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달러 스테이블코인 앞에서 멈춘 중국, 통화 주권의 경계선
[딥파이낸셜] 달러 스테이블코인 앞에서 멈춘 중국, 통화 주권의 경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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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확산과 통화 관리 충돌 민간 토큰 차단과 e-CNY·mBridge 중심의 국가 결제 전략 국제 금융기구 경고 속 공식 결제 인프라로 이동하는 거래 질서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국이 스테이블코인 유통을 차단하는 조치는 기술 규제라기보다 통화 주권을 방어하려는 정책적 판단에 가깝다. 2025년 기준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가치의 99% 이상은 미국 달러에 연동돼 있으며, 유통 규모도 약 3,000억 달러(약 441조원)까지 확대됐다. 중국 당국은 이를 새로운 결제 혁신으로 보기보다, 달러 결제 인프라가 국경을 넘어 확장되는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자본 유입과 유출을 엄격히 관리해온 국가에서, 중앙은행 통제 밖에서 작동하는 달러 기반 디지털 자산의 확산은 정책 집행 비용과 불확실성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차단은 이런 구조적 부담을 사전에 관리하려는 선택으로 읽힌다.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통화 관리 충돌
중국이 스테이블코인을 문제 삼는 출발점은 통화 관리 체계와의 구조적 충돌이다. 현재 유통되는 스테이블코인의 대부분은 단기 미국 국채와 은행 예금 등 안전자산을 담보로 한 달러 표시 자산으로 구성돼 있다. 이 구조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디지털 결제 수단을 넘어, 미국의 금융 규칙과 법적 질서가 함께 작동하는 통로로 기능하고 있음을 뜻한다.
중국처럼 자본 이동을 정책적으로 관리해온 국가에서는 이러한 결제 구조가 외환 관리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중국은 개인별 연간 외화 구매 한도를 5만 달러(약 7,350만원)로 설정해 외환 수요와 자본 유출을 조절해왔다. 이 체계는 은행과 공식 결제망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직접적인 통제 범위를 벗어난 달러 기반 디지털 토큰이 확산될 경우, 외환 규제는 형식상 유지되더라도 실제 관리 효과는 약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거래 속도와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감독 비용도 함께 늘어난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은 스테이블코인을 금융 상품이나 신기술로 분류하지 않는다. 기존 통화 관리 질서와 충돌하는 요인으로 인식한다. 달러 표시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위안화(RMB)를 중심으로 설계된 통화 관리 체계의 작동 방식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스테이블코인을 통화 주권의 문제로 다루는 배경에는 이러한 구조적 긴장이 자리 잡고 있다.

주: 2025년 기준 스테이블코인 가치의 약 99%가 미국 달러(USD)에 연동돼 있어, 스테이블코인 확산은 곧 달러 결제망의 확산을 의미한다.
민간 차단, 국가 결제망 확대
이 같은 인식은 중국의 정책 선택으로 이어진다. 중국의 대응은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차단하는 동시에 국가 주도의 결제 인프라를 확장하는 이중 전략으로 구성돼 있다. 중국 정부는 가상자산이 법정화폐가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단속 강화를 예고했고, 홍콩이 추진 중인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 제도에도 속도 조절을 요구했다. 제도화 과정에서 통제 범위를 명확히 하겠다는 신호다.
동시에 중국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인 디지털 위안화(e-CNY)와 국가 간 결제 플랫폼인 프로젝트 mBridge를 정책의 중심 축으로 삼고 있다. 개방형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중국 인민은행(People’s Bank of China)의 직접적인 규제 범위 밖에서 발행·유통되지만, 중앙은행이 설계하고 운영하는 결제망은 발행 주체와 거래 흐름을 감독할 수 있다. 중국이 민간 토큰 대신 공공 인프라를 선택한 이유다.
중국 당국이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위험은 기술적 결함이 아니다.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 단기간에 발생하는 대규모 자본 이동을 통제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될수록 통화 정책과 외환 관리 수단의 실효성은 낮아질 수 있다. 중국의 전략은 결제 기술을 거부하기보다, 국가가 통제 가능한 경로 안에서 디지털 결제를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정리되고 있다.
국제기구가 짚은 스테이블코인 위험
중국의 문제 인식은 국제 금융기구의 경고와도 맞닿아 있다.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BIS)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공식 제도 밖에서 달러 사용을 확대하는 숨은 달러화(dollarization)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BIS는 특히 자본 이동을 제한하는 국가일수록 이러한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도 유사한 평가를 내놨다. IMF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빠르게 확산될 경우, 일부 국가에서는 은행 예금 대체 효과가 나타나면서 금융 안정성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봤다. 공식 금융 시스템 밖에서 달러 유동성이 늘어날수록 통화 당국의 정책 신호 전달력은 약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범죄 리스크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ited Nations Office on Drugs and Crime, UNODC)와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에서는 지하 금융, 온라인 도박, 각종 사기 거래에 테더(Tether)의 USDT 사용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USDT와 USD코인(USDC)이 전체 스테이블코인 공급의 약 90%를 차지하는 구조는 리스크를 특정 자산과 발행 주체에 집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정책 대응이 일부 토큰과 네트워크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될 가능성도 커진다.

주: 2025년 9월 기준 테더(USDT)와 서클의 USD코인(USDC)이 전체 스테이블코인 공급의 약 89%를 차지하며, 소수 발행사에 시장과 결제망이 집중된 구조를 보여준다.
교육·국제 거래 결제 구조 재편
이러한 정책 기조는 교육과 국제 거래 영역에서도 구체적인 변화를 낳고 있다. 중국 가정은 해외 대학 등록금이나 온라인 교육비를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할 수 없다. 허용되는 수단은 연간 5만 달러(약 7,350만원) 한도 내 은행 송금, 합법적 환전, 규제된 결제 서비스로 제한된다. 이로 인해 중국 학생을 모집하는 대학과 교육기관은 암호화폐 결제 도입보다 은행 결제망을 기반으로 한 정산 체계와 디지털 위안화(e-CNY) 연계 가능성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환불, 분할 납부, 장학금 정산 등 부수적인 금융 절차 역시 기존 은행 인프라에 맞춰 설계될 필요가 커졌다.
대규모 국제 거래에서는 프로젝트 mBridge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홍콩, 태국,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이 참여한 이 플랫폼은 중앙은행 규칙 아래에서 즉시 결제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민간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거치지 않고도 국가 간 자금 이동이 가능해지는 구조다. 교육 협력, 연구비 이전, 라이선스 계약 등 공공·준공공 성격의 거래에서는 이러한 공식 결제 인프라의 활용도가 점차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통화 주권을 택한 중국, 결제 질서의 선 긋기
달러 표시 스테이블코인이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중국은 이를 중립적인 결제 기술이 아니라 외부 통화 질서가 국내로 유입되는 현상으로 인식한다. 미국이 달러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통해 달러 결제 생태계를 넓히는 가운데, 중국의 대응은 국내 유통 차단과 국가 주도 결제 인프라 확대로 정리되고 있다. 이는 기술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통화 정책과 외환 관리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다.
중국과의 거래에서는 디지털 위안화와 프로젝트 mBridge 같은 공식 결제 경로를 전제로 한 구조 설계가 사실상 필수 요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통화가 정책 집행의 핵심 수단으로 기능하는 한, 중국이 그 통제 범위를 쉽게 완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y China’s Got a Problem with Stablecoin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