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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공단 접촉 나선 테슬라, 중국 이어 한국서도 'FSD' 구현 타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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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FSD 도입 본격화한 테슬라, 중국 이어 한국서도 협력 강구
중국 시장 접촉에 주가 급등하기도, "경쟁력 제고 기대감 반영된 듯"
FSD 도입 시기는 '함구', 업계선 "적잖은 시간 소요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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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FSD를 활용해 도로를 주행하고 있는 모습/사진=테슬라

테슬라가 북미 지역과 중국에 이어 한국에서도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 도입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신호등 인식, 도심 내 자율주행 등을 국내에서도 가능하게끔 하겠단 것이다. 다만 FSD를 실제로 구현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 한국서도 FSD 도입 준비

1일 업계에 따르면 도로교통공단은 지난달 24일 정보공개포털 등에 ‘테슬라코리아 안전운전교육 프로그램 도입 회의 계획 보고’라는 제목의 문서를 게재했다. 이에 따르면 도로교통공단은 테슬라코리아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안전운전교육을 실시하는 것뿐 아니라 자율주행 교통안전교육 등의 상호협력 방안도 함께 논의할 계획이다. 업계는 테슬라코리아가 한국 시장에 FSD 도입을 타진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테슬라는 모든 차량에 오토파일럿 기능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오토파일럿은 앞차와의 차량 간격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트래픽어웨어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 중앙 주행 유지를 돕는 오토스티어 기능이 조합된 주행보조시스템(ADAS)이다. 차량 구매 시, 혹은 차량 구매 이후 904만원을 지불하면 FSD 사양을 추가할 수 있다. FSD엔 부분 자동화된 주행보조기능이 포함되는데, 이는 자율주행 기술 중 2단계 ‘반자동화된 주행 보조’ 기능에 해당된다.

중국서도 FSD 도입 작업, 주가 상승효과도

테슬라의 FSD 시스템 도입 움직임은 중국에서도 포착된다. 지난달 29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직접 중국 베이징에 방문해 리창 국무원 총리와 함께 FSD 시스템 도입을 논의한 바 있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머스크는 "테슬라는 중국과의 협력을 더욱 심화하고 더 많은 상생의 결과를 달성할 의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리 총리 또한 "외국투자기업은 중국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참여자이자 공헌자"라며 "중국의 초대형 시장은 항상 외국투자기업에 개방될 것”이라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의 적극적 행보에 중국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모양새다. 이날 중국이 테슬라에 외국기업 최초로 ‘자동차 데이터 안전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내린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중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이날 ‘자동차 데이터 처리 4항 안전 요구 검사 상황 통지(제1차)’에서 테슬라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 차종이 모두 검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안전검사에서 차량 밖 안면 정보 등 익명화 처리, 운전석 데이터 불수집, 운전석 데이터 차내 처리, 개인정보 처리 통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아직 1단계 조처에 불과하지만 업계에선 중국 시장의 FSD 도입이 멀지 않았단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소식에 테슬라 주가도 순간 급등했다. 당시 테슬라 주가는 전일 대비 15.31% 오른 194.05달러에 장을 마쳤는데, 이는 지난 3월 1일 종가 202.64달러 이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국에 FSD 서비스가 전격 도입되면 테슬라의 중국 시장 내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증시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중국에서 FSD를 출시하는 것은 퍼즐에서 빠진 핵심 조각”이라면서 “테슬라가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는 것은 분수령(watershed)의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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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3/사진=테슬라

실제 도입 시기는 미지수, "상당한 시간 필요할 것"

중국에서 긍정적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곧 FSD 시스템 도입이 이뤄질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국내 테슬라 오너 입장에선 숙원이 이뤄지는 셈이다. 현재 한국은 FSD 사양을 더해도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자동 차선 변경이 가능한 내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과 호출(서몬) 기능 등만 사용할 수 있다. 북미 지역처럼 신호등 인식이나 도심 내 자율주행은 불가능한 상태란 건데, FSD 시스템 도입이 본격화하면 해당 기능도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시장에선 FSD 도입 시기가 다소 늦춰질 수 있단 전망이 적지 않다. 당초 5월 8일로 잡혔던 도로교통공단과 테슬라코리아 간 회의가 테슬라코리아 내부 사정으로 잠정 연기됐단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약 1주일 전부터 FSD 도입을 추진 중이니 기다려달라는 이야기를 테슬라코리아 측으로부터 들었다”며 “아직 테슬라코리아가 자율주행 임시운행허가를 위한 신청서 작성 등 행정적인 절차를 진행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테슬라 측 또한 한국 내 FSD 구현 가능 시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바는 없다. 국내 FSD 구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게 업계의 주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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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영업이익 6조원 넘어선 삼성, 12단 HBM3E 양산으로 시장 주도권 되찾나

1분기 영업이익 6조원 넘어선 삼성, 12단 HBM3E 양산으로 시장 주도권 되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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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기 만에 흑자전환 성공한 삼성, 12단 HBM3E 제품 양산도 가시화
삼성 HBM3E 기술력, SK하이닉스도 넘어섰다? "시장 주도권 되찾을 수도"
후공정 장비 기업들도 삼성 따라잡기, 2분기 매출액이 분기점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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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 및 프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4 호조 등에 힘입어 2022년 4분기 이후 5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 2분기 12단 HBM3E 제품 양산을 시작하겠다고 밝히면서 호조세를 이어갈 가능성도 높아졌다. 그간 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에 선두를 내줬던 삼성전자가 12단 HBM3E를 통해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삼성전자 영업이익 931% 증가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연결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조6,06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931.87%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71조9,1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82%, 순이익은 6조7,5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8.99%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IT 시장이 회복되는 가운데 메모리 사업이 고부가 제품 수요 대응을 이루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4 판매 호조로 모바일 사업에서 이익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분기 실적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매출 23조1,400억원, 영업이익 1조9,100억원을 기록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충당금 환입 규모 확대로 수익성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메모리 부문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고부가 제품인 더블데이트레이트(DDR)5와 고용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강세가 이어지면서 흑자를 견인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 서버SSD, 차세대 메모리인 유니버설플래시스토리지(UFS) 4.0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에 대응하며 질적 성장을 실현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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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단 HBM3E 양산 계획 발표, "올 2분기 시작"

이런 가운데 시장은 삼성전자의 12단 HBM3E 제품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 등에 밀려 HBM 분야에선 다소 약세로 평가받은 삼성전자가 12단 HBM3E 제품을 통해 경쟁 구도 재설정을 노리겠단 계획을 전면에 드러내면서다. 삼성전자의 12단 HBM3E 제품은 이르면 올해 9월께부터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될 전망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해 데이터 처리 성능을 크게 끌어올린 메모리다. 현재 상용화된 건 4세대 제품인 HBM3인데, 해당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줄곧 SK하이닉스를 뛰어넘지 못했다. 실제 삼성전자의 HBM3은 오랫동안 엔비디아의 신뢰도 시험(퀄리파잉 테스트)을 통과하지 못했으나, SK하이닉스는 발 빠르게 통과해 엔비디아에 90% 이상의 물량을 공급하는 경쟁력을 선보였다. 삼성전자가 기술력 측면에서 뒤처지기 시작했다는 언급이 시장에서 쏟아진 이유다.

다만 HBM3E 상용화가 본격화하면 삼성전자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12단 HBM3E 개발과 양산에선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 대비 한 단계 앞서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19일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해 고객사에 제품 공급을 시작한다고 밝혔으나, 아직 12단 HBM3E 개발과 관련한 진척 상황은 밝힌 바가 없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월 엔비디아에 공급했다 전한 12단 HBM3E도 극 초창기 버전의 샘플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제품 개발에 성공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삼성전자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입장인 셈이다.

