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SM C&C 매각 준비하는 SM엔터-카카오, SKT도 손상차손 반영으로 '매각설'에 힘 실어

SM C&C 매각 준비하는 SM엔터-카카오, SKT도 손상차손 반영으로 '매각설'에 힘 실어
Picture

Member for

5 months 2 weeks
Real name
박창진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SM C&C 손상차손 반영한 SKT, '매각설' 개연성 더하나
카카오에 법적 리스크 가하는 SM C&C, "매각 기정사실화"
SM엔터도 매각 준비 과정, 남은 과제는 '기업가치 향상'
SMCC_DOWN_TE_20240418

SK텔레콤(SKT)이 SM엔터테인먼트(SM엔터)와의 협력 과정에서 투자한 SM컬처앤콘텐츠(SM C&C)의 보유분 일부를 손상차손으로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SM C&C의 연이은 적자로 SM엔터가 매각한다는 설이 불거지는 가운데 2대 주주인 SKT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눈에 띄는 건 SM엔터와 카카오, SKT 등 SM C&C와 연결된 이들 모두가 매각 개연성을 보여주기 시작했단 점이다. 이에 시장은 SM C&C 매각을 기정사실화하는 모양새다.

SKT, SM C&C 188억원 손상차손 반영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T는 2023년 SM C&C에 대해 188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SKT가 투자를 단행한 이후 SM C&C가 적자를 지속한 영향이다. 손상차손이란 투자 자산의 시장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해 자산의 미래 가치가 장부가격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을 때 재무제표상 손실로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SKT는 SM C&C의 장부가액을 2022년 653억원에서 2023년 416억원으로 낮추기도 했다. 시장은 SKT의 움직임을 'SM C&C 매각 준비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SM C&C는 SM엔터 그룹의 계열사로, 종합 광고를 비롯해 △마케팅 프로모션 △배우 매니지먼트 △영상 콘텐츠 기획·제작 등의 사업을 영위한다. SKT가 SM C&C에 지분을 투자한 건 지난 2017년의 일이다. 당시 SKT는 SM C&C의 최대주주인 SM엔터와 콘텐츠 협력을 위해 손잡고 상호 증자 및 지분 양수도를 추진하기로 했는데, 이 과정에서 아이리버(현 드림어스컴퍼니)와 SM C&C에 각각 250억원, 6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SM엔터 또한 각각 400억원, 73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SM C&C는 이렇게 투자받은 돈으로 2017년 SK플래닛의 광고 사업인 M&C 사업부를 인수하며 SKT와의 접점을 확대했고, SKT는 SM엔터와의 콘텐츠 협력에 더욱 힘을 실었다. 당시 SKT는 AI(인공지능)와 VR(가상현실) 등 신규 사업을 추진함에 앞서 엔터 분야 경쟁력을 가진 SM엔터를 통해 콘텐츠 경쟁력을 육성하겠단 청사진도 세웠다.

그러나 최근 SM C&C를 통한 광고 사업과 SM엔터와의 협업은 수그러든 상태다. SM C&C가 적자를 이어가면서 SKT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데다 SM엔터 또한 비주력 자산을 정리하겠다고 밝히며 SM C&C의 미래가 어두워진 탓이다. SKT가 글로벌 신사업 진출을 위해 SM엔터와 손을 맞잡은 이후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았단 점도 영향을 미쳤다.

SKT는 지난 2018년 SM엔터와의 협업을 통해 엑소, 레드벨벳 등 아이돌을 가상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소셜VR’과 AI 플랫폼 ‘누구(NUGU)’, 한류 콘텐츠를 결합한 ‘홀로박스(HoloBox)’ 서비스 등을 연달아 선보였지만 해외를 차치하고 국내에서도 큰 반향은 일으키지 못했다.

또 시정명령 받은 카카오, SM C&C 매각 속도 내나

카카오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2차 시정명령을 받았단 사실도 매각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카카오가 시정명령을 받은 데엔 SM C&C 편입의 영향이 컸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 측은 "카카오가 SM엔터를 인수하면서 SM C&C의 특수관계자가 됐는데, 카카오는 이미 SBS M&C의 주식 10%를 보유하고 있었다"며 "이는 미디어렙 소유제한 규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렙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기업집단의 특수관계자는 방송광고판매대행사업자의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

매각 분위기가 가열하자 SM C&C는 기업가치 향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영실적과 주가 모두 안정적인 지표를 보여야 모회사 입장에서 매각을 통해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방송인 강호동을 끌어들인 것이다. SM C&C는 지난 3월 강호동을 이사로 선임한 데 이어 지난 1일엔 강호동을 비등기 임원 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유명인을 포섭해 밸류업을 노리겠단 취지인데, 실제 강호동의 이사 선임이 알려진 날 SM C&C의 주가는 9.27% 반짝 올랐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큰 상승 폭이다.

다만 중요한 건 강호동 이사 선임 효과가 일시적인 주가 상승에 그치지 않고 경영실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거다. 현재 SM C&C의 실적 부진은 여전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M C&C는 지난해 1,273억1,087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19.4% 하락한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4.0% 오른 20억8,573만원으로 집계됐지만, 당기순손실이 99억1,537만원을 기록하며 결국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실적이 비교적 부진한 데다 주가도 강호동 효과를 제외하면 하락을 거듭하는 상황인 만큼, 현재로서는 SM C&C가 매각 과정에서 제값을 받기는 어려우리란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매각 '준비' 과정이 보다 면밀히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미다.

SM_Entertainment_CFO_20240418
장철혁 SM엔터 대표의 모습/사진=SM엔터테인먼트

매각 준비 시작한 SM엔터, M&A 전문가 선임하기도

이에 SM엔터도 SM C&C 매각을 위한 준비 단계에 돌입했다. 장철혁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선임이 대표적이다. 앞서 지난해 3월 SM엔터는 정기 주주총회 직후 신규 이사회를 열고 장 CFO를 단독 대표로 선임했다. 장 대표는 M&A 전문가로 평가되는 인물로, SM 측 설명에 따르면 장 대표는 글로벌 회계법인인 KPMG, PwC에서 13년간 근무하며 회계감사와 기업 인수, 매각 자문, 인수실사, 기업가치평가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그는 스킨푸드와 동아탱커에서 CFO 업무를 수행하며 부실기업의 회복을 위한 조직개선 작업을 수행하기도 했다.

SM엔터의 새로운 수장 자리에 M&A 전문가가 앉게 되면서 SM엔터 차원의 SM C&C 매각 움직임에도 속도가 더해지기 시작했다. 장 대표의 비핵심자산 매각 의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실제 SM C&C 대표는 당시 사내이사 후보로 출마하면서 향후 직무수행계획 중 '비핵심자산 매각과 효율적 자금운용’을 최상단에 배치한 바 있다.

또 본업인 음악과 무관한 비핵심자산의 매각을 통해 핵삼사업 성장을 도모한다는 건 SM엔터가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과 합의한 사항이기도 하다. SM엔터-SKT-카카오 등 SM C&C와 연결된 기업 모두가 매각 개연성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시장에선 SM C&C의 매각이 초읽기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거듭 나오고 있다.

