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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실질 하락으로 돌아선 집값, 부담의 한계가 만든 조정 국면

[딥파이낸셜] 실질 하락으로 돌아선 집값, 부담의 한계가 만든 조정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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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onths 1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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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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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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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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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금리 부담이 앞서 움직이며 실질 주택 가격 조정 시작
임대료 하락·공실 증가가 수요 둔화 신호를 먼저 포착
도시 경쟁력과 인적 자본도 감당 능력 앞에서는 조정 불가피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 주택 시장은 이미 방향을 틀었다. 겉으로 보이는 주택 가격은 소폭 상승하고 있지만, 물가를 반영하면 실질 가격은 하락 국면에 들어섰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코어로직(CoreLogic)이 산출하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Case-Shiller) 주택가격지수는 2025년 9월 기준 전년 대비 1.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0% 올랐다. 이를 감안하면 실질 주택 가격은 약 2% 낮아진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 신호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임대료는 하락하고 공실은 늘고 있으며, 모기지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각각은 개별 변수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나타날 경우 주택 시장의 수요 기반이 약화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가격 지표는 아직 버티고 있지만, 거래 여건과 비용 구조는 이미 달라졌다. 시장은 급락이 아닌 완만한 조정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주택 가격을 떠받치던 환경 자체가 이전과는 다른 단계에 들어섰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실질 가격은 이미 하락 국면에 진입

주택 가격의 핵심 변화는 눈에 띄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 명목상 집값은 버티는 듯 보이지만, 인플레이션과 소득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실질 가치는 서서히 깎이고 있다. 가격이 급락하지 않아도, 구매력 기준에서는 이미 하락이 시작됐다는 의미다.

연방주택금융청(Federal Housing Finance Agency, FHFA)의 주택가격지수(House Price Index, HPI)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주택 가격 상승률은 2.2%에 그쳤고, 2025년 9월에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물가 상승률과 임금 흐름을 감안하면, 이 정도 상승은 실질적으로 가격 조정에 가까운 수준이다. 숫자가 유지되는 동안에도 주택의 체감 가치는 낮아지고 있다.

이 변화는 특정 지역에서 먼저 드러났다. 플로리다의 팬데믹 급등 지역, 일부 테크 허브, 마운틴 웨스트에서는 올해 들어 실제 거래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과열됐던 지역일수록 조정이 앞서 나타났다. 주택 시장은 한 번에 무너지는 국면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서서히 닳아가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임대료 하락과 공실 증가는 수요 둔화의 신호

주택 시장의 변곡점은 임대 시장에서 먼저 드러난다. 임대료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주거 수요의 방향도 함께 바뀐다. 임대료 하락은 주택에 대한 즉각적인 수요 압력이 약해졌음을 보여주는 가장 빠른 신호다.

아파트 리스트(Apartment List)에 따르면 2025년 12월 기준 미국 전국 임대료는 전년 대비 1.1% 하락했다. 미국 인구조사국(U.S. Census Bureau)이 집계한 2025년 3분기 자료에서도 임대 공실률은 7.1%로, 1년 전의 6.9%에서 상승했다. 지난 몇 년간 집중적으로 완공된 신규 주택과 아파트가 순차적으로 시장에 공급되면서 임대 시장의 여유가 커진 결과다.

주택 구매가 금리 부담으로 막힌 상황에서도 임대료가 내려간다는 점은 의미가 분명하다. 주거 수요가 임대 시장으로 이동해도 가격을 지탱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주거비가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은 도시 주택 시장이 항상 과열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가격을 끌어올릴 만큼의 힘은 약해진 상태로 바뀌고 있다.

대도시에 집중된 인적 자본과 임금 분포
주: 미국 전역에서 인적 자본 지수와 평균 임금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뚜렷하게 집중돼 있다. 다만 이러한 집중도만으로는 차입 비용 상승과 가계
예산 압박 국면에서 주택 가격 하락을 막기 어렵다는 점을 함께 보여준다.

감당 능력이 가격의 상한선을 결정

주택 가격을 움직이는 힘은 기대 심리가 아니라 가계의 계산이다. 소득과 금융 비용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가격은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다. 거래가 성립되는 기준선은 언제나 가계의 부담 능력에 의해 정해진다.

