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AI MEMO] 휴머노이드 투자 열풍, 상용화는 왜 멀었나

[AI MEMO] 휴머노이드 투자 열풍, 상용화는 왜 멀었나

Picture

Member for

1 year
Real name
송혜리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수정

휴머노이드에 대규모 투자가 이어졌지만, 현장 활용은 제한
실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문제가 반복 노출
시연 중심 접근을 넘어 기초 기술의 축적이 필요하다는 지적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Research Memo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 세계 공장에서 가동 중인 산업용 로봇은 약 400만대로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가정이나 일상 공간에서 고장을 수리하거나 집안일을 수행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다. 반복 작업과 통제된 환경을 전제로 설계된 산업용 로봇과 달리, 휴머노이드는 실제 공간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에 직면할수록 성능이 급격히 저하된다. 범용 로봇이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배경에는 이러한 환경 적응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이 같은 제약에도 불구하고 2024~2025년 동안 휴머노이드 분야에는 수조원대 자금이 유입됐다. 일부 기업은 기술 완성도에 비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정밀한 조작 능력과 장시간 안정적 작동, 인간과의 안전한 공존이라는 핵심 조건은 아직 충족되지 않았다. 감각 인식과 동작 안정성, 에너지 지속성을 뒷받침하는 기초 기술이 성숙하지 않는 한 휴머노이드는 시연 단계를 넘어 실사용으로 확장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휴머노이드가 직면한 물리적 제약

이러한 한계의 출발점은 물리적 조건에 있다. 인간의 신체는 근육과 감각 체계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구조로, 시각과 촉각, 고유감각이 동시에 작동하며 움직임을 조정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일정 수준의 자유도를 확보했다고 해도 인간과 동일한 방식으로 환경에 반응하기는 어렵다. 관절의 개수보다 중요한 것은 힘을 조절하고 변형에 대응하는 신체 구조인데, 현재의 구동 방식은 이러한 특성을 충분히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학습 방식의 차이 역시 격차를 키운다. 인간은 반복적인 접촉과 실패를 통해 물체의 무게와 질감, 마찰을 몸으로 익힌다. 반면 로봇은 제한된 데이터와 시뮬레이션에 의존한다. 전기 모터는 근육처럼 미세한 힘 조절에 취약하고, 언어 중심의 인공지능 학습은 실제 물리 환경에서 요구되는 감각 경험을 대체하지 못한다.

이러한 제약은 섬세한 조작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분명해진다. 전시나 시연 환경에서는 안정적으로 작동하던 휴머노이드도 실제 공간에 투입되면 성능 저하가 나타난다. 바닥과 물체의 마찰 변화, 조명 조건, 변형되는 재질은 예측을 어렵게 만든다. 손이 미세한 미끄러짐을 감지하지 못하면 물체를 놓치기 쉽고, 작은 오차는 반복 과정에서 누적된다. 시뮬레이션은 참고 수단일 뿐, 현실의 복잡성을 온전히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휴머노이드의 활용 범위는 여전히 제한돼 있으며, 기술적 진전은 물리적 조건에 대한 정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상용화를 가로막는 비용 구조

기술적 한계는 경제성 문제로 이어진다. 대규모 자금 조달이 곧바로 실사용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사 피규어 AI(Figure AI)는 2024년 초 6억7,500만 달러(약 9,991억원)를 유치했고, 2025년 9월에는 기업가치가 390억 달러(약 57조7,278억원)로 평가됐다. 그럼에도 휴머노이드 로봇은 아직 현장에서 독립적인 노동력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아마존이 휴머노이드 로봇 ‘디짓(Digit)’을 투입해 물류용 운반 상자를 옮기는 실험을 진행한 사례는 의미가 있지만, 통제된 환경에서의 단순 작업에 국한된 결과라는 점을 보여준다.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범용 로봇으로의 확장은 여전히 시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에너지 제약 역시 비용 구조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작업 현장의 근무 시간은 길지만 배터리 지속 시간은 제한적이다. 애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는 디짓의 작동 시간이 약 4시간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충전 주기를 관리할 수 있는 정형 공정에는 적용 가능하지만, 변수가 많은 환경에서 장시간 운용하기에는 부족하다. 충전에 따른 가동 중단과 작업 범위의 제한, 상시 감독 인력의 필요성은 운영 비용을 높인다. 로봇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작업과 환경이 단순한 영역에 집중된 결과다. 2023년 신규 산업용 로봇 설치의 70%가 아시아에서 이뤄진 점도 공정 표준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내구성과 품질 문제도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자동화 확대 과정에서 저가 부품 사용이 고장과 내구성 저하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최근 분석에서도 전력 제약과 부품 수급 불안, 제한적인 감각 인식 능력이 기술 확산을 제약하는 요소로 언급된다. 기술 발전 자체가 멈췄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기대가 앞설 경우 연구보다 시연 중심 투자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2023년 산업용 로봇 설치 지역별 분포(단위: %)
주: 2023년 신규 설치된 산업용 로봇의 대부분은 아시아에 집중됐다. 이는 산업용 로봇 수요가 여전히 표준화된 제조 공정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음을 시사한다.