Picture

Member for

5 months 2 weeks
Real name
박창진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삼성에 1위 자리 내준 애플, '폴더블폰'으로 반전 노리나

삼성에 1위 자리 내준 애플, '폴더블폰'으로 반전 노리나
Picture

Member for

5 months 2 week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수정

USPTO 통해 하드웨어 적용 ‘폴더블 장치’ 특허 출원
올해 하반기 'AI폰' 출시로 삼성전자와 재격돌 전망
中 시장 동력 떨어지며 고전하는 애플, 반전 통할까
apple_TE_20240418
사진=애플

삼성전자에 글로벌 스마트폰 1위를 자리를 뺏긴 애플이 폴더블 스마트폰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애플의 핵심 시장인 중국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면서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가 흔들리자, 돌파구로 폴더블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 폴더블 관련 신규 특허 획득

18일 미국 상표특허청(USPTO)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폴더블 관련 신규 특허를 획득했다. 특허명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갖춘 전자 장치'로 휴대폰을 접는 과정에서 디스플레이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기 위해 '스프링' 구조를 적용한 것이 핵심이다.

특허 문서에 따르면 스프링은 철·니켈 등 합금 소재로 유연하며, 압력 감지 구조와 같은 센서가 내장돼 있다. 이같은 스프링 구조를 활용해 충격이나 눌림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외부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 기기 변형이 쉽게 이뤄지지 않아 내구성이 높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앞서 애플은 지난 2월 접히는 기기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고, 작년에도 폴더블 디스플레이에 발생할 수 있는 흠집과 균열을 방지하는 특허를 출원했다.

apple_USPTO_20240418
사진=미국 상표특허청(USPTO)

애플은 수년간 폴더블 관련 기술을 개발했으나 주름과 외부 충격 등 내구성 문제로 폴더블 제품 출시를 미뤄왔다. 지난 2019년 폴더블폰 시장에 처음 뛰어든 삼성전자와 비교해 속도 면에선 뒤처졌지만, 꾸준히 관련 특허를 출원하고 있어 향후 '폴더블 아이폰', '폴더블 아이패드'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 삼성전자뿐 아니라 중국 스마트폰 기업 대부분이 폴더블폰을 시장에 출시했지만 애플은 아직 폴더블 제품을 선보이지 않은 상태다. 이에 업계에선 이르면 올해 또는 2026년께 폴더블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애플 분석 전문가인 궈밍치 TF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올해 처음으로 폴더블 아이패드를 출시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궈밍치 애널리스트의 전망은 시장분석기관 CSS 인사이트의 관측과도 일치한다. CSS 인사이트는 2022년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애플이 2024년 접히는 스크린의 아이패드를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먼저 폴더블 아이패드를 출시한 후 시장 반응을 확인한 후 폴더블 아이폰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다.

arXiv_20240418
'MM1'이 이미지를 읽고 답하는 내용/사진=arXiv

AI 관련 기술 개발에도 속도

애플은 AI 관련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공개한 '이미지-텍스트 멀티모달 모델'도 그 일환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애플은 정교한 사전 훈련 과정을 거친 최대 매개변수 300억 개의 대형멀티모달(LMM) 'MM1'을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를 통해 공개했다.

애플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의 제목은 'MM1: 멀티모달 LLM 사전 교육의 방법, 분석 및 통찰력'이다. 연구진은 고성능 LMM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아키텍처의 구성과 학습용 데이터셋 선별 등을 집중 실험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단일 모델이 아닌, 사전 훈련을 통해 상황별로 SOTA('State-of-the-art, 현 최고 수준)를 기록한 모델 여럿을 구축하고, 이를 '전문가 혼합(MoE)' 방식으로 조합, 매개변수 30억 개(3B), 70억 개(7B), 300억 개(30B) 등 제품군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연구진은 이미지 인코더와 비전-언어 커넥터, 다양한 사전 훈련 데이터 등을 채택하고 골라내는 과정에 몇가지 중요한 설계 교훈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런 대규모 멀티모달 사전 훈련 덕분에 MM1은 컨텍스트 러닝(in-context learning), 다중 이미지 추론(multi-image reasoning), 퓨샷 CoT 프롬프트(few-shot chain-of-thought prompting) 등을 활용해 이미지를 이해하고 답하는 데 탁월한 성능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AI에 대한 애플의 발전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는 평가다. 애플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AI 연구 개발에 나서며, 전용 칩에서 온디바이스 AI를 구축하는 프레임워크와 칩에서 AI를 구동하는 데 최적화한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또 지난 10월 7B·13B 멀티모달 모델 '페렛'을 오픈 소스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혁신적인 AI 논문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업계 눈은 아이폰16 시리즈로

애플이 이처럼 새로운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특히 주력인 중국 시장에서 동력이 떨어지면서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 내 아이폰 판매 부진은 작년 9월 아이폰15 시리즈 출시 이후부터 이어지고 있다.

아이폰15 출시 후에도 판매가 시원치 않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출시 다음 달인 10월 판매 독려 차원에서 청두 애플스토어 등을 직접 찾을 정도였다. 이후 가격 인하, 할인 행사 등 이례적인 판촉 활동에도 판매 부진이 계속되자 쿡 CEO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오픈한 애플스토어 징안점 개장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최근 1년 새 세 번이나 중국을 방문하며 분위기 전환에 부심하고 있지만 좀처럼 회복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내 아이폰 약세의 배경에는 궈차오(애국소비) 열풍이 있다. 실제로 화웨이가 자국 기술로 만든 칩을 사용한 ‘메이트60 프로’는 아이폰15 판매량을 압도했다. 중국 정부의 ‘공무원 아이폰 사용 금지’ 조치도 아이폰 판매 감소에 일조했다. 중국은 애플 전체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시장인 만큼 중국 매출 감소는 전체 실적에 치명적이다. 그 결과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 시가총액 세계 1위 자리까지 내줬다.

이런 가운데 업계의 시선은 애플이 우선 올 하반기 선보일 아이폰16 시리즈에 쏠릴 전망이다. 애플은 구글의 AI '제미나이'를 아이폰에 적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오는 6월 10일 연례 행사인 세계개발자컨퍼런스(WWDC)에서 AI 관련 발표가 나올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경쟁사들보다 AI 기술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이를 얼마나 반전시킬 수 있을지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Picture

Member for

5 months 2 week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사모펀드로 최대주주 바뀌는 SK렌터카, 신용등급 강등 위기

사모펀드로 최대주주 바뀌는 SK렌터카, 신용등급 강등 위기
Picture

Member for

5 months 2 week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수정

SK렌터카,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 매각
신용평가사 2곳, SK렌터카 신용등급 '하향검토'
SK프리미엄 상실 시 비경상적 지원 여부 불투명
SK_RENTACAR_20240418
사진=SK렌터카

홍콩계 사모펀드(PEF)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로의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SK렌터카가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처했다. 국내 신용평가사 2곳에서는 SK렌터카의 신용등급을 '하향검토' 대상에 올려놨고, 나머지 한 곳 역시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매각 이후 기존 SK계열사로서 보여 온 안정적인 사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나이스신평, 한신평 "SK렌터카, 신용등급 하향 검토"

17일 나이스신용평가는 수시평가를 통해 SK렌터카의 제55-1회 선순위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안정적)에서 A+(하향검토)로 내려 잡았다. 또 A2+ 이던 기업어음(CP) 신용등급도 하향검토 대상에 올렸다. 같은 날 한국신용평가 역시 SK렌터카 무보증사채(A+)와 기업어음(A2+) 신용등급을 모두 하향검토 대상으로 등록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명시적으로 등급을 하향검토하겠다고 나서지는 않았으나 대주주 변경 시 계열지원 가능성 삭제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만앟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기업평가의 신용도 재검토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시점에 이뤄질 예정이다.