분기점 맞은 삼성전자, 후공정 장비 기업들도 '경쟁의 바람'

이런 이유로 이번 2분기는 삼성전자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12단 HBM3E 제품이 2분기부터 양산 예정인 데다, 현재 초기 양산에 들어간 8단 제품 매출도 이르면 비슷한 시기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HBM3E 8단 제품은 초기 양산을 개시해 빠르면 2분기 말부터 매출이 발생할 전망"이라며 "HBM3E 12단 제품도 2분기 중 양산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반기 HBM3E로 급격한 전환을 통해 고용량 HBM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며 “연말 기준 전체 판매 수량에서 HBM3E의 비중은 3분의 2 이상을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힘줘 말했다. 올해 HBM 공급량이 전년 대비 비트 기준 3배 이상 늘 것이라 언급하기도 했다. 자사의 가시적 성과를 예측하면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국내 반도체 후공정 장비 기업들도 기술 확보 경쟁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선두 기업이 전환되는 격동의 시기 제품 신뢰성 및 수율을 제고하면 더 큰 수혜를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유니테스트는 최근 HBM용 웨이퍼 테스터 개발을 위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웨이퍼 테스터는 전공정을 거친 웨이퍼 원판의 성능, 신뢰성 등을 검증하기 위한 후공정 장비로, 유니테스트는 기존 개발이나 성능 검증을 진행해 온 D램용 웨이퍼 테스터를 업그레이드하는 방향으로 HBM용 웨이퍼 테스터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디아이도 올해부터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HBM3E용 웨이퍼 테스터 개발을 추진하기 시작했으며, 테크윙 역시 HBM의 프로브 테스트를 위한 테스트 핸들러 장비를 개발해 복수의 반도체 기업과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이 기술 패권 경쟁이 반도체 업권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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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의 '폐급' 걸러내기에 등장한 'Z세대 Index'

직장의 '폐급' 걸러내기에 등장한 'Z세대 Ind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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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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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정신 감정, 지능 검사 등에 국한됐던 직원 선별에 조직 문화 적응 역량도 추가되는 추세
미국은 직원들의 SNS 활동을 추척한 조용한 퇴사 지표 개발 필요성 제기되자 논란 되기도
기업들이 고용 계약 대신 프리랜서 계약을 들이미는 경우도 늘어

가깝게 지내는 국내 주요 스타트업 핵심 멤버들을 만나면, 어느 중소기업이나 마찬가지듯이 직원을 못 뽑아서 힘들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나 역시 마음에 드는 직원을 뽑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선별 작업을 '인공지능(AI)'을 써서 자동화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채용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은데, 지난 1년 남짓은 직무에 직접 관련된 시험을 치는 것으로 절차를 단순화 해 왔다.

직무 시험을 통과하는 경우도 매우 희박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속칭 'Z세대 문제'를 겪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직무 시험을 통과했다고 해도 당장 현업 업무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여전히 가르쳐야 할 내용이 산더미이지만, 정작 시험을 통과했다고 의기양양하기만 할 뿐, 회사 업무를 배우려는 의지가 전혀 보이질 않는 경우들이다. 좀 더 직접적으로 지적하면, 시험을 통과했으니 이제 가만히 앉아서 월급이 들어오는 것만 받겠다는 태도다.

Gaussian distribution of IQ of men s 162 and women s 132
IQ 정규분포, 남성 표준편차 16.2, 여성 표준편차 13.2, 평균은 100으로 동일 / 출처=GIAI

직장의 '폐급' 걸러내기

군대식 용어이기는 하지만 최근들어 인터넷 문화 발달 덕분에 현장에서도 종종 쓰이는 단어 중 하나로 '폐급'이 있다. 예전에는 '고문관'이라는 표현이 더 자주 쓰였는데,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동료에게 종종 쓰였다.

육·해·공군을 가릴 것 없이 훈련소를 들어가면 정신과 감정과 더불어 지능 검사를 실시하는데, 이런 검사를 통해서 속칭 '폐급'을 걸러낸다. 군 생활을 할 수 없을만큼 정신적으로, 지적으로 심각한 장애가 있는 경우들이 대표적인 예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력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경계선 지능장애'가 있는 장병도 부대에 배치되고, 결국 '관심 사병', 혹은 '고문관'으로 찍힌다. 공식적으로 지능지수(IQ)가 71~84인 사람들을 경계선 지능장애로 분류하는데, 정규분포 구성상 징병 대상인 남성들에게서 약 14% 정도 나타난다. 남녀를 포함해서 국내 인구 구성을 기반으로 할 때 약 7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문관' 같은 사례가 직장 문화에서도 오랫동안 누적되어 왔고, 결국 많은 대기업들이 공채를 진행하면서 '폐급'을 걸래내기 위해 위와 같은 방식의 검사를 진행한다. 아마 조금만 큰 기업에 입사를 하게되더라도 신체 검사를 받고 오라는 이야기를 들을텐데, 회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신과 감정, 지능 검사를 모두 실시하는 기업들도 상당하다.

정신과 감정, 지능 검사

공채를 진행할 수 있는 규모의 회사들이야 지원자들이 검사를 받겠지만, 공채 없이 수시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들은 1인, 1인에 대해 병원에 상당한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고, 보통은 그런 검사를 진행하지 못한다.

최근 주변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폐급'을 걸러내기 위해 회사 내부적으로 여러 절차를 마련한 것을 보면서, 결국은 의료 검사의 모양만 갖추지 않았을 뿐, 그래서 내용은 좀 다른 모습일 뿐, 결국 같은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데이터 과학에서는 '요인 분석(Factor Analysis)'라고 부르는 작업으로, 시험 방식은 다르더라도 결국은 지능 지수를 확인해서 특정 수준 이하인 후보를 걸러내고, 정신과 감정과 유사한 면접 절차를 통해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는 직원을 찾아내겠다는 목적이 동일하니, 숨겨져 있는 변수는 같다는 맥락이다. 어차피 IQ 테스트가 완벽하게 지능을 파악해주지 않는 만큼, 유사한 방법으로 유사한 목적을 달성한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적절한 '걸러내기' 도구라고 판단된다.

'Z세대 Index'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부쩍 늘었다는 'Z세대 직장 문화'는 위의 작업으로 걸러내기 쉽지 않다. 한 때 90년대 출생 직원들과 함께 일하기 힘들다는 말이 돌았던 시절, 지적됐던 문제들은 조직을 위한 희생을 감수하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요약될 수 있었다. 딱 자기 업무만 하면 되고, 담당이 애매모호한 업무는 남에게 미루는 태도, 다급한 일정 때문에 모두가 야근하는데 프로젝트가 망하건 말건 모르겠다는 태도로 퇴근 시간이니까, 내일은 휴가니까 알아서들 해라는 태도, 남들이 바쁘건 말건 내 마음대로 연차를 쓰겠다는 태도들이 그것이다.

이미 그 세대가 직장 생활 경력이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남짓 쌓인 시대가 됐다. 아마 그런 태도로 회사 생활을 하신 분들은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사기업이면 진작에 자리가 정리됐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기관에서도 주변에 민폐 직원, '폐급'으로 낙인 찍혀 있을 것이다.

비단 출생년도 문제만도 아닌 것이, M세대인 필자 역시도 사회 초년병 시절에 회사 복지 제도를 개인적으로 악용하고, 지각했다고 지적하면 눈물을 쏟으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자기 업무를 제대로 안 해 놓은 탓에 다급한 일정이 터져 팀 전체가 밤을 새도록 만들어 놓고는 휴가 간다며 끊어놓은 비행기 표를 취소할 수 없다며 팀원들에게 미루는 동료 직원에 대한 엄청난 불만을 갖고 있었다. 그 직원이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를 일부러 면전에서 꺼내서 다른 동료들에게 놀림을 받도록 하는 속칭 '왕따'를 일부러 자행하는 상황을 가까이에서도 봤고, 동종 업계에 있던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들은 적도 많다.

