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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분쟁에서 전쟁모드로” 美 희토류·방산 정밀 타격한 中, 美 블랙리스트 지정에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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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8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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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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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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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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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 중국 기업 188개 군사기업 지정에 中은 수출·구매 제한 맞불
미·중 정상회담 한 달 만에, 정부 간 기업 블랙리스트 등재 충돌 
안보 논리가 주도하는 기술 패권, 서로 병목 겨누는 경쟁 격화

중국이 미국의 희토류 공급망과 방산기업을 동시에 겨냥한 보복 조치에 나섰다. 미국이 반도체 장비와 인공지능(AI)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의 첨단기술 접근을 차단하자, 중국도 희토류와 전략물자를 활용해 맞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이번 조치는 양국이 서로의 핵심 병목을 하나씩 잠그며 기술 생태계를 분리해가는 흐름 속에서 나온 또 하나의 충돌로 평가된다. 양국은 서로의 핵심 산업과 공급망을 겨냥한 제재 범위를 확대하고 있으며, 반도체와 AI를 둘러싼 통제는 이미 통상 협상 영역에서 분리돼 국가안보 전략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中 상무부, 美 10개 기업에 ‘이중 용도 품목’ 수출 전면 금지

22일 중국 상무부는 “중화인민공화국 수출통제법, 중화인민공화국 이중용도 품목 수출단속조례와 기타 법률 및 관련 규정에 따라 국가 안보·이익을 보호하고 확산 방지와 같은 국제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미국 기업을 수출통제 목록에 포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새로 포함한 곳은 미국 항공·우주 기업인 에이비옥스, 드론 업체 레드캣·틸드론스, 방산기업 IMSAR, 로봇 기업 자이아로보틱스, 볼에어로스페이스, 오시코시(Oshkosh) 디펜스, L3해리스 매리타임, MP머티리얼스, USA레어어스(USAR) 등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중국에서는 이들 기업에 대한 민군(民軍) 이중용도 물자와 기술·소프트웨어 수출이 금지된다. 이중용도 물자에는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일부 희토류와 희토류 자석, 관련 기술도 포함된다. 특별한 사정으로 수출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는 상무부에 별도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상무부는 이번 결정이 중국 수출통제법과 이중용도 물자 수출통제 조례 등 관련 법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조치가 미국 내 핵심 희토류 채굴·가공 기업 두 곳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독자 희토류 공급망 구축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명단에 포함된 MP머티리얼스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대규모로 가동 중인 희토류 광산인 캘리포니아 마운틴패스 광산을 소유·운영하는 기업이다. USAR은 미국 내 중희토류 광산과 자석 생산망 구축을 추진해 온 민간 기업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이 회사에 지분 투자를 포함한 대규모 지원 패키지를 마련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4월 핵심 희토류와 관련 자석에 대한 수출통제를 시행한 이후 미국 정부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이들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왔지만, 희토류 정제·분리·자석 제조 등 중간 공정에서 중국 의존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재정부도 칼을 빼들었다. 같은 날 중국 재정부는 모든 중앙 예산 단위와 모든 성의 재정부·국, 자치구, 직할시, 국가계획에 명시된 도시 등에 관련 법률·규정에 따라 승인을 받아 정부 조달 활동에 참여하는 46개 미국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구매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중국 내 모든 공공 분야의 구매를 금지한 것이다. 이번에 포함된 기업은 록히드마틴과 관련 계열사, 레이시온 미사일&디펜스, 제네럴아토믹스에어로노티컬시스템스, 제네럴다이내믹스랜드시스템스, 보잉디펜스, 보잉 스페이스&시큐리티 등이다. 중국 정부의 이러한 조치는 최근 미국 정부가 딥시크,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중국 기업 100여 곳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하려는 움직임에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압박에 커진 보복 여력

이번 조치는 미국이 중국 주요 기술기업을 ‘중국 군사기업’ 명단에 추가한 직후 나왔다.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미 국방부는 알리바바, 바이두, 비야디(BYD), 텐센트, CXMT, 유니트리 등 중국의 기업 100여 곳을 무더기로 중국군 지원 기업 명단에 올렸다. 해당 명단은 실질적인 제재가 없으나 미국 정부 내 조달 사업에 영향을 받게 되며 이후 실질적 제한 조치인 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에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은 군사기업 명단 지정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은 2024년부터 반도체 장비와 첨단 반도체, AI 분야를 중심으로 수출통제 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혀왔다. 최근에는 동맹국까지 수출통제 체계에 편입시키는 입법 움직임도 본격화했다. 지난 4월 22일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는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등 첨단기술의 대중 수출통제를 강화하는 법안들을 초당적으로 가결했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모두 20개로, 2018년 이후 도입된 미국 수출통제 정책을 개편하는 가장 중요한 입법 시도로 평가된다.