SK렌터카는 롯데렌탈에 이어 국내 렌터카 시장 점유율 2위 사업자다. SK네트웍스는 2019년 1월 SK렌터카의 전신인 AJ렌터카를 3,000억원(지분율 42.2%)에 인수했다. 이후 2020년 자사 렌터카 사업본부와 통합 과정을 거쳐 SK렌터카를 탄생시킨 뒤 유상증자를 통해 1,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면서 73%의 지분을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공개매수를 통해 완전자회사로 편입시키는 과정에서 1,196억원을 더 투입했다. SK렌터카의 지분을 100% 보유하는 데 약 5,200억원이 들어간 셈이다.

매각 시 SK그룹 프리미엄 상실하는 SK렌터카

신용평가업계가 SK렌터카의 신용등급 하향 검토에 나선 것은 PEF로의 매각으로 SK그룹 계열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동안에는 SK그룹 차원에서 지원해 줄 가능성을 고려해 자체 신용도보다 한 노치(notch)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16일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PEF 운용사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를 선정했다. 매각 대상은 SK네트웍스가 보유하고 있는 SK렌터카 지분 100%이며 매매 예정금액은 8,500억원 내외로, 향후 구체적인 조건 협의 과정에서 일부 변동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대 들어 미래 유망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와 협력을 이어온 SK네트웍스는 AI 영역을 핵심 성장영역으로 선정하고 역량을 집중키로 했으며, 이 과정에서 SK렌터카의 사업 모델과 향후 전략 연계성을 면밀히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근 SK렌터카 보유 지분 매각을 통해 회사의 재무구조를 한층 더 안정화하고, 매각대금을 미래 성장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이번 단계에 이르게 됐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어피니티는 성장 가능성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장기 비전을 바탕으로 투자∙지원을 시행해 가치를 높이는 곳으로, SK렌터카의 미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충분한 투자 여력을 갖춘 곳으로 평가된다. PEF 중 투자회사 구성원과 함께 성장 가능한 전략 수립 역량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나 있으며, 금번 예비 입찰 단계에서 SK렌터카의 시장가치 평가 및 구성원 고용 승계 계획 등 진정성 어린 제안으로 강한 인수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SK_RENTACAR_20240418_002
사진=SK렌터카

SK그룹 이탈 후 비경상적 지원 불확실

문제는 SK렌터카의 사업 성장세가 요원하다는 점이다. 렌터카 사업은 신차구입 등을 위해 외부차입 후 순차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새로운 차량 매입을 위한 자금조달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SK렌터카는 현재 은행차입금, 회사채 발행 및 기업어음 발행 등을 통해 소요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이에 SK렌터카 차입금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총 차입금은 2014년 말 5,800억원에서 2019년 말 9,279억으로 증가한 후 SK네트웍스 렌터카사업 양수로 인한 차입부채 증가로 2022년 말 1조6,812억원, 2023년 2조원에 달하게 됐다.

부채비율도 상당히 높다. SK렌터카의 2023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573.6%로, 업계 1위인 롯데렌탈의 부채비율 392.1%를 훨씬 웃돈다. 통상 렌터카 사업은 자기자금뿐만 아니라 차입이나 회사채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자동차를 대량 매입하는 만큼, 타 업종 대비 부채비율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감안해도 높은 비율이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 200%를 넘겼을 때 해당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불안하다고 판단한다.

PEF가 렌터카 사업을 하기 녹록지 않다는 점도 신용등급 하락을 부추기는 요소다. 평판 위험을 신경 써야 하는 데다 조달비용 증가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렌터카 사업은 자금 조달 및 운용, 이후 회수까지 이뤄진다는 점에서 사실상 금융업과 유사하다. 재계 수위권 그룹에서 PEF로 대주주가 바뀔 경우 조달 비용 부담까지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렌터카 업체는 대부분 차입을 해서 완성차를 대량으로 구매해 오는데, 어피니티의 손에 넘어가도 과연 지금처럼 낮은 금리에 돈을 빌릴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도 "SK 계열 내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지주회사 등과 달리 PEF의 경우 증자 참여 등을 통한 비경상적 지원여부가 불확실하다"며 "이번 M&A(인수합병)가 완료된 후에도 SK렌터카가 보유하던 사업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icture

Member for

5 months 2 week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쿠팡發 ‘멤버십 경쟁' 점화, 컬리·네이버·신세계 멤버십 혜택 강화

쿠팡發 ‘멤버십 경쟁' 점화, 컬리·네이버·신세계 멤버십 혜택 강화
Picture

Member for

5 months 2 weeks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수정

쿠팡 멤버십 인상에 따른 이탈고객 잡아라 
컬리, 멤버십 신규 고객에 회비 3개월 면제
네이버·신세계·G마켓·옥션도 멤버십 인하
이커머스_20240409

쿠팡이 멤버십 가격을 인상하면서 탈쿠팡 고객을 잡으려는 이커머스 플랫폼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신세계유니버스 클럽 연회비를 한시적으로 낮추기로 한 신세계와 3개월 무료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네이버에 이어, ‘샛별배송’의 문을 연 리테일 테크 기업 컬리까지 신규 고객에 대한 ‘3개월 무료’ 혜택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초 계획한 '1개월 무료'에서 기간을 늘려 공격적으로 신규 가입자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컬리, 무료 멤버십 기간을 당초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려

17일 컬리는 오는 18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구독형 유료 멤버십 '컬리멤버스'에 처음 가입하는 고객에게 3개월 무료 이용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해당 기간 컬리멤버스 기존 고객과 재가입 고객에게는 3개월간 적립금 2,000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페이백 적립금 이벤트를 진행한다.

컬리멤버스는 지난해 8월 출시한 구독형 멤버십 서비스로 월 이용료 1,900원을 내면 매달 적립금 2,000원을 지급하고 할인 쿠폰과 최대 7% 구매 적립금을 받을 수 있다. CU, 커피빈, 롯데시네마 등 제휴 혜택도 다양해 운영 6개월 만에 가입자가 출시 첫달의 3배가량 늘었다.

컬리는 당초 오는 22~28일 진행하는 '컬리멤버스위크' 기간에 컬리멤버스 '첫 달 회비 면제'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었지만 '3개월 무료'로 마케팅을 한층 강화했다. 컬리멤버스의 구독료 면제 혜택은 지난해 8월 출시 당시 이후 처음이다. 컬리에 따르면 컬리멤버스는 저렴한 멤버십 비용과 다양한 혜택으로 가입유지율이 85%에 달한다.

kurly_003_20240417
사진=컬리

쿠팡, '2027년 전 국민 로켓배송' 목표 위해 멤버십 인상

지난 12일 쿠팡은 와우 멤버십 월정액 요금을 기존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쿠팡이 멤버십 회비를 변경한 것은 2021년 12월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올린 이래 2년 4개월 만이다. 1,400만 명의 회원이 이용하는 와우 멤버십은 무료 배송·배달·직구, 무료 반품과 무료 OTT 등 ‘5무(無)’ 혜택을 제공한다. 지난달부터는 여기에 쿠팡이츠 ‘무제한 무료배달’을 혜택을 추가했다.

쿠팡은 이번 와우 멤버십의 요금 인상을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고객 투자를 확대해 '2027년 전 국민 5,000만 명 로켓배송 추진'이란 목표 달성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현재 전국 182개 시·군·구에서 로켓배송을 시행하고 있는 쿠팡은 오는 2027년 고령화와 저출산 여파가 큰 인구감소지역을 포함한 230개 시·군·구로 무료배송 혜택을 확대하기로 했다. 