최근 Z세대 직원들이 앞선 90년대, 80년대 생들이 사회 초년병이었던 시절과 비슷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좀 더 '눈치없고 책임감없는' 비율이 늘었을지는 모르겠으나, 회사 입장에서 요구하는 행동 양식만 놓고보면 굳이 'Z세대 Index'라고 지칭하는 것보다 '조직 적응 역량'으로 지칭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조직을 위한 희생이 없는 자리는 프리랜서

딱 주어진 업무 이외의 모든 업무는 남에게 넘기고, 모두가 야근하건 말건 자기의 퇴근 시간은 챙기고, 자기 탓이어도 시간이 됐으니 연차를 내는 직원들의 행동 양식이 부쩍 늘어서 불만이라면 둘 중 하나의 작업을 하면 된다.

과거 지능 검사, 정신과 감정 작업을 하듯이 그런 직원을 걸러낼 수 있는 '조직 적응 역량 검사'를 진행하면 된다.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문답형 질문지는 이미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고, 대형 공채가 가능한 회사라면 여러 방식으로 심사를 하면 된다. 1970년대에 채용을 했던 고(考)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은 면접 대기실에 일부러 쓰레기를 버려놓고, 그 쓰레기를 줍는 면접자를 우선 채용했다고 하는데, '공통 요인(Common Factor)'을 찾는 계산법이라는 데이터 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계산에 쓰는 방법만 다를 뿐, 같은 요소를 찾는 전략들이다.

그런 공채 절차가 없는 회사라면, 그런데 조직을 위해 전혀 희생할 생각이 없는 인력이라면, 정규직, 계약직으로 직원을 뽑지 말고, 프리랜서로 직원을 뽑으면 된다. 프리랜서 계약서에는 '지연 보상금'이라는 항목이 들어간다. 약속했던 납기일을 어기면 그로 인한 손해 배상을 합의한 방식으로 지불한다는 부분이다. 자기 파트의 프로젝트 업무를 제대로 안 하고 휴가를 가겠다는 분은 휴가를 다녀오면 엄청난 지연 보상금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다 같이 바쁜 시즌에 연차를 낸 직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프리랜서 계약 만기가 가까워지면 재연장을 위해 회식 자리에 일부러라도 참석하려고 할 것이다.

Quiet Quitting Scale
2023년 6월 발표된 조용한 퇴사 지수 연구 / 출처=Research Gate

프리랜서 계약과 SNS 활동 기반 '조용한 퇴사 지수(Quiet Quitting Scale)'

조직을 위해 희생하지 않는 이기심에 대한 기업의 적절한 대응은 프리랜서 계약이다. 실제로 스타트업들 사이에 프리랜서 계약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 삼성동에서 시리즈 C 투자를 받고 핀테크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퇴사한 직원의 퇴직금 요구에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찾았다가 담당 근로감독관으로부터 최근 중소기업들이 프리랜서로 계약을 바꾸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답했다. A씨도 회사 내 업무 중요도에 따라 일부 직원들의 근로 계약을 프리랜서 계약으로 변경하고, 최종 감시감독자만 근로계약으로 운영 중이다.

근로자들이 그런 계약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나온다면, 결국 고용 시장은 형성되지 않는다. 기업은 국내에서 채용이 어려워지면 해외 근로자를 찾고 조직 역량 검사에서 '폐급'으로 평가 받을 확률이 높은 그 직원은 결국 '폐급'이기 때문에 탄탄한 복지와 급여를 제공해주는 직장을 잃게 되는 것이다.

단순한 시험으로 필요 역량을 구분할 수 없던 항공사들은 신입 객실승무원을 2년간 인턴으로 채용한 후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과 달리 업무 강도가 높기 때문에 많은 직원들이 그만두고, 덕분에 매년 상당한 규모의 채용을 진행하게 된다.

지난 2022년부터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가 틱톡(Tiktok) 등의 SNS를 통해 Z세대들에게 빠르게 확산되면서, 미국 기업들은 SNS 기록까지 뒤져가며 신입 직원의 '조직 역량 검사'를 대체하고 있다. 지난 2023년 6월에는 '조용한 퇴사 지수 개발 및 확인법(The Quiet Quitting Scale: Development and Initial Validation)'이라는 논문이 의료심리학계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단순히 직업 만족도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회사 안팎에 남긴 각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성향까지 판단해야 합리적인 예측을 할 수 있다는 부분이 개인정보침해 등의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개인정보 침해를 막아야 된다는 근로자들의 불만이 컸으나, SNS 활동이 이미 공개된 자료인데다 기업 활동의 자유도 보장받아야 한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적절한 해법에 대한 합의에 시간이 걸리기는 할 것이나, 결국 기업들이 지능 검사, 정신과 검사를 지난 1970년대부터 일반화했던 것처럼, '조용한 퇴사 지수', '조직 적응 역량 검사', 'Z세대 Index' 등으로 불리는 또 다른 검사가 채용 시장의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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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업계의 '아픈 손가락' SK온, 또다시 3천억대 적자 "하반기 반등 가능할까"

배터리 업계의 '아픈 손가락' SK온, 또다시 3천억대 적자 "하반기 반등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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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1분기 매출 1조6,836억원, 손실 3,315억원
전 세계 전기차 수요 부진에 배터리 판매 매출 반토막
올 하반기 흑자 전환 전망, 1조원 규모 투자 유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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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이 올해 1분기 3,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SK온은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한 뒤 단 한 번도 분기 흑자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 3,449억원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든 이후 점점 개선되는 듯 했으나 올 1분기 다시 3,000억원대 적자로 고꾸라진 모습이다. 이에 SK온은 자금난 타개를 위해 1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조 단위의 투자금을 유치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SK온 영업손실 3,315억원 기록, 9분기 연속 적자

29일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 따르면 자회사인 SK온은 올 1분기 매출액 1조6,836억원, 영업손실 3,315억원을 기록했다. 186억원 적자였던 전 분기 대비 손실폭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이는 완성차업체의 재고 조정으로 인한 배터리 판매 물량 감소 영향이 크다. 특히 북미 지역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면서 보조금(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수령액이 지난해 4분기 2,401억원에서 올해 1분기 385억원으로 급감했다.

SK온은 지난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된 후 지금까지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며 안정적 궤도에 안착한 것과 대조적이다. SK온의 고질적 적자는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실탄을 잠식하고 있다. SK온이 적자에도 대규모 설비투자를 이어가면서 신용 공동체인 SK이노베이션의 재무 부담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SK온은 이차전지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영업손실에도 불구하고 빚을 내면서까지 매년 5조∼7조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지속해 왔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말 기준 SK온의 총 차입금은 16조6,559억원에 이르며, 지난 한 해 이자비용만 4,698억6,700만원, 부채비율은 189.98%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스탠다드앤푸어스 기준)마저 지난달 투기등급인 ‘BB+’으로 떨어진 상태다.

SK그룹 차원 대책 마련 고심, 이차전지 계열사 매각 방안 거론

그동안 SK온은 회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 프리 IPO, 차입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해 투자금을 마련했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 2022년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댔다. 미래 성장 동력을 지키기 위한 자구책이었지만, SK그룹의 주력 계열사에까지 재무 부담이 전이됐다.

