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메이드 인 차이나’의 변신, 저가 이미지 넘어 신뢰 경쟁 돌입
[딥테크] ‘메이드 인 차이나’의 변신, 저가 이미지 넘어 신뢰 경쟁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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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초 과학 투자 확대, 품질 경쟁 본격화 전기차·배터리 산업 신뢰 확보 부상 첨단 과학 역량, 국가 경쟁력 핵심 변수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4년은 중국 제조업의 위상이 근본적으로 재편되기 시작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구매력평가(PPP) 기준 중국의 연구개발(R&D) 지출이 미국을 넘어선 가운데, 중국은 첨단 과학을 산업 경쟁력과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기반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빠르고 저렴하지만 신뢰하기 어려운’ 이미지로 소비되던 중국 제조업에 대한 시각도 점차 흔들리고 있다. 중국은 단순한 형태 모방을 넘어 기반 과학과 시험 체계, 인적 자본 등 장기적 품질 역량을 구축하며 프리미엄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추격 전략 전환, 기초 과학 중심 이동
가장 주목할 변화는 전략 방향 자체의 변화에 있다. 중국은 과거 자동차와 스마트폰, 배터리 등 최종 소비재의 가격 경쟁력과 생산 속도에 집중하던 추격형 모델에서 벗어나, 기초 과학과 산업 신뢰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중이다. 과거 중국 제조업은 성숙 기술 분야에서 빠른 생산 능력을 앞세워 성장했지만, 구조적 한계도 뚜렷했다. 외형은 구현할 수 있어도 내구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는 약점이 있었고, 가격 경쟁력은 갖췄지만 결함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개선하는 역량은 충분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은 배터리 열폭주를 방지하는 소재 기술과 주행 보조 시스템의 정밀 제어 기술, 핵심 부품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반도체 설계 등 기초 공학·과학 분야 투자 확대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실제 중국은 2024년 3조6,000억 위안(약 793조5,84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 비용을 투입했고, 이 가운데 약 2,500억 위안(약 55조1,100억원)을 기초 연구에 배정했다. 이어 2025년에는 전체 R&D 지출을 3조9,300억 위안(약 866조3,292억원), 기초 연구 투자를 약 2,770억 위안(약 61조620억원) 수준으로 확대하며 투자 강도를 높였다. 기초 연구 비중이 여전히 전체의 7%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한계는 존재하지만, 제품 결함과 시스템 실패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규명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중국 전기차, 품질 신뢰 확보가 관건
그러나 기술 경쟁력 확대가 곧바로 시장 신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산업 고도화 과정에서 가장 까다로운 과제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신뢰의 격차’를 줄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실제 사용 과정에서의 안정성과 완성도로 평가한다. 중국 전기차 산업은 이러한 변화와 한계를 동시에 드러내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일부 모델은 배터리 효율과 소프트웨어 기반 설계 경쟁력에서 이미 글로벌 선두권에 올라섰지만, 품질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 시장 조사회사 JD파워의 올해 중국 신에너지차 조사에 따르면 차량 100대당 231건의 문제가 보고됐으며, 이 가운데 약 70%는 전통적인 기계 결함이 아닌 설계 관련 문제로 나타났다. 이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주행 가능한 차량’을 넘어 견고함과 안전성, 완성도 높은 사용자 경험까지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프리미엄 시장 진입 여부는 강력한 보증 정책과 독립 성능 평가, 투명한 검증 시스템 등 장기적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체계를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
양적 성과 넘어 필요한 과학의 규율
중국은 특허 출원 건수 세계 선두와 글로벌 혁신지수(GII) 상위 10위권 진입, 세계 최대 규모의 공학·과학 박사 배출 등 압도적인 양적 성과를 축적해 왔다. 그러나 성숙한 과학 시스템은 시장의 신뢰를 통해 완성된다. 특허와 논문이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동료 평가와 강화된 제품 책임 체계, 실패 원인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중국 모델이 안고 있는 과잉 생산과 연구의 정치화, 단기 성과 중심 구조 역시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첨단 과학은 모든 연구 조직이 속도와 성과만 요구받는 환경에서는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뿐 아니라 경쟁국들 역시 주목해야 할 핵심은 ‘규율 있는 혁신 체계’다. 정부는 단기간에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더라도 기초 과학 투자 기조를 유지해야 하며, 교육 시스템 역시 결함과 위험 요인에 대해 비판적으로 질문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방향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

‘메이드 인 차이나’ 미래 좌우할 신뢰 체계
첨단 과학 경쟁력은 국가의 관리·검증 역량과 직결된다. 따라서 시장에서 사고와 결함이 발생한 이후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위험 요인을 사전에 식별하고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중요하다. 저가 상품은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시장과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대상은 안정성과 신뢰를 입증한 브랜드다.
향후 수년은 중국산 제품이 첨단 산업의 신뢰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를 결정할 중대한 시기가 될 전망이다. 중국이 첨단 과학 역량을 안전한 배터리와 안정적인 소프트웨어, 투명한 품질 관리 체계 구축으로 연결한다면 글로벌 소비자 인식 역시 근본적으로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경쟁국들 역시 중국의 부상을 단순한 저가 공세 차원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자국의 과학·산업 기반과 검증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End of the Cheap China Joke: Why Frontier Science May Redefine “Made in China”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