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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가 뒤흔든 고용·소비, 트럼프발 ‘R의 공포’ 현실로

관세가 뒤흔든 고용·소비, 트럼프발 ‘R의 공포’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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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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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관세가 촉발한 美 경제 그림자
소비·기업 심리 ‘동반 추락’
위기 징후 속 금리인하 기대 탄력

견고했던 미국 노동시장이 급격한 냉각 국면에 진입했다. 지난 10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10만 개 이상 증발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실업률마저 4.6%로 치솟으며 연착륙 기대를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고용·소비·기업 심리를 동시에 압박하는 가운데, 미국 경제에 ‘R(경기 침체·Recession)의 공포’가 엄습하는 모양새다.

美 실업률 4.6%, 4년 만에 최고

17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은 전날 미국 노동통계국(BLS) 발표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 노동시장에 강력한 하방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실제 BLS의 자료를 보면 미국의 고용 시장은 뚜렷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11월 비농업 신규 고용은 6만4,000명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소폭 웃돌았으나, 이는 앞선 10월의 대규모 고용 감소를 만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특히 수정 발표된 10월 고용 수치는 더욱 충격적이다. 당초 예상보다 훨씬 악화한 10만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경기 침체 이후 가장 가파른 감소세다. 8월과 9월 수치 또한 각각 2만6,000개 감소, 10만8,000개 증가로 하향 조정됐는데, 통계 수정치만 합산해도 수만 개의 일자리가 통계상에서 사라진 셈이다.

실업률 상승세도 가파르다. 올해 1월 4.0%였던 실업률은 지난달 4.6%까지 치솟았다. 이는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지난 9월(4.4%)은 물론 시장 예상치(4.5%)도 상회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2021년 10월 4.8%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하락으로 돌아서 2023년 3%대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지난해 상승으로 전환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KPMG의 다이앤 스웡크(Diane Swonk)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실업률이 급등한 사실은 경제가 성장한다는 지표와 달리 대다수 미국인이 경기를 비관적으로 느끼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제조업 부활도 요원

이 같은 지표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노동시장 둔화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앞서 발표된 미 노동부의 구인·이직보고서(JOLTs) 역시 이런 흐름을 뒷받침했다. 지난 10월 채용 건수는 514만9,000건, 고용률은 3.2%로 전달(536만7,000건·3.4%) 대비 감소했다. 반면 해고 건수는 185만4,000건(해고율 1.2%)으로 전월(178만1,000건·1.1%)보다 늘어나 2023년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업들이 채용에 소극적으로 변한 배경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수입 관세 부과가 촉발한 충격이 거론된다. 관세로 상품 가격이 오르면서 중·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선택적으로 변했고 지출이 둔화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제조업 분야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고율 관세 부과에 따른 비용 상승 부담으로 11월에도 일자리가 줄었다. 무역 전쟁이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킬 것이라는 행정부의 주장과 달리, 현장에서는 채용을 동결하거나 인력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니콜 바쇼(Nicole Bachaud)' 집리크루터(ZipRecruiter) 노동 경제학자는 "이번 노동 시장 지표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를 보여준다"며 "기업들이 관세, 지정학적 불확실성, 끈질긴 인플레이션 등 정책적 난관에 직면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제조업 부흥 면에서 관세가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내 공장 가동 실적이 9개월 연속 줄어든 데다, 오락가락하는 관세 정책 탓에 제조업체들이 오히려 대규모 투자 판단을 미루는 경우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외로 나간 제조업이 미국에 돌아오려면 미국 내 생산품이 경쟁 우위를 가질 정도로 관세가 높아야 한다. 그러나 관세가 이렇게 높아지면 생산에 필요한 수입 자재 가격이 올라 단기적으로 미국 제조업이 타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금리인하 명분 강화

다른 실물 경제 지표들 역시 동시에 침체를 가리키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16일 발표한 10월 미국 소매 판매는 7,326억3,300만 달러(약 1,081조3,000억원)로 보합세를 나타냈다. 로이터가 "예상외로 변동이 없었다"고 해석할 정도로 시장 예상치(0.1%증가)를 하회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예고 전에 선제 소비 이후 하락했던 5월(0.8% 감소)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같은 날 발표된 9월 소비 판매 증가율도 0.1%로 속보치 0.2%에서 하향 조정됐다. 이 역시 절대 수준 면에서 예측 가능한 시장경제보다 수시로 바뀌는 행정명령에 따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모든 계층이 소득이 있더라도 소비를 줄이는 구인 효과(crowding in effect)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들의 체감 경기도 식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이 집계한 12월 미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8로 11월 52.2에서 하락, 7월 이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경제 생산량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서비스 PMI도 54.1에서 52.9로 6개월 만 최저치를 나타냈다. 모두 경제학자 대상 로이터의 설문조사 예상치를 하회한 수치다. 12월 종합 PMI도 53.0으로 11월 54.2에서 하락했다. 로이터는 "신규 사업 증가 수가 2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상품 신규 수주가 1년 만에 감소했다"고 짚었다.

이 같은 흐름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주 금리인하(0.25%p)를 결정한 배경을 일부 정당화하며, 내년 상반기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실제 보고서 발표 이후 투자자들은 내년에 최소 58bp(0.58%p)의 금리인하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는 지난주 연준이 시사한 25bp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다만 1월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게 평가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고용 보고서 발표 후에도 금리 인하 확률은 24.4%로 전날과 동일했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새뮤얼 톰스(Samuel Tombs)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노동 시장은 여전히 취약하지만, 악화 속도가 느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월에 통화 정책을 추가 완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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