미국 국책 담보대출업체 프레디맥(Freddie Mac)이 발표한 2025년 12월 주간 자료에 따르면 모기지 금리는 약 6.2%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소득 증가 속도는 둔화됐다. 미국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 BLS)에 따르면 평균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전년 대비 3.5%로, 이전 국면보다 낮은 수준이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Atlanta)이 산출한 주택구입부담지수(Home Ownership Affordability Monitor, HOAM)는 대부분 지역에서 평균 가구가 평균 주택을 구매하기 어려운 상태임을 보여준다.

금리가 높은 상태에서 임금 상승이 더뎌지면, 실제로 거래에 나설 수 있는 수요는 빠르게 줄어든다. 가격이 지표상으로는 버티는 것처럼 보여도, 내부적으로는 하락 압력이 누적된다. 주택 가격이 조정되기 위해 경기 침체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가계의 수지 계산이 맞지 않으면, 시장의 방향은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통근 비용 변화가 만드는 도시 토지 가격 구조
주: ·하이브리드 근무로 통근 비용이 낮아질수록 토지 가격 곡선이 완만해지고, 도시 토지 프리미엄도 함께 축소되며 인적 자본이 밀집된 지역에서도
가격 조정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비용이 드러낸 도시 프리미엄의 조정 구간

이 같은 부담은 대도시도 피해 가지 못한다. 대도시의 경쟁력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주택 가격을 지켜주는 절대적 장치는 아니다. 재택·하이브리드 근무 확산은 도시가 제공하던 주거 프리미엄을 구조적으로 낮추고 있다. 일터와의 물리적 근접성이 약해지면서, 주거 선택에서 비용 부담이 더 직접적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시장 흐름에서 확인되고 있다.

시카고대(University of Chicago)와 조지타운대(Georgetown University),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 소속 연구자들이 참여한 미국 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NBER) 연구는 재택·하이브리드 근무 확산이 통근 비용을 낮추고 도시 토지 및 주거 프리미엄을 완만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적 자본과 임금이 여전히 대도시에 집중돼 있더라도, 차입 비용과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 주택 가격은 이를 반영해 조정된다. 도시에 사람이 모인다는 사실만으로 가격을 떠받치기 어려운 구조가 이미 형성되고 있다.

중국 사례는 이 흐름을 더 분명히 보여준다. 로이터(Reuters)에 따르면 2025년 11월 기준 중국의 신규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2.4% 하락했고, 중고 주택 가격은 주요 도시 전반에서 내려갔다. 베이징과 상하이는 여전히 핵심 경제 도시지만, 인재 밀집만으로 주택 가격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도시는 강력한 생산 거점이지만, 가계의 예산과 금융 비용이 정하는 한계를 넘어서지는 못한다.

완만한 조정에 대비하는 전략이 필요

이번 주택 사이클의 핵심 특징은 급락이 아닌 완만한 실질 하락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실질 주택 가격이 내려가고 있고, 임대료는 하락 흐름으로 돌아섰으며, 공실률은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금리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에 머물러 있고, 임금 상승 속도도 이전보다 둔화됐다. 중국에서도 신규·기존 주택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며 같은 조정 국면이 확인되고 있다. 주택 시장을 떠받치던 조건들이 동시에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 이번 국면의 공통된 신호다.

이제 중요한 것은 방향을 읽고 대응하는 일이다. 대학과 공공기관은 임대료가 완화되는 시기를 활용해 장기 임대 계약을 체결하고, 비영리 주택 매입을 통해 주거 비용을 구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정부는 인허가와 건설 흐름을 유지해 주거비 하락이 공급 위축으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계약금 지원 정책은 현재의 소득 여건을 반영해 설계하고,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확산에 따른 소득 불안을 고려해 직업 훈련과 임금 보험을 함께 강화할 필요가 있다.

주택 시장과 정면 충돌할 이유는 없다. 실질 가격 하락을 억지로 되돌리기보다, 이를 안정으로 전환하는 준비가 요구된다. 완만한 조정 국면은 위기 신호가 아니라 선택지를 넓히는 시간이다. 지금의 과제는 시장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변화한 조건 속에서 주거와 소득의 균형을 지켜낼 전략을 마련하는 데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Agglomeration Won’t Save House Prices: Why Housing Price Deflation Can Hit Big Citie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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