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MS 제쳤다" 아르헨티나 잠수함 수주 우위 점한 프랑스-브라질, 금융 아닌 '현지 건조 패키지'가 승부 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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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잠수함 도입 나선 아르헨티나, 프랑스-브라질과 협력 본격화 브라질 생산 인프라 활용, '슬롯 부족' 프랑스는 설계·기술 협력 파트너로 판도 급변하는 글로벌 잠수함 시장, '패키지 전략'이 핵심 무기

차세대 잠수함 도입을 추진 중인 아르헨티나가 프랑스·브라질과 맞손을 잡는다. 대규모 금융 지원책을 제안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를 뒤로하고, 남미 현지 건조 패키지를 제시한 프랑스·브라질 동맹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잠수함 건조는 브라질에서 이뤄질 예정이며, 프랑스는 완제품을 직접 수주하는 대신 원설계·기술 제공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 같은 '패키지' 형태의 수주 구도는 비단 아르헨티나의 사례를 넘어 글로벌 잠수함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잠수함 사업의 향방
지난 19일(현지시각) 스페인 매체 보즈포퓰리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해군은 차세대 잠수함 3척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프랑스·브라질과 함께 '삼각 방산 동맹'을 구축할 예정이다. 당초 강력한 후보였던 독일 TKMS를 제치고 프랑스 네발그룹의 스코르펜(Scorpène)급 잠수함이 유력 기종으로 부상한 것이다. 해당 사업은 2017년 TR-1700급 잠수함 ARA 산후안함 실종 참사 이후 잠수함 전력이 전무했던 아르헨티나가 9년 만에 진행하는 해군력 재건 프로젝트다.
이번 수주전은 사실상 금융 지원과 기술력, 산업 재건 지원의 '정면승부'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예산위원회에서 TKMS의 209급 잠수함 3척을 아르헨티나에 수출하기 위해 42억7,000만 달러(약 6조5,680억원) 규모의 국가 신용 보증을 승인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같은 해 한국 역시 자동화율이 높고 저렴한 HD현대중공업의 엔트리급 잠수함 HDS-1500을 앞세워 수주 의사를 드러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르헨티나의 정치·경제적 요구에 부합한 것은 독일의 파격적인 금융 지원책도, 한국의 기술력도 아닌 현지 일자리 창출 효과 및 장기적 정비 역량을 보장한 프랑스·브라질의 공동 건조 패키지였다.
아르헨티나의 차세대 잠수함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이타과이 해군 기지, 즉 남미 현지에서 건조될 예정이다. 경제 위기로 독자적인 독(Dock) 가동 능력을 상실한 아르헨티나와 달리, 브라질은 프랑스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인프라를 갖추고 스코르펜급 4척을 성공적으로 건조해 낸 전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지 공동 건조 모델은 기술 이전 비용 및 초기 인프라 세팅 비용 탓에 단기 마진이 일부 축소되나, 향후 20~30년간 이어질 유지·정비(MRO) 및 부품 공급 수익을 독점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 펀더멘털에 유리하다.
프랑스, 완제품 수주 대신 기술 협력에 무게
삼각 동맹의 한 축인 프랑스는 직접적인 건조 기반을 제공하기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핵심 생산 인프라와 숙련 인력이 이미 프랑스 자체 전력 현대화 사업에 대거 투입된 탓이다. 프랑스 잠수함 산업의 핵심 거점인 셰르부르 조선소는 현재 바라쿠다급 공격 원자력잠수함과 차세대 전략 원자력잠수함 SNLE 3G 사업을 동시에 떠안고 있다. 이 사업은 프랑스가 21세기 후반까지 해상 핵억지력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프로그램이다. 수출 수주 일정도 빡빡하다. 네발그룹은 지난 2024년 네덜란드 차기 잠수함 사업에서 바라쿠다 기반 디젤 전기 잠수함 4척을 수주한 바 있으며, 이 잠수함들 역시 셰르부르 조선소에서 건조된다.
대규모 신규 수주에 난항을 겪게 된 프랑스는 잠수함 산업의 중심축을 완제품 직접 수주보다 기술 협력과 산업 협력 쪽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상대국의 조선·방산 기반을 활용하면서 설계, 체계 통합, 정비성 검토, 안전성 평가, 교육·훈련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힘을 보태는 방식이다. 이는 자국 건조 인프라를 추가로 압박하지 않으면서도 프랑스 잠수함 기술의 영향력을 넓힐 수 있는 모델이다.
