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중국 월드컵 중계권 협상에 난항 겪는 FIFA, 관심 부족·시차 악재에 내수 침체 리스크까지
인도·중국 월드컵 중계권 협상에 난항 겪는 FIFA, 관심 부족·시차 악재에 내수 침체 리스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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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요구액 낮췄는데" FIFA, 中과 중계권료 둘러싸고 이견 지속 인도 지오스타도 2,000만 달러 제안하며 보수적 태도 고수 내수 가라앉은 양국, 고액 스포츠 중계 메리트 줄어

북중미 월드컵 개막이 1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제축구연맹(FIFA)이 중국 및 인도와 공식 중계권 계약을 매듭짓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월드컵에 대한 양국 국민들의 관심 자체가 크지 않은 가운데, 시차 등 여타 악재까지 누적되며 관련 논의가 공회전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인도의 내수 침체 흐름으로 인해 현지 광고·마케팅 시장이 냉각되며 대형 스포츠 경기의 메리트 자체가 감소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中, 월드컵 중계권 두고 흥정 나서
12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FIFA는 지난 11일 공식 성명에서 "2026 FIFA 월드컵 미디어 권리 판매와 관련해 중국 및 인도와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현재 단계에서는 기밀 유지 원칙에 따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는 사안이 없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개막을 한 달가량 앞둔 시점까지 공식 중계권 계약 발표가 없는 상황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계권 계약이 지금 바로 이뤄진다고 해도 기업들이 중계 인프라를 구축하고 광고 판매를 마칠 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중계권 협상은 최소 대회 개막 3~4주 전에는 마무리된다.
중국과의 중계권 협상에서 떠오른 핵심 쟁점은 다름 아닌 중계권료였다. 중국 차이나데일리 등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FIFA는 당초 중국 관영 중앙TV(CCTV) 측에 2억5,000만~3억 달러(약 3,750억~4,500억원)를 중계권료로 요구했다. 이는 현재 알려진 CCTV 자체 예산(6,000만~8,000만 달러)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논의가 진전되지 않자 FIFA는 이후 요구액을 1억2,000만~1억5,000만 달러(약 1,800억~2,250억원)로 절반 가까이 낮췄지만, CCTV는 여전히 8,000만 달러(약 1,200억원) 수준의 금액만 지불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중국 측이 중계권 확보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배경으로는 중국 대표팀의 본선 진출 실패, 시차 문제 등이 꼽힌다. 대회 자체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주요 경기 상당수가 중국 기준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배정될 가능성이 커지며 광고 수익 창출에도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일반적으로 새벽 생중계에 붙는 광고는 단가가 크게 하락한다. 이에 더해 중국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FIFA가 중국에 인도의 수 배에 달하는 중계권료를 요구하는 것이 '이중잣대'라는 반발 여론도 형성된 상태다. FIFA가 인도 시장에 기대한 중계권료는 6,000만~1억 달러(약 900억~1,500억원) 수준이었다.
인도도 중계권료 할인 요구
인도 역시 중국과 마찬가지로 FIFA가 제시한 가격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꺾지 않고 있다. 릴라이언스-디즈니의 합병으로 출범한 인도 최대 미디어 기업 지오스타는 이번 월드컵 중계권료로 2,000만 달러(약 300억원)를 제안했다. 이는 2022년 카타르 대회 당시 릴라이언스 계열 미디어 부문이 지불했던 중계권료(약 6,000만 달러)의 3분의 1에 그치는 수치다. 지오스타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이미 입찰을 포기했다.
인도가 월드컵 중계에 냉담한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인도 특유의 스포츠 향유 문화가 영향을 미쳤다. 인도 스포츠 미디어 시장은 철저히 크리켓 중심으로 움직인다. 앞서 인도 크리켓 프리미어리그(IPL) 2023~2027년 중계권은 62억 달러(약 9조원)에 육박하는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번 북중미 월드컵 일정이 여자 T20 크리켓 월드컵과 겹친다는 점이다. 현지 스포츠 미디어 소비자들의 관심이 크리켓 쪽으로 분산되며 월드컵의 흥행 가능성이 제한된 것이다.
인도 방송사들이 카타르 월드컵 당시 적자를 경험했다는 점도 FIFA 입장에서는 악재다. 인도 미디어 기업 비아콤18은 카타르 월드컵 중계권을 확보하기 위해 6,000만 달러(약 900억원)를 지불했지만, 이를 통해 벌어들인 광고 수익은 절반 수준인 3,000만 달러(약 450억원)에 불과했다. 여기에 최근 인도 스포츠 미디어 시장 전반에서 중계권 가격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현지 방송사들이 고가의 해외 스포츠 콘텐츠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된 셈이다.

내수 부진으로 마케팅 시장 냉각
일각에서는 중국·인도의 경기 둔화 흐름이 글로벌 스포츠 산업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 중국의 경우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와 저조한 가계 소비 심리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3월 중국의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3.4% 하락했고, 소매판매 역시 1.7% 증가하는 데 그치며 전망치(2.4%)를 밑돌았다. 이는 내수 기여도가 80%를 상회하는 중국 경제에 있어 치명적인 지표다. 이러한 상황 속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를 4.5~5%로 하향 조정했다. 2023년부터 3년간 유지해 온 ‘5% 안팎’ 성장 목표를 한 단계 낮춘 것이다.
인도의 경우 명목 GDP 기준으로는 일본을 추월하며 세계 4위 경제 대국 자리에 올랐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IMF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의 1인당 GDP(명목 기준)는 2,800달러(약 420만원)로 추정된다. 이는 한국, 일본, 중국 등 여타 아시아 주요국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전체 경제 규모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구와 심각한 소득 불균형 탓에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개선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고물가로 인한 생활비 부담이 커지며 중산층의 소비 여력마저 대폭 약화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현지 소비재·외식 기업들이 실적 발표 자리에서 판매 증가세 둔화와 저가 소비 확대 현상을 잇달아 언급할 정도다.
이 같은 내수 침체는 경기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스포츠 중계권 시장에 있어 명백한 악재다. 방송사들은 통상 월드컵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 중계권을 거액에 선구매한 뒤 광고 판매와 유료 가입자 확보를 통해 투자 비용을 회수한다. 하지만 경기 둔화 국면에서는 기업들의 광고·마케팅 예산이 대폭 줄어들게 되고, 일반 소비자들의 유료 가입 수요 역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중계권 투자를 단행하더라도 유의미한 수익을 올리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FIFA와 양국 방송사가 각각 기대하는 중계권료의 간극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