실제 SK온의 판매 부진은 지난해 적자 늪에서 벗어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에도 타격을 줬다. SKIET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674억원으로, 주요 고객사인 SK온의 판매 실적과 연동돼 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SKIET는 SK온의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등 전기차 판매량 부진으로 기존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이에 SK그룹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시장의 우려를 감안해 그룹 내 사업을 점검 및 최적화하는 리밸런싱(자산균형재조정·Rebalancing)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SK수펙스추구협의회’ 회의 결과를 이례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SK그룹에 따르면 이차전지 계열사들이 쇄신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금융시장에선 이차전지 사업은 이어가되 계열사 간 합병 또는 일부 계열사 지분 매각 등의 방안이 나올 것으로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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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배터리/사진=SK이노베이션

SK온, 하반기 '흑자 전환'에 자신

SK온의 부진은 전기차 시장 정체가 핵심 원인이다. 중국 CATL의 독주에 맞서 전기차 배터리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SK온은 한국 배터리 사업 분야에서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국내 배터리셀 3사 중 가장 늦게 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인 만큼 공격적이고 의욕적인 투자로 덩치를 불려 가던 시점에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이라는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고품질의 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 배터리셀 제조사들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이라는 거대한 암초에 부딪혔다. 글로벌 고금리 기조와 실물 경기 침체 대응 차원에서 현대차, 테슬라, 벤츠 등이 중소 전기차에 LFP 배터리를 탑재하는 비율을 늘린 탓에 가뜩이나 좁았던 SK온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리튬 등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인해 배터리 공급 단가까지 내려가면서 수익 규모마저 쪼그라들었다.

더욱이 SK온은 내년 안에 반드시 흑자 전환을 해야 하는 절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 2021년 외부 투자를 유치하면서 2026년까지 IPO(기업공개)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당시 투자자들은 SK온이 IPO에 실패할 경우 대주주 지분까지 묶어 강제로 매각하는 콜앤드래그(call and drag) 옵션을 내걸었다. SK온이 상장에 실패하면 대주주인 SK이노베이션도 SK온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IPO의 선결 조건인 흑자 전환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SK온은 올 하반기 흑자 전환을 자신하고 있다. 기초 체력이 탄탄해진 데다 수율이 좋아지면서 제품의 수익성이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북미와 헝가리, 중국의 일부 공장 수율은 80%를 하회했으나 지속적인 안정화 작업을 기반으로 90%대 최근 초·중반으로 올라섰다.

또한 SK온은 2분기부터는 미국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AMPC도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신규 출시되는 신차 중 △아이오닉5 페이스리프트 버전 △포드 E-트랜짓 커스텀 △아우디 Q6 E-트론 등에 SK온 배터리가 탑재된다. 아울러 향후 1~2년 내 출시가 예고된 △포드 익스플로러 △HMG(현대) 아이오닉 대형 SUV 북미 생산 모델 △스웨덴 폴스타 5 등에도 SK온 배터리가 적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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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단위 투자유치로 자금난 타개, 높은 몸값은 걸림돌

SK온은 이같은 장밋빛 청사진을 기반으로 1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도 나선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최근 모건스탠리와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투자은행(IB)을 주관사로 선임했으며 이미 국내 사모펀드(PEF) 중 몇 곳은 주관사로부터 투자 정보를 받아 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장에선 높은 몸값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투자 유치는 지난해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에 이은 후속 라운드라 직전보다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 비상장기업들은 기존 재무적투자자(FI)를 고려해 직전보다 높은 기업가치로 투자를 유치한다. 앞서 SK온은 지난해 한국투자증권프라이빗에쿼티, MBK파트너스, 힐하우스캐피탈부터 3조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받은 바 있는데 당시 SK온이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22조원에 달한다.

미국·유럽발 배터리 캐즘이 예상보다 깊고 길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실적 반등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 업계는 연초까지만 해도 전기차 및 배터리 수요침체가 하반기부터는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고 내다봤으나 1분기가 지난 현재는 장기화될 보릿고개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배터리 업계의 자체 실적 전망치를 반영해 하반기 캐즘 탈출을 점쳤던 증권가도 달라진 상황을 반영해 올해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연초 추정한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매출은 40조5,666억원, 영업이익은 4조1,939억원이었으나, 1분기가 끝난 현시점 추정 매출은 33조6,836억원, 영업이익은 2조7,369억원으로 각각 17%, 34.7% 하향됐다.

여기엔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률 둔화가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2월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20만4,000대로 전년 대비 10.9% 성장했지만, 전달(27%) 대비 성장폭은 크게 축소됐다. 또한 지난해 전년 대비 월별 성장률이 약 30%의 평균치를 유지했던 점에 비춰볼 때 당초 예측치보다도 부진한 성적이다. 유럽 내 가장 큰 시장인 독일의 경우 지난 2월 -5.3%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역성장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독일과 프랑스 정부가 보조금마저 중단한 상황이라 수요 반등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도 전기차 확대 목표를 조정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2030년까지 미국 내 전기차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현재는 44%로 무려 16%포인트 내려 잡았다. 예상보다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더디자 정책 수정에 들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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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시설 투자 어쩌나" 자금난에 긴축 경영 나서는 SK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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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투자 속도 조절하겠다" SK이노베이션의 자구책
호실적 기록해도 재무 구조 악화, SK온의 시설 투자 리스크
휘청이는 SK이노베이션, SK온은 '발등의 불 끄기'만 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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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그린 포트폴리오' 중심 긴축 경영에 착수한다. 경기 위축으로 인해 수요 전반이 침체한 가운데, 고금리·글로벌 신용 등급 강등 악재가 겹치며 자금 확보가 어려워진 탓이다. 추후 SK이노베이션은 위기를 넘기기 위해 매년 대규모 투자금이 투입되던 배터리 부문 자회사인 SK온의 투자 속도를 조절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긴축 경영' 시사

SK이노베이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진원 부사장은 29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계속되는 고금리 추세와 친환경 사업들의 성장성 둔화 등에 대응해 포트폴리오 전반을 재점검 중인 것은 맞으나, 단순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내용이 기사화되고 있다"며 "사업, 투자에 대한 선택과 집중, 속도 조절을 하겠지만 친환경 전환이 피할 수 없는 과제인 점에는 변함없다"고 발언했다.

또한 김 부사장은 "SK온의 경우 비우호적 업황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및 중국 공장 증설 시점을 탄력적으로 조정 중"이라며 "글로벌 운영 효율화를 통한 비용 구조의 선제적 개선을 추진 중인 등 수익성 개선 면에서 내실을 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간 유지해 온 공격적 증설 전략을 철회하고 '탄력적 증설'을 결정, 사실상 투자 속도 조절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신용등급 관리에도 나설 방침이다. 미국 신용 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안정적)'로 하향하며 해외 재원 조달이 어려워진 탓이다. S&P의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 김 부사장은 "배터리 등 친환경 사업에 대한 투자로 재무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배터리 사업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선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은 외화사채 발행 계획이 없기 때문에 S&P 신용 등급 하락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재무건전성에 대한 신용평가사 등 외부의 평가는 매우 중요하므로 신용등급에 적극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의 골칫덩이 'SK온'

한편 업계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을 앞세워 긴축 경영을 시사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SK온은 SK이노베이션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SK온의 대규모 투자 지출이 SK이노베이션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8조8,551억원, 영업이익 6,247억원을 각각 달성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5%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66.6%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3.3%다.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부문(SK온)은 매출 1조6,836억원, 영업손실 3,315억원을 기록했다. SK온은 지난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 분할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며 안정적인 입지를 확보한 것과는 대조적인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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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은 지속되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설비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신용공동체인 SK이노베이션은 호실적을 기록해도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올 1분기 순차입금은 전년 대비 3조79억원 증가한 18조5,744억원에 달했다. S&P는 내년 SK이노베이션의 조정 차입금 규모가 28조원까지 확대돼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4.3배에 달할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지원 여력 잃은 모회사, SK온은 '난감'