3년간 물류 투자 3조원, 와우 멤버십에 매년 4조원 이상 쏟아부으면 향후 3년간 투자금만 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가성비를 앞세운 C커머스의 공세에 맞춰 기초체력을 확보하기 위해 와우 멤버십 요금 변경은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중장기적으로 중국 업체들의 투자여력이 쿠팡을 압도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 따르면 시가총액이 500조원에 달하는 알리의 모회사 알리바바그룹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70조원과 23조3,000억원이다. 테무의 모회사 중국 핀둬둬(PDD)홀딩스의 시가총액도 200조원이 넘어넜고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46조원, 11조원을 기록했다.

알리는 이미 쿠팡의 매출과 영업이익의 6배에 달하는 실적을 달성했다. 게다가 보유 현금은 100조원으로 7조원을 확보한 쿠팡보다 10배 이상 많다. 테무의 경우 중국에서 수조원의 자금을 투입한 결과, 미국 진출 1년 반 만에 월간 사용자 수가 5,000만 명을 넘어서며 미국 이커머스 1위 아마존의 사용자 수 6,700만 명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탈쿠팡 고객 잡기 위한 뜨거운 '멤버십 할인전'

한편 국내 유통업계 1위 쿠팡이 멤버십 요금을 인상하자 컬리뿐만 아니라 네이버, 신세계그룹 계열 G마켓 등도 쿠팡 이탈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멤버십 인하 마케팅에 나섰다. 가입비 이상의 혜택을 내걸고 신규 멤버십 고객을 확보하면 이를 계기로 자연스레 사용빈도가 높아지는 '락인'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다음달까지 유료 멤버십 서비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가입한 적이 없거나 6개월 내 가입 이력이 없는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멤버십 3개월 무료'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이벤트 기간 신규 가입자는 3개월 구독료 1만4,700원을 절약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모든 멤버십 이용자에게 3개월간 ‘도착보장 무료배송’ 혜택도 제공하기로 했다. 올해 7월 15일까지 '네이버 도착보장' 태그가 붙은 상품을 1만원 이상 결제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배송비 3,500원 할인쿠폰을 매일 지급하는 방식이다.

신세계그룹은 다음달부터 '유니버스 클럽 특가 이벤트'를 진행한다. '유니버스 클럽'은 신세계그룹이 지난해 6월 출시한 온·오프라인 통합 멤버십 프로그램으로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면세점, 스타벅스, G마켓·옥션, SSG닷컴 등 6개 계열사의 구매 혜택이 주어진다. G마켓과 옥션은 내달 열리는 상반기 최대 쇼핑행사 '빅스마일데이'에 맞춰 그룹 통합 멤버십인 유니버스클럽 신규 가입 회원의 연회비를 기존 3만원에서 83.7% 할인한 4,900원으로 낮췄다. 행사기간 가입한 고객은 멤버십 1년 무료 연장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사실상 2년간 멤버십 혜택을 누릴 수 있다.

Picture

Member for

5 months 2 weeks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해외 DS] '적응형 스마트 장갑', 손끝에 담긴 맞춤형 피아노 레슨

[해외 DS] '적응형 스마트 장갑', 손끝에 담긴 맞춤형 피아노 레슨
Picture

Member for

5 months 2 week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수정

MIT 연구진이 개발한 스마트 장갑, 손의 움직임과 촉각 활용해 학습 효과 극대화
센서·햅틱·머신러닝 기술 결합, 촉각 인지 차이를 고려한 맞춤형 학습 경험 제공
향후 기술 발전과 더불어 다양한 분야에서 그 활용 범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GIAI R&D Korea)에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Smart Gloves Teach Piano ScientificAmerican 20240417
사진=Scientific American

손은 '제2의 뇌'라고 불릴 만큼 뇌 기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손을 사용하는 활동은 뇌를 자극하고 인지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뇌 건강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손과 관련된 다양한 스마트 기기들이 연구·개발되고 있다. 뇌졸증 환자들이 가정에서 쉽고 안전하게 재활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마트 글러브가 대표적인 예다.

손의 물리적인 기능 향상과 더불어, 손의 움직임을 안내해 개인의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는 '적응형 스마트 장갑'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 2월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된 한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이 개발한 스마트 장갑은 피아노 교사의 연주를 학습해 학생 맞춤형 지도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주로 시각과 청각에 의존해야 했던 피아노 연주와 같은 실습 위주의 훈련에 촉각을 더하여 학습의 몰입감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촉각 피드백으로 전달되는 교습, 손으로 가르치고 손으로 배

연구진이 개발한 이 적응형 스마트 장갑은 진동이나 힘과 같은 물리적 감각을 통합하는 햅틱 기술을 사용한다. 기술에서 느껴지는 복잡성과 달리, 얇은 면으로 만들어진 스마트 장갑은 단 20분 만에 기계 바느질로 완성될 수 있다. 직물에 촉각 센서를 직조한 단순한 형태 덕분에 피아노뿐만 아니라 다른 실습 기술을 가르치는 데에도 유용할 수 있다고 한다.

연구원들은 스마트 장갑을 이용해 피아노 교사가 곡을 연주하는 동안 손의 움직임을 기록했다. 장갑을 낀 피아노 교사가 반복적으로 곡을 연주하면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건반 위 움직임을 학습하고 이를 교육용 진동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거친다.

그런 다음 손끝 진동을 통해 교사의 손 움직임을 학생에게 전달한다. 학습자가 근육 기억을 쌓고 곡을 더 정확하게 연주할 수 있도록 돕는 원리다. 아울러 손가락의 위치나 리듬에서 실수가 발생하면 수정을 유도하기 위해 진동 강도를 높이는 방식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촉각 피드백의 주관성 문제, 적응형 알고리즘으로 맞춤형 학습 경험 제공

촉각 상호작용을 전달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사람마다 촉각 피드백을 다르게 인식한다는 점이다. 논문의 주 저자인 이유 루오(Yiyue Luo) 연구원은 피아노 연주와 같은 손의 움직임은 일반적으로 매우 주관적이고 기록·전송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적응형 스마트 장갑을 사용하면 한 사람의 촉각 경험을 추적하고 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여, 촉각 학습 과정을 개선할 수 있다고 루오 연구원은 강조했다. 개별 사용자의 선호도와 반응에 맞게 촉각 피드백을 조정하는 적응형 머신러닝 에이전트가 있어 터치 상호작용의 주관적인 특성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험 결과 장갑을 끼고 연습한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평균적으로 더 정확하게 연주했다. 그리고 학습 효과는 피아노 연주 실험뿐만 아니라 다른 실험에서도 나타났다. 마우스와 키보드로 온라인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갑의 기능을 실험한 결과, 장갑의 안내에 따라 게임을 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평균적으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인간과 로봇의 긴밀한 협업, 스마트 장갑이 열어주는 새로운 가능성

연구원들은 사람-사람 간의 학습을 넘어 사람-로봇 간의 학습에도 스마트 장갑의 메커니즘을 적용해 봤다. 연구진은 로봇 팔이 사람의 섬세한 움직임을 학습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로봇 팔이 빵의 형태를 망가트리지 않으면서 집어 올릴 방법을 장갑을 낀 손으로 원격 조작을 통해 가르쳤다.