기준이 따라오지 못하는 안전 문제

기술과 비용 문제는 안전 기준과도 직결된다. 협동로봇의 제품안전 표준인 ISO 10218은 산업용 로봇을 대상으로, 로봇 단일 장치가 아니라 작업 공정 전체를 기준으로 위험을 관리하도록 규정한다. 개인 및 서비스 로봇에는 로봇 안전 표준(ISO 13482)이 적용돼 인간과의 직접 접촉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다룬다. 수십 킬로그램에 이르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지 오류로 넘어질 경우, 시연 성과와 무관하게 실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안전 기준이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 역시 제도 정비보다 사고가 먼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휴머노이드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된다. MIT 로봇공학자 로드니 브룩스(Rodney Brooks)는 2025년 말,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수준의 휴머노이드가 등장하기까지는 10년 이상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과학 전문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 역시 현재의 한계는 실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감각과 움직임의 통합 능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인식은 로봇 안전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점차 반영되고 있다.

연구에 집중해야 할 투자 방향

휴머노이드 성능 개선에서 우선되는 과제는 움직임의 안정성이다. 인간의 근육은 강성을 조절하며 외부 충격에 대응하지만, 전기 모터는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가변 임피던스(variable impedance) 구동 방식과 힘줄 기반 구조, 접촉 시 힘을 흡수하는 순응형 설계가 요구된다. 이러한 물리적 대응 능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실제 환경에서의 활용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감각 기술도 중요한 연구 영역이다. 고해상도 촉각 센서는 물체를 안정적으로 파지하고 조작하는 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접촉 경험이 제한될 경우 학습 결과 역시 제약을 받는다. 실제 생활 공간과 유사한 환경에서 촉각 데이터를 축적하고, 마찰과 재질 특성을 반영한 실험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시뮬레이션만으로는 현실 환경에서 발생하는 변수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전력과 지속성 문제 역시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물류 현장과 가정 환경 모두 장시간 운용을 전제로 한다. 현재 제시되는 배터리 지속 시간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에너지 밀도 개선과 함께 발열 관리와 충전 안전성을 포함한 설계 전반에 관한 연구가 요구된다. 성능 평가는 실제 운용 환경에서의 안정성과 고장 빈도를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

2022~2024년 산업용 로봇 설치 규모(단위: 대)
주: 산업용 로봇의 연간 설치 대수는 2022~2024년 동안 50만 대 이상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범용 휴머노이드의 확산보다는 기존 제조 공정을 중심으로 한 점진적 자동화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육과 정책의 역할

기술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정책의 역할도 중요하다. 교육 현장은 휴머노이드에 대한 과도한 기대부터 조정할 필요가 있다. 범용 로봇을 전제로 한 환상보다, 실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검증하는 역량에 초점을 맞춘 교육이 요구된다. 이는 휴머노이드뿐 아니라 이동 로봇과 의료 장비, 공장 자동화 전반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아울러 실제 작업 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 산업 연계 시험 공간을 구축하고, 안전 검증이 설계 단계부터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단일 시연에 성공하는 설계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안전하게 멈추고 복구할 수 있는 구조를 평가 기준으로 삼는 것이 합리적이다.

행정기관과 기업 역시 활용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휴머노이드는 오류의 영향이 제한적인 단순 공정에 한해 선택적으로 적용하고, 그 외 영역에는 이미 검증된 자동화 기술을 우선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사업 판단은 가동 성과와 고장 이력, 사고 여부와 같은 운영 지표를 기준으로 이뤄져야 하며, 생산으로 이어지지 않는 프로젝트는 조기에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정책 당국은 실제 시험 결과와 안전 검증을 조건으로 한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다수 산업에 활용 가능한 센서·구동·전력 기술 개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중량 로봇에 대해서는 위험이 충분히 확인되기 전까지 엄격한 안전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

수백만 대의 로봇이 이미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공공 공간에서 휴머노이드를 접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이는 기술이 실제 환경의 요구를 아직 충족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휴머노이드를 실사용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내구성이 검증된 감각 장치와 순응형 구동 기술, 안정적인 전력 시스템에 관한 연구가 우선돼야 한다. 성과 평가는 실제 환경에서의 반복 시험 결과를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 휴머노이드를 브랜드가 아닌 연구 대상으로 다룰 때, 공공 공간에서도 안전하게 작동하는 로봇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Stop Chasing Androids: Why Real-World Robotics Needs Less Hype and More Scienc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Real name
송혜리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