SK온은 올해에도 7조5,000억원 수준의 대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기 시작한 가운데, SK온은 자금 공백을 메꾸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외부 자금 조달을 시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SK온이 다방면에서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누적 적자 때문에 투자자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아 자금 조달에 문제를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SK온은 자금 공백을 기업어음(CP) 등으로 메우고 있다. 지난 21일 기준 SK온이 발행한 CP는 150개, 조달 자금은 6,05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말(4,250억원) 대비 42.3% 증가한 수준이다. 만기 구조는 1~3개월 1,600억원, 3~6개월 1,400억원, 6개월~1년 미만 3,050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현금 창출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시설 투자 자금을 단기 자금으로 충당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이외로도 SK온은 긴축 경영을 통해 지출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SK온의 지난해 1인 평균 급여액은 9,000만원으로 전년(1억600만원) 대비 15%가량 감소했다. 올 1분기에는 임원 65명 가운데 20%가 퇴임하는 등 조직 간소화도 단행했다. 궁지에 몰린 SK온이 단기적·일시적인 자금 확보에 치중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SK온의 최우선 과제는 투자 유치가 아닌 '수익성 개선'이라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현금 창출력이 사실상 전무한 현 상황에서 투자 유치를 통해 자금 공백을 메우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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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지부진' 중국은 '급등', 엇갈린 이차전지주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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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닝 서프라이즈 CATL, 34% 올라
LG엔솔·삼성SDI는 10%대로 하락
일본, 전고체 배터리로 반등 노리는데 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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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적으로 전기자동차 업황이 둔화하며 국내 이차전지 관련주들이 부진한 주가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중국 이차전지 제조사들의 주가는 오히려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대조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이차전지 관련주 부진한데, 중국은 가파른 상승세

29일 중국 선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차전지 제조사인 닝더스다이(CATL)와 비야디(BYD)는 연초 이후 이날까지 각각 33.90%, 15.06%씩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대표 이차전지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는 12.57% 하락했고, 삼성SDI, SK이노베이션도 각각 10.06%, 19.97%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최근 중국 이차전지 업체들의 주가상승은 실적 개선세를 반영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CATL은 2023년 한 해 전년 대비 매출이 22%, 순이익은 43% 증가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특히 이차전지 마진은 전년 대비 17.9% 증가해 큰 폭의 개선을 보였다.

2022년부터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한 BYD는 수년째 테슬라를 제치고 전기차 1위 업체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BYD의 전 세계 판매량은 테슬라의 약 1.5배에 달하며, 중국 내 판매량은 3~4배에 이른다. 지난해 4분기에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 19%씩 증가하는 등 실적 역시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이에 반해 국내 이차전지 업체는 계속되는 수요 부진으로 실적 하락세를 겪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5% 하락했다고 발표했으며, 같은 기간 삼성SDI 역시 증권가에서 39% 내외의 영업이익 하락률을 예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정유 부문의 흑자가 이어지고 있으나, 배터리 부문 자회사인 SK온이 1분기에도 3,315억원 적자를 냈다.

중국, 전 세계 이차전지 수출 50% 차지

이처럼 주요국의 전략산업으로 떠오른 이차전지 산업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가 발행한 ‘이차전지 산업 주요 동향 및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리튬이온배터리 수출액은 전년 대비 27.4% 증가한 649억 달러(약 89조원)로 전 세계 이차전지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동품목 최대 수출국 2위인 우리나라(72억7,000만 달러)의 9배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리튬이온배터리는 중국의 최다 수출 품목 3위(2022년 6위 → 2023년 3위)로 올라섰다.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과 이차전지 주요 수출국인 한국에서도 중국 배터리 수입은 지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리튬이온배터리에 대한 중국 수입 의존도는 2023년 70.4%로 크게 상승했으며, 한국 역시 대중국 리튬이온배터리 수출은 연평균 10.5% 감소한 반면, 수입은 55.7% 증가해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문제는 이차전지 제조에 필요한 광물·원자재 공급망과 가격 경쟁력 등을 감안할 때 중국의 시장지배력이 유지되거나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점쳐진다는 점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핵심 원자재인 리튬 제련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은 70% 수준이며, 흑연·망간·코발트·니켈 등 다른 원자재도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전기차용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도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이차전지 공급 비중을 빠르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비중국 시장에서 중국산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에서 2023년 32%로 크게 확대됐다. 특히 중국의 CATL은 배터리 공급량이 전년 대비 72% 증가해 비중국 시장 점유율 27.5%를 확보하면서 업계 1위인 LG에너지솔루션(27.8%)을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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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가 SK온과 생산하는 NCM(니켈 코발트 망간) 삼원계 배터리(왼쪽)와 중국 CATL과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사진=포드

"이차전지 주도권 되찾겠다" 일본,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총력

그간 한국과 중국은 배터리 산업에 있어 각자의 시장에 주력해 왔다. 그러다 균형이 깨진 건 2020년께 중국이 알루미늄을 추가해 LFP의 성능을 끌어올리면서다. 현재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한국과 중국의 배터리는 기본적으로 ‘리튬이온(Li-ion)’ 배터리지만 양극재로 사용하는 재료에는 차이가 있다. 중국은 리튬·인산·철(LFP)을 사용하는 데 반해 한국은 니켈·코발트·망간(NCM)을 주로 사용한다.

가격 경쟁력 면에서 우위에 있는 중국이 LFP 성능까지 제고하자 테슬라를 시작으로 벤츠와 폴크스바겐이 LFP 탑재를 선언했다. 현대차도 지난 2022년 LFP를 포함해 배터리 다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저렴한 전기차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LFP에 대한 인식이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포드는 아예 CATL과 손잡고 LFP 공장을 북미에 건립 중이다.

LFP를 앞세운 중국 기업들의 질주에 한국 기업들은 NCM 가격 인하로 대응하고 있다. NCM 중 가격이 비싼 코발트 함량을 줄여 가격을 내리는 게 목표다. 동시에 LFP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LG엔솔의 경우 국내 3사 중 처음으로 LFP를 양산할 예정이며, 삼성SDI도 울산 공장에 LFP 라인을 증설하기로 했다.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등 주요 소재 기업도 LFP 시장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한국과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기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일본은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전고체 배터리란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매개체인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차세대 이차전지로, 주행거리가 길고 화재의 위험성이 적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국내 기업들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지만, 현재 이 분야에선 일본이 가장 앞선다는 평가다. 실제 전고체 배터리에 관한 특허 출원에서 일본 기업이 세계 전체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2013~2021년 전 세계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 5,438건 중 일본이 2,645건(48·6%)을 차지하고 있다. 기업별로는 파나소닉(475건)이 1위, 도요타자동차(405건)가 2위다. 3위와 4위엔 삼성그룹과 LG그룹이 이름을 올렸지만, 5위 후지필름(164건), 6위 무라타제작소(154건) 등 상위 20개사 중 14개사가 일본 기업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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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서플로우 혁명? 적재적소에 써야 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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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처리 기준이 열에서 행렬로, 행렬에서 텐서로 전환되면서 데이터 과학 범위 확대돼 
올바른 접근 방식으로 도구를 적재적소에 적용할 때만 더 나은 결과 얻을 수 있어
기술의 발전을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기보다는 그 기술이 ‘왜’ 필요한지 생각하는 자세 필요해

학부 시절인 2000년대 초로 돌아가보면, 기초적인 회귀분석 문제를 풀기 위해 매트랩(Matlab)을 처음 배웠다. 당시 매트랩은 혁명이었는데, 그 이유는 '행렬'로 데이터를 처리하기 때문이다. 다른 소프트웨어가 '열' 단위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과 달리, 매트랩은 ‘행렬’ 단위의 큰 데이터를 한 번에 적재하기 때문에 처리 속도가 O(nxk)에서 O(n)으로 빨라졌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RAM이 소프트웨어로부터 데이터 받는 방식을 고려하면 O(k)에서 O(1)으로 빨라졌다.