그 결과 로봇을 보다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이는 곧 다양한 분야에서의 사람과 로봇 간의 협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특히 안전성과 정밀성을 요구하는 제조·의료 환경에서 잠재력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같은 맥락에서 가상 현실(VR)에서의 응용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다. 비슷한 종류의 제품이 이미 많이 출시된 것은 사실이지만, 적응형 스마트 장갑의 맞춤형 촉각 피드백 기능과 원격 제어의 정밀성은 다른 제품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따라서 가상 현실에서 시각·청각·촉각이 모두 동원된 학습 경험은 의료 수술과 같은 고난이도 작업에서 그 효율성이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현재 스마트 장갑은 버튼 누르기나 물건 잡기와 같은 간단한 동작만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향상된 머신러닝 알고리즘과 액추에이터를 도입하면 위에서 언급한 수술과 같은 더 복잡한 작업도 가능해져, 가까운 시일 내에 가상 현실 기반 기술 훈련의 범위를 크게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 제어나 가상 세계에서의 몰입 경험 또한 한 단계 더 진화할 것이다.

한편 루오 연구원과 그녀의 연구팀은 웨어러블 기술을 손가락 이상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강력한 햅틱 피드백을 통해 손보다 덜 민감한 발, 엉덩이 및 기타 신체 부위를 지도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만들 수 있다며 앞으로의 연구에 더 큰 기대를 모았다.

영어 원문 기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되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5 months 2 week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회사채 미발행 굴욕 잊었나" NF3사업부 매각 나선 효성화학, 자금 위기에도 '고자세' 유지

"회사채 미발행 굴욕 잊었나" NF3사업부 매각 나선 효성화학, 자금 위기에도 '고자세' 유지
Picture

Member for

5 months 2 weeks
Real name
김동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재무건전성 악화에 위기 맞은 효성화학, 사업부 매각으로 자금 메꾸나
부채총계 3조원 이상, 회사 채무 '연대책임'이 매각 최대 고비
위기 상황에도 '고자세' 유지? "거래 성사 불명확, 리스크 관리해야"
hyosung_TE_20240417

효성화학이 실적 악화에 따른 유동성 압박 위기에 몰리고 있다. 잇따른 적자로 재무안전성이 악화한 탓이다. 최근 우여곡절 끝에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지만 부담은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효성화학은 특수가스(NF3)사업부를 쪼개 매각하는 방식으로 현금조달 다각화를 이루려 노력 중이나, 매각 과정에 각종 장애물이 산재해 있어 실제 거래가 성사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매각 추진한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지분 49%의 매각을 주관하는 UBS와 KDB산업은행은 이날 IMM인베스트먼트, 스틱인베스트먼트, 어펄마캐피탈 등을 숏리스트로 선정해 개별 통보했다. 해외 운용사 2곳도 포함됐는데, 그중 한 곳은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관사에서 숏리스트를 확정해 통으로 발표한 건 아니고, 각 운용사에 개별적으로 통보해 ‘끝까지 완주할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완주 의사를 확인하고 나서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것 같다”고 전했다.

예비입찰이 예상보다 흥행한 만큼 특수가스사업부 매각은 무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시장에선 효성화학의 특수가스사업부 가치는 최대 7,000억원, 매각 대상 지분 가치는 3,500억원 수준이었지만 흥행이 이어지면서 4,000억원 이상을 제시한 기관들이 유리해졌다.

다만 채무 연대 보증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어 향후 행방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상법 제530조의9에 따르면 분할 또는 분할 합병으로 인해 설립되는 회사나 존속하는 회사는 채무에 관해 연대해서 변제할 책임을 지닌다. 특수가스사업부 역시 효성화학에서 물적분할되더라도 막대한 빚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효성화학의 부채총계는 3조원이 넘는다.

CB_money_TE_20240417

회사채 미발행 굴욕 겪은 효성화학, 이번엔?

결국 효성화학의 자체 리스크가 사업부 매각 과정을 방해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효성화학의 재무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연속 적자를 냈다. 효성화학의 2022년 말 연결기준 특수가스사업부의 결손금은 2,714억원으로 전년 대비 마이너스 전환했고, 2023년 말에는 6,210억원으로 결손금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재무구조도 급격히 악화했다. 2021년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509.5%로, 당시에도 이미 높은 수준이었지만 1년 만인 2022년 말에는 2,631.8%로 5배 이상 뛰었다. 지난해 말엔 4,934.6%로 무려 5,000%에 육박했다. 이에 대해 나이스신용평가는 "2조5,000억원 규모의 순차입금 부담이 자기자본 619억원 대비 과중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재무건전성 악화는 신용등급 하락과 회사채 흥행 실패로까지 이어졌다. 앞서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효성화학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일제히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도 'A2-'에서 'A3+'로 강등했다. 이렇다 보니 효성화학에 대한 시장의 투자심리도 얼어붙었고, 결국 효성화학은 지난 9일 1,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공모에서 주문을 단 한 건도 받지 못하는 굴욕을 겪어야만 했다.

이에 산업은행에서 인수하기로 한 7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미매각 물량은 주관사가 떠안게 됐다. 대표 주관사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200억원씩 인수했고, 신영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각 50억원씩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금리도 희망 금리밴드(연 6.5~7.5%)의 최상단인 연 7.5%로 정해졌다. 사실상 사업부 매각이 희망의 끈인 만큼 리스크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효성화학 차원에서도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업계의 조언이 나온다.

매각 과정에 거듭 '고자세', "산재한 장애물 생각해야"

문제는 매각 과정에서 효성화학이 거듭 고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특수가스사업부 매각 거래는 투자자들이 거래구조와 대상, 조건 등을 선제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효성화학이 투자 제안 요청서에 이미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는 소수지분(최대 49%)의 매각으로만 확정 지었고, 이사회 구성에서도 회사가 과반 이상을 지명할 수 있도록 명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효성화학이 제시한 구조에 따르면 투자자와 회사는 기업공개(IPO) 전까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주식을 한 주도 처분할 수 없게 돼 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게 자율적으로 구조를 제안하란 언급 없이 회사 측에서 제시한 빈칸만 채워서 오란 식의 제안서는 상당히 당황스럽다"며 "사정이 굉장히 급박한 상황에서 알짜 사업 매각에 나서는 입장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언급했다.

효성화학이 M&A 과정에서 고자세를 거듭하는 건 전례가 있다. 지난 2020년 추진된 효성캐피탈 매각 당시 효성그룹은 지주사 전환이 2년이 지나기 전까지 효성캐피탈 지분(97.5%) 전량을 외부에 매각해야 했다. 2019년 효성캐피탈 매각이 공식화할 당시 효성은 주가순자산비율(PBR) 약 1배 수준에서 매각을 추진했는데, 주관사 교체를 거듭하며 가격 폭을 PBR 1.3배까지 올렸고 PBR 0.7배 수준에서 검토하던 투자자들과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이후 거래는 결국 PBR 1배 수준을 인정한 ST리더스프라이빗에쿼티(ST리더스PE)를 원매자로 선정하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효성화학 입장에선 일종의 내재된 자신감이 있는 셈이다.

다만 이번 거래 환경은 이전과 비할 데 없이 척박하다. 매각 과정에서 PEF 운용사가 대거 참전한 건 맞지만, 이는 운용사들이 대형 M&A 거래의 기근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결국 거래 성사를 장담하기엔 시기가 이르단 의미다. 더욱이 앞서 언급했듯 분할 신설하는 회사가 채무에 대한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은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압박한다는 점에서 가장 큰 악재다. 거래 성사까지 적잖은 장애물이 산재해 있는 가운데, 회사채 미발행 굴욕을 효성화학이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시장을 중심으로 조금씩 흘러나오는 분위기다.

