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잠김 없다더니” 양도세 중과 재개되자 서울 아파트 매물 4% 증발, ‘세금 압박 정책’ 역효과 재연되나
“매물 잠김 없다더니” 양도세 중과 재개되자 서울 아파트 매물 4% 증발, ‘세금 압박 정책’ 역효과 재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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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매물 6만5,682가구, 5.1% 감소 다주택자는 ‘버티기’, 1주택자는 ‘금융 동결’로 거래 불가, 매물 잠김 필연적 시장 가격 조정 막는 요소는 ‘정부 정책’, 공급 늘려 안정화해야

조정대상지역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가 10일부터 재개됐다. 이제 3주택 이상 보유자는 이전보다 양도세를 2배까지 더 무는 상황도 걱정해야 한다. 서울과 수도권에 집을 많이 보유해도 세금 후 실익은 크게 떨어지게 된 만큼 정부는 주거 시장이 실거주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시장 흐름은 정부 예상과 반대로 '매물 잠김 현상'이 현실화할 조짐이다. 특히 강남을 중심으로 매물 회수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시장에서는 거래 경색과 전월세 불안이 동반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틀새 5.1% 매물 줄어, 강남3구 중심 감소세
12일 부동산 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5,68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8일(6만9,175건) 대비 3,493건(5.1%) 줄어들었다. 25개 자치구 모두 감소한 가운데 강동구(3,947→3,582, -9.3%)가 비율 면에서 가장 많이 줄어든 곳으로 파악됐다. 이어 성북(1,865→1,716, -8.0%), 노원(4,862→4,542, -6.6%), 강서(2,663→2,490, -6.5%), 동대문(1,911→1,792, -6.3%), 서초(8,715→8,182, -6.2%), 송파(5,176→4,891, -5.6%), 마포(2,003→1,893, -5.5%), 동작(1,739→1,645, -5.5%), 서대문(1,764→1,670, -5.4%) 등의 순이다. 매물 감소 건수 기준으로 보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가 최상위권에 포진했다. 서초는 533건, 강남구는 391건, 송파 285건이 감소하면서, 이 지역 감소분만 1,209건에 달한다. 이는 서울 전체 감소건의 34.6%를 차지하는 규모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올해 초부터 급증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23일 소설미디어(SNS) X(옛 트위터)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언급하고, 지난 2월 12일 관련 법령 개정 등이 이를 따라가면서다. 실제로 2월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333건으로 한 달 전(5만6,219건)과 비교해 1만4,000건(25.1%)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다주택자의 급매물이 소진되고, 이달 9일을 지나면서 그동안 시장에 나왔던 매물이 회수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달 7일 6만9,554가구로, 7만 가구선이 무너진 바 있다. 지난 3월 21일 8만80가구로 정점을 찍은 뒤 아파트 매물은 빠른 속도로 소진됐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전 마지막 처분 시점이 정해지면서 집주인들이 급매 등을 통해 매물을 소화한 것인데, 골든타임이 종료되자 버티기를 선택한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조정대상지역에선 주택 양도 시 기본 세율 4%~65%에 2주택자는 20%포인트(p),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p가 가산되고 지방소득세 10%까지 적용하면 3주택 이상 집주인의 실효세율은 82.5%까지 확대된다. 지난 2018년 4월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시행했을 당시와 2021년 6월 중과세율을 높였을 때도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매물 잠기자, 비거주 1주택자에 매도 골든타임 부여
절세 급매가 빠진 뒤 매물 잠김 현상이 현실화하자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후속 카드를 검토 중이다. 현재 정부가 공개적으로 검토 의사를 밝힌 정책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토지거래허가 예외 적용과 임대사업자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의 적정성 점검 등이다. 잠겨 있는 매물이 시장에 나오고 해당 매물이 실거주자에게 돌아가도록 거래 길을 일부 열거나 세제 혜택을 조정하겠다는 취지다.