매트랩은 행렬 방식으로 데이터를 처리할 뿐만 아니라 매트랩 코드를 C 코드로 빠르게 변환해줘 큰 인기를 얻었다. 복사 버전에도 10,000달러가 훨씬 넘었지만, R&D에 승부를 보는 기업과 STEM 연구 시설을 갖춘 대학은 모두 매트랩에 뛰어들었다. 매트랩의 전성기는 영원할 것처럼 보였지만, 매트랩과 같은 방식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R이라는 “무료” 소프트웨어가 등장했다. 게다가 R은 자체 데이터 처리 방식도 만들어 루프를 매트랩보다 더 빠르게 계산했다. 내가 장난삼아 R스타일(강남스타일처럼)이라고 부르는 이 계산은 루프 데이터 처리를 열에서 행렬로 바꿨다.

Tensor image 04

모든 상황에서 우월한 프로그래밍 언어는 없어, 상황에 맞는 언어 선택해야

그러나 R도 영원하지 않았다. 당시 R스타일을 맛보고 R을 주로 사용했으나, 허수를 처리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발견했다. 손으로 고생해서 푼 답안을 R로 돌렸을 때와 메트랩으로 돌렸을 때의 결과가 달랐다. R 또한 만능이 아니었음을 느끼고 눈을 돌리던 중 매스매티카(Mathematica)를 만났다. 하지만 매스매티카가 너무 비싸서 연구 동료들과 소통하는 데는 여전히 R을 썼다. 요즘은 파이썬이 학계와 산업 가리지 않고 많이 사용된다. 3D계산에 특화된 텐서플로우(Tensorflow)와 파이토치(PyTorch)까지 좋은 파이썬 패키지가 많이 나와 전성기를 맞았다. 그럼에도 나는 파이썬으로 코딩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면 나한테 딱히 필요 없다. 텐서플로우는 R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파이썬에서 속도 향상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 텐서플로우가 필요한 다차원 작업에서는 매트랩으로 코딩한 후 C로 변환해서 사용하면 그만이었다. 처음에는 약간의 버그가 있었지만, 역시나 매트랩의 비싼 가격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몇 년 전에 R, 파이썬 문법과 비슷하지만 계산 속도가 C와 비슷하고 수많은 파이썬 패키지를 지원하는 줄리아(Julia)를 발견했다. 내가 코딩 전문가는 아니지만 파이썬보다 줄리아에서 더 큰 발전 가능성을 봤다.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항상 듣는 질문이 있다. “왜 여러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것저것 쓰세요? 한 가지 언어만 써도 되지 않나요?” 라는 질문이다. 아니면 다른 언어가 필요할 정도로 내 수학 모델이 훨씬 더 발전했는지 물어본다. 일단 후자에 대한 답은 ‘아니요’다. 내 수학 모델은 단순한 편이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럼 왜 매트랩에서 R, 매스매티카, 파이썬, 줄리아로 계속 바꿔쓸까? 그건 필요에 따라 언어를 바꿔쓰는 것이지, 나한테 익숙해진 언어를 고집할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상황에 언어를 맞줘야지, 그 언어를 쓰기 위해 상황을 만드는 게 아니다.

발전된 기술을 일단 쓰고 보는 게 아니라, '왜' 써야 하는지 고민해야

매트랩 이전에는 Q-Basic으로만 프로그래밍 해왔기 때문에, '행렬' 기반의 계산이 얼마나 빠른지 체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루프 계산을 위해 매트랩에서 R로 바꿨을 때, 신세계를 맛보고 거의 울 뻔했다. 마치 어릴 적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내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콘솔 게임기가 들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요즘은 뭘 받으면 이렇게 기쁠까?). 덕분에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수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 답안을 코딩하는 방식도 많이 바꿨다.

비슷하게 '텐서플로우'를 처음 접했을 때 똑같은 경험을 했다. 내 전공분야에서는 이미지와 텍스트같은 Low-noise 데이터를 다루지 않아서, 공대애들이 얘기하는 텐서플로우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매트랩에서 R로 전환하면서 겪었던 신세계를 떠올리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내 전공분야에서도 패널 데이터와 다중 소스 시계열같이 3D 데이터를 처리하는 도구가 없어, 3D를 행렬 형태로 다시 배열하는 데이터가 무수히 많음을 깨달았다. 텐서플로우를 사용한 이후로 항상 3D 데이터 구조를 활용하여 코딩 작업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일단 성공하면 코드짜는 시간을 절약할 뿐만 아니라 결과가 나오는 데 기다리는 시간이 엄청 줄어든다. 박사 과정 중 코드 실행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큰일 났던 적이 있다. 그 날은 다음 날 지도 교수님과의 미팅이 예정되어 있던 날 밤이었다. 내 계산에서 조금 사소한데, 그로 인해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한 것을 발견했다. 손으로 풀어 해를 다시 구할 수 있었지만, 다음 날 아침까지 노트북에서 완벽한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면 안 됐지만 나는 시뮬레이션을 속이고 가짜 그래프를 만들었다. 역시나 지도교수님은 몇 초 만에 내 시뮬레이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정확히 지적하셨고, 나는 가짜 그래프 그린 걸 고백했다. 그 사건 이후로 지도교수님의 신뢰를 얻기까지 몇 년이 걸렸던 기억이 난다. 요즘이라면 빠른 계산속도로 시뮬레이션을 속일 필요가 없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제 성능 좋은 컴퓨터는 있으니 빠르고, 정확하고, 정직하게 처리할 수 있는 내 “두뇌”가 필요할 뿐이다.

H100 도입 이후 많은 LLM 연구원들이 대용량 데이터 처리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 AI 칩이 점점 빨라지면서 주어진 시간 내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의 크기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분명 나처럼 계산 속도 때문에 개고생하는 경우는 사라졌겠지만, 항상 "그래서 수백 개의 H100이 대체 어디에 필요한데?"하고 자문한다.

기술 발전으로 빠른 컴퓨터 처리와 저렴한 컴퓨팅 비용으로,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어디에', '왜' 그게 필요한 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H100은 단순히 trial and error를 더 빨리 하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다. 요즘 학생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컴퓨터 성능이 과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아닌 것 같다. 옛날에는 코드 돌아가는 속도가 너무 느려, 코드를 실행하기 전에 엄청난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하면 코드가 빨리 돌아가고, 오류는 없는지 등 여러 고민과 논리적 사고 흐름을 거치고 코드를 돌렸다. 하지만 요즘은 엔터를 누르자마자 결과가 바로 튀어나오는 세상이다. 자연스럽게 코드에 대한 깊은 고민도 사라지고 무한 trial and error를 통해 과제 답안을 찾아낸다. 이건 제대로 된 컴퓨팅 성능의 이점이 아니다. 여전히 코딩할 때 최적화를 고민하고 코드에 문제가 없을지 생각하고 코딩을 해야 진정한 컴퓨터 성능의 발전을 누릴 수 있다. 자신이 컴퓨터를 학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컴퓨터 성능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자문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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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DS] 스탠퍼드대 'AI 인덱스 2024' 발표, 대규모 기반 모델의 개발 열풍으로 2023년 8배나 급증한 생성형 AI 투자

[해외 DS] 스탠퍼드대 'AI 인덱스 2024' 발표, 대규모 기반 모델의 개발 열풍으로 2023년 8배나 급증한 생성형 AI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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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생성형 AI 252억 달러 유치,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투자 규모 기록해  
주로 기반 모델 학습 비용 증가와 고성능 컴퓨팅 자원에 대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돼
미국 주요 분야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중국 일부 영역에서 빠르게 추격하고 있어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인간중심 인공지능연구소(HAI) 2024 AI 인덱스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생성형 AI 기업들의 펀딩이 8배 증가하여, 총 252억 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오픈AI와 코히어 등 주요 AI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까닭이다.