Picture

Member for

5 months 2 weeks
Real name
김동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선거] 전화 기반 여론조사와 인터넷 기반 여론조사

[선거] 전화 기반 여론조사와 인터넷 기반 여론조사
Picture

Member for

5 months 2 week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수정

전화 기반 여론조사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 높아, 인터넷 여론조사 진행하는 경우도 많아
한국은 휴대전화 기반 신원 확인 시스템이 잘 갖춰져 여론조사 정확도 높고 비용 저렴한 축에 속해
인터넷 조사가 비용은 저렴하지만 정확도 높이기 어려워 아직 한계 있어

이번 22대 총선 기간 내내 스마트폰을 무음으로 처리해놨었다. 주소지가 경합지역이어서인지는 몰라도, 하루에도 최소한 4번 이상의 여론조사 전화를 받았었기 때문이다. 바쁜 업무 와중에 사업상으로 중요한 전화를 놓치게 되는 위험도 있고, 무엇보다 여론조사에 응해주고 싶지 않았다.

실제로 선거철 진행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응답률이 5%를 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일반적으로 길거리에서 선호도를 표현하는 스티커를 붙여달라고 해도 바쁘다면서 회피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텐데, 전화는 비대면인만큼 참여를 이끌어내기가 더더욱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번 선거 기간 중에 해외에는 전화 기반 여론조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한국만 아직도 구시대적인 전화 조사를 진행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선거투표

전화 기반 여론조사의 장점과 한계

미국인, 일본인 친구가 한국에 와서 가장 놀라는 점은 휴대전화번호가 1명의 신원을 상징하는 사회 시스템이다. 본인 인증을 위해서 어릴 때 고향, 최근 집 주소, 어머니의 결혼 전 성씨 등등을 질문하는 복잡한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치는 해외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은 휴대전화번호만으로 본인 신원을 인증하는 시스템이 이미 일반화되어 있다. 알뜰폰의 경우, 1명이 2개의 번호를 가지지 못하도록 서비스 자체적으로 차단하는 시스템까지 갖춰져 있다. 사업상 여러 번호를 운영하는 분들을 보면 1개 통신사에서 개인용 휴대전화번호를 2개까지만 허락해주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여러 통신사를 쓰는 경우까지 있을 정도다.

미국 드라마에서 쓰고 버리는 대포폰을 편의점에서 사서 도망자 신세인 주인공이 쓰는 경우들을 흔히 봤겠지만, 한국에서는 통신사에서 번호 개통을 할 때 신분증을 제출해야 한다. 그만큼 휴대전화번호에 따른 신원 확인이 높은 수준으로 갖춰져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휴대전화번호만으로 개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나라와 그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나라 사이에서 여론조사 방식이 같을 수 있을까? 위의 차이는 한국이 전화 기반 여론조사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 반대로 미국이 휴대전화 기준 여론조사를 오래전부터 보완의 대상으로 삼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인터넷 기반 여론조사의 장점과 한계

최근들어 주요 여론조사 관계자들이 전화 기반을 포기하고 인터넷 기반 여론조사를 시도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인터넷 기반의 여론조사가 상당히 진행됐고, 정확도도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다만 개인 식별 문제를 여전히 휴대전화번호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형식만 여론조사가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휴대전화번호에 의존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모든 인터넷 기반 여론조사는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는데, 이는 응답자가 스스로가 조사대상자가 된다. 개인이 스스로 여론조사에 참여하므로 조사자의 조사대상자 선정과정이 생략되기 마련이다. 전문용어를 쓰면 표본이 모집단을 대표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성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표현할 수 있고, 일반인들 용어를 쓰면 그 웹사이트 들어가는 사람들만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생각하는거겠지라고 반박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1936년 미국 대통령선거 당시 인기잡지인 '리터러리 다이제스트'는 미국의 전화 가입자와 자동차 소유자 1천만 명에게 우편엽서를 발송해, 236만 명에게서 답변을 받는 지상투표식 조사를 시행했다. 이를 통해 리터러리 다이제스트는 랜던 57%, 루스벨트 43%로 랜던의 우위를 예측했다. 반면 갤럽은 미국 전역의 유권자 중 할당추출법으로 1,500명을 추출해 이들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시행했다. 이를 토대로 갤럽은 랜던 44%, 루스벨트 56%를 예측했다. 개표 결과는 38% 대 62%로 루스벨트가 당선됐다.

보통은 위의 예시를 많은 표본이 무조건 정확성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 모집단을 대표하는 표본을 뽑아야한다는 예시로 쓴다. 인터넷 기반 여론조사를 들으면서 위의 사례가 떠올랐던 것은 인터넷 웹사이트의 클릭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대표성과 잡지 구독자들의 우편엽서가 만들어낼 수 있는 대표성이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보다 더 정확한 여론조사 쉽지 않아

현실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휴대전화번호보다 더 쉽게 대표성을 담보할 수 있는 표본을 추출하기는 쉽지 않다. 방법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비용은 훨씬 더 비쌀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 기반 여론조사가 가능해진다면 기관들이 선택하는 이유는 더 정확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 아니라, 더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전화 기반 여론조사의 정확도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올라왔다.

실제로 영어권의 주요 언론사들이 웹사이트 방문자 숫자, 구글 검색 트렌드 등을 이용해서 여론조사를 시도해 본 적이 있다. 심지어 캠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좋아요 클릭 정보를 이용해 사용자들이 반응할만한 콘텐츠와 후보를 엮어 만든 선거 홍보를 만들었다가 미국 상원 청문회를 거치면서 회사 주요 관계자들이 범법자가 된 사례도 있다. 인터넷 공간이 여론을 담고 있는 만큼,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낸다면 대표성 있는 집단을 뽑아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 근거들이다.

그러나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결국에는 전체 집단을 대표할 수 있는 표본을 추출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 전화 기반 여론조사를 인터넷 기반 여론조사가 대체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인터넷 기반 여론조사도 가입자를 받을 때 전화번호 인증 등의 절차를 거쳤고, 출신 지역, 성별, 연령 등의 주요 선거 관련 변수 정보를 직접 받거나, 과거 투표 성향들을 통해 위의 변수들을 역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ARS 기반 전화조사가 아니라 실제 상담사의 대화를 통한 여론조사 비용이 1건에 3천만원 정도 든다는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 정확한 단가를 알 수는 없지만, 누군가는 매우 비싼 비용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단 3천만원으로 대한민국 5천만 인구의 정치적 선택을 매우 높은 정확도로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은 그리 비싼 비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1인 1번호라는 휴대전화 보급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았더라면 그 비용은 더 비쌀 것이다.

Picture

Member for

5 months 2 week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삼성전자 흔들리면 나라가 흔들린다? 한국의 지나친 '삼성 의존'

삼성전자 흔들리면 나라가 흔들린다? 한국의 지나친 '삼성 의존'
Picture

Member for

5 months 2 week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수정

삼성전자 실적 미끄러지자 산업계 지표 '부진'
경기 침체 먹구름 속 대다수 분야 영업이익 감소
한국, 영업이익부터 R&D까지 삼성전자에 의존
samsung_down_20240417

지난 10년 사이에 한국 시가총액 100대 기업의 시가총액과 영업이익이 대만 100대 기업에 역전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와 TSMC의 실적이 뒤집히면서 관련 지표 역시 눈에 띄게 변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산업계 전반의 부진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우리나라의 지나친 삼성전자 의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100대 기업 영업익' 한국 88조→71조원, 대만 36조→86조원

17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한국과 대만의 시가총액 100대 기업(금융업·지주사·특수목적회사 제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100대 기업 영업이익은 2013년 말 88조1,953억원에서 2023년 말 71조6,491억원으로 18.8%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대만 100대 기업 영업이익은 36조3,947억원에서 86조960억원으로 136.6% 증가하며 한국을 앞질렀다.

