되는 사안이라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 초기 목표로 내세웠던 "무력에 의한 핵 물질 제거"가 달성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핵무기 보유 금지는 이란이 앞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확보하지 않겠다는 정치적·선언적 약속이다. 이란도 그동안 핵무기 개발 의도가 없다고 주장해 온 만큼 비교적 수용하기 쉬운 내용이다. 반면 핵 프로그램 처리는 훨씬 민감한 문제다. 이미 보유 중인 고농축 우라늄을 해외로 반출하거나 폐기할지, 우라늄 농축 시설과 원심분리기를 해체할지, 국제사회의 검증을 어떻게 받을지 등 구체적인 실행 조치가 포함된다.

미국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후자다.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재료와 시설 자체를 제거해야 핵무장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협상단의 이란 핵 관련 요구사항은 두 가지다. 우선 이란이 그동안 농축해 온 고농축 우라늄 등 모든 핵물질의 즉각적인 ‘국외 반출’(제3국 이전) 또는 ‘영구적 폐기’와 향후 이란 영토 내에서의 핵물질 농축 활동 원천 금지라는 초강력 사후 통제 장치의 제도화다. 그러나 이란은 농축 우라늄의 국내 보유와 평화적 목적의 핵 프로그램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주권이라는 입장이다. 이란 고위 관리들은 그동안 서방과의 협상 과정마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전적으로 평화적 목적이며, 핵무기를 추구한 적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되풀이해 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해 6월 기준 60% 농축 우라늄 약 441㎏과 20% 농축 우라늄 184㎏을 보유하고 있었다. 천연 우라늄에 포함된 핵분열성 물질인 우라늄-235(U-235)는 1%에도 미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핵연료나 핵무기 제조를 위해서는 농축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란은 나탄즈, 포르도, 이스파한 등 핵시설에서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우라늄 농축을 진행해 왔는데, 전문가들은 이란이 추가 농축 시설만 확보할 경우 핵무기 제조 기준으로 여겨지는 90% 농축 단계까지 몇 주 내 도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유 물량은 이론적으로 핵폭탄 10기 안팎을 제조할 수 있는 규모로 평가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군사력을 통한 핵물질 회수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에릭 브루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공습 이전 이란이 일부 핵물질을 다른 장소로 분산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정확한 위치를 모두 파악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협상 성패는 검증 범위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이란이 IAEA 사찰단에 핵시설 접근과 농축 우라늄 재고 확인, 원심분리기 점검을 어느 선까지 허용하느냐가 최종 합의의 핵심 변수라는 의미다. 미국 역시 핵물질과 핵시설에 대한 실질적 검증 권한 확보에 협상력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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