작년의 주요 투자 사례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100억 달러 규모의 오픈AI 계약, 코히어의 2억 7천만 달러 투자 유치, 미스트랄의 4억 1천5백만 달러 투자 유치 등이 있다. 또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전체 AI 관련 민간 투자의 4분의 1 이상을 생성형 AI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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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tandford HAI

그러나 AI에 대한 기업들의 지출이 지난해 20% 감소한 1,892억 달러였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2022년 대비 31.2% 줄어든 인수합병 감소가 그 원인으로 꼽혔는데, 이러한 감소에도 불구하고 포춘 500대 기업의 실적발표 중 80%가 AI를 언급한 바 있다.

미국 AI 투자 우위 확실, 반도체는 중국 추격 속도 빨라져

투자는 미국 기업들이 주도했다. 중국이 78억 달러를 투자한 것과 비교할 때, 미국은 거의 9배 많은 672억 달러를 투자하였다. 아울러 2022년 대비 2023년에는 중국과 EU의 AI에 대한 민간 투자는 감소한 반면, 미국은 22.1%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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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Standford HAI

안면 인식을 제외한 모든 AI 기술 부문에서 가장 많은 지출을 한 국가 역시 미국이었지만, 중국은 안면 인식 분야에 1억 3천만 달러를 투자해 미국의 9천만 달러를 크게 앞서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반도체 부문 지출 또한 미국이 7억 9,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1위를 차지했지만, 중국이 6억 3,000만 달러로 미국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규제 강화에 맞서 반도체 지출을 크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AI 투자는 급여에도 영향을 미쳤다. HAI의 보고서는 개발자 전용 질의응답 사이트 '스택오버플로'(Stack Overflow)의 설문조사 수치를 인용했는데, 이 조사에 따르면 AI 직무의 연봉이 다른 나라에 비해 미국에서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지난해 미국 하드웨어 엔지니어의 평균 연봉은 14만 달러지만, 전 세계 평균 연봉은 8만 6,000달러였다. 클라우드 인프라 엔지니어의 글로벌 평균은 10만 5,000달러인 반면, 미국에서는 18만 5,000달러를 기록했다.

한편 글로벌 관점에서 2023년에 가장 많은 투자를 유치한 분야는 AI 인프라, 연구 및 거버넌스로 183억 달러였다. 이 중 상당액은 오픈AI와 엔트로픽과 같은 기업들이 'GPT-4 터보'와 '클로드 3' 같은 대규모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데 사용됐다고 한다.

자연어 처리와 고객 지원에 81억 달러를 지출한 것이 두 번째로 큰 비용 분야로, 많은 기업들이 고객 센터 자동화와 같은 반복적인 작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자금의 주 사용처, 대규모 기반 모델 구축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오픈AI와 같은 회사가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해 새로운 모델을 훈련하는 데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고급 AI 모델 학습 비용이 지난해부터 많이 증가했는데, 스탠퍼드의 연구원들은 이 증가가 대규모 기반 모델(foundation model) 구축에 대한 투자 때문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오픈AI는 GPT-4 모델을 훈련하는 데 약 7,800만 달러, 구글의 주력 모델인 제미나이는 약 1억 9,100만 달러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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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Standford HAI

이전 모델들의 개발 비용과 비교하면 충격적인 수치다. 2017년에 출시된 트랜스포머 모델은 훈련 비용이 약 900달러, 2019년 출시된 페이스북의 RoBERTa 대형 시스템은 약 160,000달러였다.

물론 모델 개발자는 모델 훈련 비용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거의 공개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HAI는 미국 AI 연구기관 에포크(Epoch)와의 협력을 통해 훈련 비용의 추정치를 산출했으며, 이는 관련 기술 문서와 보도 자료에 나타난 정보를 기반으로 훈련 기간, 사용된 하드웨어의 종류, 품질 및 사용 정도를 분석하여 얻은 결과라고 전했다.

학습 비용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컴퓨팅 자원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상승했다. 2017년 구글의 트랜스포머 모델은 훈련에 약 7,400페타플롭이 필요했지만, 7년 후 제미나이 울트라는 500억 페타플롭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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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Standford HAI

이렇게 자본과 전력 집약적인 시스템의 발전은 학계에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제미나이 울트라와 같은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으로 인해 학계에서 접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도적인 AI 모델에 대한 산업 지배력 증가는 작년 AI 지수 보고서에서 처음 강조됐다. 올해에는 그 격차가 다소 좁혀지긴 했지만, 이러한 추세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명시했다.

텍스트 넘어 이미지·동영상까지, 멀티모달 AI 시대 도래

구글은 2019년부터 40개의 모델을 발표해 가장 많은 기반 모델을 공개한 기업이 되었다. 오픈AI는 20개로 2위를 차지했고, 비서구권 기관 중에서는 중국의 칭화대학교가 7개의 AI 모델을 공개하며 가장 많았다.

또한 지난해 공개된 대규모 AI 시스템의 대부분은 미국에서 109개로 가장 많았다. 중국 기관이 2위를 차지했지만 20개에 불과했다. 스탠퍼드대 보고서는 2019년을 기점으로 미국이 AI 모델 생산을 선도하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보고서에서 강조된 한 가지 중요한 성장 추세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나 동영상을 처리할 수 있는 멀티모달 AI 모델·시스템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HAI의 연구 프로그램 책임자 바네사 팔리(Vanessa Parli)는 "올해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모델들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모델들은 텍스트를 입력받아 오디오를 생성하거나, 이미지에 대한 설명을 만들어낼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AI 연구 분야는 이러한 대규모 언어 모델을 로봇이나 자율 에이전트와 결합해, 로봇이 현실 세계에서 더욱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데 있어 중대한 발전을 이루는 것이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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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P 인수 제안 거부한 앵글로아메리칸, '구리경쟁' 시대 공룡 탄생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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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생산량 10% 노리던 BHP, M&A 불발로 계획에 '제동'
각국 광산업체 눈길 모으는 구리 광산, 왜?
AI 등 미래 산업 필수 소재 구리, 수요도 거듭 증가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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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로아메리칸의 구리 광산/사진=앵글로아메리칸

영국 광산업체 앵글로아메리칸이 세계 최대 광산기업 BHP의 인수합병(M&A) 제안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앵글로아메리칸 인수로 최근 수요가 급등하고 있는 구리 시장에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BHP의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BHP-앵글로아메리칸 M&A 불발

26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앵글로아메리칸은 BHP가 제안한 총 311억 파운드(약 53조7,600억원)의 인수 제안을 거부했다. 앞서 지난 25일 BHP는 앵글로아메리칸에 1주당 약 25.08파운드로 매입을 제안했다. 이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14% 높은 금액이었지만, 앵글로아메리칸 측은 성명을 통해 "이 제안은 회사를 상당히 저평가하고 있고, 주주들에게 전혀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거절의 뜻을 밝혔다.

앵글로아메리칸의 스튜어트 챔버스 회장도 직접 "구리는 앵글로아메리칸 전체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며, 구리와 그 밖에 구조적으로 매력적인 제품에서 잘 배열되고 가치를 높이는 성장 옵션의 이점을 통해 앞으로 몇 달, 몇 년 동안 주주들을 위해 창출할 수 있는 가치가 더 많다”고 강조했다.

사실 앵글로아메리칸의 M&A 거부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게 시장 견해다. BHP가 제안한 조건이 앵글로아메리칸을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실제 2년 전만 해도 앵글로아메리칸의 주식은 주당 43파운드가량에 거래됐다. 그동안 주가가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앞으로 구리 등 광석에 대한 수요가 늘 것임을 고려하면 주당 25.08파운드는 상당히 아쉬운 금액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불붙은 구리 광산 인수 경쟁

BHP는 최근 구리 광산를 거듭 포섭하고 있다. 이미 앞서 지난해 5월 호주 구리 광산을 보유하고 있는 오즈미네랄즈를 약 64억 달러(약 8조8.000억원)에 인수한 바도 있다. 이 같은 배경에서 BHP에 앵글로아메리칸 인수는 중요한 지점 중 하나였다.