시가총액의 경우 한국 100대 기업은 2013년 말 828조6,898억원에서 2023년 말 1,565조4,222억원으로 88.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만 100대 기업 시가총액은 540조9,574억원에서 1,694조8,700억원으로 205% 급증하며 한국을 추월했다. 이 같은 역전 현상은 양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TSMC의 시가총액과 영업이익 변동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시가총액은 2013년(202조947억원) 대비 266조5,332억원(131.9%) 불어난 468조6,279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TSMC의 시가총액은 96조1,509억원에서 549조457억원(571.4%) 급증한 645조5,566억원으로 확인됐다. 이에 더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36조7,850억원에서 6조5,670억원으로 급감한 반면, TSMC의 영업이익은 7조7,238억원에서 38조6,278억원으로 5배가량 증가했다.

산업계 실적 침체 본격화

지난해 국내 산업계를 덮친 침체 기조 역시 지표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8개 업종 중 영업이익이 감소한 업종은 13개에 달한다. 우선 삼성전자가 몸담고 있는 IT·전기전자 업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조5,203억원에 그쳤다. 이는 전년(59조986억원) 대비 89% 급감한 수준이다.

2022년 23조7,755억원에 달했던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1조8,970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운송업의 영업이익 역시 65.3% 줄어든 5조8,873억원에 그쳤다. 이 밖에도 철강(41.6%↓), 건설·건자재(15.9%↓), 제약(42.6%↓) 등에서 두드러지는 영업이익 감소세가 포착됐다.

crying_company_20240417

기업별 영업이익 감소폭을 살펴보면, 가장 감소폭이 컸던 기업은 삼성전자였다. 반도체(DS)부문의 실적 부진이 영업이익 전반을 끌어내린 것이다.

SK하이닉스는 2022년(영업이익 6조8,094억원)의 영광을 뒤로 하고 지난해 7조7,303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삼성전자의 뒤를 따랐다. 이외로도 GS칼텍스(57.7%↓), SK에너지(84.3%↓), HD현대오일뱅크(77.9%↓), 에쓰오일(60.2%↓), 대한항공(36.8%↓) 등 많은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이 1조원 이상 감소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삼성전자 의존'

삼성전자의 실적 위축이 국내 산업계 전반의 영업이익과 시가총액을 끌어내리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한국의 지나친 '삼성전자 의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가 주요국에 비해 대기업에 지나치게 편중된 상태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편중 기조는 각종 통계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21년 12월 말 기준 R&D(연구개발) 투자 상위 2,500개 글로벌 기업의 국가별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Top 5 기업(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현대자동차, LG화학)의 R&D 투자 비중은 전체의 75.5%에 달했다. 이에 반해 미국의 Top 5 의존도는 23.7%였으며, 중국 22.2%, 일본 26.1%로 조사됐다.

특히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R&D 투자는 총 한국 기업의 R&D 투자 중 무려 49.1%를 차지했다. 이는 미국(6.3%), 중국(10.0%), 독일(17.1%), 일본(7.6%) 등 주요국의 1위 기업 비중을 고려했을 때 매우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가 시가총액·영업이익 등 실적 지표는 물론, 기술력 확보를 이끄는 R&D 분야에서마저도 삼성전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Picture

Member for

5 months 2 week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KT그룹 편입된 밀리의 서재, '기업 서비스+IP·콘텐츠'로 영역 확장

KT그룹 편입된 밀리의 서재, '기업 서비스+IP·콘텐츠'로 영역 확장
Picture

Member for

5 months 2 week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수정

핵심사업 '月 구독권', 안정적인 매출로 실적 견인
KT그룹 편입 후 '음원·IP·콘텐츠' 미디어 협력 강화
기업 전용 서비스 통해 B2BC, B2B2C 등 채널 확장
밀리의서재_20240417
사진=밀리의 서재

국내 최대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가 지난해 연 매출 560억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핵심사업인 전자책 구독 서비스가 실적 성장을 견인한 가운데 통신사와의 제휴를 통해 기업 등 신규 고객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특히 2021년 KT그룹에 편입된 이후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밀리의 서재, 지난해 매출 566억원 역대 최대 실적 달성

202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밀리의 서재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23% 증가한 56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49% 증가한 104억원으로 2016년 창립 이래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 2022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밀리의 서재는 영업이익률을 두 배 이상 개선하며 본격적인 이익 성장을 시작했다. 지난해 분기별 매출을 보면 1분기 128억원에서 4분기 161억원으로 매 분기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회사의 중점 사업인 전자책 구독 서비스의 안정적인 매출이 기업의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구독권을 구매한 누적 회원수는 709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28% 증가했다. 밀리의 서재는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신규 회원에게 '한 달 무료 이용권'을 제공하는데 지난해 유료 전환율은 38.2%로 전년 대비 2%p 증가했다.

최근에는 회원들의 수요를 반영한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밀리의 서재는 16만 권 이상의 압도적인 독서 콘텐츠를 보유한 국내 1위 독서 플랫폼으로 현재는 2,000여 출판사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체결해 3,000권 이상의 신규 도서를 서비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오디오북, 도슨트북, 오브제북 등 독자적인 독서 콘텐츠를 개발해 서비스함으로써 다양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통신사 제휴, 기업 전용 서비스, IP·콘텐츠 등 영역 확장

B2B(기업 간 거래)와 B2BC(기업 연계를 포함한 개인 고객 대상 비즈니스) 채널의 확대도 최대 실적 달성에 기여했다. 밀리의 서재는 기업고객 대상의 B2B 전용 구독 상품을 출시해 삼성, 현대, 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부터 교육청, 지자체, 공공기관에 이르는 200여 개의 기업고객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기업고객 전용 상품의 매출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전자책 판매 경로 중 B2B의 비중은 전년 대비 1.4%p 증가한 9.4%를 기록했다. 반면 밀리의 서재 웹과 앱에서 개인 이용자에게 직접 구독권을 판매하는 B2C 비중은 58.2%로 전년 대비 7.9%p 감소했다.

B2B2C 부문에서는 통신사와의 협업 전략이 주효했다. 지난 2021년 밀리의 서재는 KT의 음원 서비스 전문 계열사 지니뮤직에 인수되면서 KT그룹에 편입됐다. 지난해부터는 모기업인 KT뿐만 아니라 LG유플러스와 협력해 B2B2C 형태로 통신사 제휴 구독권을 판매하면서 구독자를 늘렸다. 이에 지난해 전자책 판매경로에서 B2B2C 비중은 전년 대비 6.7%p 증가한 31.1%를 기록했다.

IP 사업에서는 KT의 미디어 밸류체인을 통해 계열사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KT의 미디어 밸류체인은 콘텐츠를 제작·유통하는 'KT스튜디오지니',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니뮤직', IP·전자책 서비스 전문기업 '밀리의 서재'로 구성된다. 밀리의 서재의 모회사는 지니뮤직이며 지니뮤직은 KT 손자회사다. KT가 스튜디오지니의 지분 90.91%, 스튜디오지니가 지니뮤직의 지분 35.97%, 지니뮤직은 밀리의 서재의 지분 30.42%를 보유한 형태다.