비거주 1주택자 예외 적용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실거주 요건 때문에 막혀 있던 거래를 일부 풀어주는 방안이다. 세입자가 있어 단기간 내 입주가 어려운 주택도 일정 조건을 두고 거래할 수 있게 하면 일부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조정은 보다 직접적인 매물 유도 카드로 꼽힌다. 양도세 감면 혜택이 줄어들면 임대사업자가 보유 주택 일부를 처분할 유인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거론되는 카드가 단기 매물 감소를 모두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정 보유 주체에 대한 일부 예외만으로는 거래 회복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어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본지 자문위원)은 “현재 거래 감소는 비거주 1주택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주택자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대출 규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일부 예외만으로 시장 흐름 자체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도 “비거주 1주택자 예외 적용 등은 일부 강남권 고령층 보유자 등의 매도를 유도할 수는 있지만 비거주 사유가 교육·직장·질병 등 일시적인 경우도 적지 않아 실질적인 매물 출회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했다.
15억원 이하 서울,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 시장은 더 어렵다. 최악의 전세난과 입주 물량 부족까지 더해져 키 맞추기 상승이 서울을 넘어 경기와 인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전월세 가격 인상과 같은 부작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주택자와 비거주 주택 보유자들은 임대차 공급자 역할을 수행하는데, 이들을 세금으로 압박할 경우 전월세 가격이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비거주 1주택 또는 임대사업자 양도세 중과 배제가 현실화하면 일부 매물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은 열려있다"면서도 "강남권과 한강변 등 고가주택을 장기 보유한 1주택 70~80대 은퇴세대는 다운사이징·차익실현 목적의 매물 출회가 기대되나, 자녀 있는 2주택자는 매각보다는 증여를 선택하거나 일부 보유세 부담을 월세로 전가하는 움직임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시장 안정 핵심은 '공급 확대'
전문가들은 매물 잠김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문재인 정부 시절과 같은 '매물 절벽→전세난→집값 상승' 흐름이 재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공급 부족 심리가 커질 경우 매수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입주 물량 감소와 전세난이 겹칠 경우 서울 중저가 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 가격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보유세 인상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시절부터 "세금으로 부동산 시장을 잡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양도세 중과 유예 폐지와 함께 세금 압박은 시작된 상태다. 재정경제부 등에 따르면 내달 지방선거 이후 시장 상황에 따라 보유세 강화 관련 논의가 본격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유세 인상은 부동산 투기심리 억제와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보면 일리가 있다. 실제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약 0.15% 수준으로 미국, 일본, 프랑스의 1∼2%에 비해 낮다. 하지만 집을 사고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 거래세가 미국 등에 비해 높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 목소리다.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보유세를 올리면 실수요자의 부담이 더 커진다. 신규 진입이 봉쇄된 상황에서 기존 집주인이 세 부담을 전·월세로 전가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결국 시장 안정의 해법은 신규 공급 확대에 있다. 서울과 수도권은 만성적인 주택 공급 부족 상황이다. 분양 물량도 예년에 비하면 턱없이 줄었다. 소비자가 원하는 지역에 신규 공급 물량을 늘리지 않는 한 집값을 꺾는 건 쉽지 않다. 정부가 1·29 도심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긴 했지만 정작 지금까지 구체화된 건 전무하다. 이대로라면 매매시장은 물론 이미 바닥을 드러낸 전월세 시장까지 불안해지면서 서민 주거환경마저 타격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 시장의 정상적인 가격 조정 기능을 가로막는 핵심 변수는 정부 정책 그 자체”라며 “과도한 세제·대출 규제가 누적될수록 거래 유동성이 위축되고, 공급 축소 압력이 커지면서 가격 경직성이 심화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결국 집값 잡기의 관건은 규제 강화보다 공급 확대와 개발 활성화”라며 “핵심 지역 공급을 늘리고, 다른 지역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정책 축이 이동해야 시장 논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가격 안정 역시 가능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