이러한 프랑스의 전략이 적용된 핵심 사례로는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사업이 꼽힌다. 한국은 강력한 조선 생산 능력과 기존 재래식 잠수함 건조 경험을 보유 중이며, 선체 건조, 모듈 생산, 일정 관리 등의 측면에서는 독자적 기반이 상당하다. 그러나 핵추진잠수함은 일반 잠수함과 성격이 다르다. △핵추진체계-플랫폼 통합 △방사선 차폐 및 냉각 △정비 접근성 △승조원 안전 △지상 시험 시설 운용 △원자력 안전 문화 등의 영역은 별도의 축적된 경험이 필요하다. 여기서 프랑스의 협력 여지가 생긴다. 프랑스는 실제 해군 핵추진 체계를 장기간 유지해 온 몇 안 되는 서방국이며, 한국이 구상한 비핵무장 공격형 핵추진잠수함과 접점이 있는 저농축우라늄 기반 해군 원자로 운용 경험을 갖췄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프랑스가 비핵 분야에서 한국의 개발 리스크를 줄이는 보완적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제기되는 이유다.

캐나다 수주전서도 '패키지 경쟁' 불붙어
이처럼 발주국의 수요에 맞춰 '수주 패키지'를 제시하는 움직임은 프랑스를 넘어 글로벌 잠수함 시장 전반에서 관찰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이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해 8월 600억 캐나다달러(약 65조2,800억원) 규모 CPSP의 적격 공급 업체로 한화오션을 포함한 한국 조선업계와 TKMS를 선정했다. 최종 입찰서 제출은 지난 3월 마감됐으며, 올해 하반기 최종 낙찰자 선정을 앞두고 심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 수주전의 핵심은 비단 잠수함 성능뿐만이 아니다. 캐나다는 북극권과 북대서양에서 장기간 작전 수행이 가능한 잠수함을 원하지만, 동시에 자국 방위산업 기반 강화, 빠른 납기, 장기 정비·운용 생태계 구축 등도 중요한 평가 요소로 보고 있다.
이에 발맞춰 한화오션은 2026년 계약이 체결될 경우 2035년 전까지 4척을 인도하고, 이후 8척은 매년 1척씩 인도해 2043년까지 12척 전체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제안을 내놨다. 캐나다 철강 제조 업체 알고마스틸과 철강 공급 및 잠수함 건조·정비 인프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산업 협력 패키지도 확대했다. 잠수함 건조 및 MRO 인프라에서 발생할 철강 수요를 캐나다 현지 산업계와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도 캐나다 부동산 개발 기업 피씨엘컨스트럭션과는 잠수함 인프라 개발 협력 MOU를 맺었고, 글로벌 방산·엔지니어링 기업 밥콕의 캐나다 법인도 장기 운용 지원 파트너로 거론됐다. 방산 분야에서도 협력 범위가 넓다. 한화그룹의 방산 부문 계열사인 한화시스템은 캐나다 위성통신 기업 텔레샛과 저궤도 위성통신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텔레샛 라이트스피드와 한국 K-LEO 위성망을 연계해 잠수함 및 해양 작전에 필요한 통신 역량을 확보하는 방향이다. 캐나다 기반 우주 기술 기업 MDA스페이스와는 차세대 위성 플랫폼 및 방산 우주 기술 협력을 논의하고 있고, 캐나다 인공지능(AI) 기업 코히어와도 잠수함 운용 및 조선소 효율화를 위한 AI 기술 협력을 검토 중이다.
이에 맞서 TKMS는 노르웨이와의 협력 구도를 전면에 내세웠다. TKMS가 캐나다에 제안한 212CD형은 독일과 노르웨이가 함께 도입하는 차세대 재래식 잠수함이다. 독일은 캐나다가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단순 구매국을 넘어 북대서양 및 북극권에서 독일·노르웨이와 함께 운용·정비·훈련·현대화 체계를 공유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캐나다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으로서 상호운용성을 중시한다는 점을 겨냥한 전략이다. 이에 더해 독일은 납기 경쟁에서 한화오션에 밀리지 않기 위해 생산 순번 양도 카드까지 꺼냈다. 앞서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 CANSEC에서 "캐나다가 TKMS를 선택할 경우 2036년까지 212CD형 4척을 인도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독일과 노르웨이가 기존에 확보한 생산 라인에서 각각 일부 인도 순번을 조정해 캐나다에 먼저 넘기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