IP 부문에서는 예비 작가들이 자유롭게 글을 쓰는 '밀리로드'를 통해 오리지널 IP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밀리로드에 업로드된 콘텐츠는 2,200개 이상으로 이렇게 확보한 IP는 2차 콘텐츠로 제작된다. 인기를 얻은 검증된 스토리를 재가공하는 전략이다. 일례로 오리지널 IP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밀리의 서재에서 전자책으로 공개된 뒤 종이책으로 출간됐으며 지니뮤직과 함께 오디오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밀리의 서재에 따르면 올해 오리지널 전자책 출간 목표 물량은 30권 이상이다. 

구독서비스·IP에 AI 기술 접목한 비즈니스 모델 창출

업계에서는 올해도 밀리의 서재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전자책 구독 서비스와 신성장 동력인 IP 사업에 AI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밀리의 서재는 'AI 서비스 본부'를 신설하고 본격적으로 AI 기술 도입에 나선 상태다.

AI 서비스 본부의 올해 주요 프로젝트는 '잘 골라주는 AI 스마트 키워드 추천'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키워드 추천 시스템은 추천 가능한 도서 수량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개인 맞춤형 추천에 제약이 있었다. 이에 반해 '잘 골라주는 AI 스마트 키워드 추천' 서비스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도서 추천뿐만 아니라 도서별 핵심 키워드와 한 줄 리뷰를 결합한 새로운 콘텐츠를 추천한다.

ebook_20240417-1
밀리의 서재 'AI 오브제 북'/사진=밀리의 서재

밀리의 서재는 이와 함께 AI를 활용한 독서 방식 고도화, 생성형 AI를 통한 구독자 참여형 2차 콘텐츠 제작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KT의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독서 콘텐츠 'AI 오브제북'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선보인 작품은 공상과학소설(SF) 장르의 '객성', '친애하는 황국신민 여러분', '저장', '사랑의 블랙홀' 등 4편이다.

AI 오브제북은 KT의 AI 기술을 제작 전 과정에서 십분 활용했다. 책의 핵심 키워드를 추출하고 이를 토대로 이미지를 생성했다. 만들어진 이미지로 영상을 제작한 후 AI 보이스 기술로 나레이션과 영상 분위기에 맞는 효과음, 배경음악을 삽입해 AI 오브제북을 완성했다.

서영택 밀리의 서재 대표는 “2023년은 도서를 기반으로 한 멀티미디어 콘텐츠 확대와 신규 IP 발굴 및 사업 다각화를 통해 밀리의 서재 역량 강화와 매출 증가를 동시에 이뤄낸 해”라며 “올해에도 감도 높은 독서 콘텐츠를 선보여 독서 인구를 견인하고 다양한 비즈니스 수요를 아우르는 독서 플랫폼으로 진화해 좋은 성과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Picture

Member for

5 months 2 week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성과도, 인재도 없다" 10조원 쏟아부은 한국 AI 시장의 한계

"성과도, 인재도 없다" 10조원 쏟아부은 한국 AI 시장의 한계
Picture

Member for

5 months 2 week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수정

AI에 10년간 10조원 투자한 우리나라, 성과 미미했다
미국이 109개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할 동안 한국은 '0개'
빈약한 처우에 AI 인재 이탈 증가, 글로벌 시장 고립 위기
2023년-국가별-파운데이션-모델-개발-현황

지난해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의 기반이 되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한 한국 기업이 한 곳도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0년 동안 이어져 온 대규모 투자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세계 각국이 유능한 AI 인재 풀을 바탕으로 혁신에 도전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오히려 관련 인재가 줄줄이 유출되고 있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목됐다.

한국, 지난해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제로'

16일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가 발표한 ‘AI 인덱스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파운데이션 모델(생성 AI의 바탕 기술)을 가장 많이 개발한 국가는 미국(109개)이었다. 2위는 20개를 개발한 중국이었으며, 영국이 8개, 아랍에미리트가 4개로 뒤를 이었다. 대만, 스위스, 스웨덴 등 한국보다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작은 국가 역시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성공했다.

반면 한국의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례는 단 한 건도 집계되지 않았다. 지난 수년간 막대한 투자금이 투입됐음에도 불구, 국내 AI 산업이 아직 생성형 AI와 LLM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글로벌 AI 시장에 진입할 '발판'을 갖추지 못했단 의미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2013~2023년) 동안 국내 기업의 AI 관련 투자액은 72억5,000만 달러(약 10조1,202억원)로 세계 9위 수준이다.

물론 국내 기업의 AI 관련 성과가 전무한 것은 아니다. 실제 카카오뱅크 등 일부 국내 기업은 허깅페이스의 ‘LLM 리더보드(개방형 AI의 성능을 순위로 매기는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이 아닌 메타의 라마2, 미스트랄AI의 미스트랄7B 등 글로벌 기업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1위 사례는) 오롯이 자체 AI 기술력으로 창출한 성과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아직 한국 AI 시장은 자립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AI_te_20240417

AI는 마법이 아니다, AI 인덱스의 경계

한편 AI 인덱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AI 시장의 '과열'을 경계하고 나섰다. AI 인덱스 운영위원회 위원인 카트리나 리게트(Katrina Ligett)는 지난해 "우리는 지금 AI에 대한 엄청난 흥분, 심지어 과대광고가 난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보고서를 통해) 더 많은 논쟁이 사실에 근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AI 인덱스는 올해도 AI의 '한계'를 조명했다. 보고서는 최근 AI가 이미지 분류, 시각적 추론, 영어 이해 등의 분야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오픈AI의 GPT-4와 같은 LLM은 다양한 언어 이해 작업에서 인간의 성능을 능가하며 △고객 서비스 △법률 자문 △문서 작성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적용돼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AI가 경쟁 수준의 수학, 시각적 상식 추론 등 한층 복잡한 분야에서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고 평했다. 특히 AI가 특히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생산성을 향상시키지만, 동시에 일부 직업의 소멸을 초래할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I 인덱스는 이 같은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철저한 AI 교육을 실시하고, 노동 경쟁력 유지를 위한 기술과 지식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빠져나가는 AI 인재들

문제는 소위 'AI 선진국'들이 이 같은 한계를 돌파하며 발전을 거듭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최하위권에 정체돼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AI 인덱스는 한국의 '인재 부족'을 주요인으로 지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AI 인재 유출은 10만 명당 -0.3명으로 집계됐다. 세계적 AI 강국인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 인재가 순유입되는 상황과 대조적인 양상이다.

AI 산업이 급성장했던 지난해 인재 유출이 가장 심화했다는 점 역시 치명적이다. 지난해 AI 시장은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급격한 발전을 이룩했다. AI의 가능성을 확인한 각국 정부와 민간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AI 투자와 연구를 단행하면서다. 업계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차후 한국이 관련 인재를 육성해 AI 강국에 바치는, 글로벌 AI 시장 내 '인재 양성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흘러나온다.

AI 인재 유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빈약한 처우가 거론된다. 고급 AI 인재에게 적합한 처우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은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테크 기업, 게임사, 통신사 등 일부 기업뿐이다. 사실상 적극적으로 전문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기업은 극소수라는 의미다. 최근까지 국내 시장에서 ‘개발자’와 ‘AI 전문가’의 개념이 혼용됐고, 이로 인해 관련 인재들이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점 역시 인력 유출을 부추긴 원인으로 꼽힌다.

Picture

Member for

5 months 2 week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