BHP는 연간 약 120만t의 구리를 생산하고 앵글로아메리칸은 연간 약 83만t의 구리를 생산하는데, 이 둘의 생산량을 합하면 전 세계 구리 생산량의 약 10%에 달한다. M&A를 통해 사실상 구리 가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결과적으로 인수가 거부되면서 세계 구리 시장의 1인자로 올라서지는 못했다.

이런 가운데 여타 광산 업체와 제련소들도 구리 광산 인수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BHP 입장에선 다른 출구전략을 세울 필요성이 늘었다. 예컨대 중국의 주요 구리 생산업체인 지진마이닝(Zjjin Mining)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바니스틸워터(Sibanye Stillwater)는 잠비아의 모파니 구리 광산에 입찰하며 구리 광산에의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준 바 있다. 아울러 중국의 CMOC 그룹도 구리와 코발트가 풍부한 콩코민주공화국의 추가 자산 인수에 관심을 표명했고, 국영 중국 알루미늄 공사(Chalco)의 자회사인 중국 구리도 글로벌 파트너십과 자산 인수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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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 탄 구리, 미래 전망도 '낙관적'

이처럼 기업들이 구리 광산을 거듭 노리고 나서는 건 구리가 에너지 및 인프라 개발의 미래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리는 전기자동차, 전력망, 풍력 터빈 제조 등 여러 산업에 두루 쓰이는 필수 광물로 에너지 전환 생태계의 핵심 금속으로 꼽힌다. 친환경 에너지 산업에도 구리가 필수적이다. 재생 에너지원으로 생산한 전기를 다루기 위한 복잡한 전력망을 구축하려면 수백만 피트의 구리 배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는 넓은 지역에 걸쳐 있어 기존 중앙집중식 석탄·가스 발전소보다 단위 전력당 더 많은 구리를 필요로 한다.

특히 최근엔 AI 열풍으로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면서 구리 수요도 함께 높아졌다. 미국 구리개발협회(CDA)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1메가와트(㎿)당 27t 규모 구리가 쓰인다. 공급 측면의 요인도 있다. 파나마, 페루 등 대규모 광산 폐쇄로 공급이 줄어든 데다 전 세계 정제 구리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중국 제련소는 수익성 하락으로 공동 생산량 감축에 합의한 상황이다. 씨티은행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구리 수요는 2030년까지 지금보다 420만t 늘어날 수 있으며, 올해 말엔 구리 가격이 1t에 1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간 구리 광산 인수 경쟁에 급격히 불이 붙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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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커머스 확장세에 지마켓, 연회비 인하·1,000억원 투자로 '저가 경쟁' 참전

C커머스 확장세에 지마켓, 연회비 인하·1,000억원 투자로 '저가 경쟁' 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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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마켓 분위기 반전 나서나, "빅스마일데이에 1,000억원 투자할 것"
연회비 인하 등 전략까지 합세, C커머스 가격 경쟁력 따라잡는다
수수료 인하 출혈 멎기도 전에, '초저가'로 다시 한번 불붙은 유통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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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마켓

신세계그룹 산하 온라인 쇼핑몰 지마켓이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 쿠팡의 유료 멤버십 가격 인상으로 이탈하는 고객들을 잡고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C커머스의 공세에 맞불을 놓겠단 것이다. 이를 위해 지마켓은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신규 회원의 연회비를 대폭 인하하고 빅스마일데이 할인 행사에 1,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지마켓, 연회비 인하·할인 행사 나선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지마켓은 매출 1조1,967억원, 영업손실 32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했으나 영업손실이 334억원 줄었다. 이에 지마켓은 흑자전환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마켓은 내달 2일부터 6월 3일까지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의 신규 회원을 대상으로 연회비를 80% 이상 대폭 인하하는 이벤트를 개최한다. 신규 회원은 기존 3만원이었던 연회비를 84% 인하한 4,900원에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에 가입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외에도 △연회비의 3배에 달하는 스마일캐시 지급 △멤버십 1년 무료 연장 혜택 제공 △스마일카드 사용 시 추가 스마일캐시 4,900원 지급 등도 함께 진행한다. 쿠팡이 유료 멤버십 가격을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연중 최대 할인 행사인 5월 빅스마일데이에 고객 혜택 비용으로 약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존 빅스마일데이 행사 투입 비용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지마켓은 우선 할인쿠폰과 카드 할인 등 가격 혜택으로 700억원 상당을 투입한다. 기존 빅스마일데이에 고객에게 제공한 할인비용에서 약 50% 늘린 650억가량을 상품 가격경쟁력 확보에 투입할 예정이다. 중복 할인이 가능한 카드사 할인 규모도 역대 최대 규모인 50억원 이상을 확보했다. 해당 비용은 고객에게 최대 15만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는 고가쿠폰을 비롯해 브랜드 중복 할인쿠폰, 카드사 즉시 할인 혜택에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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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가 내세운 C커머스에 '잠식' 시작된 국내 시장

이 같은 지마켓의 전방위적 혜택 강화는 초저가를 내세우며 시장 장악에 나선 C커머스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유통시장은 알리·테무·쉬인 등 C커머스 업체에 잠식당하는 분위기다. 직접구매(직구) 플랫폼을 통해 중국산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된 데다 C커머스 업체들이 파격적인 가격 혜택을 내세운 특가전으로 고객 확보에 적극 나서면서다.

실제 알리는 지난달 18일부터 창립 14주년 기념 할인전인 '1,000억 페스타'를 진행 중이다. 1,000억 페스타는 매일 하루 두 차례 계란, 고구마, 오렌지 등 식품류와 생필품을 최저 1,000원에 판매하는 타임딜 행사다. 상품의 원가는 물론 배송비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의 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C커머스가 초저가 전략을 활용하면서 국내 유통업계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분석업체 아이지에이웍스의 마케팅클라우드에 따르면 알리와 테무의 3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각각 694만 명과 636만 명가량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11번가와 지마켓을 뛰어넘은 수치다. C커머스를 이용하면 물건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한 영향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결국 지마켓의 할인 전략은 C커머스의 가격 경쟁력을 상대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C커머스 따라가는 국내 업계, 출혈경쟁 심화 양상

다만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C커머스의 초저가 전략을 따라가다가 출혈경쟁만 심화해 자멸할 수 있다는 시선에서다. 실제 시장에선 국내 유통업계의 여력은 이미 상당 부분 소실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알리의 수수료 면제 혜택을 따라가면서 적잖은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앞서 알리는 한국 상품 판매 채널인 'K-베뉴'를 론칭하면서 모든 입점&판매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판매 시스템 역시 한국에 맞게 수정하면서 진입 허들을 극도로 낮췄고, 약 1억 달러(약 1,382억원)의 소싱 센터를 설립해 해외 판로 확보를 지원하겠단 계획도 발표했다. 국내 셀러를 모집하기 위한 전략이다.

알리와 테무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점령하면서 C커머스로 둥지를 옮긴 이들도 늘었다. 셀러가 빠져나갔단 건데, 이로 인해 국내 쇼핑몰 플랫폼들은 근간까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에 국내 유통업계도 서둘러 수수료 인하에 나섰다. 롯데온은 디지털 가전 3개 카테고리 판매 수수료를 9%에서 5%로 인하했고, 11번가는 조건에 부합하는 판매자에 상품 주문 금액 1,000만원 전까지 수수료 제로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홈플러스도 온라인 신규 입점 셀러 대상으로 3개월 동안 수수료 0% 프로모션을 진행했고, 티몬은 최대 60일간 판매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업계를 침식하던 수수료 경쟁이 초저가 경쟁에까지 잔불을 옮겨가는 가운데, 일각에선 출혈 경쟁이 더 심화할 수 있단 지적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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