핵심 법안인 '하드웨어 기술 통제 다자 동조법'(Multilateral Alignment of Technology Controls on Hardware Act·MATCH, 이하 매치법)은 행정부가 우려국에 수출을 통제해야 할 첨단 반도체 장비와 관련 시설을 식별하고, 동맹국이 미국과 유사한 수출통제를 자국법으로 채택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이 네덜란드, 일본 등 제3국을 통해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우회 조달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와 함께 수출통제 위반 시 민사 처벌을 강화하고 내부고발자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법안도 위원회를 통과했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강화법안을 추진하자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같은 달 25일 중국 상무부는 "매치법 등 관련 법안이 최종적으로 공포되면 국제 경제무역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글로벌 반도체 산업망·공급망 안정에 심각한 충격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상무부는 이어 "중국은 관련 입법 진행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중국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히 평가하며, 필요한 조치를 단호하게 취해 중국 기업의 합법적이고 정당한 권익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반도체 공급망 내재화 진전이 최근 대미 제재 확대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수출통제가 장기화되는 동안 중국은 반도체 장비와 핵심 부품의 국산화 비중을 꾸준히 높여왔다. 중국 반도체 장비 자급률은 2024년 25% 수준에서 2025년 말 35%까지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중국 당국은 신규 생산라인 구축 시 국산 장비 사용 비중을 최소 50% 이상으로 맞추도록 유도하고 있다. 미국 기업을 겨냥한 수출통제 조치가 잇따르는 것 역시 과거보다 제재에 따른 부담이 줄어든 영향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패권 전쟁의 상시화

미·중 갈등은 이제 통상 분쟁의 외피를 두른 안보전으로 굳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는 무역수지나 시장 접근 문제보다 중국의 첨단기술 확보가 군사 현대화로 연결되는 경로를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첨단 반도체 통제의 목적을 중국의 첨단 AI 개발과 군사 현대화 역량을 늦추는 데 있다고 명시해 왔다.

AI 서비스 통제도 같은 흐름에서 확대되고 있다. 미국 AI 기업 앤스로픽은 지난 12일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안보 권한을 근거로 자사 고성능 AI 모델 ‘페이블 5’와 ‘미토스 5’에 대한 모든 외국 국적자의 접근을 중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외국 국적의 앤스로픽 직원들조차 모델을 사용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앤스로픽은 결국 두 모델의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백악관이 중국 접근 가능성을 국가안보 위험으로 판단했으며, 특히 모델을 역설계(reverse engineering)하거나 증류(distillation) 기법을 통해 유사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백악관이 어떤 경로를 통해 해당 정보를 입수했는지 그리고 어떤 조직이 모델에 접근했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접근이 이뤄졌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반도체 수출통제가 양국 협상 의제에서 사실상 분리된 점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달 15일 미·중 고위급 협의 이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수출통제가 베이징 회담의 주요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관세나 구매 확대처럼 주고받을 수 있는 통상 의제와 달리, 반도체·AI 통제는 미국 안보 전략의 핵심 영역으로 남아 있다는 의미다.

중국도 이 흐름을 인식하고 있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 장비와 AI 모델 접근을 막는 동안 중국은 국산 장비 채택률을 끌어올리고, 희토류·이중용도 물자·정부조달 시장을 활용한 대응 수단을 넓히고 있다. 양국은 서로의 핵심 병목을 하나씩 잠그는 방식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으며, 이번 미국 기업 수출통제 조치도 그 연장선에 놓여 있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통상 갈등의 재점화보다 장기 기술 봉쇄전의 상시 작동으로 읽힌다. 미국은 중국에 첨단기술 접근권을 열어줄 의사가 없고, 중국은 외부 의존을 줄이며 독자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이 뒤늦게 치르는 비용은 작지 않지만, 국산화 속도와 미국의 추가 압박 강도가 향후 승부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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