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연준 독립성 흔들리자 커진 달러 불안, 美 금융 신뢰 압박 확대
[딥파이낸셜] 연준 독립성 흔들리자 커진 달러 불안, 美 금융 신뢰 압박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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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독립성 논란, 흔들린 달러 신뢰 관세 충격·정치 압박 겹치자 커진 정책 불안 달러 신뢰 지키기 위한 연준 독립성 유지 필요성 확대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달러 가치가 10.7% 하락했다. 반세기 넘는 기간 동안 가장 큰 상반기 낙폭이다.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독립성에 대한 불안이 환율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기축통화는 금리 차이와 성장 전망, 안전자산 선호 같은 경제 변수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통화를 운영하는 제도와 정책 결정 구조에 대한 신뢰 역시 핵심 기반으로 작용한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연준이 백악관의 정치적 압력 속에서도 독자적인 판단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질 경우 환율은 그 불안을 빠르게 가격에 반영하기 마련이다.
미국은 여전히 자국 통화로 차입할 수 있고, 막대한 유동성을 갖춘 금융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달러를 대체할 경쟁 통화도 뚜렷하지 않다. 그러나 기축통화 지위는 영구적으로 보장된 특권이 아니다. 외국인 투자자와 중앙은행, 자산운용사들이 미국 금융 시스템과 정책 운영 체계에 대한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매일 평가한 결과 위에서 유지되는 지위이기 때문이다.
중앙은행 정치화가 부르는 경제적 역설
중앙은행 독립성 논란은 단순한 인플레이션 문제를 넘어 환율과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기축통화국에서는 환율 시장이 물가보다 먼저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에서 중앙은행이 정치적 압박에 따라 기준금리를 조기에 인하하거나 물가 상승을 충분히 억제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 경우 달러 신뢰도 역시 흔들리게 된다.
여기서 역설적인 상황이 나타난다. 대통령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강하게 요구할수록 외환시장은 달러를 더 위험한 자산으로 인식하게 된다. 달러 약세는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미국 국채(UST) 금리 상승 압력까지 확대되면서 정책당국이 저금리를 원하더라도 시장 금리는 오히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진다.

백악관 압박 논란 속 흔들린 달러 신뢰
미국 대통령이 연준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당시 연준 의장이던 아서 번스에게 완화적 통화정책을 요구했던, 이른바 ‘닉슨-번스(Nixon-Burns)’ 사례가 자주 거론된다. 당시 정치권 압박 속에서 통화 완화가 이뤄졌고, 이후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현재는 공개적인 압박과 법적 불확실성, 관세 충격, 재정 제약이 동시에 겹치며 달러의 글로벌 금융 중심 지위까지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다. 실제 지난해 4월 달러 가치는 급락했다. 당시 미국 국채 금리 흐름만 보면 일반적인 위험선호 국면처럼 달러가 안정세를 보여야 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달러 약세가 나타났다. 여기에 관세 충격으로 인한 성장 둔화 우려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교체 가능성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정책 신뢰도에 대한 불안도 빠르게 확산됐다. 시장에서는 통상 갈등 자체보다 연준 독립성과 달러 신뢰 훼손 가능성에 더 주목하기 시작했다.

달러 지위 지탱하는 글로벌 자금 흐름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각종 지표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글로벌 외화보유액은 약 13조1,400억 달러(약 1경9,604조원)에 달했고, 이 가운데 달러 비중은 약 57%로 유로화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4월 기준 전 세계 외환 거래의 89.2%에도 달러가 포함돼 있었으며, 하루 평균 외환 거래 규모는 약 9조6,000억 달러(약 1경4,323조원)에 이르렀다. 이 같은 수치는 달러가 국제 금융 시스템 전반에서 사실상 기준 통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준 역시 미국 국내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을 넘어 글로벌 유동성과 자금조달 여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평가된다.
그러나 시장 충격은 중앙은행 외화보유액보다 민간 자금 이동에서 더 빠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2분기 말 기준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증권 규모는 약 35조3,500억 달러(약 5경2,752조원)에 달했다. 달러 자산 규모 자체가 막대한 만큼 글로벌 투자자들이 환헤지 비율을 일부 조정하거나 자금 일부를 유로화·엔화 자산으로 분산하는 움직임만으로도 시장 가격에는 상당한 변동성이 반영될 수 있다.
정책 공조와 연준 독립성 사이의 경계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중앙은행 독립성을 금융 안정성과 직결된 요소로 바라본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26년 연구에 따르면 중앙은행 독립성이 강한 국가일수록 국채 금리가 낮게 형성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시장이 정책 운영 체계의 안정성을 신뢰할수록 국가 차입 비용도 낮아진다는 의미다. 반대로 정책 결정 과정이 정치 영향력에 흔들릴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시장은 달러 자산 전반에 추가 위험 프리미엄을 반영하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중앙은행 독립성이 정부와의 완전한 단절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기나 경기 침체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공조가 불가피하다. 중요한 점은 역할과 권한의 경계가 분명해야 한다는 데 있다. 재무부는 재정 운영과 국채 발행을 담당하고, 연준은 물가와 금융 안정이라는 목표 아래 독자적인 정책 판단 권한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정책 의견 차이를 이유로 연준 의장 교체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순간 시장은 중앙은행 결정 자체를 정치적 판단의 연장선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필요한 금리 인하조차 정책 판단보다 정치 일정에 따른 결정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시험대 오른 연준 독립성과 달러 신뢰
지난해 달러 가치 하락만으로 연준 독립성이 완전히 훼손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관세 충격과 성장 둔화 우려, 재정 부담 확대 등 복합적인 요인이 동시에 영향을 미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이 연준의 독자적 정책 판단 능력 자체에 의문을 갖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달러 신뢰 약화는 환율 시장에 그치지 않고 미국 금융시장과 국채, 무역 시스템 전반으로 충격이 전이될 수 있다. 특히 무질서한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경우 수입 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자극하고, 이는 다시 시장 금리 상승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미국 부채한도 협상 같은 정치 변수까지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확대될 우려가 크다. 미국이 기축통화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조건 역시 연준이 정치권 압력과 거리를 둔 채 독립적으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는 시장 신뢰에 달려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Fed Independence Is Now a Dollar Policy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